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16
SSS급 재벌 헌터 216화
카메라맨은 정리를 끝내고 말했다.
“선배, 이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뵐 수 있을까요?”
“언제든 오세요.”
“개인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해도요?”
“뭐, 안 될 것도 없죠.”
나는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이소희와는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 아는 지인과 술 한잔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 싶었다.
“그럼 가 볼게요.”
이소희는 짐을 꾸린 후에 사무실을 벗어났다.
그 시각 국회의사당.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황제국 안건을 발의한 사람이 바로 국회의장 강한수였다.
그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통치하여 발아래 두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는 사람이었다.
과거에는 나라에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수그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현빈이 원한다면 무한정 팽창할 수 있었다.
그것도 힘의 논리에 의해 팽창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원해서 이현빈을 황제로 추대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통치할 수 있게 된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대업.
지구 통합의 과제.
그는 지금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다.
국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빔 프로젝터에서는 이현빈 수상이 기자와 인터뷰하는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다.
“으음.”
강한수는 탄성을 내뱉었다.
지구 통합과 황제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의 개편.
눈앞에 그것이 닿고 있었지만 이현빈은 추진을 하려 하지 않았다.
유찬성 의원이 발의했다.
“의장님, 그래도 완전한 거절 의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투표를 하자는 뜻이겠지.”
“맞습니다. 그러니 투표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두 가지로 나눠서 투표를 하는 것이 낫겠군.”
“두 가지로 나눈다고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어떻게 두 가지로 나눈다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나는 전 세계 통합에 대한 투표, 또 하나는 전제왕정으로 가는 투표겠지.”
“그러니까 용지 하나에 두 가지 투표를 한다는 뜻이군요?”
“그래.”
“좋은 생각입니다.”
“명안입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들 동의하나?”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여당과 야당을 떠나 통합되고 있었다. 애초에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대한민국은 이현빈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한진 대통령도 결국에는 이현빈의 말을 수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여당과 야당의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수상께 의회의 뜻을 전달하도록 하지.”
이소희와 인터뷰를 마치고 천계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비비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수상 각하!”
청와대 비서실장 박한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막 돌아가려 하던 나는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가요?”
“방금 의회에서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소식이 도착했다고요?”
“예! 보십시오!”
그는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기밀로 취급되어 있는 서류였는데, 나는 망설임 없이 봉투를 뜯었다.
[1급 기밀]결의안.
국회에서는 두 가지 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결의함.
1. 전 세계 통합
2. 전제왕정으로의 회귀
“하!”
이소희에게 한 번 놀랐는데, 국회에서도 나름대로 방안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국회에서는 두 가지를 한 번에 투표로 넣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고 말이다.
이건 우선적으로 대한연합국 내에서 투표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머리를 잘 썼군요.”
“동의하시는 겁니까?”
“음…….”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투표일뿐이었다. 대한연합국에서 가결이 되면 전 세계로 투표를 확대하는 것뿐이다.
대한연합국에서 동의가 나오는 것도 쉽지가 않았지만, 전 세계에서 투표를 진행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가결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도 고난의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문제는 의회나 각국의 수뇌부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지 내가 어찌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스스스슥!
나는 동의서에 서명했다.
“발효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왜 실장님이 감사한지?”
“저도 전제왕정으로 회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지요.”
“골치가 아플 겁니다.”
“아니요. 황홀한 일이죠.”
비서실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았다. 전제왕정으로 회귀를 한다면 한국이 전 세계를 다스리게 된다. 황제국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생길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이제 천계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보니 4시다.
“조금 애매하기는 한데.”
일단 비비안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하였다.
“접니다.”
-현빈 님!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드리려 했어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오늘은 좀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
“사업 문제 때문인가요?”
-네! 이번에 사업이 대박 날 조짐이 보여서 확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건 때문에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저도 일 처리 좀 하고 가도록 하죠.”
-네!
역시나 그녀는 바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 최소한 지금 상황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
종각역 앞.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말건 역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연인들은 세상의 멸망이 다가왔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희낙락 웃으며 지나간다.
“그것 참.”
과연 정부에서 기밀정보를 풀면 어찌 될까.
물론 나와 상의를 하기는 할 것이다. 이 세상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정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이너스가 웨이브를 터뜨리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놈이 전 차원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일부만 알고 있는 기밀이었다.
언젠가 이 세상은 멸망하며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에 꽤나 씁쓸해진다.
“현수 씨!”
“오랜만입니다.”
“정말 너무한 것 아니에요!”
김혜미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김혜미와의 인연은 내가 파견사원으로 퇴사를 하는 순간 끝이 났다. 더 이상은 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난 후에는 전화는 폐기하였다.
