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30
SSS급 재벌 헌터 230화
제129장 악몽
거의 새벽이 다 되어서야 천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건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 아마 내일도 상당히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내일은 전 세계에 투표가 진행될 것이었고 거의 세계통합과 황제국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나로서는 황제국은 부결이 되었으면 했다.
“아마 부결되겠죠.”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
비비안이 말했다.
비비안은 전 세계가 하나로 묶이는 것은 물론이고 황제국이 되었으면 했다. 그래야 강력한 힘이 생기며 지구의 힘을 온전히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귀찮은데.’
한마디로 그랬다.
황제국의 황제가 되면 온갖 일들은 그의 승인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그 말은 하루 24시간 일을 해도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비비안은 내 생각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이 무엇인지는 알겠어요.”
“그런가요.”
“하지만 별로 바뀌는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은 대통령께 다 미루면 되잖아요.”
“그래도 서류에 사인은…….”
“옥쇄를 찍게 되겠죠. 옥쇄를 직접 찍을 필요가 있나요?”
“음?”
“찍는 기계라도 만들면 되는 거죠.”
“천재네요!”
비비안은 나랏일을 모두 대통령에게 전가를 시키고 나는 그저 권력이나 행사를 하면 그뿐이 아니냐고 말을 했다.
나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비록 지금보다는 할 일이 늘어나겠지만.”
“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리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죠.”
“비비안 님의 말씀이 맞아요.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비안의 말을 들으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황제국으로 간다고 해도 내가 크게 신경을 쓸 부분은 없을 거라는 뜻이다.
“황제국 안건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바로 도장 찍는 기계부터 만들어야겠군요.”
“휘하 정령들을 시켜도 되고요.”
“그것도 괜찮군요.”
바람의 최하급 정령 실프 정도라면 도장 찍는 일이야 그리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잘까요?”
“그러죠.”
우리들은 침대에 누웠다.
며칠 동안 굉장히 피곤한 나날을 보냈다.
아무리 체력이 강한 비비안이라고 해도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 분명하였다.
비비안은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도 결혼식을 하는 것이 어떤가요?”
“결혼식이요?”
“네. 이곳의 풍습처럼 결혼식을 하는 거죠.”
“그럼 이건 어떤가요?”
“말씀하세요.”
“결혼에 앞서 약혼이라는 것이 있어요.”
“약혼이라면 결혼을 약속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인가요?”
“그렇죠.”
“네! 해요!”
비비안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혼도 아니고 약혼인데 왜 이렇게 기뻐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비비안의 입장에서는 약혼이나 결혼이나 별다를 바가 없어 보였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기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 무드가 없었나.’
나는 그렇게 말을 해 놓고 후회했다.
“좀 더 멋진 말을 했어야 하는 건데…….”
“아니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영원을 함께하는 일인데 최소한 100년은 생각해 보아야죠. 저는 좀 더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어요.”
“하하! 100년이라니요? 앞으로 100년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데.”
“약혼은 언제 하나요?”
“일단 이번에 선거 끝나면 하도록 하죠.”
“기대할게요!”
그날 그들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결혼이 아닌 약혼을 앞두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들의 그런 반응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면 영원히 함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카이너스가 죽거나 그들에 대한 추격을 포기한다면 전 차원을 유람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그들은 잠들지 못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니, 내 의식은 잠이 들었다는 것조차 자각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여긴 어딜까.
“이건 대체?”
휘이이잉!
콰르르릉!
하늘에서는 낙뢰가 떨어지고 있었고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꺄아아악!”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들이 시민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피는 거리에 낭자하였고 사방에 시신들로 가득하였다. 몬스터들은 인간들의 살점으로 파티를 즐겼다.
내장 조각이 굴러다녔고 몬스터들은 게걸스럽게 인간의 살점을 씹으며 사냥에 나섰다.
-너희들은 패했다!
후우웅!
그때, 거대한 덩치를 가진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단번에 그 드래곤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보통의 드래곤을 몇 배나 뛰어넘는 압도적인 덩치에 붉은 비늘을 전신에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생명체.
지금까지 카이너스의 모습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모든 일의 원흉이자 전 차원을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정신이상자.
“카이너스!”
-후후후! 더 가지고 놀 수 있었는데 안타깝구나!
“죽여 버리겠다!”
-안타깝지만 지구는 오늘부로 사라질 것이다
콰과과과!
하늘이 열렸다.
그곳에서는 거대한 운석이 소환되고 있었다.
쐐애애액!
운석이 떨어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메테오에도 급수가 있었는데 작게는 마을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작은 운석을 소환할 수 있었고, 크게는 한 행성을 멸망시킬 만큼 강력한 운석을 소환하여 아예 행성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말살할 수도 있었다.
