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91
SSS급 재벌 헌터 291화
나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컬크라는 남자가 돈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옭아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황태자다. 제국의 황태자에게 예를 갖추어라!”
“썩 꺼지지 못해?”
컬크는 나를 살짝 밀쳤다.
그때, 나는 엄청난 속도로 뒤로 밀려 나가며 막사 밖을 나뒹굴었다.
“아이쿠, 모병관이 사람 치네!”
컬크는 순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컬크의 기세는 등등해졌다. 생각보다 내가 약골이라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썩 꺼져라! 뒈지기 싫으면!”
“황태자라고 밝혔는데도 사람을 치면 쓰나!”
나는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
이미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웅성웅성!
“저 사람이 황태자라고?”
“그렇다는데?”
“황태자는 엄청 뚱뚱하다고 들었는데.”
시민들이 모여들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 냈다.
컬크는 눈살을 찌푸렸다.
“좋은 말로 할 때 썩 꺼져라.”
그때, 도시 경비대가 들이닥쳤다.
이런 일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도시 경비대를 동원하였던 것이다.
무려 경비대장이 달려왔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죽을 뻔했다.”
“네 이놈! 이분이 뉘신지 알고! 체포하라!”
“예!”
“허억! 이게 무슨……. 설마 정말 전하이십니까? 아아!”
컬크는 이제야 사태를 파악했다.
원래 나는 치사한 인간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컬크의 약점을 잡게 되었으니 잘된 일이다.
“하하하! 끌고 가라!”
나는 파안대소했다.
컬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도시 지하 감옥.
나는 감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컬크를 바라봤다.
황태자를 쳤으니 사형이다.
분명히 나는 황태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믿지 않은 것은 컬크였다. 그러니 그에게 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봐.”
나를 발견한 컬크가 엉금엉금 기어 왔다.
“아이고, 전하! 제가 몰라 뵀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놈은 눈물까지 질질 짜고 있었다.
아마 막막할 거다.
처에 자식이 다섯이었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겠지.
미안하지만 이런 유능한 모병관은 두고두고 쓸모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 모병을 해야 할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수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연줄을 만들어 놓고 부릴 수 있다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분명히 황태자라고 말했다”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고, 살려 주십시오! 너무 변해서 못 알아 뵀습니다!”
“돼지새끼였다고?”
“푸, 풍채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착각을 했습니다.”
“알고 있다. 네가 오해를 했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제국의 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어쨌든 국본이고 너는 제국의 뿌리를 흔들리게 했다. 이게 무슨 뜻이겠느냐? 반역죄에 준하거든. 잘못하면 너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목도 날아가지. 최소한 3족은 멸할 수 있는 중죄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험험. 그런 차원에서 협조를 좀 해야겠다.”
“무엇이라도 시켜 주십시오!”
“내가 모병관에게 무엇을 원하겠나?”
나는 간수를 호출했다.
그러고 나서 직접 열쇠로 컬크를 꺼내 주었다.
힘 있는 귀족들이나 황자들을 지지하는 기사들에게나 나의 힘이 통하지 않는 것이지, 황제를 등에 업고 있는 이상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컬크는 연신 허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진즉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으냐. 내가 그대를 믿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이제 일을 좀 시켜 볼까?”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모병관이 뭘 하겠느냐? 모병이지.”
“어떤……?”
“내 사병을 좀 모집해 주어야겠다.”
“하오나 수도에서 전하의 사병을 모집하는 것이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사병을 모집하라는 건 아니다.”
“그러면요?”
“지휘관을 제외하면 전부 노예병으로 채우도록 하라.”
“예!?”
“가능하면 전쟁 포로들이나 용병 출신으로. 군에 종사했던 사람이면 더 좋고.”
“진심이십니까?”
“진심이다.”
나는 눈에 힘을 주었다.
당연히 장난일 리가 없었다.
전쟁을 나가는데 친위대조차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5만의 병력 중에서 친위대를 뽑아도 되겠지만, 나는 오직 나만의 명령을 받고 움직일 수 있는 군대를 원했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세력이 없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
이곳에서 24시간은 현실에서 한 시간이었고 현실에서 하루는 이곳에서 24일이다. 현실에서 10일이라면 240일, 한 달이면 720일이다. 대략 2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간간히 현실에도 나가야 하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1년 반만 이곳에서 생활한다고 가정하면 매우 긴 시간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도 생각을 해야 했고 전투에 직접 투입되면 병사들의 경험도 쌓일 것이니 세력화하여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병들의 힘으로 버텨야 할 수도 있었다. 권력의 핵심이자 비빌 언덕을 만들어 두는 것인데 대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전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호출하면 즉각 튀어 오도록.”
“예, 전하.”
컬크는 울상을 지었지만, 불쌍한 표정을 지어 봤자 소용없다.
컬크의 팔자가 더럽게 꼬이는 순간이었다.
며칠 동안 맹수련에 돌입하였다.
대마법사의 DNA를 수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1기사단장 카이젠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지 고심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아무리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소드 마스터인 카이젠에게 순수 검술로 치명타를 입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마법과 섞어서 공격을 해야 한다.
