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79
SSS급 재벌 헌터 179화
분명히 4차 웨이브는 온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카이너스는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걸 등한시하게 된다면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이번 웨이브는 지난번과는 격이 달랐다.
‘언데드들이 덮칠 텐데, 그리 되면 실로 위험한 일이 발생한다고밖에는 볼 수 없지.’
나는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체감하기 힘들었다.
직접 그곳에 가 본 사람과 가 보지 않은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숨이 나왔다.
“우리도 피할까요?”
“뭐라고요?”
김혜미가 내 팔을 잡아 이끌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김혜미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었는데, 이건 내 눈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는지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끌려간 곳은 회사 비품창고다.
이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려 수십 명은 됐다.
그래도 대피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이 정도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더욱이 이런 창고가 회사에는 수도 없이 많았으니 그곳에 사람들이 전부 들어갔다고 봐도 되었다.
“다 오셨나요?”
“과장님?”
“들어가면 소리 내시면 안 됩니다.”
끼리리릭!
보안 과장까지 연루가 되어 있었다.
송오섭 과장은 카드를 긁었고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창고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는 아예 의자까지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귀찮게 언제까지 이렇게 와야 하지?”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기 전까지는 와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몬스터는 드림 팀에서 막을 수 있잖아.”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를 하는 거죠. 민방위 훈련한다고 생각하면 되죠.”
“…….”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민방위 훈련이라니.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면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그리 되면 차량은 정차하고 대기를 하게 되는데 잘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도 웬만하면 훈련이 끝날 때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권고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강제하는 것도 아니었다.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고 나서 차를 몰거나 집 밖으로 나간다거나 해서 과태료를 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웨이브 터지면 어찌 되는 겁니까?”
“죽기밖에 더하겠나?”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줄 알면 대피를 할 것이지 여긴 뭐 하러 왔어?”
“그거야…….”
“헤헤, 죄송해요.”
김혜미가 사과를 한 후에 나를 구석으로 데려갔다.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김혜미는 오히려 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쳤어요?”
“왜요?”
“과장님 말씀이 맞아요. 그렇게 걱정되면 대피를 하면 되죠. 여긴 민주주의 사회예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거잖아요.”
“혜미 씨는 자신의 목숨이 하찮나요?”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그냥 민방위 훈련 정도로 생각하면 되죠.”
“어기면 엄청난 처벌이 이어지는데…….”
“처벌이요?”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하기야 실제로 대피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외로 추방된 사례는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바로 군대를 풀어 대피하지 않은 시민들을 잡아들이면 어찌 될까. 폭거라고 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아. 이것 참.”
“괜히 나서지 마세요. 아까부터 정말 불안해 죽겠어요. 잘못해서 저까지 잘리면 어떻게 해요? 이번에 기회가 왔잖아요.”
그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쉽게 동조할 수가 없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데.”
“그냥 가만히 있기나 해요.”
그녀는 혀까지 찼다.
이것이 현실일까.
대피소는 비좁았고 화장실을 가기도 불편하다. 사람들의 체취에 숨이 막힐 지경이기도 하였다.
환기 시설을 손보고 있었지만, 불편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대피소는 목숨을 구하는 데 중점을 두어 튼튼하게 지어졌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편의시설이 아니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비상식량도 비축하고 있었고 화장실도 최소한으로 지어지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가 본 결과 정말 불편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대피하지 않는 것이다.
비좁은 곳에서 숨 막히게 있는 것보다는 그냥 편법을 저지르는 것이 나았으니까.
“이것 참.”
“안 걸리면 장땡이죠.”
“맞습니다, 맞아요.”
나는 전략을 빠르게 실행할 필요성을 느꼈다.
안 걸리면 끝이라는 사람들의 마인드를 개조해야 한다.
그 때문에 충격요법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실행을 해야겠네.’
한 15분 정도가 지나자 지진이 멎었다.
사내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경보가 해제 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본업으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경보가 해제되었습니다.
“끝났네요.”
“이럴 줄 알았지.”
사람들은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괜히 대피소에 내려가 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넓고 쾌적한 곳에서 잠시 쉬다 간다고들 이야기했다.
하루 한 번 훈련에 대피까지.
창고에서 쉬던 사람들은 공식적인 휴식 시간이 늘어났다고 좋아했다.
“그럼 일하러 갑시다.”
보안 과장이 나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우리들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잠시 오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로 웨이브가 터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국가가 몇 개인데 한국에서 터지겠어? 게다가 얼마 전에 3차 웨이브가 서울에서 있었잖아.”
“내 말이.”
“이번에는 확률이 극히 낮을 수밖에.”
