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34
SSS급 재벌 헌터 234화
아버지는 뜻을 꺾지 않았다.
정 그렇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형제들에게는 계열사 하나씩을 맡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대한그룹과 병합한다.
“아버지의 뜻이 워낙에 확고하시니 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군요.”
“웃기고 있네.”
둘째 형이 비꼬며 말했다.
원래 둘째 형은 그랬다. 내가 하는 일이 다 못마땅한 것이다.
지금은 그저 열등감 때문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무슨 뜻이야?”
“좋으면서 왜 그래?”
“좋을 리가 있나.”
“그냥 받아라. 우리들 마음 변하기 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들은 지금 단념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설득을 하신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경영승계에 대한 문제가 있었지만, 어차피 그건 헌법이 알아서 할 것이다. 대신그룹도 전 세계의 방위를 위해 노력한다고 선언하면 세금 따위를 물릴 리는 없었다. 곧바로 특별법을 만들어 통과를 시킬 것이다.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구나.”
“아닙니다. 제가 감사드립니다.”
“그럼 며칠 내로 회사를 합병하도록 해라.”
“며칠 안에 말입니까?”
***
아버지의 추진력이야 정평이 나 있었다.
대신그룹을 한 세대 만에 이렇게 성장시킨 데에는 아버지의 뛰어난 경영 능력이 한몫을 했다. 또한 그만큼이나 추진력도 대단했다.
그런 아버지였으니 며칠 안에 M&A를 감행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 동시에 은퇴를 해야겠어.”
“성대하게 은퇴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니다. 네게 회사를 물려주는 순간, 은퇴를 선언할 것이다. 번잡하게 그럴 것 없다.”
“하지만…….”
“이 아비의 뜻이다.”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아버지의 뜻이 그렇다는데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말 홀가분하구나. 간만에 저녁이나 함께하자.”
“비비안을 불러도 될까요?”
“안 될 것 없지.”
“실은 드릴 말씀도 있고요.”
“그래. 성대한 저녁을 준비하도록 하마.”
비비안은 연락을 받고 곧바로 내려왔다.
내 방에서 비비안과 나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는 상당히 떨린다는 듯 말했다.
“긴장되네요.”
“그럴 것 없어요. 그저 약혼을 한다고 말을 하는 것뿐인데요, 뭘.”
“약혼이라는 것이 결혼을 약속한다는 의미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떨려요.”
그녀는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살짝 파동이 일어 상당히 긴장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그녀가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었다.
“저는 원래 고아였죠.”
“알고 있어요.”
“이들은 제 가족이지만 그리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현빈이라는 육체의 부모님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허락은 하시겠죠?”
“그야 당연히!”
비비안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인간과 여신의 결합.
비록 그녀는 카이너스에게 패하였고 도주하였으며 지구로 도망쳤지만, 여신이라는 지위는 변한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그녀는 신이었으며 창조의 권능이 있었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와 다른 것이라면 유한한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것이랄까.
상당히 높은 확률로 유한한 삶을 살아갈 것이기에 이렇게 긴장을 하는 것이리라.
“좋은 분들이니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하지만 나는 그녀의 걱정은 기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황송해야 하는 것은 인간이었지 여신이 아니다.
가족들은 오히려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당신은 여신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여신이죠.”
“카이너스에게는 끝까지 투쟁을 할 테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카이너스에게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는 건 빈말이 아니었다.
지금은 카이너스에게 농락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놈이 바라는 대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지만, 차원을 넘고 다른 차원의 신들을 만나게 된다면 충분히 반전 가능성은 있었다. 물론 카이너스 역시 그런 가능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똑똑!
메이드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도련님,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곧 가도록 하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집에서 나는 아직도 도련님으로 불리고 있었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집에서는 만찬을 만들었다.
한정식이었는데, 반찬만 해도 무려 30가지가 넘었다.
이 정도라면 과거 고관대작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너스레를 떨었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충분히 맛있어요!”
비비안은 맛을 음미하였다.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들었고 최고급 식재료만 사용하였다. 맛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말하셨다.
“할 말이 있다고?”
“예, 아버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긴장되는구나.”
기대감 가득한 표정이다.
비비안과 내 사이가 공인된 지도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니 아버지가 그런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가감 없이 말했다.
“비비안 님과 약혼을 하려 합니다.”
“……!”
가족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우리들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인간은 기껏해야 100년을 살아간다. 그건 상식이었다.
의학이 더욱 발달하게 되면 100년 이상 살아가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뇌의 수명은 150년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사실상 그 이상 살아가려면 어떤 획기적인 방법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신은 영원을 살아간다.
사귀는 것 정도야 억지로 납득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약혼이라니.
아버지는 분명 사귀는 사이라고 가족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저, 정말이냐?”
“예.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요.”
“허허허허!”
아버지는 한참을 웃으셨다.
다만 가족들은 당황하고 놀랐다.
특히 작은형은 몹시 놀랐다.
