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80
SSS급 재벌 헌터 280화
뽕!
코크스 마개를 따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향긋함이 물씬 풍겨 나온다. 그 향에 취할 정도였다.
일행들은 흥분했다.
“5만 년이나 된 술이라니!”
“저 귀한 것을!”
저 술을 가치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될까. 아마 측정이 불가할 것이다. 이 세상에 5만 년이나 된 술은 없었으니까.
물론 비비안과의 신혼여행에서 10만 년이나 된 술을 개봉하기는 했었다. 그건 와인이었고 이런 종류는 아니었다.
비비안조차 귀하다고 말했다.
“신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술이에요. 전성기 시절이 아니라면 제조조차 할 수 없죠.”
바헬은 어깨를 으쓱였다.
“귀인들을 모셨는데 술이 아까울까요. 아공간에 아직 많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와아!”
환호하는 사람들.
나 역시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마셔 볼까요?”
“네!”
“다들 취할 때까지 달려 보도록 하죠!”
우리들은 술잔을 빠르게 비웠다.
몇 잔을 마시자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는데, 과거에 술을 마셨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으로 취기가 감돌았다.
갑자기 혀가 꼬였다.
“으으으. 대단하네요.”
“저도 잘 마시지 않는 술입니다. 마시면 정신을 놓기 일쑤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마셔도 다음 날 숙취는 없어요.”
“귀한 술을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제가 지금까지 오만했습니다. 겉으로는 현빈 님을 인정하였지만 은근히 제가 우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입니다.”
“오늘 대결에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다른 힘을 폭발시켰다면 제가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요.”
“아닐 텐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었다.
바헬이 마음만 먹었다면 오늘 내가 패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오늘은 형식적으로나마 내가 이긴 것으로 하자고 하였으니 더 이상 말을 해 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대결을 하도록 하죠.”
“좋습니다! 호승심이 일어나는군요!”
그는 호쾌하게 말했다.
우리들은 주거니 받거니 술을 퍼마셨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필름이 끊어져 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곯아떨어졌다.
바헬 역시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버틴 것은 간간히 영혼주를 마시며 면역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동료들처럼 뻗었을 것이다.
대천사가 그를 부축했다.
“역시 강하구나.”
“모시겠습니다.”
“아니다. 몇 잔만 더 마시고.”
바헬 역시 필름이 끊어질 때까지 마시고 싶었다. 오늘은 매우 기쁜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깨달았다.”
“저도 놀랐습니다.”
대천사 미칼 역시 오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히 이현빈이 바헬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이런 것을 두고 지구에서는 용호상박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도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호각을 이룬 것이다.
“현빈 님은 인간이 아닌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처음에는 분명히 인간이라고 생각을 하였지만, 지금은 알 수가 없었다. 판단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성기사들이나 교황은 그가 신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착각이든 어쨌든 나는 그를 신의 반열에서 생각하기로 했다.”
“동감입니다.”
“너희들도 현빈 님을 대할 때 나를 대하듯 하라.”
“신명을 받듭니다.”
몇 잔 정도 술을 들이켜던 바헬 역시 그 자리에서 뻗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도대체 어제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항상 밝았고 시간의 흐름조차 잊힌 것 같았다.
“일어나십시오.”
바헬이 나를 깨웠다.
“바헬 님, 언제 일어나셨나요?”
“저도 방금 일어났습니다.”
“으음…….”
다른 일행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역시나 영혼주의 힘은 강력하였다. 그걸 먹고 멀쩡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이틀이 지났다고 하더라고요.”
“이틀이라!”
그러니까 영혼이 취하는 바람에 이틀 동안 자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영혼주의 힘이 강력하네요.”
“그래서 저도 자주 찾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마시죠. 그래도 상쾌하시죠?”
“몸에 활력이 도네요.”
힘은 모두 회복하였다.
영혼주는 영혼을 취하게 하기도 하였지만, 온몸의 기력을 보충해 주는 효과도 있었다. 엊그제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나 마나는 모조리 회복했다.
사람들은 일어나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묘하게 기력이 도는 것이 힘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양슬하가 다가왔다.
“스승님, 이틀이나 지났대요.”
“나도 들었다.”
“그럼 투표결과가 나왔겠는데요?”
“아, 그렇지.”
그러고 보니 수상선거에 대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나와 연락이 되지 않아 이한진이 걱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짝짝!
나는 손뼉을 쳐서 일행들의 시선을 모았다.
“자자, 그럼 내려가 보도록 합시다.”
결과를 확인하지 않아도 뻔했지만, 그래도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할 필요는 있었다.
제158장 투표 결과
바헬이 만든 천계에서 곧바로 청와대까지 내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에서는 나와 연락이 닿지 않아 곤란했던 모양이다.