‘정말 어리석은 생각들이네.’
그들은 카이너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는 내가 있다.
한국을 내가 방위하고 있었기에 카이너스는 서울을 노릴 공산이 컸다.
게임에서는 디펜스라는 장르가 있었는데, 카이너스라면 디펜스 장르를 섭렵하였을 공산이 컸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유저였으며 카이너스는 운영자였다.
운영자였기에 몬스터를 밀어 넣는 것이다.
처음에는 쉬운 난이도로 출발하여 점점 난이도를 올려 나간다.
하지만 여기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디펜스 게임은 그저 게임일 뿐이었지만, 이곳은 현실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방어타워를 건설하고 막는 것만으로는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몬스터를 죽이면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후우.”
“웬 한숨이에요?”
“체포는 안 당하겠죠?”
“헛소리하지 말고 일이나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나는 김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직접 대피 권고가 내려지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알고 나니 뭔가 허무해졌다.
‘이제 회사는 그만 나와야 하나?’
비리는 어느 정도 뿌리가 뽑혀 나가고 있었다.
이번에 중역들이 허무하게 퇴사를 하거나 잘리면서 그 공백이 컸고, 감히 다시금 비리를 저지를 생각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회사에 잠입을 해 본 것도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었지 비리를 캐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길어진 것뿐이다.
‘그래도 충격요법 이후까지는 나와 봐야 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을 굳혔다.
밑바닥에서부터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았기에 그에 대처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퇴근 무렵이 되었다.
오늘 내내 정보를 수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대부분이 현 정부의 처사가 과하다는 의견들이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데 너무 설레발을 친다는 것이었으며 그로 인하여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나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전반적인 인식이 그랬다.
하다못해 김혜미도 그리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퇴근 도중에 그렇게 말했다.
“왜요? 안전을 위한 일인데.”
“안전이라……. 좋죠. 그런데 생각해 봐요. 서울에 웨이브가 터지지 않는다면 이 모든 훈련들이 헛수고가 되는 거잖아요.”
“그야 진짜 웨이브가 터졌을 때를 대비하는 거죠. 우왕좌왕하지 않게요.”
“이번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봐요.”
“왜 그리 생각하는데요?”
“상식적인 수준에서 내린 판단이죠.”
“하아.”
“오늘 따라 한숨을 달고 사시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녀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이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회사 앞으로 나와 김혜미가 잔을 들이켜는 시늉을 했다.
“맥주 한 잔 어때요?”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그럼 내일 봐요. 저는 혼자 한잔하고 들어가야겠어요.”
“그럽시다.”
요즘 들어 혼술족이 많아졌다.
혼자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 것이 그리 이상한 풍경도 아니었다. 여자 혼자라고 해도 말이다.
나는 드림 팀 본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슬슬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
***
드림 팀 본부에는 내 호출에 모든 팀원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에는 나예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가 드림 팀은 아니었지만, 회사 내에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요직이었기에 오늘 대책에 부른 것이었다.
물론 오늘 본 것을 그녀가 증언하기도 해야 했다.
“다 왔군요.”
“호출을 해서 왔습니다.”
“이제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된 건가요?”
교황과 비비안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오늘 실제로 대피하는 모습을 보았고 일부는 아예 법을 어기는 것도 직접 겪어 보았습니다.”
“법을 어겼다고요?”
양슬하가 인상을 썼다.
그녀의 입에서 욕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창고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수십, 그런 창고가 회사에는 얼마든지 있으니 실제로는 얼마나 대피하지 않았는지 모르지.”
“이런 미친놈들!”
기어이 양슬하의 입에서 욕이 터졌다.
“스승님! 그냥 다 잡아다 추방해요!”
“그건 어려워.”
“왜요? 법을 어긴 거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막 추방할 수는 없지. 워낙에 숫자가 많기도 하고, 문제는 사회적인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거야.”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강철수가 긍정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긍정하고 있었다.
드림 팀원들조차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반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한국은 세계방위의 총 본산이지. 그 말이 뭐냐면 카이너스의 입장에서는 이곳으로 병력을 보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시민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죠.”
“저희들도 반반이에요.”
강철수가 답했다.
사실은 나도 반반 정도의 확률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매우 높은 확률이었지만 시민들은 한국에 몬스터 웨이브가 터질 확률이 10% 이하라고 보았다.
“만에 하나라도 이런 상태로 웨이브가 터진다면…….”
“아비규환이 펼쳐지겠지요.”
“그래.”
“으음.”
팀원들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획을 실행한다.”
“필드에 보스가 떠야겠군요.”
“가능하면 외곽지에 떠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