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07
SSS급 재벌 헌터 307화
나는 놈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어느 정도는 실랑이를 예상하였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징집되었나?”
“마구잡이로 징집이 되었지요.”
“그렇다면 제국에 적대적인 입장이 아니다?”
“굳이 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통치자들 입장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게 잡혀 왔지?”
“그러니까…….”
에녹스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고아였고 유리걸식을 하였다. 그러다가 한 노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그 시대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템플러였던 모양이다. 에녹스는 그저 살기 위하여 노인을 따라 나섰다.
그때부터 고된 수련이 시작되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문자를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같이 정신수양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명확한 깨달음의 반열에는 들 수 없었고, 스승이 죽고 난 이후에는 사원을 벗어나 평범한 농부로 살았다.
지금은 처자식도 있었고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던의 부흥군이 마을을 찾아와 청년들을 쓸어 가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 가운데 에녹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원한 것이 아니었군.”
“저는 평범한 농부로서의 삶을 바랄 뿐입니다.”
“만약 내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어찌하겠나?”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에녹스의 눈이 빛났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처자식을 거느리고 땅이나 일구며 살아가는 것이 소망인 남자였다.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나는 그에게서 템플러의 지식을 끄집어내려 했다.
“나에게 협조하라. 원하는 것을 주겠다.”
“감사합니다. 무엇이라도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너는 이 시대에 남아 있는 마지막 템플러다. 그런 사실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입니다. 제 스승님이 마지막 템플러였으니까요.”
“템플러는 정신 에너지를 수양하는 자들이라고 들었다. 맞나?”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하지만 정신 에너지보다는 영혼 에너지를 수양하는 자들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영혼 에너지가 정확하게 무엇이냐?”
“그 개념을 깨닫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영혼 에너지는 정신 에너지보다 상위의 개념입니다. 영혼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수련하는 것이지요.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괜찮다. 느끼는 대로 설명하라.”
“저에게는 재능이 별로 없었습니다. 영혼 에너지를 깨닫는 데만 하여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지요. 영혼 에너지는 정신과 육체를 이루는 근간입니다. 첫 수련자들은 마나와 마기, 신성력, 정령력을 합성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합성을 하나?”
“영혼의 힘으로 합성을 합니다. 즉, 정신보다 상위개념의 힘이 관여되어야 하는 겁니다.”
“…….”
도대체 놈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영혼의 힘이라니. 그게 뭘 말하는 건가. 혹시 도가에서 말하는 원천지기인가?’
나는 원천지기를 끌어올려 보았다.
내공이나 마나 등은 회복이 되지만 원천지기는 회복되지 않는다. 또한 이걸 사용하게 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원천지기를 끌어올리자 에녹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건 생명의 근본입니다. 그걸 아시는군요?”
“영혼 에너지는 이보다 상위의 개념인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깨달아야 하나?”
“그걸 깨달으려면 온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시연을 해 줄 수 있겠나?”
“미약하지만 가능은 합니다.”
“해 봐라.”
나와 카논은 호기심을 잔뜩 드러냈다.
애초에 에녹스를 낚아 온 이유도 영혼 에너지의 정체를 탐구하기 위함이었다.
놈은 정신을 집중한 채로 어느 한곳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순백의 하얀 기가 모였다.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던 기운이었다.
“저건 설마…….”
***
“이 에너지에 대해 아십니까?”
“혹시 창조의 기운이 아닌가?”
“창조 역시 영혼 에너지의 하위개념일 뿐입니다.”
“으음.”
역시나 어려운 일이었다.
대충 암흑물질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걸 영혼에서 끄집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영혼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심신을 깨끗하게 하고 그곳에서 순수함을 끄집어내는 것이 템플러들의 수련이지요.”
“어렵다.”
“당연히 어렵습니다. 이것을 완벽하게 수련할 수 있다면 창조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차원을 만들어 내는 정도는 아니지만, 고대의 템플러들은 자연의 일부를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나와 카논은 눈을 감았다.
영혼 에너지는 대기 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걸 극대화시키는 것이 수련이었다.
심적 깊숙한 곳으로 이동해 보았다.
정신의 가장 밑바닥, 그곳에 영혼이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영혼을 자극해 보았다.
쿨렁!
무언가가 술렁거렸다.
내 몸에서 무지막지한 기운이 한순간에 뿜어졌다.
“허억!”
쿠구구구구!
땅이 흔들렸다.
에녹스는 나를 바라보며 경악했다.
“헉! 이미 영혼 에너지의 존재에 대해 이해를 하고 계시는군요! 그런 분은 처음입니다.”
에녹스는 연신 놀라고 있었다.
나도 놀랐는데 에녹스야 어련할까 싶었다.
이제야 영혼 에너지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이었으며 무언가로 설명하기가 힘든 그런 에너지의 파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이건가?”
“추, 축하드립니다!”
에녹스가 놀란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그리 축하받을 일인가 싶었다. 이제 겨우 영혼 에너지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고 이걸 수련한 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갈 길이 먼 것처럼 느껴진다.
