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7
SSS급 재벌 헌터 027화
***
나는 오달수 소장과 함께 연구소에 도착했다.
나예린은 내가 양슬하와 마법진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으므로 왜 이곳에 불려 왔는지 모르겠다는 듯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 비해 양슬하는 눈을 초롱초롱 빛낸다.
그녀는 나에게 강의를 받았고 몬스터에서 추출한 코어가 마정석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연구소의 직원은 이제 셋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직원들도 거의 퇴사를 앞두고 있는 판이었다.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으니 연구소도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오달수는 대신건설 초창기부터 함께해 왔던 직원이었고 그 누구보다 회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월급조차 받지 않고 사비를 털어 연구를 계속해 왔을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회사 원로라고 보아야 했다.
그는 거대한 원심분리기 앞에 섰다.
원심분리기라고 해서 간단하게 시험관이나 돌리는 작은 기계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높이만 해도 30미터가 넘었고 투명해 보이는 중심 원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오달수가 설명을 했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서 코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추출합니다. 그리고 돌멩이에 주입을 하면 되는 거죠. 강판에는 작은 돌멩이가 마정석으로 박히니 세심한 컨트롤이 기술의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간단히 설명했지만 전혀 간단하지 않군요?”
“그럼요. 기술의 총집약체입니다. 자세한 원리를 설명하려면 밤을 새워도 시간이 모자랄 겁니다.”
오달수는 뿌듯한 듯이 말했다.
그의 연구는 대단했지만, 그런 사실을 그룹에서 알아주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마법진의 발전은 매우 더뎠고 한국은 몬스터 방어 설계의 후진국이었다.
마정석을 많이 만들어도 수출을 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서 사실상 쓸모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달수는 언젠가는 한국도 몬스터 방어 설계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을 하여 연구를 계속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양반, 정말 뚝심이 대단하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진즉에 포기를 하고 말았을 텐데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기야, 사비를 털을 정도의 열정이라면 인생을 여기에 걸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나는 그의 공로를 치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다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사업이 잘되면요.”
“믿고 있겠습니다!”
“그럼 당장 마정석을 제작하도록 하죠.”
“그런데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뭔가요?”
“코어가 마정석으로 만들어질 때에 등급이 한 단계 낮아집니다. 아마 에너지의 손실이 발생하는 걸로 생각됩니다.”
“으음.”
“가령, A급 코어로 마정석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B+급 마정석이 만들어지죠.”
“엄청난 손해네요.”
확실히 그랬다.
코어에서 에너지를 뽑아내어 생활 에너지로 돌리는 기술은 한국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까.
물론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마정석 이외에 이렇게 인공으로 마정석을 제작하는 기술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했다. 코어를 마정석으로 변환을 하는 과정에서 한 등급이 낮아지기에 각광받지 못하는 기술이 되기는 했지만.
가뜩이나 한국에서는 마정석의 수요가 많지 않은데 등급이 떨어지기까지 하니 이건 손해를 보기 위한 장치로 보였을 거다.
내가 실망한 기색을 보이자 오달수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하지만!”
“하지만?”
“앞으로 자금 지원만 충분히 된다면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금 지원이라면 얼마나요?”
“한 300억 정도…….”
소장의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다.
300억이 뉘 집 개 이름인줄 아나? 그 사실을 알기에 소장도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갈 길이 태산인 것 같다.
“좋습니다. 지원하죠.”
“정말이요!?”
“사업이 잘되면요.”
“으으으.”
“먼저 공사부터 따야겠습니다.”
공사를 딴다는 소리에 철이 없어 보였던 탓인지 오달수는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지금 회사가 망하기 직전입니다. 그룹의 지원이 없었으면 진즉 도산했죠. 회사 신뢰도가 바닥인데 어디서 공사를 딴다는 겁니까?”
“다 방법이 있죠.”
연구소를 나와서 나는 양슬하와 함께 밀실에 도착했다.
나예린에게는 한 시간 후에 회사 뒷마당으로 임원들을 모두 불러 모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녀는 영혼 없이 대답을 했다. 내가 또 무슨 뻘짓을 할까 걱정을 하는 표정이라고 할까.
아마 몬스터 방어 설계가 들어간 자재가 완성되면 놀란 표정을 지을 것이다. 의욕이야 그 때 살아나도 충분하다.
테이블 위에는 강판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이건 건축 자재로 쓰이게 될 재료이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이후에 건축 양식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몬스터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집의 표면에 강판을 박는 수밖에 없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 따위야 쉽게 무너진다. 목조 주택은 말할 가치도 없었다.
요즘 건축비는 평당 15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집 전체를 강판으로 도배를 해야 하니 말이다. 강판으로 도배를 한 후, 외부에 징크나 스타코, 벽돌 등으로 마감을 했다.
나는 A+급 마정석으로 1평 정도의 강판에 설계를 하기로 했다.
지이이잉!
레이저로 정교하게 마법진을 그렸다.
기하학적인 문양이 인상적인 마법진이었는데, 마법 수식도 복잡했고 원리를 완전히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양슬하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내가 하는 일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완성이다.”
