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75
SSS급 재벌 헌터 175화
“나 비서, 직원들이 파견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건 알고 있었나요?”
“네.”
“왜 보고하지 않았어요?”
“그건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단순히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겠어요? 오히려 더 박해하겠죠.”
“지금 뭐 천주교 박해라도 합니까? 이건 아니죠.”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에요. 이 사회에 계급을 나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회장님 본인이잖아요? 차이가 있음은 인정을 해야죠.”
“그래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겠지요.”
“어떻게요?”
“일단 비리부터 척결을 하고.”
이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비리가 만연하였으며 내부에서부터 부패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때문에 열이 받는 것이다.
나예린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회장님이 그런 일에 신경을 쓰실 줄은 몰랐는데.”
“아직도 제가 망나니로 보이나요?”
“어느 정도는?”
“어째서요?”
“회장님의 평소 생각을 보면 이 세상을 수탈해도 상관없다고 하셨잖아요. 해온 일들을 생각하셔야죠.”
“…….”
그녀의 말대로 내 행동에는 심각한 모순이 있었다.
세상 자체를 계급 사회로 만들어 버린 것은 바로 나의 의지였다.
드림 팀에 기반을 둔 권력을 구축하였고 세상이 한국에 고개를 숙이게 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대한그룹이 갑이 되도록 만들었다.
물론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었다.
“일을 떠넘기는 것과 비리는 뿌리를 뽑아야겠습니다.”
“이제야 회사 일을 보시네요.”
나예린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회사 일을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루 동안 파견 업무 체험을 하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생각해 보니 내 스스로 모순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 불찰이로군요.”
“지금이라도 하나씩 바꿔 나가면 되죠. 저는 오히려 좋은데요?”
“뭐가요?”
“회장님이 제정신을 차렸으니까요.”
“끄응.”
분명히 이건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깊게 반성을 하게 된다.
권력이 공고한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늘어나게 된다. 내가 잘못하면 이 세상이 망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회사 내부의 일도 그랬다.
내가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신입사원 공채에 비리 따위가 있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
“파견 업무가 끝나면 바로 개혁에 들어가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에요.”
“사람들의 시위 문제는.”
“생각을 해 두신 바가 있나요?”
“일단 생각이 정리되면 알려 드리도록 하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럼 퇴근합시다.”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내일 출근을 하게 될 것이다. 며칠 정도는 회사 일을 해 보고 고쳐야 할 부분들을 체크하여 고쳐 나가게 될 것이다.
회사 앞에서 차를 타려 했다.
어쩐지 심신이 피곤하여 집으로 돌아가 쉬려 했던 것이다.
“현빈 님.”
“비비안 님?”
비비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예린은 우리들을 보고 웃더니 차를 타고 사라졌다.
조용히 자리를 피해 준 것이다.
비비안이 천천히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 무슨……. 아니에요.”
“스트레스 많았잖아요?”
비비안은 내 심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제98장 비리를 캐다
다음 날 아침.
눈부신 빛과 함께 눈을 떴다.
빛이 잘 들어오고 있었는데, 주변에서는 성스러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눈이 시리다는 표현보다는 온몸을 따스함이 감싸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으으음…….”
“일어나셨어요?”
“비비안.”
어제의 일이 기억났다.
이곳은 비비안의 처소였고 그녀가 잠을 자는 곳이다.
원래 신은 잠을 자지 않지만 그녀는 신성력 보충 차원에서 인간처럼 하루에 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힘을 회복할 수 있다고.
그 때문인지 이곳은 인간의 양식에 맞춰 지어져 있었다.
물론 창문 따위는 없었고 사면이 트여 있었으며 춥거나 덥지 않았다. 여기에 막대한 신성력까지.
신세계인 것은 틀림없었다.
내가 여기서 잤다고 해서 비비안과 어떤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비비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자고 갈래요?”
정말 가슴이 뛰었었다.
비비안이라면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모른 척을 한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손만 잡고 잤다.
‘누가 보면 바보라고 할 텐데.’
여자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잤는데, 그냥 손만 잡았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손만 잡고 잔다는 건 정말 어린아이나 할 짓이었다. 모든 남자들의 지탄을 받을 짓이 아닐까.
하지만 정말로 손만 잡고 잤다.
어째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면 그녀의 신분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스러움이 넘쳐나는 그녀를 감히 손댈 수가 없었다.
물론 비비안은 나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으니 건드린다고 해도 거부하진 않을 듯싶었지만, 아직은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21세기.
젊은 커플들은 만나자마자 함께 잠자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신이었다.
‘여신을 건드릴 수가 없었던 거지.’
나는 스스로의 용기(?) 없음을 한탄하였다.
조금만 더 남자다웠다면 비비안과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리 되는 날에는 막대한 책임이 뒤따르기는 할 것이다.
비비안은 내가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 역시도 이대로 가면 불멸의 삶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영혼이체술을 실행하여 넘어왔고 육체를 바꾸어 가거나 영체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영생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비비안과 영원히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건 실로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그저 남녀 간의 결혼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고나 할까.
비비안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어나셨어요?”
“좋은 아침이네요.”
“솜씨는 없지만 흉내는 내 보았어요.”
