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17
SSS급 재벌 헌터 217화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알고 있는데요?”
“무조건 막을 수 있다고 보죠.”
“조금 귀찮은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잖아요. 한국, 특히나 서울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고 생각하던데 제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째서요?”
“서울을 자주 노릴 테니까요.”
“…….”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술을 마셨다.
이 정도면 상당한 직관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많은 정보가 풀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현재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김혜미의 말이 맞았다.
한국은, 특히나 서울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카이너스가 실험을 하고자 하면 서울에서 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장 위험한 동네가 아닐까.
아직 몬스터 웨이브에 직격타를 맞은 적이 없고 내가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이었기에 큰 피해가 없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수상이 가장 신경을 쓰겠죠.”
“그야 그렇겠지만요. 저도 더 이상은 그에 대해 할 말이 없네요.”
대략적으로 분위기는 파악할 수 있었다.
일반인은 무지하다는 것.
그렇다면 김혜미는 투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투표 결과는 어찌 예상하나요?”
“첫 번째는 가결, 두 번째는 부결.”
“이유는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안전한 곳이라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투표 전에 기밀이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령 카이너스가 엄청난 존재이고 실은 막을 수 없다거나.”
“그런 기밀은 풀지 않을걸요?”
“왜요?”
“그랬다가는 살인과 방화, 약탈이 빈번하게 일어날 테니까요. 전쟁 중에도 정부에서는 집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라고 말했었죠. 6.25전쟁영화 안 봤어요?”
“확실히 그렇기는 했죠.”
“그러니까요. 만약 그런 기밀이 정말로 있다고 치면 정보에 대한 역효과가 확실한데, 정부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기밀을 풀 리가 없다는 거죠.”
“혜미 씨 말이 맞아요.”
그녀의 통찰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그건 일급기밀로 분류되고 그런 사실을 굳이 일반인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가 하나로 모이고 시민들은 전제왕정에 찬성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치안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혜미 씨 말을 들으니 확실해졌네요.”
“뭐가요?”
“기밀이 있다면 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걸요.”
“민중이란 그렇잖아요.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았어도 결국에 알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고 이면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모르고 있어요. 제가 모르는 정보도 한가득이겠죠.”
“과연.”
그녀는 똑똑했다.
당장이라도 승진을 시켜 중임을 맡겨도 나예린과 죽이 잘 맞을 것 같아 나예린이 매우 좋아할 것 같았다.
나예린조차 그녀와 같은 식견을 가지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혜미 씨는 성공할 겁니다.”
“이미 성공했는데요?”
“더 높은 곳으로 치고 올라가야죠.”
“에이. 아무리 제가 잘났어도 빽이 없는데 어찌 성공해요? 다 높은 사람이 위에서 밀어줘야 가능하죠.”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야심이 있고요?”
“그럼요!”
“후후후.”
그녀에 대한 문제는 조금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나예린에게 말을 해서 시험적으로 일처리 능력을 떠보라고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화제를 전환해서.”
“말씀하세요.”
“이번에 분명히 전제왕정은 부결되겠군요.”
“한국은 가결이지만 타국은 부결이죠.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가만히 있겠어요? 한국도 어쩌면 부결될지도 몰라요. 우리는 한 번 독재를 겪었잖아요.”
“그렇기는 하군요.”
“뭐, 우리들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그저 신념에 따라 투표를 하는 수밖에요.”
“저는 두 번째 안은 반대할 겁니다.”
“쳇. 민주주의가 능사는 아니에요.”
“일단은…….”
“일단은?”
“귀찮은 일이 많아질 것 같군요.”
“하! 현수 씨가 뭐가 귀찮아요? 귀찮으면 황제가 되실 수상님이 귀찮으시겠죠. 그분 성격을 보면 정말 귀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던데.”
‘그러니까 문제죠.’
나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황제가 되면 얼마나 바쁠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귀찮음을 굳이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제122장 투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1차, 노래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2차, 바에서 독한 바카디를 마시며 3차까지 갔다.
나야 전혀 취하지 않는 몸이었기에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김혜미는 몸을 비틀거리며 온몸으로 주사를 부렸다.
덕분에 나는 그녀를 들쳐 업을 수밖에 없었다.
“너 말이야!”
“말씀하시죠.”
“앞으로 연락 쌩까면 죽을 줄 알아!”
“사정은 다 말씀을 드렸는데.”
“그냥 내가 귀찮아서 연락을 피한 거잖아?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마. 요즘에 단순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번호가 바뀌는 줄 알아? 초등학생들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할걸?”
“죄송하게 되었군요.”
“다음에 전화하면 받아. 알겠어?”
“그러죠.”
“나 같은 미녀가 놀아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하하하.”
