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55
SSS급 재벌 헌터 255화
나는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체를 이 세상에 발현하는 것은 역시나 고위 마법에 속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마나가 든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카이샤의 몸이 떨려 왔다.
“아, 아버지?”
-그래도 용케 나를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 아버지인가요?”
-그래.
“흐윽!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카이샤는 나에게 달려왔다.
안기려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지금 정신체였고 물질적인 간섭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나는 마치 유령처럼 보였을 것이다.
-진정해라. 할 이야기가 있다.
“지금 살아서 돌아오신 건가요?”
-그건 아니다. 지금은 이렇게밖에 만날 수가 없지.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충분히 마주할 수 있을 거다.
***
나는 회의실 의자에 앉았다.
정확하게는 앉은 것처럼 행동하였을 것이다. 물질은 내게 영향을 줄 수 없었기에 그렇게 시늉만 냈다.
카이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녀와의 인연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산악지대에서 몬스터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몬스터를 죽였는데, 엘프 왕국 역시 몬스터와 전쟁 중이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하여 엘프 왕국과 손을 잡았지만, 그곳에서는 나를 영웅으로 추앙하였다.
천 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항상 리치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엘프들과 함께 몬스터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때 내가 수도 없이 위기에서 구해 준 엘프가 바로 카이샤였다.
나는 카이샤를 양녀로 입적하였고 오랫동안 엘프 왕국에 머물며 그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나는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전사를 해 버렸고 다시 리치가 되었다.
그런 내가 정신체로 나타났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을 외모로가 아니라 영혼의 울림으로 인식하는 엘프였기에 그녀는 곧바로 나를 알아본 것이다.
“죽은 줄 알았어요!”
-분명히 그랬지. 나 역시 죽은 줄 알았다. 하지만 카이너스가 리치로 부활을 시켰다.
“리치라니…….”
-리치가 되어 개처럼 살았다. 하지만 결국 탈출하는 데 성공하였지. 고향으로 탈출할 수 있었고 그게 몇 년 되지 않았다.
“아아!”
그녀는 몸을 떨었다.
내가 죽은 이후에 가장 많은 충격을 받은 엘프가 바로 카이샤였다.
왕국을 몇 번이나 구한 양아버지의 죽음은 그녀를 강철의 여제로 만들었다.
-지금은 왕국의 여왕이 되었구나.
“딱히 여왕이 될 만한 인물이 없어서요.”
-그래. 그렇겠지.
“지금 왕국은 위험에 빠져 있어요.”
-보았다. 심각하더구나.
“이대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는지…….”
-해서, 제안을 하려 한다.
“어떤 제안인가요?”
-때가 되면 엘프 백성들 전원이 지구로 이주를 하겠느냐?
“……!”
이곳은 회의실이었고 엘프 왕국의 수뇌부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명석한 자들이었으니 내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특히나 카이샤는 굉장히 놀랐다.
“저희가 지구로 갈 수 있나요?”
-그래. 지구에는 적들을 막을 수 있는 방위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십억에 이르는 인구가 한마음 한뜻으로 카이너스에 대항하고 있으니 이곳에서보다는 나을 거다.
“가요! 당연히 가야죠! 그대들의 생각은?”
“대장군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500년 전에 나는 엘프 왕국의 대장군이었다. 엘프 병력 전원을 통솔했었다. 그러다 최후까지 항전하다 사망하였기에 이곳에서 나는 전설로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 살아 있는 엘프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런 전설적인 존재가 다시금 힘을 합치자고 하니 당연히 손을 잡을 것이었다.
카렌 대륙은 현재 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곳이다.
“그때가 언제쯤일까요?”
-빠르면 한 달, 길면 세 달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세 달까지는 무리예요.”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
“두 달은 가능할 것 같아요.”
-좋다. 두 달 안에 너희들을 지구로 부르겠다.
“게이트를 여는 건가요?”
-그래야겠지.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차원의 탑 100층을 클리어하고 난 이후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마나가 떨어져 가고 있다.
“아버지!”
-이제 갈 때가 되었구나.
“벌써 가시다니요?”
-어쩔 수가 없구나.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보름 후에 다시 오겠다. 그때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기다리고 있을게요!”
점점 더 몸이 깜빡인다.
다행히도 오늘은 카이너스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발각되었다면 사지가 찢어졌을 것이다.
-내 유품들을 잘 챙겨라.
“네!”
-다시 만날 것이다.
스스스슷!
나는 그렇게 카렌 대륙에서 사라졌다.
“아아!”
이현빈이 사라진 자리.
엘프들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방금은 뭐였죠?”
“분명 대장군님이었습니다!”
“제가 꿈을 꾼 것은 아니겠죠?”
“아닙니다. 대장군님이 맞습니다.”
“그분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군요. 카이너스에 의해 노예가 되어 구르다가 간신히 영혼만 탈출을 하신 거예요.”
