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14
SSS급 재벌 헌터 214화
제120장 전제왕정
나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제국 법안이 통과되었다니!
그 말은 이 나라가 전제왕정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황제는 누가 되는 걸까.
“황제는……?”
“당연히 각하께서 하셔야지요.”
“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발상까지는 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제왕정국으로 간다는 건 이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여기에 내가 황제를 한다고?
물론 사람들은 그리 생각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드림 팀의 구성도 그랬고 전 세계에 성채를 건설하도록 추진한 사람도 나였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황제로 추대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카이너스를 죽였을 때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아니다.
카이너스를 죽인 이후의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카이너스를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기조를 쉽게 버릴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거부권은 있나요?”
“의회의 결정이니 저나 각하께서 거부를 하신다면 충분히 막을 수는 있습니다.”
“음…….”
“우선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논의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황제국으로 간다고 하니 너무 당황스럽습니다만.”
“그건 오래전부터 불거져 나왔던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이번에 공식적으로 논의가 되었을 뿐입니다.”
“일단 들어갑시다.”
원래는 청와대에서 차원의 탑으로 가지고 들어갈 물건에 대해 논의를 할 작정이었다. 각 국에 대량으로 군대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국에 대한 논의도 꽤나 중요해 보였다.
청와대에는 각 부처의 관료들이 모여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내 권한은 황제에 버금가지만 직접통치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으므로 그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기로 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찬성입니다.”
“찬성한다고요?”
“각 당의 정치인들이 대통령님을 비롯하여 저희들을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상 각하를 황제로 추대하여 전 세계의 통합을 이루자고 말하였습니다.”
“굳이 그리하지 않아도 통합은 이룰 수 있습니다만.”
“이제는 각국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통제가 되어야 시민들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요. 우선은 생존이 걸린 문제니까요.”
“후우. 그건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입니다.”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차라리 핵전쟁이 나서 지구가 망한다는 가정이 낫지 전 차원을 위협하는 드래곤이 나타나 지구를 가지고 놀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과거의 나 역시 그랬다.
갑자기 이계로 소환이 되었고 천 년 동안 그곳에서 굴러먹었다. 몇 년이 지나서야 현실을 받아들였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서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협조라면 지금도 충분하리라고 봅니다만.”
“영원불멸의 제국을 건설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됩니다.”
“…….”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 맞았다.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특수한 상황에 놓였기에 오히려 독재를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존을 위하여 그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질 공산이 컸다.
명분도 확실했다.
자유민주주의는 현 상황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
필요하다면 강제력을 동원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파한다면 시민들에게 잘 먹혀 들어갈 것이다.
지금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공포였다.
우리들이 탑으로 들어가 신나게 레벨 업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멸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멸망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부에서 혼란을 우려하여 정보를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정보를 모두 공개한다면?
필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의원이나 대통령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풀면 가능합니다.”
박 장관의 논리는 확실했다.
나는 대통령을 바라봤다.
“대통령님의 생각은요?”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우선 대한연합국 내 수뇌부에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 대사들을 일컫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대사들이라면 전 수상이나 대통령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각국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 있었다. 과거의 직위는 해제되었고 대사관의 수장으로 각국을 다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화상회의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우리들은 잠시 쉬는 타임을 가진 후에 화상 회의실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청와대 휴게실.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태웠다.
커피를 뽑은 후에 담배를 하나씩 물고는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했다.
이한진 대통령은 내게 질 좋은 시가 하나를 내밀었다.
“쿠바산입니다.”
“이건 슬하가 좋아하는 건데.”
“그렇지 않아도 양 총독에게는 질 좋은 시가를 매달 공급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애초에 총독이 되시는 조건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녀석답군요.”
양슬하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타가 공인하는 불량소녀.
그녀는 캐릭터가 확실했기에 우리 드림 팀 내에서도 가장 두드러졌다. 양슬하 특집으로 다큐멘터리가 몇 개는 제작이 되었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각국에서 동의를 할까요?”
“각국은 아니고 연합국 지방의 수장입니다만.”
“어쨌든요.”
“동의할 겁니다.”
“그렇게 쉽게요?”
“과거의 주요 강대국들은 이미 예전부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미국, 러시아 등이 있지요.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흠.”
