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0
SSS급 재벌 헌터 020화
말은 건재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역회사를 달라는 것이었다.
대신무역은 아직까지 명맥이 남아 있었고 항구에 10년 동안 가동하지 않은 무역선들이 즐비하였다.
내가 무역회사를 인수하게 된다면 정박하고 있는 배들을 수리하고 몬스터 방어설계를 하여 곧바로 무역을 시작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개인적으로 무역을 하는 곳은 없다. 함대조차 쓸모가 없었기에 헌터로 이루어진 일부 길드에서나 목숨 걸고 하는 것이 무역이었다.
지금이야 왜 하필이면 무역회사냐 싶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회사였다.
“좋다. 대신무역을 함께 주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후에는 어떤 지원도 없다는 것이다.”
“바라지도 않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 결행일인 것은 알고 있느냐?”
“두고 보십시오. 내일, 리치 킹은 사라집니다.”
“기대가 되는구나.”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나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방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내일이면 리치 킹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SS급 헌터인 양슬하를 앞세웠으니 보스몹에게 다가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리치 킹이 사라진 이후에 전 국민들에게 고양시의 위협이 사라졌다고 알리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소문이야 퍼지겠지만 한 방에 고양시의 땅값을 띄우기 위해서는 그만한 공작이 필요했다. 즉, 언론플레이다.
내 정체를 숨기면서 리치 킹이 정리되었다고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사전홍보였다.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난 후에 나예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내 사고처리 전담반이었으니 이 정도 부탁은 쉽게 들어줄 거다.
-여, 여보세요?
나예린은 상당히 피곤한 목소리였다. 여기에 내가 전화를 하자 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긴장하는 것이 억양에서 느껴졌다.
“나 비서님. 내일 고양시 금역 앞으로 기자들을 불러 주실 수 있나요?”
-고양시의 금역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퍼뜩 깨어났다.
아마 잠이 깬 느낌일 거다. 하필이면 리치 킹이 있는 고양시로 기자를 부른다고 하니 내가 또 무슨 사고를 쳤나 싶었을 거다.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고양시에는 도대체 무슨 일로…….
“한국 랭킹 1위 양슬하 양이 고양시를 청소해 주기로 했습니다.”
-뭐라고요!?
이제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놀람이 묻어난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제가 말씀드리지는 않았는데 예전에 저를 도와주었던 헌터가 바로 양슬하 양이었습니다.”
-그 싸가지가요?
“네.”
아마 믿기는 힘들 것이다.
대한민국의 양대 꼴통이라 불리는 양슬하였다. 당연히 첫 번째 꼴통은 나였고.
그런 양슬하가 나를 구해 준 것은 물론이고 고양시를 청소해 준다고 하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내가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 신빙성이 더해진다.
-그럼 발록을 죽인 헌터도…….
“양슬하 양이죠.”
-분명히 소년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두워서 잘못 봤나 보죠.”
-발록을 죽인 사람이 환자복을 입었다던데 뭐, 그건 중요하지 않죠. 알겠어요. 도련님의 말씀은 지금 언론플레이를 하자는 것이네요?
“정확해요.”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하셨어요?
“어쨌든 가능하시죠?”
-물론이죠. 제가 기자들을 데리고 직접 갈게요. 몇 시까지 가면 되나요?
“오전 10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나예린과 통화를 종료한다.
이 정도면 떡밥은 충분히 뿌려 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기자들에게 리치 킹에 양슬하가 도전한다는 말만 뿌려 놓아도 벌떼같이 몰려들 거다. 그리고 리치 킹이 정말로 사라진다면 고양시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것이고. 그 땅을 대충 정리해서 팔면 사업 자금으로는 충분하리라고 본다.
오늘은 내일 전투를 위해 체력을 비축해 두어야겠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나는 장비를 챙겨 고양시로 향했다.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탔고 9시 30분 즈음에 고양시 금역 앞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택시에서 내리자 기자들이 몰려왔는데, 이미 고양시 남부 땅의 주인이 누군지 나예린이 밑밥을 투척해 두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확실히 상기시켜야 땅을 개발하거나 매각할 때에도 유리하다.
한 기자가 물었다.
“대신그룹 막내아드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고양시 남부의 200만 평을 구입하셨다고 하던데요,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양슬하 양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마포대교에서 발록에게 죽을 뻔한 것을 양슬하 양이 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시 땅의 리치 킹을 정리해 주기로 했죠.”
“양슬하 양이 정말로 이현빈 군을 구하고 발록을 죽였다고요?”
“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했다.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렸다.
“이번 일의 대가로 양슬하 양에게는 이익을 어느 정도 주기로 했나요?”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넘겨 버렸다.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하려 하는데, 양슬하가 도착했다.
이쪽에 몰려 있었던 기자들이 우르르 양슬하에게 몰려갔다. 그녀는 상당히 당황한 것 같았다.
“양슬하 양! 오늘 리치 킹을 잡으신다고요?”
“그, 그런데요?”
“와아! 대단하십니다. 발록을 죽이신 것도 양슬하 양이시라고요?”
양슬하는 나를 바라보았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것이, 단단히 벼르는 모양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된 이상은 양슬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죄(?)를 덮어 쓰는 수밖에.
“네.”
“와아!”
