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4
SSS급 재벌 헌터 024화
제12장 의심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메테오 스톰이 떨어지는 광경이 찍혀 있다고? 그런 실수를 내가 했을 리가 없을 텐데.
“으음.”
나는 침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고양시에 카메라 한 대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설치를 했을 수도 있고 10년 전에 설치되어 있던 CCTV를 복원했을 수도 있다. 전기야 주변에서 끌어가면 되는 일이고.
그래도 최대한 태연해야 한다.
여기서 내가 SSS급 헌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말 곤란해진다. 일주일에 한 번 현신(?)을 하는 걸로 SSS급 헌터가 확정된다면 운신의 폭이 적어짐은 물론이고 제대로 레벨 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데스 나이트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강 소령님은 저번부터 의심을 하시더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여기 증거자료가 있으니까요!”
강소령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아까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심히 쫄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정해진 방침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봅시다. 그 자료가 뭔지요.”
“어려울 것 없죠.”
강소라는 빔 프로젝터까지 가져왔다.
기자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아예 실력을 광고한다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오늘 영상이 방송으로 나가면 아마 전 세계가 경악을 하게 될 것이다.
영상이 재생되었다.
허공에 핏빛 갑주를 걸친 내 모습이 보인다.
그 앞에는 리치 킹이 있었는데, 그대로 천신의 창을 소환하여 리치를 소멸시켜 버렸다.
콰르르르릉!
사운드까지 설치를 해 놓은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저, 저게 뭐야!?”
“설마 천신의 창!?”
나는 입을 다물었고 강소라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내 정체가 탄로 나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국력이 강해질 것이다. 그 때문에 강소라가 목숨을 걸고 나를 쫓는 것이었다.
리치가 죽고 나서 메테오 스톰이 우주에서 소환된다.
하늘이 열리고 운석이 고양시 전체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 충격이 고양시 밖으로는 새어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운석이 떨어지는 순간, 영상은 종료된다.
“광역 실드라니!”
웅성웅성!
이건 단순히 SSS급 헌터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거의 신의 영역이었고 레벨 999를 달성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나조차도 천신의 창, 광역 실드, 메테오 스톰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마나가 후달렸다. 버서커 상태에서도 말이다.
장내가 충격에 빠져 들었을 때, 강소라가 입을 열었다.
“이래도 발뺌을 하실 건가요?”
“난 또 뭐라고. 이게 무슨 증거라고 자꾸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명백한 증거잖아요!”
“제가 입고 있는 갑옷 옵션이 꽤 좋습니다. 유니크거든요. 그런데 여기 양슬하 양은 각성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레이드를 그렇게 다녀도 유니크급의 방어구는 없더라고요. 빌려달라기에 빌려줬습니다.”
“뭐라고요!”
강소라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녀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뻔한 거짓말이겠지만, 기자들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기자들의 시선이 양슬하에게 몰린다.
그녀가 확인 사살만 해 준다면 그걸로 의혹은 끝이었다.
“맞아요. 제가 빌렸어요.”
“아아. 그럼 그렇지.”
주변이 술렁거렸다.
여기서 강소라는 더 의혹을 갖는다.
“그럼 광역 실드와 메테오 스톰은 어떻게 설명을 할 건데요?”
“이런 때 쓰려고 가지고 있었어요. 일회용이었거든요.”
“말도 안 돼!”
양슬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 자꾸 태클인데요? 처맞고 싶어서요?”
고오오오!
주변으로 마나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여차하면 강소라를 두들겨 팰 기세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으으윽. 이번에는 그냥 물러나지만 다음에는 가차 없어요!”
강소라는 양슬하의 기세에 찔끔해서 물러난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 사람은 발록 때부터 왜 자꾸 사람 헛갈리게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발록도 여기 양슬하 양이 죽였는데 말이죠.”
나는 다시 한 번 확인 사살을 한다.
기자들은 양슬하에게 질문을 쏟아부었지만, 그녀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냥 무시해 버렸다.
이런 점이 양슬하의 장점이기는 하지.
강소라는 욕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다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터뜨렸다.
“개새끼!”
“…….”
운전병과 전령 유문식은 그녀의 화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한국 정부에서는 새로운 랭커를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었다. 그 와중에 발록이 죽었고 강소라는 CCTV를 추적하여 이현빈이 SS급의 헌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적으로 이현빈의 업적을 부각시키고 그를 영입하는 책임자는 강소라였다. 하지만 한 달 안에 이현빈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거나 군인으로 등용시킬 수 없다면 다른 담당자가 배속될지도 모른다.
국력 강화에 공을 세우면 진급이 유리해진다. 그 때문에 끈질기게 이현빈을 쫓아다녔던 것이다.
“저건 순전히 거짓말이다.”
“일회용 마법이 아니라는 뜻입니까?”
“당연히 아니지. 그런 아이템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나? 게다가 그런 아이템이 있다면 팔아서 장비를 맞추면 되지 이런 곳에서 쓴다고?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진술에 구멍이 있기는 합니다.”
“구멍 정도가 아니라 그냥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니까?”
“그나저나 오늘 일로 정계가 발칵 뒤집히겠습니다.”
“그렇겠지. 일회용이 아니라 정말로 메테오 스톰을 사용한 것이라면…….”
“전 세계 유일의 SSS+랭크의 헌터가 등장하는 거지요.”
“그렇게 된다면 어찌 되겠나?”
“국가경쟁력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할 겁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강소라는 군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한국이 강대국 반열에 오르는 것을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다. 꼭 진급의 문제가 아니라도 말이다.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까요?”
