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79
SSS급 재벌 헌터 279화
나는 바헬에게 양해를 구했다.
“바헬 님, 대련이 가능할까요?”
“하하하하! 친목대련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이참에 드림 팀 내에서 실력을 명확하게 확정짓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맹주는 현빈 님이겠지만요.”
바헬은 은근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역시 나를 보며 호승심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
“기의 장막을 칠게요.”
비비안이 사방 100미터 내에 장막을 쳤다.
여긴 얼어붙은 대지, 북극이었지만 대결로 인하여 빙하가 초토화될 수도 있었기에 결계를 친 것이었다.
분명 바헬과 내가 전력으로 싸우면 빙하는 모조리 녹아 없어질 것이다. 그리되면 해수면이 올라가고 여러 가지 자연재해를 가져올 수 있었으므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스스슷!
나는 전설의 검을 소환하였다.
바헬 역시 검 한 자루를 손에 쥐었는데, 차원의 탑에서 지겹게 보았던 천신의 검이었다. 바헬이 전성기이던 시절에 직접 제작을 했다고 한다.
“후우.”
그래도 약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 내가 패하면 인지도는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차원의 맹주로 군림을 하더라도 말이다.
바헬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틈이 없군.’
차원의 탑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바헬에게서는 어떤 틈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힘을 끌어올리자 마나가 휘몰아쳤다.
쿠구구구구!
드림 팀원들은 각자 실드를 둘렀다. 여기에 사제 계열 헌터들이 방어막을 2차로 둘렀다. 싸움의 여파로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바헬이 외쳤다.
“그럼 갑니다!”
“언제든지 오십시오!”
쐐애애액!
바헬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공간이 좁혀졌다.
바헬은 크게 검을 휘둘렀고 나 역시 대응했다. 예전 같았다면 힘 대 힘으로 대결을 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검술의 기본기를 수련하면서 어떻게 해야 최상의 검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깨달았기에 근육과 뼈의 움직임까지 자세하게 관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마나의 흐름이나 미세한 공기의 떨림까지 간파하였으므로 그의 검을 효율적으로 흘릴 수 있었다.
스스슷!
“……!”
바헬은 놀람을 드러냈다.
괜히 긴장하던 드림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필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부드럽게 검을 찔러 넣는다.
검술에 있어 힘이 능사는 아니었다.
비교적 느리게 움직이는 검은 바헬의 검에 맞닿았다. 나는 회전력을 이용하여 검을 피한 뒤 그의 옷깃을 잘랐다.
서걱!
“허억!”
조금 더 깊게 들어갔으면 그의 목이 베였을 것이다.
바헬은 당황하며 물러났다.
“최근 큰 깨달음을 얻으신 모양이로군요. 이렇게 된 이상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바헬은 긴장했다. 그건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바로 나였다.
‘내가 이렇게 강했었나?’
자타공인 최강의 헌터이긴 했지만, 신의 경지에 이른 바헬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선전할 줄은 몰랐다.
단 한 번 검을 부딪쳤을 뿐이었지만, 그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로군.’
강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친선경기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는 그런 대결이었다. 아무리 바헬이 친절하다고 해도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실력으로 눌러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즉, 질 수 없다는 뜻이다.
고오오오!
마나가 일렁거리며 진득하게 주변이 변했다.
푸른빛이 눈에 보일 정도였고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바헬의 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의 검은 신성력으로 일렁거렸는데, 이번 한 번에 승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질 수 없지.’
나는 어검술을 사용했다.
예전에는 스킬과 약간의 깨달음으로 어검술을 사용하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진짜 어검술이다.
황제의 DNA를 흡수하면서 개안하였고 어떤 원리로 어검술을 사용하는지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갑니다!”
“원하던 바입니다!”
쐐애애액!
서로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쿠아아앙! 콰아아앙!
실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인간이나 몬스터가 있었다면 모조리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아니, 가루가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바닥에 깔려 있던 얼음들은 입자로 쪼개졌으며 그마저도 소멸이 되고 있었다.
드림 팀원들은 입을 쩍 벌렸다.
우리들이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검술은 심화된다.
이제 우리는 깨달음을 투사하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사방으로 검격이 퍼져 나간다.
이곳에 모여 있던 드림 팀원들은 입을 쩍 벌렸다.
특히나 검술을 사용하는 성기사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현빈 님의 검술이 뛰어난 줄은 알았지만, 인간의 육신으로 다른 차원의 신인 바헬 님과 호각을 이루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요한 6세가 말을 내뱉었다.
바깥에서는 천지가 격동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이현빈을 신의 현신이라 생각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다른 차원의 신과 대결하여 밀린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호각을 이루었다.
바헬은 힘을 상당히 잃었다고 하였지만, 그건 이현빈도 마찬가지였다. 바헬이 신의 본체라면 이현빈은 육신을 입고 활동하는 살아 있는 신이었다.
육체의 한계는 어떻게 해도 극복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대결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신의 경지입니다.”
성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한 6세의 말에 동의했다.
사실, 놀란 것은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강철수는 한눈에 일취월장한 이현빈의 실력을 알아보았다.
“선배가 강해졌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에.”