과거의 강대국들은 대한연합국 내에서도 꽤나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무력은 약화되었다고는 해도 정보력이나 자금력은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 봤자 본국인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한진은 그들이 깨끗하게 동의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는 아직 동의할 수 없다.
우선은 전 세계로 군대를 보낼 수 있는 강력한 이동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전 세계 통합은 그 이후에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벌써부터 세계통합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 발 더 나아가 황제국이 탄생하여야 한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경호관 한 명이 찾아왔다.
“각하,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가시죠.”
“그럽시다.”
나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고 화상 회의실로 향했다.
화상 회의실에는 간단한 다과와 함께 양주와 담배, 재떨이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빈자리에는 모니터가 대신했다.
이 모니터도 대한전자에서 만든 것으로 상대방이 고개를 돌리면 모니터도 함께 돌아간다. 좀 더 효율적으로 회의를 하기 위하여 제작한 제품이었다.
나는 상석에 앉았다.
한국 내에서 대통령은 나와 비슷한 직위에 있다고 하지만 국제관계에서는 아니었다. 물론 한국 내에서도 나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모두 앉읍시다.”
-오랜만입니다, 각하.
-요즘 바쁘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바쁜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일까 싶습니다.”
-괜한 것을 물었군요. 각하께서 이 세계를 지탱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험험. 그런 공치사는 됐습니다.”
여기저기서 아부가 이어졌다.
세상이 변하니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명실상부 나는 전 세계의 권력을 틀어쥐었다.
강제로 정복을 하여 권력을 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 발 빠른 정치인들은 내게 하나라도 잘 보이려 노력하였다.
“그럼 안건을 발의하겠습니다. 한국 내에서 황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선, 황제국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전 세계 통합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동의합니다.
-당연히 그리되어야 합니다.
-논의를 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만장일치였다.
역시나 세계통합에 대해서는 입장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각국에 군대만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황제국에 대한 논의를 해 보기로 했다.
“황제국에 대해서는요?”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
쭉 동의가 이어진다.
역시나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하는 걸까.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어차피 각하께서는 90%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황제국 성립 안건을 통과시킬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렇다고 가정하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이나 영국 등 몇 개국에서 황제국으로 가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특히나 미국 내에서는 반발이 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 역시 그리 생각했다.
그들의 말대로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은 당연히 반발이 있을 것이다. 이건 과거로 회귀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같은 경우에는 한 번도 황제가 아메리카 대륙을 통치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결론을 내렸다.
“우선, 30개국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도록 합시다.”
***
그 시각.
KBS 방송국 안에서는 어마어마한 파장을 가진 내용이 전달되었다.
그건 바로 방금 전에 국회에서 황제국 안건에 대한 내용을 통과시켰다는 것이었다.
황제국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제국이 형성된다는 것이었고 현 정치 시스템이 고대로 회귀를 한다는 뜻이었다.
즉, 황제 이하 대신들이 나라를 통치하며 필요할 때에는 민중의 자유가 무시되고 행동을 취할 수도 있었다.
이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현빈 수상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있는 이소희 기자는 곧바로 국장에게 불려 갔다.
“접니다.”
“들어와.”
국장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소희는 상당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또 무엇을 시키려고.’
국장 역시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
“너무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말라고. 다 자네와 우리 방송국이 잘되려고 하는 일이니까.”
“국영방송이 망하겠어요? 그럴 일은 없죠.”
“그야 모르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장담을 할 수 없으니까.”
“국장님, 저 바쁩니다. 용건만 간단하게 해 주세요.”
“이 기자가 수상님을 취재하도록 해.”
“또 취재를 하라고요?”
“지금은 예전과는 달라. 어떤 상황인지 알잖아? 인터넷이고 신문이고, 지상파고 다 떠나서 완전히 난리가 났어.”
“전 세계적으로 말이죠.”
“그래.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대충 이해가 되지?”
“수상님이 그리 한가한 사람은 아닐 텐데…….”
“반드시 취재에 성공을 해야 해.”
“끄응.”
이소희는 묵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어쩐지 방송국의 미래가 그녀의 어깨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의 입장은 발표되고 있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법안을 짜고 통과시키는 것이지 나라의 전반적인 일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힘을 모아 법안을 발의하였으니 정부에서는 아직 답변이 없다. 그렇다면 회의를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