카이너스가 소환한 메테오는 후자였다.
도시 하나만큼 큰 메테오였다.
메테오는 그대로 대륙을 강타했다.
쿠아아아앙!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영혼이 빠져나와 지구가 망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륙 어딘가에 작렬한 메테오는 그대로 지표면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온 세계가 마그마로 뒤덮였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야말로 지구는 반죽이 되고 있었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는 가정은 없었다. 아예 지구 자체를 주물렀다가 펴는 격이었다.
초고온의 수증기가 지구 전체에 가득하였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말살되었다.
“안 돼!!”
“꺄아아악!”
나와 비비안은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허억! 허억!”
온몸이 땀범벅이다.
그야말로 끔찍한 악몽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몇 번이나 현실의 끝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건 언제나 지구의 멸망으로 끝났다. 지구가 멸망하는 동시에 나도 죽는다.
그런 일은 항상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꿈을 꾸고 나니 등골이 서늘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꿈이라는 사실일까.
그나저나 비비안은 왜 깨어난 걸까.
“악몽을 꾸었나요?”
“네. 지구가 멸망하는 꿈이었어요.”
“뭐라고요?”
“카이너스라는 드래곤이 나와서 운석을 떨어뜨렸어요. 영혼이 분리되는 느낌이었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영혼들까지 모조리 소멸되는…….”
내 안색은 창백해졌다.
“왜 그러세요?”
“실은 저도 같은 꿈을 꾸었거든요.”
“서, 설마?”
“카이너스의 농간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내일이 투표일이었다.
1번 설문과 2번 설문을 함께 작성을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전 세계가 통합이 될지, 통합이 된다고 해도 황제국으로 갈지 말지 정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가 멸망하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을 꾼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불안한 마음에 바로 양슬하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같은 꿈을 꾸었다면 지금쯤 깼을 것이다.
-스승님! 나쁜 꿈을 꾸었어요.
“나도 같은 꿈을 꾸었다.”
-뭐라고요?
“아무래도 카이너스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같은 꿈을 꾸게 한 것 같아.”
-그, 그게 가능해요?
“놈에게는 가능하지. 애초에 차원의 탑이 존재하는 것도 전혀 말이 되지 않잖아.”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화를 해 볼게요!
“그렇게 해.”
나는 몇 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비비안은 천사들을 호출했다.
그 결과, 꿈의 내용은 같았다. 모든 사람이 악몽을 꾸었으며 그 끝은 지구의 멸망, 그리고 영혼까지 태워지는 것이었다.
“설마, 예지몽?”
비비안은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이건 예지몽이 아니라 카이너스의 협박이 담긴 것이었다. 이것이 너희의 미래이니 알아서 대비를 하라는.
잠을 자려 하였지만, 당연히 더 이상은 잘 수가 없었다. 지구가 멸망하는 모습을 전 세계인에게 꾸게 하였다는 것은 놈의 의도가 너무 명백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안 되는 걸까.
결국 우리들은 자는 것을 포기했다.
게다가 하루 정도 자지 않는다고 해서 뭔가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쪼르르륵!
잔에 와인이 채워졌다.
비비안은 살짝 몸을 떨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이 아닌 신격체인 저에게까지 꿈을 꾸게 할 수 있다니.”
“그건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군요.”
그녀가 인간이었다면 그러려니 하였을 것이다. 카이너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비안은 여신이다. 여신에게 감히 그런 꿈을 꾸게 할 수 있다니. 역시나 카이너스는 신을 뛰어넘는 존재일까.
비비안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과연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우리들은 잠자리에 들지 못하였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
어제는 잠을 전혀 자지 못했다.
우리들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답이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최소한 지구에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전 차원을 뒤져 보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구에서 방법이 없다면 범위를 확대해 보는 것이다.
카이너스는 전 차원의 암덩어리 같은 놈이었다. 차원마다 창조를 한 창조신이 존재하고, 그가 카이너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마련을 해 놓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바로 비비안과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목표는 차원의 탑 정복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카이너스가 차원의 탑 꼭대기에 차원이동마법서를 놓아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차원을 뒤지다 보면 놈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비비안의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에는 나도 동의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지구의 방비를 철저히 하면서도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예전만큼의 불안은 사라졌다. 비록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희망이 있었기에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비비안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였고 나는 TV를 시청하였다.
뉴스에서는 어제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후우. 역시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려하던 일이 발생하였다.
이제야 사람들은 카이너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지구인들은 그저 내가 모든 위협을 막아 낼 수 있으리라고 보았지만, 그가 우리들 모두의 꿈에 관여를 하였으니 얼마나 강하겠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