김혜미와는 종종 만나서 술을 한잔하자고 이야기를 했었지만 인연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와 만난 것은 단순한 변덕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지. 혜미 씨는 나를 일반인으로 알고 있을 테니까, 무언가를 물어보기에는 가장 적합한 사람일지도.’
“휴대폰이 고장 나 버려서요.”
“바꾸셨나요?”
“그렇게 됐어요. 게다가 잠시 부모님이 계시는 미국에 다녀오느라.”
“쳇. 그럼 그렇다고 말을 했어야죠.”
김혜미는 이제야 차분해졌다.
그저 내가 연락을 끊었다고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것이 맞고 말이다.
우리들은 종각역 부근을 걸었다.
“제가 얼마나 전화를 많이 했는지 알아요?”
“어째서요? 저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 테고.”
“참 꿈도 크시네요. 거울은 보고 사시죠?”
“하하하하!”
뱅뱅이 안경을 썼으니 눈은 작아 보일 테고 여기에 머리는 덥수룩했으며 구강구조를 바꾸었다.
그러니 못나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신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전 세계를 통치하는 사람이었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요즘 좀 힘들어요.”
“왜요? 원하던 대한그룹에 입사한 것 아니었어요?”
“입사하기는 했죠. 그래서 그때 연락받고 한 잔 쏘려고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미안하게 됐네요.”
“그나저나 어떻게 지냈어요?”
“미국에 있었죠. 그곳에서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면서 있었습니다.”
“지금은요?”
“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죠.”
“파견사원으로 오세요. 이번에 회장님이 나서서 전체적으로 손을 보셨거든요. 와서 열심히만 하면 충분히 정사원이 될 수도 있어요.”
“글쎄요. 어찌할까.”
“제 말 들어요.”
우리들은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그녀와 만나고 보니 내가 일반인이 되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
“뭐 드실래요?”
“혜미 씨가 사시게요?”
“제가 이야기했잖아요. 한턱 낼 거라고.”
“그럼 삼겹살이나 먹읍시다.”
“겨우 삼겹살이요?”
“이거 왜 그러세요. 삼겹살이면 훌륭하지.”
‘차원의 탑에서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죠.’
입 끝에서 그런 말이 맴돌았다.
김혜미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후회하기 없기예요?”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습니다.”
“그럼 가요.”
한국에 널리고 널린 곳이 삼겹살집이다.
굳이 맛집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고 그저 생고기에 국내산이면 그럭저럭 맛은 보장이 된 것이었다.
우리들은 그런 가게를 찾아갔다.
치이이익!
삼겹살이 익어 가고 있었다.
김혜미는 열심히 삼겹살을 집어 먹었다.
저런 체구에 어디로 그 많은 음식들이 다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쪼르르륵!
술잔이 채워진다.
“우리들의 재회를 위하여!”
챙!
단숨에 술잔을 넘겼다.
“제 스펙이 인정되었어요. 그래서 비서과로 가게 됐어요.”
“왜 하필 비서과인가요?”
“권력의 핵심이죠. 말이 비서과지 실질적으로는 구조본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고 보니 회사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죠?”
“한 달도 근무하지 못한 파견사원이 뭘 알겠어요?”
“잘 들으세요.”
그녀는 회사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대한그룹은 한국의 수상인 이현빈이 회장으로 있었지만, 그 사람은 워낙에 바빠서 회사 일을 잘 돌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굵직한 사업에만 관여를 했고 개혁에 대한 부분을 손댔다. 하지만 자잘한 부분은 비서과에서 다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어떻게 하다 보니 그리된 것이었다.
나예린이 많은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비서과의 힘이 강해지게 된 것이었는데 인사과가 힘을 잃은 후에는 더욱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설마 비서과가 전횡을 일삼는 건…….”
“그런 건 없어요. 나예린 비서님이 워낙에 꼼꼼하시거든요.”
“다행이네요.”
“오히려 온갖 혜택들 때문에 어지러울 지경이에요. 그야말로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곳이거든요.”
“그런가요?”
“전 세계 경제의 핵심이 바로 대한그룹이죠. 그곳을 움직이는 비서과이니 얼마나 파워가 대단한지 모르시겠어요?”
“그건 잘.”
“저에게 잘 보이시면 인사고과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요.”
그녀는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다.
물론 나로서는 귀엽게 보일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투표 있는 것 아시죠?”
“아아, 그렇죠.”
“어떻게 투표하실 건가요?”
“당연히 전부 찬성이죠.”
“어째서요?”
“전 인류가 몬스터에게 위협을 받고 있잖아요. 게다가 카이너스라는 괴물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잘 모르겠고. 엄청 위험한 것은 확실하죠. 지금도 간신히 막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는 하더라고요.”
“다 막은 걸로 아는데.”
“일반인들은 그렇죠. 그런데 회사 내에서는 점점 몬스터가 강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오호.”
아무래도 회사가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일까. 무지한 시민들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