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88
SSS급 재벌 헌터 188화
제105장 국왕의 부탁
“흑마법사를 제거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띠링!
메인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왕국을 치기 위해 암흑의 군대를 모으고 있는 흑마법사를 처치하세요!] [임무 성공 시 초대량의 경험치를 얻습니다.] [보상으로 상당한 금화를 얻습니다.]“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흑마법사만 없어진다면 우리 왕국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외람되지만…….”
국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우리들을 만나서 기뻐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수심이 가득했다. 지금까지는 흑마법사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제 딸이 실종되었습니다.”
“실종되었다고요?”
“예……. 흑마법사를 퇴치한다고 평소부터 말하기는 했습니다만, 정말로 갈지는 몰랐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제 딸을 구출해 주십시오!”
띠링!
서브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흑마법사에게 잡혀간 왕녀 라일라를 구출하세요.] [임무 성공 시 대량의 경험치를 얻습니다.] [보상으로 국왕의 증표를 얻습니다.]‘국왕의 증표라.’
아마도 국왕의 증표라는 것은 호의의 표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차원의 탑 내부에서는 상당히 쓸모가 많을 것이 확실하였다.
“물론입니다. 안전하게 구출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딸을 구해 주신다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국왕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소문에 의하면 그에게 막내딸이 있다고 하더니 그녀가 천방지축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흑마법사를 잡겠다고 설칠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럼 오늘은 느긋하게 연회를 즐겨 주십시오.”
“그러지요.”
국왕은 꽤나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기야 나 같아도 사랑하는 딸이 사라졌다면 걱정에 휩싸일 것이다. 지금 국왕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왕국에 어둠이 내렸다.
밤이 되자 수도에 은은한 마기가 느껴졌는데 일반인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양이었다.
내가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비비안이 다가왔다.
“아직 안 주무셨군요?”
“비비안 님은요?”
“조금 심란한 마음이 들어서요.”
“후우. 저도 그래요.”
“카이너스가 우리들을 놀리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이 맞아요.”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카이너스는 그저 우리들을 장난감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놈에게는 전 차원이 장난감일 터였다.
개미보다는 좀 나은 정도였고 꿈틀거리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
그런 놈이었으니 뭐든 못할까 싶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생각이요?”
“저에게 남은 삶이 10년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까.”
“으음.”
매우 철학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영생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비비안이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으며 신의 반열에 올라 관조자로 살아왔을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죽음은 현실이 되었다.
비비안은 10년의 삶이라고 말을 하였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삶이 남았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장 내일 죽음을 맞이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니 전적으로 비비안을 이해했다.
“그래서,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사랑에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이라.”
“이 세상에는 많은 가치들이 있죠. 돈과 권력, 명예,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함과 같은 것이요. 저는 사랑이라고 정의했어요.”
“좋은 생각이네요.”
“그 사랑에 당신이 동참해 주었으면 해요.”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보통의 여자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비안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감정이 느껴졌던 것이다.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아직 우리는 사귀는 단계잖아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어쩐지 남은 시간을 사랑만하고 살아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에는 어떠한 사심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나도 안다.
비비안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여신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라니. 그것이 얼마나 축복을 받은 일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그녀와 영원까지 맹세하는 것은 이르지 않나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서두르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겠죠.”
“당신과 맺어지기만 한다면 당신이 다른 여성들을 만나도 괜찮아요.”
“예?”
“남자는 한 여자에 만족할 수 없으니까요. 신들의 세계에서도 그래요.”
그녀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죠.”
“실수 몇 번은 눈감아 줄 수 있어요. 대놓고 다른 여성을 사랑하셔도 돼요. 그저 저는 당신의 영혼을 가지고 싶은 거예요. 서로 영혼의 반려가 되었으면 해요.”
“심사숙고할게요.”
“네!”
그녀의 표정은 밝아졌다.
하지만 내 솔직한 심정은 약간의 부담이었다.
당장 비비안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부족하였다. 그녀를 지금보다 더 깊게 사랑하게 된다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싶다.
다음 날, 우리들은 일찍부터 움직이기로 하였다.
일단 10층까지는 아무런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2구간의 보스인 흑마법사의 간섭이 아직은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1구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1구간과 2구간 전체에 걸쳐서 아젠 왕국이 펼쳐져 있었으니 웬만하면 이곳을 피해 없이 지켜 내야 한다.
앞으로도 몇 번이나 차원의 탑을 올라야 할지 모른다.
1구간은 거점이나 다름이 없었고 이곳이 파괴되면 거점을 잃는다. 그러니 반드시 막아 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출발 전에 몇 가지 사안만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에 꽤 난이도가 있는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다들 퀘스트가 떴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퀘스트가 뜨면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공유 퀘스트였다.
