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50
SSS급 재벌 헌터 250화
훌쩍.
비비안이 말했다.
“정말이요?”
“그럼요.”
나는 비비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이제야 안심을 하는 모양이었다.
“만약 달려들면 그냥 육체관계만 맺고 버려요.”
“험험.”
비비안은 꽤나 위험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이것이 최선일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 보았자 카이너스가 쳐 놓은 그물에는 갇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제가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만약 바람을 피운다고 해도 멀쩡한 인간이어야 하지 카이너스의 피조물은 아니죠.”
“믿을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 비비안이 유혹을 하여 넘어간다고 해도 마음만은 주지 말라는 비비안의 말이었다. 다른 자도 아니고 카이너스의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사제 비비안을 설득해야 한다.
“사제님?”
“네!”
그녀는 눈을 반짝거렸다.
비비안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꽤나 부담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저는 당신과 맺어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될 거예요.”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나요?”
“성서에 예언이 되어 있거든요.”
“성서의 예언이라…….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평범한 신분은 아닐 것 같은데.”
“소개드릴게요. 카이너스 교단의 마지막 성녀 비비안이라고 해요.”
“허어.”
갈수록 가관이었다.
비비안과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여기에 카이너스 교단의 성녀라고 한다.
예전에 악녀 세실리아가 나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에도 세실리아가 매우 짜증을 냈었다.
“악취미네.”
세실리아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녀 역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결국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성녀 비비안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뿐이었다.
짝짝!
나는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빨리 복원이나 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어디까지나 성녀 비비안과 아내가 될 비비안과의 문제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
잠시 이성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퀘스트와 이 세상의 구원에 집중을 해야 한다.
과연 성녀는 카이너스의 기운을 퍼뜨리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성녀님, 카이너스의 기운을 전체에 퍼뜨릴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해요.”
“가능은 하다니…….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각 층의 신전을 복원해야만 해요.”
“으음.”
“그렇다고 카이너스 님의 기운이 한 층에 적용되는 건 아니에요. 3층까지 적용이 되죠. 나중에는 모든 층을 복원해야겠지만 일단은 3층마다 신전을 복원하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암흑의 기운이 이곳에서 물러났다.
지금까지 사제들이 보호막을 씌워 감염을 막아 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늘도 맑게 개어 있었고 빛이 충만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성녀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다.
“창조신 카이너스 님, 당신의 의지대로 구원자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들의 갈 길을 축복해 주세요!”
화아악!
그녀의 몸에서 신성력이 뿜어졌다.
사방으로 신성력이 퍼지며 우리들의 몸에도 어떤 기운이 스며들었다.
띠링!
[카이너스의 축복을 받습니다!] [당신의 몸에 어떤 사악한 기운도 스며들 수 없습니다.]“이거였나.”
카이너스의 축복이란 일종의 프로텍터 마법이었다.
감염이나 저주 따위를 튕겨 내는 마법이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사제들이 실드를 씌우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까.
“앞으로는 저도 구원자님들의 여행에 참여하겠어요!”
“당신이요?”
우리들은 꽤나 거부감을 드러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무려 카이너스의 대리자였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지금 우리가 고생하고 있는 이유가 카이너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바라봤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탑 안에서 성녀 비비안과 함께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위협을 막아 줄 수 있었다.
그러니 이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어쩔 수 없군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갑자기 내게 안겨들었다.
순간적으로 좋은 향기가 풍겼다.
비비안과는 또 다른 향기였는데, 남성을 유혹하는 강렬한 냄새였다.
‘당신에게는 넘어가지 않을 거다.’
차라리 지구에서 어떤 여성이 유혹을 하였다면 이렇게까지 경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카이너스가 창조한 공간이었고 괜히 유혹을 당했다가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으므로 철저하게 경계를 하기로 하였다.
하미스 마을에 도착했다.
이미 마을 바깥은 정화가 되어 있었다. 이곳으로 카이너스의 기운이 미치면서 완전히 어둠이 사라진 것이다.
이것으로 하미스 마을 사람들은 구원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와아아아!”
“구원자님 만세!”
“카이너스 님 만세!”
“쯧.”
절로 혀가 차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카이너스 만세라는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카이너스는 창조신이었으니 그를 배척하는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마을 촌장 컬트가 달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띠링!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100만의 경험치를 얻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100만이라.’
비록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경험치가 100만이나 올랐고 레벨 업까지 하였으니 꽤나 만족스럽다.
