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56
SSS급 재벌 헌터 156화
얼마 지나지 않아 가야금 명인이 도착하였다.
옛 기생의 유지를 이었다고 할까. 꽤나 예쁜 여성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에이스로 불리는 모양이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에요.”
“한 곡 부탁드립니다.”
“기꺼이.”
띠링! 띠디딩!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음식은 맛나다. 거기에 양쪽에는 아름다운 미인들이 차례대로 술을 따라 주고 있었다.
‘어찌 한량같이 보이는데.’
뭐, 사소한 일들은 접어 두도록 하자.
한참 동안 술을 마시며 연주를 들었는데, 멀리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이햐, 선배. 이런 곳에서 신선놀음을 즐기고 계셨군요?”
“신선놀음이라니? 어디까지나 친목 도모지.”
“하하하! 여신님과 대천사님을 양쪽에 거느리고 술을 마시는 것이 어디를 봐서 친목 도모입니까?”
“친목 도모 맞아요.”
비비안이 말했다.
렌이 뒷말을 이었다.
“데이트이기도 하고요.”
“정말 팔자 늘어지셨네요.”
“너는 왜 왔는데?”
나는 화제를 전환했다.
놈의 말대로 이곳에서 나는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는 것이 맞았다. 그건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화이란 선배의 특수 능력을 알아내서요.”
제87장 격변하는 지구
“특수 능력을 알아냈다고?”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강철수는 화이란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강철수 역시 잠재 능력자 출신이었고 같은 잠재 능력자였으니 훈련을 해도 성과가 더 뛰어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내 예상은 맞았다.
강철수는 훌륭하게 화이란의 능력을 이끌어 냈다.
“도대체 어떤 능력인데?”
“프로텍터라고 들어는 보셨는지?”
“프로텍터?”
“실드 특화라고 해야 할지. 아군을 보호하는 데 탁월해요.”
“아군을 보호한다고?”
“네. 화이란 선배는 보조에 특화되어 있어요.”
“오호.”
나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당연한 일이었다. 드림 팀에는 보조사제가 없었다. 힐러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는 있었지만, 프로텍터에 특화되어 있지는 못했다.
프로텍터가 버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레이드에 있어 천양지차다.
“그렇다면 알아봐야겠네. 정말로 프로텍터에 특화가 되어 있는지.”
“그렇죠. 그래서 선배를 찾는 겁니다.”
“내가 여기 있는지는 어찌 알았는데?”
“그건 TV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만.”
“그러냐.”
아무래도 우리들의 행적이 TV에 고스란히 노출이 되는 모양이었다.
“지금 가실 건가요?”
“글쎄다.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아서.”
“충분히 먹었어요.”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그녀들은 다 먹었다고 한다.
하기야, 이곳에는 50가지의 음식이 있었으니 그걸 한 젓가락씩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이다.
나 역시도 슬슬 배가 차던 찰나였다.
“어떻게 할 건가요, 선배.”
“드림 팀 호출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자리는 이쯤에서 파하기로 했다.
드림 팀은 곧바로 호출되었다.
사실, 드림 팀원들도 화이란의 능력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했다.
SSS급 잠재 능력자라면 틀림없이 도움이 될 텐데 그게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밝혀졌다.
그녀의 특수 능력은 프로텍터.
동료들을 보호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럼 다른 곳으로 가 보도록 하자.”
“어디로 갈까요?”
“남극으로 갈까?”
“좋죠.”
이곳에는 어둠이 내려 있었고 시험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러니 차라리 남극으로 잠시 이동을 하는 편이 좋았다.
비비안이 마법을 사용하여 게이트를 열었다.
“그럼 가 볼까요?”
비비안과 렌은 아직까지도 현대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드림 팀 남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만큼이나 눈이 간다는 소리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휘이이잉!
남극으로 나오자 꽤나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세실리아가 곧바로 바람을 차단하였고 온도를 조절했다. 그러자 이곳은 한국과 다름이 없는 기후가 되었다.
“어떻게 시험을 하실 건가요?”
양슬하가 물었다.
실험은 간단하게 진행될 것이다.
“교황께서 방패를 드시고 양슬하가 공격하도록 한다.”
“있는 힘껏 쳐요?”
“그래. 마법을 쏟아부어 봐. 교황님이라면 혹시나 실드가 깨져도 버틸 수 있으니까. 괜찮겠죠?”
“허허허! 현빈 님의 명이라면 지옥 불이라도 두렵겠습니까.”
“그럼 시작합시다.”
교황이 나를 신으로 착각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해명을 한다고 해도 들어 먹을 양반도 아니었고.
교황은 거대한 방패를 들었다.
“화이란, 준비됐지?”
“후우. 제가 슬하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요?”
“모르겠으니 시험을 하자는 거지.”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물론이지.”
화이란은 허공에 수인을 그렸다.
이건 어디서 배웠다기보다는 저절로 깨달은 것이었다. 특수 능력이라는 것이 다 그랬다. 누가 알려 줘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스스스슷!
강렬한 빛이 교황의 방패에 서렸다.
그들은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였다.
양슬하가 외쳤다.
“시작할게요!”
“허허허! 오십시오.”
양슬하는 냅다 헬파이어부터 갈겨 버렸다.
쿠아아아앙!
고오오오!
결계가 쳐져 있어 불길이 바깥으로는 퍼지지 않았지만, 그 내부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반이 붕괴되고 주변은 온통 화염으로 물들었다.