“분명히 지구라는 곳으로 가면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장군들은 그렇게 확신했다.
이미 엘프 왕국에서는 전설적인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다시 지켜 준다고 하니 절로 힘이 났다.
“대장군의 출현을 알리시고 앞으로 두 달만 버티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 주세요.”
“예!”
“수백 년을 버텼는데 두 달을 버티지 못할 이유는 없죠.”
카이샤는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지금까지 엘프들은 희망 없이 전투를 벌여 왔다. 하지만 이제는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다.
두 달만 버티면 그들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번쩍!
지구에 도착했다.
정확하게 따지면 정신체가 이곳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내가 마법을 사용하여 카렌 대륙으로 넘어가 있는 동안 동료들은 심각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카렌 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에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오셨군요!”
“후우.”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고통스럽지 않아 다행이었다.
카이너스라면 내가 넘어온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제제도 하지 않았다.
“일단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카이너스에게 발각되지는 않았나요?”
“네.”
나는 비비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신체가 갈가리 찢어지면 어떤 고통을 받게 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곳에는 뭐가 있었나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만약 여기서 막지 못할 정도의 몬스터가 대기하고 있다면 계획을 새롭게 세워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우거더군요.”
“오우거라! 몇 마리나요?”
“수십만은 되어 보였습니다.”
“허어.”
웅성웅성!
오우거가 어떤 몬스터인지는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나는 더욱 심각한 이야기를 꺼냈다.
“강화 오우거입니다.”
“강화 오우거라. 마법으로 강화가 된 오우거라는 건데……. 그런 놈들이 수십 마리라면.”
“조금 힘든 전투가 될 겁니다.”
“두렵군요.”
비비안은 몸을 떨었다.
물론 오우거가 하늘을 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박살 나면 전 세계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렇기에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막아 내야 한다는 것밖에는.”
“심각하네요.”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엘프들이 넘어오기로 했습니다.”
“아아!”
“엘프라니요?”
강철수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말은 강철수가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궁금해했다. 과연 그들이 알고 있는 엘프들과 일치하는지 궁금해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 속에 나오는 엘프 그대로의 모습이지.”
“정말이요?”
“다만 좀 처절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다르다고 할까. 지금 그들은 한없는 절망에 빠져 있지. 카이너스의 공격이 수백 년 동안 이어지고 있으니까.”
“수백 년이라니. 그런데도 버티고 있는 겁니까?”
“엘프들은 모두가 전투 병력이니까. 마법을 사용하고 정령술과 궁술에 능하지. 그런 자들이 수십만이라면?”
“엄청난 전력이네요.”
“그래. 엄청난 전력이지.”
동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차원의 탑을 정복하면 타 차원으로 넘어가 협력자들을 끌어모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엘프들을 끌어와 곧바로 전투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가능하면 빨리 그들을 구해 와야겠네요.”
“차원의 탑을 빨리 클리어해야 한다는 뜻이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차원의 탑을 두 달 안에 클리어하는 일이다.
말은 두 달이라고 했지만, 카이너스라면 엘프들이 지구로 넘어오기 전에 최대한 숫자를 줄이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 달 안에라도 클리어를 해야 한다.
“앞으로 차원의 탑 클리어를 목표로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차원의 탑을 빠르게 클리어해야 해. 그래야 엘프들을 데려올 수 있을 테니까.”
“예쁜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겠네요.”
강철수는 농담처럼 말을 했지만, 엘프들이 넘어오게 되면 연예계가 망할 수도 있었다. 엘프들로 재편이 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카렌 대륙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다.
일행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각하!”
이한진 대통령이 찾아왔다.
그의 얼굴은 살짝 상기가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전 세계에서 곧바로 즉위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요?”
“그렇습니다.”
막사에 설치되어 있던 TV를 틀었다.
그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건 내가 바로 황제로 즉위했으면 하는 움직임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바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현빈 수상을 곧바로 황제로!”
“전 세계의 권력을 이현빈에게!”
“와아아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청와대 앞에서는 시민들이 행진을 하려 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었지만, 딱히 시민들은 무기를 들지 않았다. 그저 평화롭게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한진은 이것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가능하면 오늘 즉위를 하시는 것이 어떤가요?”
“오늘 말입니까?”
“결단을 내려 주신다면 곧바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할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미 준비는 끝나 있었습니다.”
“허어.”
역시 이한진이었다.
행정력에 있어서는 이한진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즉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정점에 서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내가 있기를 바랐다.
이한진은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부디 황위에 오르십시오!”
“이렇게 급작스럽게.”
“뭐 어때요, 선배. 그냥 즉위를 하시죠. 그렇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일 즉위를 하나 지금 즉위를 하나.”
“맞아요.”
일행들도 다 같이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으니 여기에서 거절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내가 결정을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