완벽하게 공유가 되었고 한 사람, 한 사람 퀘스트 창이 함께 떴다. 그렇기에 어떤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지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팀원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요한 6세가 말했다.
“왕녀 구출 퀘스트 말이로군요?”
“맞습니다. 국왕은 왕녀의 시신이라도 찾아 달라고 말했지만, 가능하면 다치지 않게 데려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죽은 것은 아니겠지요?”
“그건 아닐 겁니다.”
나는 확신했다.
왕년에 게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절대 죽어 있는 사람을 구출하라는 퀘스트가 뜰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퀘스트를 내려 준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모순이다.
카이너스는 게임의 세상처럼 이곳을 구축했고 그런 모순점은 최대한 배제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을 것이다.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었으니 그럴 리가 없겠죠.”
세실리아의 말이었다.
모든 팀원들이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그렇다면 난이도가 높겠군요.”
“흑마법사 자체는 별거 아니지만 왕녀를 구출하는 임무가 까다롭겠죠.”
“스승님, 그냥 최대한 빠르게 쳐들어가서 구하는 것이 어떤가요?”
“글쎄다.”
“선배, 그보다는 구출 팀을 꾸려서 라일라 왕녀부터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강철수?”
양슬하가 주먹을 살포시 말아 쥐었다.
강철수라는 인간 자체가 양슬하에게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놈은 슬하의 주먹만 보아도 벌벌 떨었다.
하지만 내가 제지했다.
“놈의 말이 맞다.”
“쳇.”
“구출 팀을 꾸려서 먼저 구출을 한 후에 흑마법사를 죽입시다. 구출 팀에는 누가……?”
“저요!”
“제가 가겠습니다.”
“저도 갈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흑마법사의 주둔지 한복판을 누벼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소수로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나와 비비안이 간다.”
“사심 아닌가요?”
“전혀. 실력대로 정한 것이니까.”
팀원들은 내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잘못하면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할 기회가 사라진다. 어차피 퀘스트는 공유되었고 모두에게 적용이 되는 것이었으므로 추가로 누가 또 따라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세실리아 등의 인물들이 한 발 물러났다.
“쳇. 어쩔 수 없지.”
“선배의 뜻대로 하십시오.”
“다들 동의하시죠?”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었다. 작전이라고 할 것도 없었고 그저 빠르게 왕녀가 구출되는 대로 흑마법사를 비롯하여 놈의 군대를 쓸어버리는 것이다.
“그럼 출발합시다.”
우리들은 서둘러 11층으로 이동했다.
***
10층에 이르자 마기가 더욱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기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올라가시면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져 있을 겁니다.”
“그 정도로 심각합니까?”
“네. 도시는 물론이고 각 마을들까지 지옥으로 변해 버렸으니까요.”
“으음.”
왕국이 건재해야 우리도 활동하기가 편했다. 그렇다면 이곳 위층은 완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는 걸까.
단순히 흑마법사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생각보다 강력한 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럴 리는 없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게임으로 치면 이제 막 튜토리얼을 깬 격이었다. 그런데 초반부터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할 리가 없었다.
그저 카이너스는 분위기만 잡으려는 걸까.
놈의 의도를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심하십시오.”
기사들은 피곤에 절은 표정으로 말했다.
11층과 10층을 잇는 입구와 출구에서도 강화 좀비들이 튀어나왔기에 기사들은 경계를 늦추지 못했다.
강화 좀비가 한 마리라도 마을로 들어가는 순간, 그 마을은 몰살된다고 봐야 했다. 전염병이 돌 듯 강화 좀비는 강력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고하십시오.”
우리들은 기사들을 뒤로하고 11층에 이르렀다.
휘이이잉!
땅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꽤나 진득한 마기가 배어 있는 바람이 불어오자 이 땅이 흑마법사에게 점령되어 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전초기지는 박살이 나 있었고 좀비로 변한 기사와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죽여야겠네요.”
“그래야겠지.”
양슬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면 흑마법사만 죽이고 싶었다. 이곳에 있는 병력도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치료제라도 있지 않는 이상은 한 번 좀비로 변한 사람은 끝장이 났다고 봐야 한다.
서걱서걱!
푸하하학!
썩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실드로 막았기에 피가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였다.
강철수가 말했다.
“선배, 이 피에 전염성이 있는 걸까요? 우리도 전염돼요?”
“그건 나도 모르지.”
“안 되지 않을까?”
양슬하가 반박했다.
“어째서?”
“이곳이 게임이고 우리가 유저라고 치면.”
“으음.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도 시험은 하지 말자.”
나도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