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7
SSS급 재벌 헌터 017화
학교가 끝난 후에 나는 잿빛 탑으로 이동하였다.
이예나는 준비를 하고 온다고 하였으니 대략 20분 정도 후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버스를 타고 강남의 잿빛 탑으로 오는 동안 리치 킹을 죽인 이후의 행선지에 대해 생각했다.
우선 데스 나이트를 쓸 만한 정도까지 레벨 업을 하고 나면 드래곤 본 아머를 얻어야겠다.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진 검만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버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방어력은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드래곤 본 아머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최소한 몬스터의 무기가 아머를 조각낼 일은 없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아 내부가 진탕된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겠지만.
다음 행선지를 정하고 난 이후에는 심안을 열었다.
1레벨의 심안으로는 드래곤 본 블레이드밖에는 탐지가 되지 않았다. 나머지 신기들은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걸까.
드래곤 본 블레이드만 들어도 내 마나는 4850이다. 지금 이대로도 1단계 8레벨의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잿빛 탑 앞에 도착해서 드래곤 본 블레이드만 쥔 채로 심안 8레벨을 사용하였다.
스스스슷!
심안이 열리고 영혼에 각인되어 있는 드래곤 본 아머를 탐색했다.
내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1단계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심안은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영혼에 각인되어 있는 드래곤 본 아머였고 대한민국에 있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속속 정보가 들어온다.
그 결과는 내 눈살을 찌푸려지게 했다.
“파멸의 탑 30층이라고!”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각 도시마다 탑이 들어와 있었고 그중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파멸의 탑, 그것도 최상층에 드래곤 본 아머가 있었다.
머리를 뒤져서 파멸의 탑 30층의 정보를 꺼내 보았다.
그곳에는 A급 헌터도 한 방에 죽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렸다. 암흑의 킹버그베어나 암흑의 흑기사, 암흑의 다이어울프 등, 암흑시리즈로 알려져 있는 지옥 상층부의 마물들이 그곳에 있었다.
파멸의 탑 30층까지 올라가려면 최소한 S랭크로 이루어진 헌터들로 파티를 구성해야 한다. 그렇게 구성을 한다고 해도 30층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후우. 산 넘어 산인가.”
아무래도 당장 파멸의 탑 30층에 올라가는 것은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천상의 목걸이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상태로 올라갔다가는 대략 10층 부근에서 사망할 거다.
내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을 때, 이예나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그곳에는 크라운 길드의 길드장인 이운성을 포함하여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뭐냐?”
“오늘 목적이 데스 나이트의 레벨 업이잖아? 길드에 말을 했더니 구경을 온다고 해서 말이야.”
“그런 허접 쓰레기를 무슨 구경씩이나.”
이운성이 웃는 낯으로 인사를 했다.
“아이고, 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기는 뭐 하러 왔어요?”
“예나가 말을 했다시피 구경을 하러 왔죠. 데스 나이트를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무려 지옥의 사령관을 소환하시다니!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데스 나이트를 수족으로 부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부를 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같이 가면 안 될까?”
이예나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 될 이유는 없다. 어차피 내가 데스 나이트를 끌고 다니면 헌터 업계에서는 꽤나 큰 관심을 받을 것이다.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는데, 조금 빨리 알려진다고 해도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럼 이제 방어구를 착용해 보도록 할까.
철컥철컥!
무한의 공간에서 핏빛 전사 세트를 꺼내 착용한다.
피로 얼룩져 있는 갑옷들은 주변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내 갑옷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얼음여왕을 레이드 했다는 크라운 길드의 명성이 퍼지면서 이곳으로 다른 헌터들도 몰려들고 있었다.
원래 인간이란 호기심이 가득한 동물이다.
크라운 길드는 유명했고 그들이 가는 길에 헌터들이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기로 했다.
고위 마법에는 수인이 필수적이다.
허공에 기괴한 수인이 맺히면서 마나가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심안을 사용하고 마나가 1110 남아 있었는데, 그중 1000이 빠지면서 다소 박탈감이 들었다.
마나가 빠지고 음산한 기운이 주변에 깔렸다.
“데스 나이트 소환!”
웅성웅성!
“데스 나이트 소환이래!”
“정말로?”
헌터들은 더 많이 몰려들었고 나를 중심으로 둥글게 원이 형성되었다.
쩌적! 쩌저저적!
검은 구름이 모여들고 그 아래로 뇌전이 번쩍였다.
뇌전은 하나로 모여 데스 나이트를 형성하였다. 놈은 빛이 나는 백색의 무구에 형광검을 들었고 투구 안의 눈에서는 안광이 번뜩거렸다.
데스 나이트는 SS급의 보스 몬스터였다.
미국의 필드(탑이 아닌 모든 지역)에서 한 번 등장을 해서 무려 500만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땅거죽이 뒤집히고 마그마가 치솟아 오르는 강력한 어스 퀘이크를 구사하여 샌프란시스코가 아주 박살이 났다고 한다.
그런 데스 나이트가 잿빛 탑 앞에서 소환이 되었으니 사람들이 경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와아!”
“쩌, 쩐다.”
주변은 굉장히 소란스러워졌다.
놀란 것은 크라운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예나에게 분명히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내가 정말로 데스 나이트를 소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
키도 3미터에 달해서 놈이 내뿜고 있는 위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저기 한 대 맞으면 골로 가겠지?”