단순히 잠재력을 성장시켰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일행 중 최강자로 불리던 바헬과 호각을 이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구도 밀릴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강철수는 걱정을 드러냈다.
“비비안 님, 이제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위험해 보여서요?”
“네. 이대로 가다가는 어느 한쪽이 소멸될 것만 같아서요.”
“후후. 걱정 말아요. 저래 보여도 서로 죽이지는 않아요.”
비비안은 대결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죽일 것 같았지만, 급소는 피해 가며 서로 공격하고 있었다. 살인을 위한 대결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누가 패한다면 꽤 다치기야 하겠지만, 이곳에는 신급의 사제인 비비안이 있었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끝이 나려 하네요.”
강기의 회오리들이 충돌하였다.
충격은 대지를 뒤흔들고 결계를 찢고 나가려 했다.
***
나는 마지막 충격에 대비하였다.
이걸로 대결은 끝이 날 것이다.
그런 직감이 왔고 그건 저쪽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헬의 검에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강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응축된 강기는 회오리바람으로 화하였고 강기가 하늘로 치솟다 못해서 결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바헬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전력으로 힘을 쏟아 냈다.
바헬의 이마에서 힘줄이 돋아났다. 그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쿠아아아아앙……!
파아아앙!
마침내 결계가 깨졌다.
나와 바헬은 서로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콰아아아앙!
서로 다른 편에 존재하는 빙산에 처박혔는데, 몇 개의 빙산을 뚫고 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몇 킬로미터는 튕겨져 나갔을 것이다.
“쿨럭!”
나는 피를 토했다.
“허억! 허억! 급소에 맞았다면 죽었겠다.”
급소가 아닌 곳에 타격을 받았는데도 죽을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성수를 복용하였고 비비안이 날아와 치료를 해 주었다.
“괜찮으세요?”
“그럭저럭 괜찮네요.”
아무래도 하루 정도는 요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곳은 빙산 안쪽이었다. 아예 빙산이 두 동강이나 버렸으니 얼마나 큰 충격이 몸에 가해졌는지 알 만했다.
“후우우.”
그녀의 치료 마법에 가슴이 편안해진다.
피도 잦아들었다. 내부 장기가 치료되었고 뼈도 붙었지만, 그녀의 힘이 아니었다면 죽을 수도 있었던 상처였다. 다행히 빠르게 치료를 해서 걸을 수 있었다.
마나는 모조리 빠져나갔다.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가지고 있는 나였으나 이렇게 모조리 투입된 것을 보면 바헬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일행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바헬 역시 세실리아의 부축을 받았다.
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은 것이다.
“대단하시군요.”
“제가 드릴 말입니다.”
“현빈 님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겸양의 말씀이시네요. 바헬 님도 마찬가지인데요?”
“하하하하! 좋은 대결이었습니다!”
그는 호쾌하게 웃었다.
이곳에는 바헬이 이끌고 온 천사들도 있었는데, 그들 역시 나를 경외하고 있었다.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진정한 신의 경지는 아니지.’
한 가지 안타까움은 있었다.
완벽하게 신의 경지에 올랐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헬과 동수를 이루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지금까지 제가 오만했습니다.”
“네?”
바헬은 진심을 토하고 있었다.
“사실, 드림 팀 안에서는 제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동맹이 흔들리거나 군림을 하지는 않았겠지만요. 이번 대결을 통하여 제 패배를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비겼다고 봅니다.”
“아니요. 현빈 님은 마나말고도 신성력과 마기, 정령력까지 가지고 계시잖아요. 목숨을 건 혈투라면 제가 패했겠죠.”
오히려 그는 속이 시원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하여 나에게 지휘권을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허리를 굽혔다.
“제가 패했습니다.”
“이러지 마세요.”
물론 나는 승복할 수 없었다.
분명히 이번 대결에서는 비겼다. 어쩌면 바헬이 사정을 봐주어 비긴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었다.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았다.
“바헬 님, 추후에 다시 대결을 하도록 하죠.”
그는 허리를 폈다.
“그때까지는 제가 패한 것으로 하죠.”
“후우.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니 어쩔 수가 없군요.”
바헬도 한 고집했다.
평소에는 헤실거리며 사람(?) 좋은 얼굴을 하였지만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 굽히지 않았다. 이번 대결처럼 말이다.
나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걸로 안심하고 등 뒤를 맡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하! 함께 술이라도 한잔할까요?”
“좋죠!”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술을 마신다고 해도 취할지 의문이었지만, 우리는 육체가 취하는 것에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바헬의 천계.
최근 들어 바헬은 자신의 천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물론 이곳에 오자마자 바헬이 차원의 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지금은 푸른 들판만 존재하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이곳은 비비안이 만든 어비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았다.
따듯한 바람이 느껴진다.
들판 한가운데에 테이블이 마련되었다. 원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바헬이 즉석에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운치가 있네요.”
“아직 멀었죠. 본격적으로 힘을 투사하지는 않았었는데 오늘 대결에서 뺀 힘이 회복되면 바로 건축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 술이 올려진다.
고풍스러운 술병이었는데, 기하학적인 문양이 인상적이다.
“담근 지 5만 년 정도 된 영혼주입니다.”
“영혼주라니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을 취하게 한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