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294
SSS급 재벌 헌터 294화
웅성웅성!
수도 바깥에 위치한 원정군 사령부.
5만에 이르는 병사들이 원정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 따로 없었다.
막사가 즐비하였고 여기저기에서 훈련이 한창이다.
내가 나타나자 병사들이 인사를 했다.
“충성! 사령관 전하를 뵙습니다!”
“쉬어.”
이 자리에는 카이젠 단장도 있었다.
그를 비롯하여 1기사단이 뒤따르자 병사들은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전하께서 1기사단장님을 이겼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군.”
“그러게 말이야.”
“전하가 정신을 차리셨다던데, 그렇다고 해도 2황자님과 3황자님을 이길 수 있을지.”
“쉿. 들리겠어.”
병사들은 몰래 이야기를 한다고 하였지만, 나에게는 모두 들렸다. 검술이 경지에 오르면서 오감이 극도로 발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모른 척했다.
소문이 퍼지면 퍼질수록 좋았다. 소문이 퍼지게 되면 병사들이 결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그들이 내 명령을 들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들판 위에 노예병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모두 건장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용병 출신이 많았다. 그 때문에 어느 정도는 검을 사용할 줄 알았다.
별도의 훈련을 할 시간이 없었기에 이런 식으로 용병을 구입한 것이다. 시세보다 높게 구입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체격은 하나같이 우람하였다.
오랫동안 검술을 수련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체격이었다.
“주인님께 경례!”
“충성!”
노예병 단장인 라엘이 구령을 붙였다.
그는 기사 출신 노예였다. 술과 도박에 빠져 이 지경이 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은 한 가지 약속 때문이었다.
오늘, 나는 이들에게 라엘에게 했던 약속을 그대로 해 줄 것이다. 그래야 그들이 목숨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노예다.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노예가 되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 그리고 그대들은 내 친위병으로 참전하며 종군하게 될 것이다.”
“…….”
노예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듣고 보니 새삼스러웠던 것이다.
이들 중에서는 노예라고 인지를 못하는 자들도 있을 테니 그걸 상기시키는 건 중요한 작업이었다.
“2년만 살아남아라! 앞으로 2년간 복무한다면 자유를 주겠다.”
“……!”
***
노예병사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 시대의 노예들은 가축과 비슷하게 취급되었다. 게임의 배경은 고대 유럽이었고 노예제도는 합법이었다.
돈을 주고받으며 노예를 팔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가축 이하의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내 말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자유는 먼 이야기였다.
돈을 갚으면 풀려나는 노예가 있는가 하면 종신노예도 있었다. 나는 일괄적으로 그들에게 2년만 복무하면 자유민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황태자다. 허언은 없다.”
“와아아아아!”
그들은 검과 창을 치켜들었다.
지금까지 침울하였던 그들의 사기가 갑자기 충천하였다.
마치 하늘이라도 뚫을 기세다.
“살아남기 위해 수련하라! 내일 출병할 것이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수련에 매진하도록. 이상!”
라엘이 구령을 붙였다.
“주인님께 경례!”
“충성!”
“해쳐.”
노예병사들이 흩어진다.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수련에 들어갔다.
내 말대로 전쟁터를 전전한다면,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개개인이 강해지는 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 곁으로 카이젠이 다가왔다.
“전하, 정말 저들을 풀어 주실 생각이십니까?”
“2년 동안 종군을 시켰다. 사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깝습니다. 5천 명의 노예라면 상당한 돈이 들었을 겁니다.”
“복무 후에는 내 친위대로 배속시키면 된다. 물론 친위대가 될지 말지는 자유겠지만, 전투를 하며 전우애를 쌓다 보면 대부분 배속되겠지.”
카이젠은 이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서 사기진작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만약 이곳이 차원의 탑이었다면 내 무력과 드림 팀의 무력으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게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상이었다. 내 무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수련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단장은 준비를 마쳤나?”
“저희는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내일까지 쉬도록. 아침에 출병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기사들도 흩어졌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컬크가 어색하게 이곳을 바라봤다.
“자, 그럼 물자를 확인하러 가자고.”
“……알겠습니다.”
웅성웅성!
주둔지 후방에는 물자기지가 지어졌다.
이곳으로 5만 명이 두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과 여러 가지 군수물자들이 쌓이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상단주 오델이 있었다.
그는 내가 전쟁을 시작하며 선정한 상단의 상단주였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 덕분에 50만 골드를 챙기기는 했다.
오델은 이걸 기회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내일이 출병이다!”
“네!”
인부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내일 곧바로 출발하려면 수레에 물자들을 실어야 했다.
차례대로 수레에 물자가 실어지면 바로 체크에 들어갔다.
“여기 하나 빠졌잖아!”
“바로 채워 넣겠습니다!”
그의 신경은 꽤나 날카로워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엄한 문책을 받게 된다. 심하면 상단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이나 물자의 관리는 중요했다.