“당연하지.”
사람들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무도 제대로 못 베는 허접인데 무슨. 니들이 한 대 치면 데스 나이트가 골로 가겠지.’
헌터들이 데스 나이트를 보기 위해 모이더니 무려 50명이 넘었다.
“그럼 사냥 들어가겠습니다. 지금 데스 나이트 레벨이 1이라서 매우 허접합니다. 데스 나이트는 레벨 업을 하고 50이 되면 방어구도 입힐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데스 나이트가 레벨 업을 한다고요!?”
“그런데요?”
“거기에 레벨 50이 되면 방어구를 입힐 수 있고요!?”
“네.”
“그런 말도 안 되는.”
그야 너희들이 데스 나이트가 얼마나 허접한지 직접 못 봤으니 그리 말을 하는 것이겠지.
이 상태로는 과연 슬라임이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저는 1층에서 사냥을 할 겁니다. 그러니까 사냥에 방해만 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데스 나이트를 이끌고 잿빛 탑 1층에 입장하였다.
잿빛 탑 1층의 구석으로 헌터들이 점점 더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곳으로 사냥을 가려 했던 모든 헌터들이, 데스 나이트를 소환수로 부리는 소환사가 등장했다는 말에 너도나도 구경을 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핸드폰 카메라로 동영상은 기본이었고 사진 찍는 소리가 주변에서 남발했다.
“으하하하함!”
나는 하품을 했다.
어차피 슬라임 죽이는 데 한 세월 걸릴 것이 뻔하다.
나는 데스 나이트에게 명령했다.
“슬라임을 잡아 봐라.”
팟!
“오오!”
“빠르다!”
데스 나이트는 엄청난 속도로 슬라임과 거리를 좁혔다.
꾸물거리며 답답하게 움직이는 슬라임에게 바짝 다가가 칼질을 하였다.
츄캉! 츄캉! 츄캉!
칼질도 엄청나게 빨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헌터들은 데스 나이트의 화려한 칼질과 스피드에 현혹되었다. 슬라임 따위는 단칼에 썰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헌터들의 얼굴은 의문으로 물들었다.
츄캉! 츄캉! 츄캉! 츄캉! 츄캉! 츄캉!
칼질은 빠르다!
하지만 슬라임이 죽지 않는다!
웅성웅성!
“저게 뭐지?”
“레벨 1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람들의 실망이 커져 갈 즈음에 데스 나이트는 마법을 시전하였다.
쿠구구구구!
1층 전체가 흔들렸다.
나는 데스 나이트의 어스 퀘이크가 실로 대단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망원동 공동묘지 전체가 흔들릴 지경이었으니까.
암흑의 마나가 대지로 스며들었고 땅이 울기 시작하자 헌터들은 전율하였다. 범위가 이렇게 넓다는 것은 몰이사냥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법사들의 꿈인 몰이사냥을 소환사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길드에서는 소환사를 영입하기 위한 붐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데스 나이트의 실체를 알게 되면 실망도 클걸?
뽀오옹!
푸쉬쉬쉬쉬
마치 대지가 방귀를 뀐 것 같은 모션이었다.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용두사미라니!”
헌터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데스 나이트가 허접하다는 건 미리 알렸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를 끌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과도하게 주목을 하는 것도 썩 내키지가 않았기에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여기에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괜히 데스 나이트가 어스 퀘이크를 쓰는 바람에 1층 전체의 슬라임과 코볼트들이 몰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어그로를 끈 것이다.
수백 마리의 슬라임과 코볼트가 데스 나이트를 향해 이동하는 것은 실로 장관이었다.
퍽퍽퍽퍽퍽!
데스 나이트는 열심히 칼질을 하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얻어맞고 얻어 터져 갑옷이 찌그러지기 시작하였고 종국에는 비명을 내질렀다.
-꾸에에에에엑!
쩌저저적!
털썩!
“…….”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 나이트의 몸은 터져서 그대로 사라졌다.
“아아아!”
누군가가 탄성을 내뱉었다.
이건 허무의 탄성이다.
“이럴 수가!”
그리고 그 놀람은 사방으로 전염되었다.
“어찌 이런 일이!”
실망한 헌터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하였다.
당황한 것은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보다시피 슬라임 한 마리도 잘 못 죽입니다. 레벨 업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구경거리라고는 할 수 없죠.”
“하하하…….”
이운성도 어색하게 웃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언론에서까지 취재를 와 있었다. 데스 나이트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것이다.
미안한 일이지만 데스 나이트는 슬라임도 못 죽이는 허접 덩어리라서 오히려 다른 쪽으로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에이.”
사람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이제 1층에 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헌터와 기자들 일부였다.
앉아서 마나를 회복하고 있던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데스 나이트를 폭업할 수 있을까 고심했다.
이예나가 내 고민에 답을 했다.
“몹 전체를 몰아서 딸피로 만든 다음에 데스 나이트가 어스 퀘이크를 쓰면 되지 않을까?”
“흠. 그런다고 죽겠냐?”
“피가 1이라도 닳겠지. 어그로를 끄는 것을 보니까 아주 약간은 피가 다는 것 같아. 그럼 네가 적절하게 마법을 써서 피를 깎으면 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만 하다면 데스 나이트는 빠르게 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나를 모두 모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한번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