이한진을 비롯한 관료들이 달려왔다.
“폐하!”
“드디어 오셨군요!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이한진의 얼굴의 안도가 흐른다.
아무래도 영혼주를 마시고 뻗어 있는 이틀 동안 걱정이 상당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겨우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져 나오지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동료들 역시 영혼주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건 바헬도 마찬가지였다.
“험험. 일이 있어서 좀 늦었습니다.”
“앞으로는 옥체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 세상은 오직 폐하 한 사람의 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신다면 이 나라는 망합니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황제라고 치켜세우지만 그다지 권위를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황제가 되었다고 해도 나는 지구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였고 그것이 한순간에 바뀌면 얼마나 큰 혼란이 초래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권력은 필요할 때만 쓰면 된다.
나는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보다 투표결과는 어찌 되었나요?”
“폐하의 덕분에 98%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폐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98%의 지지율이라면 거의 공산국가에서나 나올 수 있는 수치였다. 그만큼이나 전 세계적으로 내 지지율이 높다는 방증이었다.
황제로 등극한 내 지지율은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밖에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올 거라고 생각했었나요?”
“예!”
이한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오늘 도착할 것이며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불안감을 불식시켜 줄 것이라고 말이다.
“할 수 없죠. 가 보도록 합시다.”
황제가 된 이후에도 바쁜 삶이 이어질 것 같았다.
행정은 이한진이, 회사 일은 나예린이 맡아서 처리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수련을 쌓아야 한다.
바헬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충분히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어야 한다. 나는 아직 미숙했다.
청와대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는 언제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언론 역시 나를 지지하고 있었다. 내가 사라지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시다!”
“와아아아!”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
“적응하셔야 합니다.”
내 혼잣말에 이한진이 대답했다.
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는 것은 역시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세상 사람들에게는 내가 굳건하며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건재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
“반갑습니다.”
“드디어 뵙네요!”
이소희 기자도 끼어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아는 척을 하였고 나 역시 살짝 목례를 했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이소희에게 집중되었다.
“설마 후궁을 노리시는 건…….”
“그럴 공산도 크지.”
“이 기자와 폐하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문이 있던데.”
기자들은 억측을 하기 시작하였다.
제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후궁을 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건 역시 민주주의에 위배된다. 전제왕정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기본적인 틀은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 큰 혼란이 초래되지 않는다.
후궁을 들이는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분들이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오해라니요?”
“저는 비비안 님과 결혼을 하였고 후궁을 들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이상한 억측은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험험.”
기자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그들이 먼저 나서서 설레발을 치는 격이었다.
“이번에 제가 회견장에 온 이유는 이한진 수상님의 임명을 공식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전 대통령께서 수상에 당선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습니다. 모든 행정력을 투사하여 카이너스를 막아 내기 위해서는 능력 있고 깊은 교감을 나눈 상대가 필요합니다. 그 점에서 보면 이한진 수상님은 앞으로도 잘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제 기분이야 당연히 좋습니다.”
“앞으로 국정 계획은 무엇인가요?”
‘국정 계획이라.’
분명히 제국이 나아갈 방향을 표방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아니, 그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제국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야 국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나는 기본기에 충실하기로 하였다.
“제국의 사활을 걸고 방벽을 보강하며 대피시설을 확충하겠습니다. 웨이브가 터졌을 때, 한 명의 사상자도 만들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웅성웅성!
소란이 일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한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전 세계가 통합된 제국이 들어선 것도 생존을 위해서였다. 그러니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만 회견을 마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국정회의를 해야 해서요.”
“임명식은 언제인가요?”
이소희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 통합제국의 수상이 임명되는 행사는 분명히 진행을 해야 했다. 그저 임명했다고 발표만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어도 당연히 행사를 가졌는데, 무려 통합제국의 수상이 되는 일이었다. 성대하게는 못해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다.
“흠. 임명식은 내일 하도록 하겠습니다.”
“청와대 앞에서요?”
“그렇습니다.”
이곳은 임시황궁이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청와대로 부르고 있었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통합제국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지 황궁을 청와대로 부르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국정회의가 열렸다.
앞으로도 이한진이 주축이 되어서 제국을 이끌어 나갈 것이었지만, 내 의견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방금 전 발표에서도 제국의 방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으니 그에 발맞춰서 정책을 짜야 한다.
내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
엄숙한 분위기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분위기가 삼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황제가 되면서 사람들은 더 조심하게 되었다.
국민들은 모르겠지만 관료들은 전제왕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전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사형선고도 내릴 수 있다. 이건 어마어마한 권한이었다.
관료들은 그런 내 권력을 피부로 느끼는 모양이다.
“앉읍시다.”
드르륵!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다.
이한진은 나와 가장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기에 맞은편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