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36
SSS급 재벌 헌터 236화
이한진이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는 나와 비비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각하, 가능하면 즉위를 하면서 황후께서도 함께 즉위를 하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황후라고요?”
“그렇습니다. 약혼식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기는 한데…….”
“그래야만 나라가 안정될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황후마마께서도 즉위를 하시죠.”
비비안은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찌 보면 그들의 말은 당연하기까지 하였다.
고대의 국가들을 보면 나라의 안주인이 없으면 아예 즉위를 미루기도 하였다. 국모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비비안과의 결혼은 그리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절대 파혼할 수 없다. 그것도 영원히 말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면 당연히 비비안과 해야 한다. 다른 여자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비비안보다 좋은 신붓감은 전 세계, 혹은 전 차원을 통틀어도 없을 것 같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한제국에 축복이 있기를!”
“후우.”
나는 남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일주일 후에 황제로 즉위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야기는 되었지만, 별로 실감은 나지 않았다.
“축하드려요.”
비비안이 말했다.
나는 낮게 웃을 뿐이었다. 이게 축하할 일인가 싶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황제가 된다고 해도 위험부담만 더 커질 뿐이었다. 카이너스에게 발악할 수 있는 시간이 약간 늘어난 격이라고 할까.
지금으로서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앞으로 일주일이네요. 그 시간 동안 내실을 다지실 건가요?”
“글쎄요. 아무래도 탑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탑에 들어가신다고요?”
“어떻게 해서든 빠르게 레벨 업을 해야겠죠. 그게 맞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뜻대로 하세요.”
비비안은 벌써부터 내조를 하려 했다.
하기야 지금까지 비비안이 내게 해 준 모든 일들은 내조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럼 바로 탑에 가나요?”
“드림 마켓에 판매할 물건을 가지고 넘어가도록 하죠.”
“준비할게요!”
우리들은 그렇게 청와대를 나서려 했다.
하지만 바로 러시아로 향할 수는 없었다.
“선배!”
“음? 네가 어쩐 일이냐?”
강철수였다.
탑에 있어야 할 놈이 이곳에는 어쩐 일일까.
“탑에서 퀘스트하고 있는 중 아니었냐? 뭐 급한 일이라도 있어?”
“차원의 탑이 어떤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냈습니다!”
“오오! 정말이냐!?”
놀라운 일이었다.
강철수는 얼마 전에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그건 바로 차원의 탑 자체가 한국에서 만든 MMORPG를 모방하여 그 게임에 생명만 덧씌운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다.
그건 차원의 탑의 NPC들이나 퀘스트 등이 매우 디테일하였고 시스템까지 게임 판박이였기에 나 역시도 충분히 그럴 공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강철수는 인터넷에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그리고 지금 무슨 게임인지 알아냈다.
“어떤 게임인데?”
“아르온입니다.”
“아르온!”
한때는 레전드라 불리던 게임이었다.
지금이야 유저들이 많이 빠져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지만,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대기열에 치여 접속조차 하지 못했다.
“아르온이라. 아르온.”
“선배도 해 보셨죠?”
“해 보기야 했지. 그런데 접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개편을 했거든요.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접속을 해 보니까 아르온이 맞더군요.”
“지금 아르온은 우리 회사인가?”
“아니요. 아직도 YC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잖아요? 잘나가는 게임들은 모두 YC에서 나온 거.”
“하하하하! 잘되었네. 그럼 버그도 알아낼 수 있다는 건가?”
“그렇죠. 아르온이 다 좋은데 버그가 좀 있었죠. 차원의 탑이 어떤 버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 알 수 있다면…….”
“버그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겠군.”
“맞습니다!”
강철수는 매우 기쁜 표정을 지었다.
게임을 그대로 베껴서 창조를 하였다면 버그 역시 딸려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버그를 이용하여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강철수를 끌어안으려 했다.
“남자는 사양입니다.”
“뽀뽀라도 하자!”
“싫다니까요!”
결국 강철수는 나에게 따라 잡혀 이마에 뽀뽀 세례를 받고 말았다.
우리들은 회사로 출근했다.
탑으로 가는 건 뒤로 미루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버그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하여 그걸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강철수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아, 더러워 죽겠네.”
그는 이마를 문질렀다.
“흐흐흐. 너는 복덩이다, 복덩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생각해 보면 간단하죠.”
어깨를 으쓱이는 강철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했던가. 강철수는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매우 기민하게 굴러갔다.
똑똑!
“들어와요.”
나예린이었다.
그래도 요즘 들어 나예린의 얼굴은 많이 펴져 있었다. 비서진을 대거 보강하였기 때문이다.
“좀 얼굴이 나아졌군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친구가 있는데, 매우 유능해요. 일을 조금씩 분담하고 있죠.”
“오호. 그렇군요.”
“김혜미 씨라고, 알고 계시죠?”
“김혜미 씨였군요!”
당연히 그녀를 알고 있었다.
대한그룹으로 위장취업을 하였을 때 김혜미와 같이 근무를 했었다. 게다가 지금도 연락을 하는 사이였다.
