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93
SSS급 재벌 헌터 293화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1기사단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제국의 기사단들은 매일같이 피나는 수련을 한다. 그것은 1기사단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들은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오셨군요.”
카이젠이 나를 맞았다.
처음 그들과 마주하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이었다. 어느 정도는 존경심을 담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치기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오래전에 잊혔던 나의 재능이 부활했다고 여겼을 것이다. 게다가 카이젠 단장보다는 못해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보며 존경심이 인 것이 틀림없었다.
이건 좋은 현상이다.
카이젠이 말했다.
“오늘도 대련을 하시렵니까?”
“그래. 카이젠 단장,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전하께서 저에게 치명상을 입히신다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 종군하겠습니다. 이건 기사단 모두의 뜻입니다.”
“잊지 말라고.”
“전하께서도 그만 포기를 하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시작해 볼까?”
“그러시죠.”
카이젠 단장과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조차 장족의 발전이었다. 처음에 카이젠 단장은 나를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만큼이나 말문을 트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기사 중 한 명이 목검을 가져다주었다.
부르르!
나는 목검을 잡고 몸을 떨었다.
검을 잡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칼론 황제가 가지고 있던 DNA에는 호전적인 기질도 깃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즐기며 눈앞의 벽을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도 많이 바뀌었군.’
미소가 지어진다.
팟!
나는 먼저 몸을 날렸다.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가볍다. 그렇다고 현실에서처럼 무지막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쾅!
검기와 검기가 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난다.
카이젠의 움직임이 들어왔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으나 나는 그의 검이 어떤 궤적으로 날아올지 짐작이 되었다.
쾅쾅쾅!
연속으로 그의 검을 막아 낸다.
기사들은 감탄했다.
“저럴 수가.”
“단장님의 검을 저렇게 막아 내다니.”
그건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면서 근육의 움직임이 세밀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손목은 어떻게 비트는지, 어디를 어느 정도의 힘으로 때릴지 알 수 있었다. 근육은 필연적으로 순리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으로 회전을 주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틀 수 없는 것이었기에 세세한 근육의 떨림만 잡아낼 수 있다면 다음 궤적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틈이다.’
저곳에 찔러 넣으면 어떻게 될까.
가슴 쪽이 비어 있었다.
하지만 그곳으로 검을 섣부르게 찔러 넣지 않는다.
저것은 함정이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가슴으로 검을 찔러 넣는 순간, 카이젠 단장은 몸을 비틀어 피할 것이고 반격을 가할 것이었다.
아직까지 내 움직임이 카이젠 단장보다는 빠르지 않았으니 반드시 내가 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카이젠의 검이 격렬해진다.
쿵쿵쿵!
연속으로 땅이 울렸다.
묵직한 느낌이 전신에 퍼져 나간다.
대결이 격해질수록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서는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나는 검을 오른쪽으로 회전시켰다. 그러고는 외부의 마나를 움직여 검을 놓는 즉시 왼쪽으로 검로를 틀었고 매직미사일과 검기를 조합시켜 터뜨렸다.
“헉!”
쿠아아아앙!
화려한 폭발이 카이젠 단장의 몸에서 일어났다.
제165장 군대를 모으다
카이젠은 저 멀리까지 튕겨져 나갔다.
지금까지 나는 수도 없이 카이젠 단장에게 두들겨 맞았었는데 처음으로 그의 몸을 튕겨 낸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대폭발을 일으켰다.
마법과 검술의 조합.
제대로 된 반탄력은 상상을 초월한 파괴력을 만들어 냈다.
“쿨럭!”
“단장님!”
카이젠은 피를 토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검로가 어찌…….”
“어제부로 마검사가 되었기 때문이지.”
“……!”
기사들은 경악했다.
대륙에서 마검사의 존재는 희귀했다. 검과 마법은 익히는 방식이 달라서 함께 사용한다는 것은 극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일부 천재들만 마법과 검술을 병행하였으나 두 가지 모두 대성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드물었다.
“단장, 마음만 먹었다면 자네를 죽일 수도 있었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허어.”
“전하께서 승리하시다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약속은 약속이지. 단장, 어쩌겠어?”
털썩!
카이젠은 무릎을 꿇었다.
그는 기사들을 노려봤다. 얼마 전에 이야기를 하여 내가 단장에게 치명상을 입하면 휘하로 들어오겠다고 했다고 한다.
기사는 약속을 중시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기사는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며 다시는 기사가 될 수 없었다.
1기사단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하하하하!”
나는 크게 웃어젖혔다.
약간 꼼수를 부리기는 했지만, 이긴 것은 이긴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돌연 웃음을 멈추었다.
“단장은 치료를 하고 나머지는 전쟁을 준비한다.”
“종군하시는 겁니까.”
“그래. 내전을 막아야겠지. 명령을 내릴 테니 준비 후에 대기한다.”
“예!”
드디어 1기사단을 손에 넣었다.
여기서 유던 왕국까지는 꽤 이동을 해야 했다. 대병력을 텔레포트게이트로 이동시킬 수 없었으므로 거기까지는 진군을 해야 했다.