“된장찌개를 끓인 건가요?”
“인터넷이라는 곳에서 레시피가 돌아다니더라고요. 여기에 제 나름대로 조미료를 가미했어요.”
“조미료라.”
된장찌개인 것은 맞는데 향긋한 냄새가 났다.
아마 아침 일찍 일어나 고심했을 것이다.
여기에 나물 몇 가지와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는데 이 정도 하려면 몇 시간은 걸렸을 것이다.
“밥을 다 하시고…….”
“한국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것에 약하다고 하더라고요. 대시를 하는 것을 작업이라고 한다죠? 저도 작업을 해 봤어요.”
스스로 작업이라고 말을 하면서 해맑게 웃는 그녀.
아무래도 비비안은 작업이란 단어에 대해 과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여자가 요리를 함으로 남자 마음이 흔들린다는 건 틀린 소리가 아니었다.
“그럼 먹어 볼까요?”
“네.”
비비안이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얼굴.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건드린다는 것은 심적으로 많은 무리가 있었다.
후루룩
“으음!”
“어떤가요?”
“이건 뭐랄까.”
왜 된장찌개가 성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넣었다는 조미료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후룩! 후루룩!
나는 정신없이 된장찌개를 퍼 먹었다.
비비안은 수저를 들지 않고 있었다. 내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그제야 그녀도 수저를 들었다.
딱히 먹을 필요가 없다는 비비안이었지만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애착관계 형성에 꽤나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주앉아 있는 것이다.
“오늘은 회사로 출근을 하시나요?”
“네. 어제는 훈련 상황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다면 오늘은 웨이브 전조증상이 터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거죠.”
“하기야 저도 단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뭉치지 않으면 안 되죠. 더욱이 인구가 줄면 헌터의 숫자도 줄어들게 될 것은 뻔하고 노동력의 감소로 이어져요. 여러모로 좋지 않아요.”
“맞아요.”
비비안도 내 말에 동의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버텨야 할 의무가 있었다.
지구에서 버티지 못하면 비비안과도 끝이었다. 영혼까지 소멸되거나 카이너스의 영원한 노예가 될 수도 있었다.
비비안과 노예로 함께 살아가는 건 사양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운디네를 불러 씻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세탁이 되어 있는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여기에 안경을 썼고 구강 구조를 변경했다. 머리카락마저 눈앞까지 내리자 준비는 완료되었다.
“다녀오세요.”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라는 소리에 나는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곳으로 퇴근을 해야 한다는 소리인가?
천계에서 곧바로 여의도로 이동하였다.
여의도 구석진 곳에서 걸어 나왔는데, 사람들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일상을 시작하였다.
물론 국가에서는 전쟁이 터지거나 중대한 일이 생겼을 때 시민들에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았다.
생업이라는 것은 곧 생산 활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무감각한 것이 말이 되나 싶었다.
“후우.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한국인들은 특유의 안전 불감증이 있었다. 분단국이었기 때문일까.
상상 이상으로 안전에 둔감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내가 잠입까지 하면서 반응을 보려는 것이다.
다만 내가 며칠 더 출근을 하려는 것은 회사의 비리를 파내고 사내에 만연하고 있는 갑질을 막기 위해서였다.
“일찍 오셨네요.”
김혜미가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나와 함께 파견을 나온 파견 사원이다.
꽤나 발랄한 성격으로 보였지만, 워낙 사회생활에 찌들어 발랄함을 잃어버린 듯했다. 약간은 힘겨워 보이고 출근하기 싫어하며 주눅이 들어 보인다고 할까.
지금 회사에서 우리들은 을의 입장이었고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굽혀야 했다. 김혜미와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일들을 하도 당해서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았다.
‘안타까운 일이지.’
파견 사원이라고 해도 능력만 있다면 회사에서 등용을 하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인사권은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었고 그들은 그런 권리를 박탈당했다.
내가 이 시점에서 비리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대한그룹의 부패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니 이쯤에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도 빨리 구한다고 하죠.”
“전혀 그렇게 안 봤는데 부지런하네요.”
“그럼 어쩌겠어요? 돈 벌라면 어쩔 수 없죠.”
“그도 그렇지만 대한그룹에는 파견 사원 평가제가 있잖아요? 잘 보이면 정직원으로 취직할 수도 있죠.”
“불가능할 것 같은데.”
“그래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 않을까요?”
“비리로 얼룩져 있을 텐데.”
“일말의 가능성이라면…….”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내 말이 너무 신랄하였기 때문일까.
나는 화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오늘 회의 있다면서요?”
“그놈의 회의는 매일 있죠.”
“그 정도인가요?”
“매일 대기업들이 인수돼요. 전 세계에서 말이죠. 중역들은 그 처리만으로도 바쁘니 회의가 매일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인재가 부족하기는 하죠.”
“아니. 인재는 많지만 회사가 팽창하는 속도에 인재가 못 따라 간다고 할까.”
“이러다가는 전 세계가 대한그룹에 먹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한그룹, 대한그룹 하는 것이로군요?”
“물론이죠.”
그녀는 아직도 대한그룹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대한그룹만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얼마나 또 갑질을 할지.”
“힘을 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