“여, 여신과 결혼이라고?”
“그래.”
“어떻게? 수명이 다를 텐데…….”
이에 대해서는 비비안이 말했다.
“현빈 님은 벌써 인간을 초월하신 분이에요. 어쩌면 영원한 삶을 살아가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제 삶은 유한에 가까운 걸요.”
그녀는 쓰게 웃었다.
나는 반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있었으니 충분한 수련만 거친다면 영원히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게다가 비비안의 삶이 유한할 수 있다는 것에 그녀는 나와 별 차이가 없다고 여겼다.
오히려 비비안은 영광이라 말했다.
“현빈 님과 남은 생을 함께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죠. 죽는 순간까지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가문의 영광입니다!”
아버지가 힘주어 말하셨다.
가문의 영광.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형들도 이번만큼은 떨떠름해하면서 축하해 주었다.
“정말 대단한 분과 결혼을 하는구나.”
“고마워.”
“말로만 여신이 아니라 정말로 여신을 꼬셔서…… 험험. 여신을 유혹하여 결혼을 한다니.”
“그건 아주버님들의 생각과 달라요.”
“네?”
“현빈 님이 저를 유혹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니까요.”
“커억! 정말입니까!?”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죠.”
“그런 말도 안 되는…….”
그야말로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유혹을 한 쪽은 내가 아니라 비비안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사실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여신의 자존심은 어찌 된 건가.’
그에 대해서도 비비안이 설명을 했다.
“사랑 앞에 자존심은 없어요. 게다가 오히려 두 분이 부담되어 허락을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는 걸요.”
“뭐 그런 말씀을!”
아버지는 손사래를 치셨다.
그건 가족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약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로 그녀와 약혼을 하게 되는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비비안은 강경하였다. 나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희망사항이다.
길어 봤자 앞으로 10년 안에 대대적인 침공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내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카이너스에 맞서야 한다.
작은 가능성 하나라도 버릴 수 없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 나는 베란다로 나왔다.
그곳에서는 작은형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너도 피우게?”
“가능하다면.”
“성인인데 무슨 상관이랴. 피워라.”
작은형은 내게 담배를 한 개비 주었다.
우리들의 사이는 예전부터 앙숙이었다. 이렇게 다정히(?) 함께 담배를 피우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부러운 자식.”
“뭐가?”
“너는 지금까지 수많은 미녀들과 함께했지. 그 짧은 시간에 말이야. 게다가 이번에는 여신을 취해? 정말 놀랍다.”
“형도 능력 있으면 여신을 꼬시든가.”
“하! 말이 되냐?”
“불가능하다면 천사라도 소개를 해 줘?”
“저, 정말이냐?”
작은형은 반색하였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는 것이 내가 더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설마 진심인가?’
이 인간, 진심이다.
정말로 천사를 소개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리된다면 형님으로 모실 수도 있다!”
“돼, 됐어. 왜 이래?”
“부디 천사를 소개해 줘!”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형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할걸?”
“어째서?”
“수련을 쌓아야지. 천사와 살려면 그만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일단 수명의 문제를 해결해야지.”
“크윽!”
“그것만 해결하면 얼마든지 소개해 줄 수 있지.”
나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초자연적인 존재와 함께하려면 최소한 그와 대등해져야 한다. 그래야 찔러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때에 작은형은 모든 부분에서 미달이었다.
후식까지 거하게 먹고 나서 우리들은 천계로 돌아가려 했다.
마당까지 가족들이 마중을 나왔다.
아버지가 비비안에게 손을 내미셨다.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별말씀을. 가문의 영광입니다.”
“또 그러시네.”
“하하하! 사실인데 어쩌겠습니까?”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셨다.
이제 아버지는 욕심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며칠 안에 대신그룹의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다.
‘정말 이렇게 되었네.’
애초에 회사를 세운 것은 경합에 참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거대한 그룹을 세우게 되었다.
대한그룹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돌아가겠습니다!”
“조심히 가거라!”
“며칠 후에 뵙겠습니다.”
펄럭!
비비안은 나를 안았다.
우리들은 엄청난 속도로 어비스로 돌아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우리들은 가볍게 와인을 한잔했다.
테이블 위에는 천계에서 만든 치즈가 안주로 올려져 있었다. 사실, 이 정도면 다른 안주는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뭐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계의 치즈는 일품이었다. 여기에 견과류 몇 개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비비안은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좋은 분들이네요.”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들이죠.”
“3일 후에 취임인가요?”
“일정을 보면 그럴 것 같군요.”
이제는 멈출 수도 없었다.
아버지는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하셨다.
이제, 대신그룹의 주인이 바뀐다.
“여기에 내일 투표 결과에 따라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겠네요.”
“글쎄요. 황제가 되는 건 바라지 않았습니다만.”
“모르는 일이죠.”
비비안은 그렇게 말하며 TV를 틀었다.
“저건…….”
나와 비비안은 TV를 틀자마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