물론 그녀는 나를 김현수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언제 한번 함께 식사하시죠. 유능한 친구예요.”
“그럽시다. 그보다 YC사장과는 연락이 되었나요?”
“바로 온다고 합니다.”
“이곳으로 말인가요?”
“앞으로 황제가 되실 회장님이시잖아요? 황제라면 전제국가의 군주시고 손짓 하나로 기업을 날려 버릴 수도 있을 테니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죠.”
“그런가요?”
“권력의 좋은 점이죠.”
나는 별로 권력을 휘두르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꼭 필요한 일을 제외하면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권력이 좋기는 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헬기를 타고 김택수 사장이 도착하였다.
그는 헐레벌떡 뛰어와 내게 인사를 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수상 각하! 김택수라고 합니다.”
“앉으세요.”
“옛!”
그는 부동자세를 취하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긴장을 할 것은 없었지만, 그냥 두기로 하였다. 알아서 조심을 해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 김택수 사장에게 여러 가지 일을 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제가 부른 이유가 궁금하시겠죠.”
“그렇습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회사를 빼앗을 생각은 없으니까. 다만 한 가지를 조사해 주셔야겠습니다.”
“어떤 조사를 해야 합니까?”
나는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서류에는 차원의 탑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당연히 김택수는 이 정보를 게임 상의 정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촤륵!
그는 서류를 쭉 넘겨보다가 말했다.
“본사의 아르온이로군요. 헌데 이것이 왜……?”
“서류의 내용을 기반으로 며칠자 버전인지, 그 버전의 버그는 무엇인지 철저하게 조사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제133장 강화 버그
YC엔터테인먼트 본사.
YC의 사장 김택수가 대한그룹으로 호출되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극비로 다루어졌고 본사에 도착한 김택수는 곧바로 개발팀장을 호출했다.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안 팀장, 지금까지 아르온의 업데이트를 담당한 사람이 안 팀장 맞습니까?”
“예. 제가 업데이트를 총괄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서류를 봐 주십시오.”
안철근은 김택수가 내미는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10년 동안 아르온의 업데이트를 총괄하였다.
업데이트에는 몇 가지 요소들이 추가되었는데, 새로운 맵이나 몬스터, 캐릭터 밸런스, 유저들의 불만사항, 버그들이 총망라되었다.
비록 아르온의 인기가 폰 게임에 눌려 이전과 같은 매출을 올리지 못하였으나 아직까지도 꾸준히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국민게임이었다.
최근에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하여 많은 유저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안철근은 업데이트를 통하여 성과금을 지급 받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업데이트했던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촤륵!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서류를 넘겼다.
사장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중요한 일이 터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1.65버전입니다.”
“1.65버전이요?”
“게임 초창기 버전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꽤 올드한 시스템입니다.”
“게임 초창기에는 버그가 꽤 있었지요?”
“아, 그랬지요. 1.65버전에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서버를 턴해야만 했죠.”
서버를 턴한다는 것은 빽섭을 말하는 것이다.
도저히 게임사가 수용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오류나 버그가 터지면 수습을 위하여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서류상의 내용은 서버를 되돌리기 이전이었다.
“어떤 오류가 있었습니까?”
“대표적으로는 강화버그입니다.”
“아아, 강화버그.”
김택수도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강화버그가 터지는 바람에 회사가 실로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은 적이 있었다. 물론 잘 수습을 하기는 했지만, 한때는 매출이 반 토막이 나기도 했다.
그런 좋지 않은 기억을 상기시키는 1.65버전이었다.
곧바로 YC에서는 1.66버전을 출시하였고 버그는 잡혔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밖에도 자잘한 오류들이 있습니다.”
“어떤 오류들인가요?”
“그러니까…….”
나는 강철수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지금 상황이 그다지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전 세계를 통합하는 일이 그리 간단할 리가 없었다.
40억에 이르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문화권에 살아가고 있었기에 정치체제도, 생활방식도 달랐다.
그러므로 그들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하였다.
하지만 나는 직무를 유기했다.
그러한 여러 가지 일들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귀차니즘이 도졌다고 볼 수 있었다.
“철수야, 그런데 아르온은 어떻게 찾은 거냐?”
“인터넷이요.”
“인터넷에서 찾았다고?”
“인터넷에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특징이 있는데 어떤 게임인가요?’ 이런 식으로요.”
“그랬더니?”
“보다시피 며칠 되지 않아서 답이 왔습니다. 그걸 알려 주더군요.”
“하하하! 네 말이 맞았구나.”
“흐흐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버전은 모르고?”
“꽤 초창기 버전인 것 같은데 그건 개발사에서 알아내겠죠.”
“초창기 버전이면 버그도 꽤 있겠는데?”
“기대할 수는 있죠.”
강철수 역시 기대감이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르온의 초창기 버전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하지만 과연 그곳에서 나온 버그가 차원의 탑에서 그대로 적용이 될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강철수의 말대로 기대는 해 볼 수 있다.
만약 가능한 일이라면 실로 어마어마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폭렙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