“험험.”
“엇!? 전하!”
오델은 뒤늦게 나를 발견했다.
“내일 출발인데 문제없나?”
“문제없습니다. 물자의 수송은 끝났고 싣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이쪽은 모병관 컬크다. 서로 인사하라고.”
“오델이라 하네.”
“컬크입니다.”
그들은 악수를 나누었다.
오델은 도대체 컬크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의아해했다. 모병관이면 모병을 해야지 물자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컬크는 유능한 인재다. 잘 가르치면 쓸 만할 거야. 나와 자네의 전령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아, 그랬군요. 앞으로 잘 해 봅시다.”
“후우. 그럽시다.”
오델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지만, 컬크는 나에게 낚여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의욕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앞으로 내가 하는 모든 전쟁에 자네가 관여할 것이다. 황제가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지.”
“……!”
컬크의 눈이 번쩍 떠졌다.
물론 그 전에 이 세계가 무너질 것이었지만, 그런 사소한(?) 설명까지는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급료도 두둑하게 줄 것이다.”
“급료를요?”
“그럼 무급으로 부려 먹을 줄 알았나? 최소한 종군하는 만인장급의 기사만큼은 챙겨 주지.”
“가, 감사합니다!”
컬크의 인상이 단번에 펴졌다.
그는 전문 군인이 아니었다. 모병관이었기에 후방에서 모병을 하거나 전쟁물자 징발을 하게 될 것이다.
즉, 목숨을 걸 일은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달콤한 보상을 제시하였다. 내가 황제가 된다면 제국의 모든 모병을 컬크가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황태자였고 허언은 있을 수 없었다.
물론 과거에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짝짝!
“그럼 일들 하자고.”
그날 저녁.
나는 식사 자리에 세실리아와 장인 그란시아 후작을 초대하였다.
최근 들어 나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지막지한 체중감량에 성공하였고 검술을 미친 듯이 연마하여 온몸에 근육이 붙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황제의 관심과 더불어 2기사단을 영입하고, 노예병사 5천 명을 조직했다. 그런 나였기에 그란시아는 약간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장인. 지금까지 제가 너무 안일했습니다. 앞으로는 잘할 것이니 지켜봐 주십시오.”
“으음.”
그란시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세실리아는 어쩔 수 없이 끌려와서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얼마 전에 아드란과의 일도 있었으니 이 자리가 매우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곳 꿈속의 세상에서 나는 끈 떨어진 신세였으니까. 아무리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해도 2황자와 3황자의 세력에 비하면 극히 미미했다.
그란시아 후작마저 떨어져 나간다면 DNA를 수집하는 일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조심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심하는 것도 원하는 DNA를 모두 손에 넣는 순간까지만이다.’
나는 그렇게 각오를 다졌다.
“죄송한 일이지만, 요즘 저는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고기가 없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세실리아는?”
“…….”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였다.
물론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그저 세실리아와 이혼만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드시죠.”
“그럼.”
달그락달그락!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린다.
그란시아 후작도 들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니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두려울 것이다.
치사한 일이지만 사람의 약점을 잡고 있었으니 그도 나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 어린 충성이다.
“장인.”
“말씀하십시오.”
어느 정도 식사가 진행되고 나서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긴장했다.
혹시라도 여기서 아드란과 세실리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역시 책임을 피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새롭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예?”
“과거는 잊고 앞만 보고 달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까지 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앞으로는 황제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입니다.”
“……!”
그는 놀람을 드러냈다.
야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그런 황태자가 바뀌고 있음에 놀라는 것이 틀림없었다.
“황제의 장인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음……. 전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시죠.”
“지금 전하의 세력은 지극히 미미합니다. 황권에 도전하게 된다면 피의 길이 열릴 겁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도 너무 위험부담이 큰일입니다.”
“제가 원정에서 성공을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예!?”
“원정에서 성공하고 유던 왕국에서 세력을 일구어 놓는다면 저를 밀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최소한 중립귀족은 끌어들이셔야 합니다.”
“장인이 구심점이 되어 주세요. 아버지의 지지와 중립귀족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습니다. 이 정도면 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그란시아 후작은 눈을 빛냈다.
과거, 자신의 딸을 주인공에게 시집보낸 것은 황태자가 황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실망이 계속되었다.
그가 망설이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나는 쐐기를 박았다.
“원정에 실패한다면 황태자의 직위를 내려놓는 것은 물론이고 세실리아와의 이혼을 수락하겠습니다.”
“헉!”
“정말인가요?”
세실리아마저 놀라고 말았다.
이건 도박에 가까운 제안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이 세계에서 DNA를 수집하고 있다면.’
다만 이루어질 가능성은 내가 봐도 희박해 보인다.
나는 그저 시간을 벌고자 한 것이다.
“장인, 어떠십니까?”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