마검사가 강한 이유는 마법과 검술의 조합 때문이었다. 특히나 마법과 검술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특유의 반탄력이 일어났고 파괴력은 두 배 이상 증대되었다. 결국 3황자 아드란의 DNA를 흡수할 수 있다면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며칠 동안 고심을 한 결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드란의 피를 얻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게임의 공략집을 떠올렸다. 거기에서는 아드란과 주인공의 아내, 즉 황태자비 세실리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추천했었다.
망나니가 된 황태자는 매력이 사라졌고 세실리아를 그저 정치적인 도구로밖에는 이용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외로웠던 그녀는 아드란에게 관심을 갖는다.
아드란 역시 세실리아에게 막연한 호감을 품고 있었기에 그걸 이용한다면 충분히 아드란의 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사와 기사는 상극이라고 하지. 아드란이 아무리 천재적인 마법사라고 해도 가까이 붙어서 주먹질을 하면 어쩔 수가 없을 거다. 게다가 싸움이 벌어지면 호위 기사들이 양쪽에서 뜯어말릴 테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론상으로는 한 방울의 피만 있어도 되었지만, 여긴 온전한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기반으로 만든 새로운 세상이었다.
꿈을 매개체로 삼는다는 것이 조금 특이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한 방울의 피로는 조금 부족했다. 가능하면 많은 피를 마시는 것이 중요하였다.
계획이 머릿속에 잡혔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지금은 해가 저물어 가는 저녁이다.
시녀들 사이에 돌고 있는 소문에 의하면 저녁마다 아드란은 황태자비와 산책을 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부정적인 관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황태자비와 3황자가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놈을 묵사발 낼 이유는 충분하였다.
“그럼 계획을 실행해 볼까.”
***
나는 정원 한구석에 숨어 아드란과 황태자비가 만나기를 기다렸다.
이건 꽤나 따분한 작업이다.
수행시녀인 마르엔은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숨어 있는지 물었다.
“여긴 황궁 정원인데……. 누굴 기다리시는 건가요?”
“부정한 자를 박살내기 위해서지.”
“부정한 자가 누군데요?”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아드란!”
“설마 그 소문 때문에……?”
“그래.”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태자비를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죄가 될 수 없었지만, 서로에게 감정이 있다는 것은 중죄였다.
아직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아드란에게 주먹질을 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놀라지 마.”
“네?”
“오늘, 망나니가 될 테니까.”
마르엔은 몸을 떨었다.
내가 요즘 들어서 착해졌다고는 해도 마르엔은 완전히 인간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하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마르엔에게 매질은 하지 않아.”
“감사해요.”
“때리지 않는 것이 감사한 일인가? 당연하지.”
그녀는 감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대체 마르엔이 평소 주인공을 어떻게 생각하였기에 이런 반응인지 모르겠다.
“오는구나.”
“정말로 밀회를 즐기고 있었네요.”
“지금은 단순히 산책을 하는 정도지만, 눈이 맞은 남녀는 언젠가 사고를 치기 마련이지. 지금 나서지 않으면 정말 세실리아와 이혼을 해야 할 거야. 그렇게 되면 완전히 끈 떨어진 신세가 된단 말이야.”
“그도 그러네요.”
“잘 보고 있어.”
나는 갑작스럽게 아드란과 세실리아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꽤나 당황했다.
“형님께서 어떻게?”
“당신이 왜……?”
“이 새끼야! 감히 남의 마누라와 밀회를 해!?”
“자, 잠시만…….”
꽈직!
주인공의 몸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사이에 살은 더 빠져서 꽤나 날렵해졌고 검을 수련했기에 비실비실한 아드란이 마법을 날리기도 전에 그의 턱주가리를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아드란의 호위 기사들도 미처 말릴 틈이 없었다.
나는 아드란의 코를 타격했다.
퍼어어억!
“아아악!”
“전하를 말려라!”
“물러서라! 여기서 말리면 중죄로 다스릴 것이다!”
“전하! 우리들은 3황자 전하를 지켜야 할…….”
“이 새끼는 내 마누라와 바람을 피웠다! 황태자비와 말이다! 이걸 공론화하면 어떻게 될까?”
“…….”
퍽퍽퍽퍽!
“아아악! 형님!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됐어, 새끼야!”
내 손은 피범벅이 되었다.
놈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그대로 뒹굴었다. 피가 마구 튀며 상당한 양의 핏방울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됐다! 됐어!’
혈투를 예상했지만, 아드란은 그러지 못하였다. 갑작스러웠을 것이고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놈은 마법사였고 나는 기사다. 또한 나는 요즘 엄청나게 수련을 해 대고 있었고 카이젠 단장과 대련을 하면서 웬만한 공격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아드란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나는 기습의 묘미를 살렸다.
캐스팅이 불가하게 입을 뭉개 버렸기에 아드란은 더욱 나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얼굴이 터져서 흐르는 아드란의 피를 손에 적셔 마셨다.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자식! 바람을 피우니까 좋더냐?”
“으으으. 저는 아무 짓도…….”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잖아?”
아드란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세실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 만약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 멸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건…….”
“닥치고 있는 게 좋을 거다.”
“어째서 이러는 건가요!”
스스스슷!
세실리아는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환희에 몸을 떨었다.
천재 마법사 아드란의 피가 몸속으로 스며들자 예전에 황제의 피를 흡수하였을 때만큼이나 경이로운 현상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