다만 성녀 비비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촌장이 말했다.
“작지만 영웅분들을 위해 축제를 하려 합니다. 부디 함께 즐겨 주시겠습니까?”
우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브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이곳은 언제고 전초기지가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과 적대감은 없어야 한다.
탑을 포기한다면 모르겠지만, 빠르게 강해지는 것을 보면 절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일행들은 모닥불에 빙 둘러 앉아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다.
특히나 수도를 탈환할 것인지, 아니면 국왕과 왕세자만 구출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수도를 탈환하자는 쪽은 앞으로 탑을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었고 그냥 구출작전만 펼치자는 쪽은 퀘스트를 우려한 것이었다.
분명 수도를 탈환해 달라는 퀘스트가 뜰 것이고 이건 서브가 아닌 메인이었다. 혹시나 다음 메인 퀘스트와 연결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여기에서는 내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선배, 어떻게 하죠?”
“스승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일단은 내가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럴 때마다 새삼스러운 느낌이었다.
전 세계의 운명이 내 어깨 위에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구의 행사다.”
“지구에서의 행사요?”
“그래. 어떻게 해서든 지구에서의 일은 마무리를 해야겠지. 수도 탈환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거야. 그럼 즉위식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그럼 지금 구출하는 것도 무리가 있겠는데요?”
양슬하의 말에 나는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은 3일이 채 되지 않았다. 3일이 흐르면 즉위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즉위식에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난리가 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퀘스트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강철수가 강력하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철수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들이 탑을 오르는 목적은 하나였다.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 세상의 멸망을 막아 내는 것이다.
만약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이제 지구의 헌터들은 우리들의 발치에도 실력이 미치지 못한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탑의 퀘스트를 모조리 수행하고 극한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비록 그것이 카이너스의 도움이라고 해도 말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한 후에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
“구출작전을 진행하되, 성기사 한 명을 지구로 보내서 즉위식 일정을 조정하는 거지.”
“즉위식 일정을요?”
“그래. 그게 현명해 보인다.”
“어쩔 수가 없군요. 그래도 빨리 수도로 향해야 하는 것은 진배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축제를 즐기고 있을 것이 아니라요.”
“동감이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 자리를 만들어 준 촌장에게는 고맙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자고 진격을 하여 수도에 입성해야 한다.
수도 탈환까지는 무리여도 어떻게든 메인 퀘스트는 수행하는 것이다. 그 후에 곧장 내려가 발타 왕국의 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아젠 국왕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지구로 돌아가 즉위식을 한다.
그다음에 다시 올라와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제 말대로 하죠.”
“알겠습니다.”
어차피 내가 결정을 내렸다면 다른 사람들이 거부할 수는 없었다.
우리들이 일어나자 용병단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용병단장 도일이 달려왔다.
“현빈 님! 지금 출발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예. 바로 가려 합니다.”
“왜 벌써 출발을 하려 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전투의 피로가 쌓여 있습니다. 하루 정도는 정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건 알지만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어째서요?”
“국왕 폐하와 왕세자 전하를 구출해야지요.”
“으음.”
“늦으면 돌아가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왕국이 어찌 될지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최악의 경우 2왕자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2왕자 라스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살짝 몸을 떨었다.
그 역시 평화로운 상태에서 왕위가 아니라 이렇게 세상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 왕위를 물려받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군요.”
라스의 무능력함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용병단에서도 이해를 했다.
국왕과 왕세자가 죽으면 왕국은 풍비박산이 나고 사람들은 살아갈 힘을 잃을 것이다. 정말 최악의 가정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수도에 입성을 해야 한다.
촌장도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벌써 가려 하십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왕족들을 구해야 하니까요.”
“왕족이라.”
마을 사람들에게 왕족은 그다지 좋은 족속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배계급의 끝에 위치해 있는 자들이었으니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되어도 별로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이 평시라면 그런 생각이 맞았다.
누가 지배를 하든지 평민들만 잘 먹고 잘살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그 점을 피력했다.
“왕국은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감염자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말이죠. 지금 이곳이 안전하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아시죠?”
“흠……. 짐작은 했습니다.”
“예. 왕족이 어떻게 되든지 저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존재함으로써 사람들이 뭉칠 수 있다는 건 아셔야 합니다.”
“어쩔 수가 없군요.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이유는 즉위식에 늦지 않기 위해서 먼저 출발하는 것이었지만, 명분이 필요했기에 그리 둘러댔다.
우리들은 마을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북쪽으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