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86
SSS급 재벌 헌터 186화
모스크바 외곽으로 날아가는 중이다.
차원의 탑은 크렘린 궁전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프틴은 4차 웨이브에 대해 걱정했다.
“각하, 4차 웨이브는 언제쯤 오겠습니까?”
“글쎄요. 그건 카이너스 마음이죠.”
“그저 악룡의 마음에 달린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모든 것은 카이너스의 의지에 달렸다. 그렇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제 놈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4차 웨이브가 언제 터질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역시나 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분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그의 눈빛에서 신뢰가 묻어났다.
굉장히 당혹스럽다.
나는 헛기침을 한 후에 말했다.
“시민들은 잘 다독거려 주세요. 그래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인구의 감소는 곧 경쟁력의 감소로 이어질 테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어느덧 헬기는 금역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차원의 탑 주변으로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채가 건설 중이었고 그 앞에는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대한연합국의 군복은 구 국군의 군복으로 모두 대체되었다. 그렇기에 러시아인들도 모두 국군 표준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충성!”
“수고한다. 별다른 일은 없었나?”
“이상 없습니다!”
“알겠다.”
우리들은 빠르게 성벽을 통과했다.
그러자 거대한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100층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높이와 넓이. 저곳은 단순한 탑으로 정의하기가 힘들었다. 거대한 하나의 세계라고 봐야 한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 우리는 10층을 돌파했다. 그때 보스 몬스터를 깼기에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저번에 죽인 보스를 다시 쓸까 하는 점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엄청난 속도로 레벨 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프틴과는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프틴은 먼저 내보냈다.
차원의 탑 부근에는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모른다.
러시아에서는 프틴의 영향력이 강력하였고 그가 죽어 버린다면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니 프틴은 안전해야만 한다.
그를 내보내고 나서 마지막으로 동료들을 모아 회의를 했다.
“최종적으로 장비를 점검하도록 합시다.”
“전부 가져왔어요.”
“짐은요?”
“다 챙겼어요.”
사실, 장비를 제외하면 탑 안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었다.
탑 안쪽에 국가까지 있을 정도였는데 그곳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탑에서는 그곳의 화폐가 떨어진다.
그 화폐를 사용하면 모든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호식품이라는 것이 있다.
라면이라든가, 고추장이라든가, 김치라든가.
외국을 여행할 때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기호식품들이 있는 것처럼 차원의 탑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들어가도록 하죠.”
“네!”
우리들은 탑 앞쪽에서 일렁거리는 기류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화아아악!
차원의 문을 통과한다.
역시나 익숙해지지 않는 충격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통로는 마치 웜홀을 연상케 하였다. 그곳을 통하여 우리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왔다.
과연 이곳이 정말 다른 차원과 연결이 되어 있는지, 지구에 카이너스가 임의적으로 아공간을 활용하여 만들어 낸 세계인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이곳에서 레벨 업을 하고 강해지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스타팅 포인트인 전초기지에 도착하자 아젠 왕국의 백부장 로첸이 우리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하! 오래 나갔다 들어온 것같이 말씀하시는군요. 저는 잘 지냈습니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일주일 만에 오셨군요?”
“빠르게 왕국의 위기를 타개해야 하니까요.”
“일전에는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왕국은 평화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위협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위협이요?”
“흑마법사 케룬입니다.”
로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케룬이라는 놈이 10층에서 20층 구간의 보스인 것 같았다.
5층에 왕국 수도가 있으니 최소한 10층까지는 안전할 것이지만, 왕국의 영역이 10층을 넘은 것 같았다.
“케룬이라……. 왕국에 나타났습니까?”
“예. 지금 수도를 점령하기 위해 암흑의 군대를 모으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수도로 쳐들어온다고요?”
“그렇습니다만.”
이것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구간의 보스는 2구간으로 넘어갈 수 없지만, 2구간의 보스는 1구간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는 해당 구간을 클리어해야만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1구간에서만 활동할 때에는 2구간의 보스가 1구간에 간섭할 수 없었다. 우리가 1구간을 클리어했기에 2구간 보스인 케룬이 1구간에 간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케룬이 저렇게 나오는 것은 우리들의 탓도 있었다.
“이거 위험하겠습니다.”
“가능하면 국왕 폐하께서 영웅분들이 오시면 곧바로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영웅까지야.”
“왕국 백성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십니다. 왕국을 괴롭히던 변이된 사념체를 제거하셨으니까요. 이제 어디를 가든 환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거야 원.”
나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변이된 사념체를 요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RPG게임의 첫 번째 보스를 처리한 것뿐이었으니까.
이미 우리들의 실력은 치트키를 친 수준이었다. 그러니 한 50층은 넘어야 고생을 하게 될 것이었다.
“수도까지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병력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러시죠.”
띠링!
메인 퀘스트 발생!