“이렇게 되면 어쩔 수가 없어. 이현빈이 후계자 경합을 위해 실력을 감추고 있다고 볼 수밖에. 그리고 그런 생각을 그대로 보고서에 적어야겠지.”
“앞으로 더 시끄러워지겠네요.”
“그래야지. 그래야 국가경쟁력이 살아나지 않겠나?”
“맞는 말씀입니다.”
오늘은 협박을 당해서 물러나지만, 앞으로는 더욱 끈질기게 파고들어 이현빈의 정체를 밝혀낼 것이라 생각하는 강소라다.
상황은 대충 정리가 되었다.
강소라가 나를 의심하는 모양이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으니 어찌할 방법은 없을 거다.
국가에서 정밀검사를 강권한다면 까짓것 해 주면 그만이다.
물론 지금 내 실력은 처음 시작을 할 때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다. B랭크의 헌터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으니까.
여기에 검술과 마법, 정령술에 잠재력이 높게 나오면 집안이 발칵 뒤집히기는 할 거다. 하지만 그걸로는 국가나 세계를 뒤집지는 못한다.
즉, 강소라의 주장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는 셈이었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때다.
기자들도 물러났고 땅거미가 지면서 주변에 어둠이 잔잔하게 깔리고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지.
나는 전리품을 약속대로 분배했다.
내가 비록 구두쇠에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에 인색하기는 했지만 약속은 칼같이 지킨다. 그래야만 다음에도 이들을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드에 전리품 5%를 내어 주었다.
이번에는 그냥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었기에 이운성을 비롯한 길드원들도 별 불만이 없었다.
이운성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도 또 불러 주십시오.”
“잡부로 와도 좋다면 언제라도 불러드리도록 하죠.”
“SSS+랭커의 부탁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입조심 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예, 예.”
이운성은 그렇게 굽실거리며 전리품을 챙겼다.
이제 양슬하와 이예나에게도 보상을 해야 할 차례다.
나는 오늘 리치 킹을 잡으면서 나온 S급 무구 한 점을 양슬하에게 주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지.
“정말 나 주는 거예요?”
“그래.”
“와아! 싸가지가 바가지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사람이기는 하구나.”
“뭐라고?”
“말이 그렇다고요.”
“쯧.”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지금 싸워 봤자 이득 될 것은 없다.
내 힘은 고작해야 B랭크 정도. 아이템을 모두 착용해도 A나 A+랭크를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싸우면 그녀에게 개박살이 나겠지.
그에 비해 이제 이예나를 상대하는 것은 더 편해졌다.
아이템을 모두 갖췄다고 가정하면 그녀에게 박살날 위험은 없을 테니까.
그녀는 배가 고픈 강아지와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A+급의 레어 방어구를 던져 주었다.
“가져라.”
“고마워!”
“그 정도면 템발 보정으로 A급 정도의 힘은 내겠지. 그런데 입을 수 있냐?”
“응! 지금 내 랭크가 B+정도 되거든. 그러니까 한 등급 높은 방어구는 입을 수 있지.”
그녀는 실실거렸다.
역시나 사람은 뇌물을 써야 말을 듣는다.
여기에 조금 더 인심을 써 보도록 할까.
나는 가방에서 남아도는 A+등급의 코어들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가지도록 해.”
“조금 짠데요?”
양슬하가 툴툴거렸다.
아이템을 주는 것은 몰라도 코어는 안 된다.
나는 코어를 가공하여 마정석을 만들 수 있음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사업에 대량으로 필요한 만큼이나 코어는 모아 두어야 한다.
사실, A+등급의 코어를 하나씩 주는 것도 꽤나 인심을 쓴 편이었다.
“앞으로 신뢰가 더 쌓이면 콩고물은 많이 떨어질 거다. 그리고 너희들을 내 회사의 직원으로 기용하려 하고 있어. 연봉도 많이 줄 테니까 충성을 다하도록 해.”
“옛썰!”
이예나는 신나서 경례를 붙였지만 양슬하는 아직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
“다음 레이드 장소는 어디야?”
“아무래도 대구가 될 것 같은데?”
“설마 파멸의 탑…….”
“그래. 거기 꼭대기까지 한 번 가 볼 거다.”
파멸의 탑이라는 말에 양슬하는 살짝 긴장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파멸의 탑을 정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휘하의 노예(?)들과 헤어진 후에 귀가했다.
집으로 들어오자 가족들은 몬스터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오늘은 몬스터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각종 방송사에서 고양시가 완전히 평정되었다고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그만큼이나 고양시 남부의 평정은 중요한 일이었다.
영토가 넓어진 격이었고 경기도에 존재하는 위협 하나가 사라졌다. 사실, 리치 킹이 언제 장벽을 넘어 튀어나올지 근처 주민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내가 도착하자 아버지가 반겼다.
“왔느냐!”
“다녀왔습니다.”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운이 좋았죠. 그때 양슬하 양을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못했을 일입니다.”
“쳇. 운 좋은 녀석.”
형제들이 배알이 뒤틀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나를 경쟁자로까지는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부터 바로 경쟁 관계가 된다면 초반에 회사를 운영하기가 매우 까다로울 거다.
이제 약속한 것을 받아 보도록 하자.
“아버지.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지. 월요일에 바로 취임을 하도록 하여라.”
“무역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건설사도 중요했지만 무역회사도 중요하다.
나는 무역회사를 휘하에 두고 본격적으로 무역업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건설사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