“와아……!”
“아마 3평에서 5평까지는 막아 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광역 공격 말이군요?”
“그래. 오크 따위는 절대 뚫지 못하지.”
“스승님 정말 짱이에요!”
이제 양슬하는 존경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단순한 녀석.
똑똑!
벌써 한 시간이 지난 모양이다.
영혼 없어 보이는 나예린이 들어왔다.
“밖에 늙은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가 봅시다.”
“그 철판은 뭐예요?”
“두고 보면 압니다.”
나예린에게 말을 해 봤자 지금은 믿지 못할 것이다. A급 방어 설계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완성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또 무슨 뻘짓을 하려고 그러나 걱정을 하는 얼굴이다.
웅성웅성!
회사 뒷마당에는 임원들이 모여 있었다.
임원들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직원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강당에서 직원들은 매우 실망을 했었다. 내가 회사를 말아먹으려 작정했음이 틀림없다고 여긴 탓이다.
여기에 양슬하가 입사했다는 건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그녀의 입사 소식은 늦게 알려지는 것이 좋았다.
양슬하는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유필 이사가 물었다.
“사장님. 아직 한창 일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강판이 완성되어서요.”
“강판이 완성되었다고요?”
“몬스터 방어 설계가 끝났다는 뜻입니다.”
“뭐라고요!?”
웅성웅성!
예상대로 주변이 크게 술렁거렸다.
몬스터 방어 설계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졌다면 어떤 건설사도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법진 자체가 기밀이었기에 각 제조사에서는 마법진을 그려 넣고 마정석을 박은 후에 코팅을 한다.
특수하게 코팅을 입히면 마법진 부분만 벗겨 내려 해도 불가능했다. 각 회사에서는 그렇게 기밀을 유지했다.
결국 몬스터 방어 설계 시장에 뛰어들려면 맨땅에 헤딩을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기술의 완성까지는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인 돈을 필요로 했다.
이런 식으로 마법진을 뚝딱 만들어 내었다는 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다. 표정들이 썩 좋지는 않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조금만 지나서 생각해 보니 어디 허접한 강판이라도 만들었나 싶었겠지.
“왜들 그래요?”
“매직 미사일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설계가 끝난 건가요?”
“겨우 매직 미사일이나 막자고 바쁜 사람들 불러 모았을까요.”
“그러면요?”
“최소한 A급 마법 정도는 막아 주어야 하는 거죠.”
“……!”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양슬하가 천재라고 해도 하루 만에는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뜻이겠지.
미안하지만 천 년의 세월 동안 뻘짓만 하며 보낸 것은 아니었고 카이너스가 내 머릿속에 온갖 지식을 강제로 쑤셔 넣어서 마정석만 있다면 SSS급 방어 설계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내가 그렇게 말을 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이런 의심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강판을 뒷마당 한복판에 세웠다.
“그럼 여기다가 A급 마법을 퍼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꿀꺽!
사람들은 침을 삼켰다.
주변이 고요해졌다.
이 강판에는 A+급의 마정석이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강화실드 기능이 들어가 있었고 이론상으로는 A급 마법을 아무리 처맞아도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무적은 아니었고 한 백 번까지는 무리 없이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직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
“그럼 시작해 보자.”
“후후. 알겠어요.”
고오오오오!
양슬하가 허공에 화염구를 수십 개나 띄웠다.
직원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A+급 마법사!?”
양슬하가 가볍게 마법을 날렸다.
후우우웅!
화염구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곧 화염구 수십 개가 강판에 작렬하였다.
제14장 명예소령
콰과과과광!
수십 개의 화염구가 떨어져 강판을 파괴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말할 수 있었다.
폭발이 사방을 뒤덮었고 후끈한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졌다.
휘이이잉!
후폭풍까지 발생을 할 지경이었고 무엇보다 직원들은 의문의 소녀에 대해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폭발이 일어난 공간 주변이 먼지로 자욱해졌다.
사람들은 입과 코를 막고 먼지가 가시기를 기다렸다.
성공을 한다면 철판은 멀쩡해야 한다. 하지만 실패하면 철판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을 것이다.
곧 결과가 드러난다.
누군가가 외쳤다.
“머, 멀쩡합니다!”
“아무런 손상도 없어요!”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상태를 확인했다.
나와 양슬하는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퍼포먼스를 하기 위하여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이유필 이사가 감탄하며 말했다.
“코팅조차 벗겨지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당연한 이야기를 하시네요.”
“당장 상용화시켜야 합니다!”
사람들은 흥분해서 외쳤다.
지금까지 무료한 눈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나예린 비서도 경악을 했다.
“사장님! 도대체 이걸 어떻게 개발하신 건가요?”
“제가 한 일이 있나요. 모든 것은 오달수 소장님의 공이죠.”
“마법진까지 연구하고 있었다고요?”
“그런 셈이죠.”
아무래도 나예린에게는 나중에 사실을 밝혀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양슬하는 야구모자를 쓰고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정체를 감추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양슬하의 정체는 대외적으로 까발려지지 않았다. 다만 대단한 실력을 가진 의문의 소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