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76
SSS급 재벌 헌터 276화
나는 낑낑거리며 옷을 입고 있는 중이다.
“크헉! 죽겠다!”
“저, 전하. 옷이 맞지 않습니다.”
“옷이 왜 안 맞아? 불과 한 달 전에 맞춘 옷이잖아?”
“그건…….”
시녀들은 차마 나에게 살이 쪘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랬다가는 맞아 죽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NPC들의 내 평가는 대략 그러했다.
최악이다 못해서 기피를 하는 지경이었다. 게임이 망한 이유가 이곳에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나는 초고도 비만이었다.
체중계가 있다면 한 160킬로 정도 나갔지 않을까 싶다.
한 달 사이에 15kg이 불었으니 옷이 맞을 리가 없었다.
제국 내에 주인공보다 덩치가 큰 사람은 거의 없었으므로 강제로라도 끼워 넣어야 했다.
투둑!
단추가 날아간다.
등 뒤에서 단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 못 봐주겠네요.”
“세실리아?”
매우 아름다운 미녀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서 있었다.
마치 더러운 돼지를 보았다는 표정이라고 할까.
그녀에 대한 정보를 떠올려 보았다.
‘분명 주인공의 아내라고 했지. 즉 이곳에서는 황태자비라는 뜻이로군. 주인공의 유일한 세력이기도 하고.’
설정에서는 한때, 세실리아와 불타올랐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제국 내에서도 제법 신동 소리를 들을 때였고 살도 찌지 않았었다.
황태자가 되면서 제국 내 모든 영애들의 시선을 받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괴팍한 성격의 돼지가 이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그녀와는 좋게 지내야 한다.
이곳에서 얼마나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 한 달이라고 해서 이곳에서도 한 달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었다. 어쩌면 시간을 더 오래 보낼 수도 있었다.
나는 최대한 웃는 낯을 했다.
팔자에도 없는 짓을 하려니 얼굴이 다 땅겼다.
“나 보러 왔어?”
“저는 당신과 볼 일이 없어요. 다만 제 아버지가 당신에게 볼 일이 있나 보군요.”
세실리아는 시녀를 통해 밀랍으로 밀봉된 편지를 내밀었다.
그녀는 편지를 전달한 후에 말했다.
“내일 아침까지 답을 주세요.”
쾅!
그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싸가지가 없기는 하네.”
편지를 펼치려다가 시종장의 독촉에 대충 침대 위에 던져 놓았다.
“폐하께서 곧 입장하십니다.”
“어쩔 수 없지. 가자.”
나는 뒤뚱뒤뚱 걸었다.
옷은 터질 것 같았고 숨을 쉬기도 불편하다.
“살을 빼기는 해야 하나.”
무도회장 앞에 도착했다.
도저히 여기까지 빨리 걸을 자신이 없어 가마를 타고 왔다.
원래 네 명이 가마를 들게 되어 있었는데, 주인공의 몸무게가 워낙에 많이 나가 가마를 개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마를 여섯 명이 들게 하였는데, 이마저도 가마꾼들은 힘겨워했다.
내가 내리자 귀족들이 수군거렸다.
웅성웅성!
“그새 살이 더 쪘네.”
“저래서야 걸을 수나 있나?”
“쯧쯧. 황태자는 망했어. 지금이라도 황태자와 얽혀 있으면 얼른 발을 빼라고.”
“그럴 일은 애초에 없었네. 멸문하려고 황태자에게 배팅을 하나?”
그랬다.
아렌은 황태자였지만 따르는 세력이 없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바로 주인공의 장인인 그란시아 후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는 않았다.
결혼 초기까지만 해도 줄기차게 찾아왔던 그가 발길을 뚝 멈추었기 때문이다.
무도회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란시아 후작과 마주쳤다.
정계와도 인맥이 닿는다면 대마법사의 DNA를 구하기는 쉬워질 것이다. 그란시아 후작은 제국 내에 인맥이 대단하다고 설정이 되어 있었으니까.
게임상의 설정이 그렇다면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지구의 황제이자 절대자인 나로서는 아부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끈 떨어진 신세였고 게임으로 치면 초반이었으니 최대한 그에게 잘 보여야만 했다.
“하하하! 장인어른!”
“험험. 황태자 전하 오셨습니까.”
그란시아 후작은 매우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분명히 이건 나를 꺼리는 모양새다.
그를 잃을 수가 없었기에 웃으며 말했다.
“그간 격조했습니다.”
“바쁘신 분이니 그럴 수 있지요.”
“조만간 술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인.”
“아닙니다. 그보다는 서신의 답을 빨리 주셨으면 합니다.”
“아, 서신!”
“읽어 보셨습니까? 딸을 통해 전달했습니다만.”
“황제께서 돌아오시는 바람에 못 읽었습니다.”
“내일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란시아는 빠르게 무도회장으로 사라졌다.
“뭐 하나 쉬운 일이 없군.”
연회가 시작되었다.
무도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황제는 세 명의 황자들을 불렀다.
그중에는 당연히 나도 끼어 있었다.
황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간 있었던 일을 보고하라.”
2황자 헥터가 먼저 보고를 했다.
설정에 의하면 놈은 검의 천재였다.
검을 숭상하는 제국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놈을 동경했다. 다음 대 황제가 유력한 황자였다.
“갤럭스 부족의 항복을 받아 냈습니다.”
“오오! 갤럭스 부족을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폐하.”
“갤럭스 부족은 지난 15년 동안 속을 썩였었다. 그들에게 항복을 받아 냈다니 참으로 큰 업적이다.”
“황공하옵니다.”
“아드란은?”