그러니 기사들도 준비할 것이 많았다. 지금까지는 나와 함께 종군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내가 승리하는 순간 달라졌다.
아렌 황태자가 1기사단을 얻었다는 소문이 황궁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이 소문은 황궁을 넘어 수도로, 제국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될 것이다.
이 소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바로 3황자 아드란이었다. 그는 2황자를 밀실로 호출하였다.
“형님, 소문 들으셨습니까.”
“그래. 황태자가 1기사단을 얻었다고.”
“일이 조금 꼬이는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마검사가 되었다던데?”
“믿을 수 없지만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수가 필요한 것 같다.”
그들 중 하나가 황태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 황태자는 반드시 제거 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약간 경계를 하는 수준이었다.
아무리 황태자가 잘났다고 해도 독고다이였고 실력도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2황자 헥터는 기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3황자는 마법사들의 지지를 받는다. 여기서 아렌의 실력이 일취월장한다면 그는 마법사와 기사들의 지지를 모두 이끌어 낼 수도 있었다.
황제도 주의 깊게 아렌을 본다고 했다.
그 때문에 중립귀족들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중립파 귀족들이 황태자의 손에 넘어가면 골치 아파집니다.”
“그들을 포섭하도록 한다.”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게 해야지. 황태자의 편이 아니라 우리들의 편에 서라고 하는 것이다.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과연 말을 들을지는…….”
“듣게 해야겠지.”
헥터의 눈이 깊게 빛났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듣게 만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황태자의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제아무리 혼자 잘났다고 해도 세력이 없다면 황제가 될 수 없었다.
“여차하면 제거를 하는 수밖에.”
“……!”
“왜 그러나?”
“암살을 하자는 말입니까?”
“그래.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예, 형님.”
아드란은 찝찝한 표정으로 밀실을 나왔다.
여기서 암살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언제라도 헥터가 아드란을 암살할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수련의 나날이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검술만 수련하였다면 이제는 마법 수련까지 병행하였다.
현실에서는 마법을 스킬로 사용한다. 그건 정령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정령사를 찾아 DNA를 흡수하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검술과 마법을 수련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정령술에 대해서는 일단 피를 흡수한 이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전투력은 몇 배로 증강된다.’
지금까지 명상과 수련을 병행하여 알아낸 사실이다.
쓰기에 따라서는 열 배까지도 파괴력이 증대된다. 마검사가 괜히 강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꿈속에서 수련을 할 수 없었다면 이런 사실을 깊게 깨닫지 못하였을 것이다. 왜 기초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스킬로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건 아이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현란한 옵션이 붙어 있다고 해도 궁극의 경지로는 가지 못한다. 하지만 수련을 하여 기본기를 다지게 되면 언젠가는 궁극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마법까지 대성을 한다면 신의 경지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
“전하.”
마르엔이 나를 불렀다.
그녀는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수련을 할 때에 방해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컬크라는 모병관이 찾아왔어요.”
“컬크가?”
“일단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이야기했어요.”
“곧 가지.”
모병이 끝난 모양이었다.
벌써 모병을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능력 있는 컬크라면 이미 풍부한 자금을 이용하여 모병을 완료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에는 컬크가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모병이 끝났나?”
“예, 전하.”
“역시 자네로군. 자네라면 빠른 시간 안에 모병을 마칠 줄 알았지.”
내일이 출병이었다.
물론 황제에게 말하면 며칠 정도야 더 미룰 수 있겠지만, 그리된다면 호감도가 깎일 것이다. 가능하면 기일을 맞추는 것이 좋았다.
“5천 명 모두 완료하였나?”
“그렇습니다.”
“무장 상태는?”
“전하께서 주신 돈으로 마련을 했습니다. 모두 제국 정규군에 준하는 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예병이라는 표식을 위하여 투구에 ‘S’라는 이니셜을 찍었습니다.”
“잘했다.”
“험험. 그렇다면 제 임무는 끝난 것으로…….”
“무슨 소리인가?”
나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이야 모병이 끝났다고 해도 반란군 세력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현지에서 모병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컬크에게는 상재도 있는 것 같았으니 오델 상단주와 붙여 놓으면 중책을 맡아 처리할 것이다.
그런 인재를 그냥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최소한 나와 2년을 종군하자.”
“헉! 전하!”
“2년이 지나면 자네의 죄를 사해 주지.”
“2년이라니요? 저는 처자식도 있는 몸입니다.”
“나도 가정이 있는 몸이다.”
“하지만.”
“무슨 말이 그렇게 많나? 정 싫다면 그냥 죄를 덮어씌우는 것으로.”
“크윽! 종군하겠습니다.”
컬크는 이미 나에게 낚였다.
내 마수에 걸린 이상은 팔자가 꼬인 것이라 볼 수 있었다. 물론 나에게는 전혀 죄책감이 없었다.
이곳의 세계는 내가 들어오지 않으면 붕괴될 것이다. 그러니 컬크의 사정을 봐줄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 세계가 진짜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자, 그럼 함께 나가 보자고.”
“어디를 가십니까?”
“사열식을 해야겠지.”
“하아. 알겠습니다.”
컬크는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