기자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발록을 양슬하 혼자 죽인 것이라면 그녀의 등급은 상향 조정될 수도 있었다. 한국에서 최초로 SS+등급의 헌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예나도 나타났다. 그녀는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을 보고서는 긴장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겠어?”
“아직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거든.”
“그럴 이유라도 있어?”
“비즈니스 때문에.”
이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그룹의 아들들이 곧 경합을 한다는 사실은 대내외적으로 홍보가 많이 되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힘을 숨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그녀는 멋대로 판단을 해 버렸다.
어쨌거나 내 의도대로 일들이 흘러가고 있다.
짝짝!
내가 손뼉을 쳤다.
양슬하는 정신없이 질문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녀를 기자들의 손에서 빼내 주었다.
“이제 가도록 합시다.”
양슬하는 내게 손목을 잡혀 끌려 나왔다.
평소에 한 싸가지 하는 양슬하였지만 당황하는 바람에 언론에 질질 끌려다녔다. 아무리 막 나가도 아직 애는 애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예린이 갑자기 눈을 치켜떴다.
“도련님! 도련님도 가시게요?”
“땅 주인도 함께 가야죠.”
“위험해요!”
“SS랭크 헌터가 함께하는데 뭐가 위험하겠어요?”
나는 나예린을 뒤로 한 채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기자들도 금역 가까운 곳까지는 쫓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장벽이 둘러져 있어도 그 근방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슬하는 넋을 빼놓고 있다가 갑자기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퍼억!
“커어어억!”
“너어!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무슨 속셈이냐니?”
“왜 이렇게 광고를 하느냐는 말이야! 당황했잖아?”
“크윽. 무식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뭐라고!?”
그녀는 한 손에 화염을 머금고는 내게 들이댔다. 아마 지금처럼 열이 받은 상태라면 그대로 그 불덩이로 나를 지져 버릴 수도 있었다. 그건 절대 사양이다.
나는 나름대로 이런 꼬맹이를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고양시 땅을 반땅하기로 했잖아?”
“그렇지.”
“그런데 거기 리치 킹이 사라졌고 완전히 평정되었다고 소문을 내야 땅값이 뛸 건데 사전 작업도 없이 어떻게 가능하겠냐?”
“으음.”
“그건 현빈이 말이 맞아.”
“으으으.”
이예나까지 동조하자 양슬하는 불꽃을 꺼뜨렸다.
이제 그녀의 나이는 15세에 불과하다. 이런 꼬맹이가 경제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말발로 구슬리면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네가 부자가 된다고.”
“정말 다른 의도는 없는 거지?”
“당연히 없지.”
“쳇. 이번에만 봐주는 줄 알아.”
그렇게 말한 양슬하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역 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성벽이 고양시 남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고 곳곳에 초소가 설치되어 있다. 입구는 단 하나뿐이다.
이미 정부의 허가는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가 고양시를 청소해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군인들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문을 열어 주었다.
끼기기기긱!
거대한 성문이 열린다.
고대의 성문보다도 훨씬 웅장한 타이타늄 재질의 문이 열리자 갑자기 음산한 기운이 훅 하고 밀려들어왔다.
***
양슬하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우리도 장비들을 갖춰 입었다.
“리치 킹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이동할 거야. 잘 쫓아오도록 해.”
“그래도 나를 돌보면서 가야지? 내가 죽어 버리면 땅은 어떻게 받으려고.”
“으으으! 정말 귀찮아!”
“땅은? 그냥 내가 죽어서 없어져 줄까?”
“쳇! 보호하면 되잖아!”
그녀는 괜히 성질을 버럭 냈다.
나는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양슬하가 합류함에 따라서 리치 킹까지 나아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럼 가자!”
우리들은 빠른 속도로 죽음의 대지를 가로지르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좀비라고 해서 느릿느릿한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빨랐다. 좀비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스켈레톤들도 꽤나 강화되어 있다.
콰릉! 콰르르르릉!
양슬하는 그런 몬스터들이 접근하는 족족 신경질적으로 태워 버렸다.
사방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예나는 신성마법으로 방어막을 둘러 우리들을 보호하는 데 신경을 썼다.
퍼억! 퍼억!
화염을 뚫고 달려오는 좀비들을 쳐낸 이예나가 말을 걸었다.
“너는 나서지 않아?”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분명히 양슬하보다는 네가 더 강하니까.”
“내가 이런 잡몹을 처리해야겠어? 그러려고 양슬하를 끌고 왔잖아? 스스로 자기가 노예라고 인지 못하는 노예가 있는데 뭐 하러 내 손을 더럽히냐?”
“하여간 악독해.”
“칭찬으로 들을게.”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쾅! 콰과과광!
천지가 진동하고 있었다.
양슬하는 화염마법으로 고양시 남부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잡몹들은 양슬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좀비나 스켈레톤이 강화가 되어 빠르게 뛰어온다고 해도 사방으로 화염을 뿌려 대면 대부분 타 죽었다. 나와 이예나는 화염을 뚫고 달려오는 언데드들을 쳐내며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는 화염과 신성력에 약하다. 양슬하는 고위급 헌터였고 본인도 그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화끈거리는 열기를 막기 위해 이예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진땀을 뺐다. 어쩌다가 튀어 나오는 몬스터도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천상의 목걸이를 믿고 들어왔을 뿐이지 놈들에게 둘러싸이면 답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