“군사를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3만의 병력이 추가로 모집되었고 훈련 중에 있습니다.”
“군대 없이 전쟁을 할 수는 없지. 잘했다.”
3황자 아드란은 마법사다.
유약해 보이는 성격과는 다르게 마법의 천재였고 마법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저 어리바리해 보이는 얼굴 속에 잔인함을 감추고 있기도 했다.
천재 마법사의 DNA도 탐이 났다. 그러니 놈의 DNA를 얻는 것도 고려를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법과 검술을 접목시켜야 신의 경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러니 대마법사를 찾아보다가 정 없으면 아드란의 DNA부터 흡수를 할 계획을 머릿속으로 마쳤다.
황제는 나를 바라봤다.
“네놈은 보고할 것이 없느냐?”
“보고할 것은 없습니다.”
“하기야, 술 처먹고 사람을 패 죽이는 것이 일상인 네놈이 보고를 할 것이 없지.”
“다만 청이 있습니다.”
“청이 있다고?”
황제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평소 주인공은 황제와 되도록 엮이지 않으려 했다. 말을 섞어 봤자 욕만 먹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 주인공이 청을 한다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청이 무엇이냐?”
나는 승부를 걸어 보기로 하였다.
여기서 첫 번째 먹잇감을 사냥한다.
“피 좀 주십시오!”
“……!”
황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피를 달라고 청하는 것은 해석여부에 따라서 반역으로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에게 그러한 요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당했다.
실패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철판을 까는 일이다.
게임을 기반으로 구현된 세계라고는 해도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강해지기만 하면 된다.
“주십시오, 폐하.”
“네놈이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피를 달라고?”
“예.”
“이상한 주술에 심취했느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피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 만약 이번에 짐을 제대로 설득하지 않는다면 목을 날려 버리겠다.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니 잘 생각해라. 정말 피가 필요하냐?”
“필요합니다.”
“허어!”
웅성웅성!
분위기가 심각하게 얼어붙었다.
칼론은 그랜드 마스터였다.
단일무력으로는 최강이었으며 전장의 신으로 군림한다. 황제의 권위만으로도 아렌을 찍어 죽일 수 있었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검술이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이것이 무형의 살기인가?’
나 역시 현실에서는 그랜드 마스터였지만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었다.
밑바닥부터 깨달음을 얻어 그랜드 마스터가 된 자와 온갖 편법에 약간의 깨달음을 얻어 그랜드 마스터가 된 나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정신력으로 꽤나 수양이 되어 있었기에 담담하게 칼론의 기세를 받아넘겼다.
일반인이 그랜드 마스터로부터 무형의 살기를 받으면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었다. 황제는 정말로 아들을 죽이려 작정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기세를 모두 받아 내자 오히려 칼론이 더 놀랐다.
칼론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제 다 넘어왔다.
“아버지의 피를 호박에 보관하여 목걸이로 만들고 싶습니다.”
“내 피로 목걸이를 만들어?”
“그 용기와 강함을 닮고자 합니다.”
“용기와 강함이라!!”
“황태자에게 저런 용기가?”
“정치적인 쇼겠지.”
주변이 술렁거렸다.
온갖 종류의 이야기들이 다 흘러나왔다.
하지만 역시 아직 무언가가 결정된 것이 아니었기에 긴장한 채로 부자(父子)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크화화화핫!”
갑자기 칼론은 파안대소했다.
기분이 좋아진 칼론은 손을 칼로 그어 버렸다.
“허억! 폐하! 어찌하여 옥체를 베어 내시는 겁니까!”
귀족들은 경악했다.
아들이 피를 달라고 했다고 해서 아예 상처를 만들어 피를 철철 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아렌은 반색했다.
“오오!”
사실, 피 한 방울만 얻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었다.
부득이한 경우라면 한 방울의 피도 아쉽지만 사실 피는 많은 편이 좋았다. 설정에 보면 강자의 DNA일수록 흡수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강해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카이너스는 지금 상황을 보며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내가 쉽게 강해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 피를 마신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쪼르르륵!
칼론은 술잔에 피를 채워 주었다.
“마셔라.”
“폐하!”
“네가 나의 용기와 강함을 닮고자 한다면 차라리 피를 마시고 그걸 기억하면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나는 이게 웬 떡이냐 싶어 피를 받아 마셨다.
꿀꺽! 꿀꺽!
비릿한 혈향이 목구멍으로 치솟았지만 역하지는 않았다.
내 위장은 빠르게 피를 분해하였다.
위장에서는 특수한 용액이 흘러나왔는데, 용액은 피 안에 들어있는 DNA를 파괴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DNA가 흡수되었다.
부들부들!
나는 몸을 덜덜 떨었다.
드드드드!
하늘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됐다!’
갑자기 개안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세상의 사물이 달리 보였다.
검에 대한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검술은 기억 속에 있었고 방금 재능을 흡수했다.
“아아!”
스킬로만 사용하던 검술의 원리가 이해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며 검술을 구현하였다. 하지만 스킬은 그저 단축키나 다름이 없었다.
원리 따위는 무시했다.
검기가 어떻게 발현이 되는지, 검사는 어떻게 뽑아내는지, 검강이 정확하게 어떻게 발현되는지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온몸의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연 현실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영혼이 탈피되고 만물의 이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었다.
만약 카이너스가 만들어 낸 이런 기연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그건 절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검술의 기초부터 모조리 이해를 하였으니 나는 그랜드 마스터를 뛰어넘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낸 것이 다름없었다.
이렇게까지 나를 빠르게 성장시키려는 카이너스가 두렵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카이너스에 대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현실에서 검술이 얼마나 발전하였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신의 경지에 오르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