“이 에너지를 수련하려면 한 세월이 걸릴 것 같군.”
“그렇지 않습니다! 템플러 사원에 가면 분명히 고속으로 수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련법이 전하께 맞는다면 말이지요.”
에녹스는 자신이 포로라는 처지도 잊은 채 흥분하고 말았다.
아마 나 같은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이렇게까지 쉽게 영혼 에너지에 대해 깨달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거의 신의 경지에 근접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과 같을 리가 없었다.
에녹스는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신과 함께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
정곡을 찔렸다.
지금 나는 여신과 결혼을 하였고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신과 함께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미친 인간 취급을 받을 것이 뻔했다.
“그럴 리가 있나.”
“신의 도움 없이 이렇게 빨리 깨달을 수는 없다고 하던데…….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신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겠군요.”
“신의 반열이라!”
카논은 나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놀랄 만했다. 인간의 힘으로 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오직 영혼 에너지를 수련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는데, 만약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면 그저 인생을 허비한 꼴이 된다.
그 때문에 많은 템플러들이 수련을 포기했다고 한다.
길게 잡아 이곳 기준으로 인생이 70년이라고 치고, 만약 그동안에 신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면 인생을 완전히 날려 먹은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인생을 즐기다가 가는 편이 좋았다. 그렇기에 템플러가 몰락하지 않았나 싶었다.
“템플러 사원이 어디에 있나?”
“이곳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습니다. 저희 마을 부근이지요.”
“사원에서 내려와 바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로군.”
“예.”
어쨌거나 잘된 일이다.
이곳에서 반나절이라면 그리 먼 것도 아니었다.
이미 유던 왕국의 본대는 작살이 났고 그만 한 병력을 다시 모을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었다.
“일어나지.”
“바로 가십니까?”
“그래.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그건 카논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사원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미칠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 카이젠을 불러들였다.
카이젠이라면 어렵지 않게 군을 통솔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사원에 들어가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돌아올 때를 대비해야만 했다.
그곳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얻게 되면 현실로 빠져나갈 것이고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리된다면 이 세상은 멸망을 하는 걸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이곳과 인연이 끊어질 수도 있다. 아니, 사원에서 모든 시간을 할애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카이젠은 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삼고초려를 하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대련을 하였고 결국에는 나에게 충성을 다하게 되었는데, 내가 사라져 버리면 그는 어떤 마음일까 싶다.
“카이젠 단장.”
“부르셨습니까.”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템플러의 사원에 가려고 한다. 들어는 봤겠지?”
“고대 마도제국 시절에 템플러들이 수련을 했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그들의 정신 에너지는 대단한 힘을 발휘했었다고 하죠.”
“그 사원이 유던에 있다고 한다.”
“오호. 그렇습니까?”
카이젠도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 역시 신비한 힘인 마나를 사용한다. 그러니 그보다 상위개념인 템플러의 영혼 에너지에 관심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카이젠마저 함께 가면 군을 통솔할 수 없었다.
“내전이 끝나면 단장을 비롯하여 기사단을 이끌고 방문하도록 하겠다. 지금은 조사차 가는 것이지.”
“감사합니다, 전하. 그래도 호위는 필요하실 겁니다.”
“흠. 몇 명만 주게.”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장이 기사들을 이끌고 왔다.
그들은 잔뜩 흥분하고 있었다.
“전하, 템플러 사원에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곳에서 고대 템플러들의 신비를 파헤쳐 보도록 하자.”
“함께 가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나절 거리라고 하니 빠르게 출발한다. 최소한 내일 아침에는 그곳에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
“예!”
“이랴!”
두두두두!
나는 카이젠 단장에게 군대의 통솔을 맡겨 놓고 곧바로 말을 몰아 템플러 사원으로 향했다.
그 시각 황궁.
보통 소식은 전서구나 전령을 이용하여 전한다. 하지만 급한 소식과 같은 경우에는 고가의 마법석을 사용한 통신구를 이용한다.
통신구를 이용한다면 순식간에 소식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외적을 방비하는 국경에는 통신구가 배치되어 있었다.
아렌 황태자도 통신구 몇 개를 가져갔다.
그리고 오늘, 황궁에 통신이 도착했다.
카이젠 단장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왔고 보고를 받은 정보부에서는 곧바로 황제에게 그 소식을 알려왔다.
“7만 병력을 몰살시켰다고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폐하!”
정보부 수장 역시 흥분한 목소리다.
사상자는 극히 미미하였으며 살아 돌아간 적들은 1만에 불과하였다. 무엇보다 황태자의 지략이 빛을 발했다.
“강을 막아 일거에 적을 쓸어버리다니!”
웅성웅성!
대신들도 놀란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역사서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전술이었다. 그런데 황태자는 기상천외한 전술로 적들을 쓸어버렸다.
황제로서는 놀라면서도 기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인내하였던 짐을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황제의 칭찬이 이어질수록 2황자와 3황자의 얼굴은 굳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