이 정도라면 교황도 막기 버거울 정도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교황의 방패는 멀쩡했다.
“음?”
“설마 막은 건가?”
내가 교황에게 외쳤다.
“교황님, 의도적으로 막으신 건가요?”
“아닙니다. 저는 그냥 방패를 들고 서 있었을 뿐입니다.”
“허어.”
웅성웅성!
잠시 소란이 일어났다.
아직 화이란은 완전히 실력을 쌓은 것은 아니었다. 강철수의 말에 의하면 대략 S급에서 SS급 정도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파이어를 막아 낸 것이다.
곧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짝짝짝짝!
“언니, 대단해요!”
“그, 그렇게 대단한 건가…….”
“당연하죠!”
양슬하가 엄지를 척 올렸다.
이번에는 검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나는 거의 SSS+급에 근접하였다. 천상의 목걸이가 없다고 해도 말이다. 과연 내 검도 막아 낼 수 있을까.
“교황님, 제 검을 받아 보세요.”
“알겠습니다.”
팟!
쿠구구구구!
거대한 검강이 생성되었다.
아무런 기술이 없는 순수한 힘이었고 거대한 파장이 사방에서 일렁거렸다.
쩌저저적!
공간이 찢어질 것처럼 공명하였다.
검강은 교황의 방패에 작렬했다.
쿠아아아앙!
파아앙!
실드는 터져 나갔다.
그것도 모자라서 교황의 몸은 저 멀리까지 밀려났다.
“흠.”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었다.
화이란의 얼굴에서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죄송해요.”
“아니에요, 언니. 스승님은 괴물이거든요. 세계 최강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우울해하실 필요 없어요.”
“마법은 거의 완벽하게 막아 내지만 물리적 공격에 대해서는 내성이 적네. 그것만 수련을 하면 되겠어. 그리고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정말인가요?”
“그럼, 정말이지.”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화이란은 상당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것만 하여도 실로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비비안도 감명 깊게 보았다고 말했다.
“현빈 님의 검을 어느 정도 막아 낸 것만 봐도 대단한 능력임이 분명해요. 이 정도라면 탑에 도전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올라가면서 수련을 해도 되잖아요?”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어렸다.
러시아에 생겨난 100층짜리 탑은 편의상 차원의 탑이라고 명명하였다. 현존하는 탑과는 차원이 다른 높이였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갈까요?”
“3일 후가 어떤가요?”
비비안이 그렇게 제안했다.
“지금 천계 구축 때문에 힘드시지 않나요?”
“천천히 해야겠어요. 그보다는 먼저 탑에 오르는 것이 좋겠어요. 차원이동마법서를 획득하려면요.”
“그렇지요.”
이번 레이드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차원이동마법서를 획득하여 타 차원의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어떤 차원으로 가야 할지 정해 두었다.
가젠 대륙이라는 곳에서 엘프들이 간신히 카이너스의 공세를 막아 내고 있었기에 그곳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엘프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차원의 세력들을 모아 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차원 식민지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네!”
우리들은 남극을 나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회사 앞에 드림 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역시나 이곳에는 기자들이 많이 있었지만, 딱히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이런 관심은 모두에게 익숙하였던 것이다.
다만 화이란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언니, 기자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어디를 가나 쫓아오니까요.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될까……?”
“물론이죠.”
내성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화이란.
과연 그녀가 계부를 죽이겠다고 설치던 여자가 맞나 싶었다. 아직도 계부의 남성성을 파괴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다.
“그럼 3일 후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고, 철수 너는 화이란을 계속 맡아서 교육하도록 해. 함께 성장을 하라고.”
“알겠습니다, 선배.”
“화이란, 강해져야 한다.”
“더 빠르게 성장해서 도움이 되도록 할게요.”
“그런 자세야.”
화이란의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녀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우리들의 힘도 강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꽤나 안정적인 파티가 구성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쯤 되었으니 자리를 파하도록 하자.
“각자 돌아가도록 합시다.”
“오늘 굉장히 아쉬운데요?”
비비안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묻어나고 있었다. 분명히 렌은 데이트라고 명명했고 비비안은 아쉬워하고 있었으니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희미한 뭔가가 감돌았다.
그녀들은 날개를 펼쳤다.
펄럭!
“이만 가 볼게요. 3일 후에 뵐게요. 빛의 축복이 함께하길.”
그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우리들도 이제 헤어지려 했다.
화이란과 강철수는 잿빛 탑으로 향했고 세실리아를 비롯하여 교황 일행도 사라졌다. 이한별 남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곳에는 양슬하와 나만 남았다.
그녀와도 헤어졌는데, 양슬하는 돌아가는 길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스승님, 잘해 보도록 해요.”
“뭘 잘해 보란 말이야?”
“여신님과 말이에요.”
희미하게 웃는 양슬하.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여신과 이어진다고?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양슬하는 다시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후에 사라졌다.
“여자의 촉이 있어요. 아무래도 비비안 님이 스승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비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양슬하가 했던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였다. 렌이 데이트라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점에서였다.
데이트라는 말 자체를 남녀 사이의 전진을 전제로 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냥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친목을 다졌다는 것. 그것이 남녀 사이의 일이라고 말을 하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렌도 함께하지 않았던가.
“말도 안 되지.”
헛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하였던 걸까.
비비안은 여신이었고 나는 인간이었다. 내가 다른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인류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까.
그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슬하도 참 엉뚱한 면이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