웃음이 나오는 일이었다.
물론 김혜미가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비비안이라는 최강의 미인이 있다. 그녀는 내 여자 친구였으며 영혼의 서약을 맹세하기 직전이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내가 김혜미에게 수작을 부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녀는 생각하였던 것이다.
미안한 일이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집이 어디예요?”
“…….”
“어디 사냐고요.”
“드르렁!”
그녀는 코를 골았다.
하기야, 오늘 너무 무리를 하는 듯했다. 남자도 소주 두 명에 맥주 다섯 캔, 바카디를 다섯 잔이나 마시면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자의 몸으로 폭음을 하였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다 좋은데 폭음 문화가 만연해서 문제다.
“내 팔자야.”
도대체 그녀를 어디에 데려다 놓아야 할까.
“그냥 모텔에 던져 놔야겠군.”
주변에 보이는 모텔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주인아주머니가 웃으면서 키를 내 주었다.
“아가씨가 아주 떡이 됐네. 잘 해 봐.”
“큰일 날 소리를요.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그냥 던져 놓고 올 겁니다.”
“후후. 그러든지.”
아마도 주인아주머니는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나는 김혜미를 건드릴 생각이 없었기에 키를 받아 7층으로 올라갔다.
나름대로 특실에 넣어 주었으니 내일 일어나서 욕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싼 호텔에 데려다 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찰칵!
요즘에는 카드로 문을 연다.
카드를 꽂은 후에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여기서 나가면 문은 알아서 잠길 것이다.
“이제 됐네.”
김혜미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나와 술을 이렇게 퍼 마신 걸까. 마음에 없는 남자라면 절대 여자가 만취하여 뻗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다고 여겼기에 이렇게 잠을 자는 것이겠지.
미안하지만 김혜미와 개인적으로 엮일 일은 없을 것이다. 가끔 친구로 만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럼 잘 자요.”
“연락받아…….”
그녀는 잠결에 그렇게 말했다.
참으로 대단한 여자다. 술을 그렇게 퍼 마시고도 한 점의 이성은 남아 있는 것 같았으니까.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천계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어제는 술을 많이 마셨지만, 역시나 음주가 나에게 어떤 영향도 미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비안은 꿀물을 타 주었다.
“마셔요.”
“이건 어디에서 가져온 건가요?”
“슬하 양에게 물어보니 술 마신 다음 날에는 꿀물을 마시는 거라고 해서요.”
“어린놈이 참으로 많은 걸 안단 말이야.”
나는 혀를 내두르며 꿀물을 마셨다.
별로 속이 쓰리거나 머리가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해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며 TV를 틀었다.
천계에도 당연히 전기설비가 되어 있었다. 마법과 과학의 결합이라고 할까. 오히려 지구보다 어비스의 생활이 더 쾌적하다.
뉴스에서는 연신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황제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왕이 되는 건데, 오히려 간편하지 않을까요?”
“간편이야 하겠지만, 우리들이 데이트할 시간은 현저하게 줄어들 겁니다.”
“그건 안 돼요.”
“그렇죠?”
“저도 투표를 하겠어요!”
비비안은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 역시 데이트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연인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시간을 빼앗아 버리는 일이었는데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비비안이 물었다.
“현빈 님도 두 번째는 반대를 할 거죠?”
“당연하죠.”
“고마워요.”
“어째서요?”
“저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을 하시니까요.”
“저야 뭐.”
“그럼 갈까요?”
나는 뒷말을 줄이고 말았다. 굳이 그녀와 생각이 같다기보다는 단순히 귀찮음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충분한데 황제국으로 가서 내가 바빠지는 것은 사양이었다. 지금처럼 모든 일은 대통령이 도맡아 처리를 해야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우리들은 어비스를 내려와 근처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었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표를 하러 나온 모양이었다.
하기야, 전 국민이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이현빈 수상님이다!”
“비비안 님도 오셨네!”
“와아아아!”
시민들은 우리들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나와 비비안도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역시나 어디를 가든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수상님! 한 말씀 들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기자 한 명도 나와 있었다.
윤승철이라는 명함이 보이는 기자였다.
그러고 보면 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전국에 학교가 몇만 개나 되는데 그중 하나를 찍어서 취재를 나왔더니 나와 비비안을 만났으니 말이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는 격이라고 할까.
“연설은 좀 그렇습니다만.”
“그게 아니라 이번 투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해서 말입니다.”
“그야…….”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찬반이 갈릴 수도 있는 문제였다.
분명히 인터뷰에서 밝히기는 하였지만,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언제라도 바뀔 수 있었으니 나에게 묻는 것이 아닐까 싶다.
“1번은 찬성, 2번은 반대입니다.”
“역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