[천부장 아젠을 안전하게 수도까지 호위하세요.] [국왕을 만나 왕국의 사정을 들으세요.] [임무 성공 시 소량의 경험치를 얻습니다.] [보상으로 소량의 금화를 얻습니다.]***
메인 퀘스트가 떴다.
우리들은 동시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아젠은 나와 동료들을 호위한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우리가 그들을 호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변이된 사념체는 사라졌고 몬스터가 리스폰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 위험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이건 일종의 보너스라고 할까.
“그나저나 이번에 백부장에서 천부장으로 승진하셨습니까?”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야 갑옷이 바뀌었으니까요.”
“눈썰미가 좋으십니다. 맞습니다. 이번 일의 공로를 인정받아 천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건 모두 영웅분들의 덕분입니다.”
그는 멋쩍게 웃었다.
앞으로 아젠은 계속해서 승진을 할 것이다.
어쩌면 장군까지 승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들이 메인 퀘스트를 완료하면 할수록 그에게 힘이 실릴 것이 틀림없었다.
첫 퀘스트부터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50층까지는 이런 보너스 퀘스트가 이어지지 않을까.
흑마법사 케룬을 왕국에서는 매우 위협적으로 다루고 있었지만 우리들에게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좀비와 스켈레톤 정도를 소환하지 않을까 싶었다.
퀘스트를 하면서 강해진다.
이것이 우리들이 여기까지 온 목적이었다.
“그럼 출발하실까요?”
“그러시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수도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였다.
이미 왕국에서는 주기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하였고 관도의 몬스터는 거의 씨가 말랐다고 보아도 되었다.
아젠은 계속해서 우리들을 찬양하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변이된 사념체가 죽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가요?”
“변이된 사념체 때문에 토벌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몬스터를 토벌하다가 전멸을 당하기 일쑤였거든요.”
“그 정도였습니까?”
“네. 게다가 변이된 사념체에 당하면 사람들이 변해서 아군을 공격하였지요. 동료들을 죽인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죠.”
그는 그때의 기억을 상기했다.
더불어 흑마법사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케룬도 마찬가지입니다. 흑마법사라면 분명히 좀비들을 만들어 낼 겁니다. 그건 아군이 죽어서 적의 전력이 된다는 말이나 다름없지요.”
“그야 그렇겠습니다만.”
“하지만 우리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영웅들이 계시기 때문이지요.”
“험험. 우리는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영웅분들은 왕국의 희망이십니다.”
로첸은 힘주어 말했다.
대화는 거의 이런 식이었다.
얼굴이 다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3층에 이르러 숲을 통과하였다.
여기까지 와서 느낀 것이지만 왕국은 제법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탑이 100층까지 있다면 그 넓이는 대한민국의 넓이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즉, 카이너스가 이 넓은 곳을 창조했다는 뜻이었다.
‘대단한 놈이로군.’
로첸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며 왕국에 충성을 하는 기사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곳이 갑자기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륙이라고 보기에는 좁았고 탑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넓었다. 창조된 공간이 아니라면 존재가 불가능한 곳이라는 뜻이다.
새삼 카이너스의 힘을 실감했다.
숲 안쪽에는 기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충성!”
이곳을 지키는 자들이 인사를 했다.
전초기지 중 하나였는데, 안으로 들어오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무슨 일 있습니까?”
바깥의 상황을 살펴보고 온 로첸이 얼굴을 굳혔다.
“정찰을 나갔던 1개 조가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실종이요?”
“예. 상부에서 그곳을 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이거 어쩌면……?’
서브 퀘스트의 느낌이 팍 내리꽂혔다.
아니나 다를까. 퀘스트가 떴다.
“현빈 님, 혹시 우리들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띠링!
서브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아젠 왕국 제3 전초기지의 정찰대가 실종되었습니다. 실종된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해서 천부장 로첸에게 보고하세요!] [임무 성공 시 상당한 경험치를 얻습니다.] [보상으로 상당한 금화를 얻습니다.]“오호.”
우리들은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상당한 경험치라면 분명히 레벨 업을 할 만큼 충분한 경험치를 줄 것이다. 가능하면 천천히 이동을 할 것이고 수행을 할 수 있는 퀘스트라면 모조리 할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퀘스트는 수락되었다.
여기까지 이동을 하는 동안에 해가 졌다.
바깥에는 어둠이 스르륵 깔리기 시작하였는데 사실,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바로 추적을 하여 원인을 밝혀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첸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온몸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건 꽤나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분명히 그는 NPC였지만 살아 숨 쉬는 인간이다.
현실에 게임이 반영되었다고 할까.
오랜만에 이런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럼 회의를 하셔야 할 테니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그러시죠.”
로첸이 나가자 양슬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호위를 한다고 하더니 일을 떠넘기네요.”
“그야 어쩔 수 없는 모순이겠지. 여긴 완전한 현실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완전한 게임도 아니잖아요?”
“우리야 좋은 일 아니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