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18
SSS급 재벌 헌터 318화
먼저 나는 기척을 지우는 작업을 했다.
카이너스는 창조신을 뛰어넘은 놈이었다. 자신의 본체가 있는 차원의 누군가가 들어온 것을 분명히 알아차렸을 것이다.
스스스슷!
여러 가지 마법을 중첩시켰다.
이렇게 한다고 해도 카이너스는 금방 알아차릴 것이고 이곳으로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러니 황급하게 몸을 피해야 했다.
여기서는 마법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마법은 가능하면 차원의 문을 열 때만 사용할 것이다. 그것도 결계를 친 후에나 가능했다.
팟!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카렌 대륙을 천 년 동안이나 누볐기에 태양의 위치나 지형만 보아도 대충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여긴 중앙 대륙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중앙 대륙은 최후의 목적지가 있는 곳이었다. 엘프들이 살고 있는 왕국이 있었고 그들은 지금도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전쟁 중일 것이 뻔하였고 잘못하면 멸망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만약 멸망을 당했다면 지체 없이 몸을 빼야 한다.
‘엘프들이 내 소지품들을 챙겨 두었다면 좋겠군.’
그렇다고 드래곤 레어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잡혀서 정말로 소멸이 되거나 영원히 노예로 살아갈 수도 있었으니까.
그건 사양이다.
오늘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내공만으로 빠르게 질주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 저녁 정도에는 엘프 왕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부디 그들이 살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밤이 되었다.
나는 빠르게 몬스터를 죽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점점 더 심해지네.’
몬스터는 야행성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야행성을 띠었다.
괜히 여기서 난리를 치면 카이너스가 위치를 알아낼 수도 있었다. 물론 놈은 내가 카렌 대륙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신의 경지를 밟았기에 기척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었다.
지금까지 카이너스가 나타나지 않은 것만 해도 그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오늘은 더 이상 행군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적당한 곳을 찾아서 하루를 지내고 내일 아침에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절벽에 자리를 잡았다.
지구에서라면 각종 결계를 쳤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결계는 단 한 번, 엘프들을 지구로 이동시킬 때 쳐야 한다.
모닥불도 피우지 않았다.
그저 나무 위에서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잠 따위는 자지 않아도 되었기에 온 신경을 사방에 집중시켰다. 만약 카이너스가 나타난다면 몸을 피할 요량이었다.
‘수많은 몬스터들, 마물들이 있구나.’
밤이 되자 더 많은 놈들이 기어 나왔다.
이미 카렌 대륙의 인류는 멸망당했을 것이다. 유일하게 엘프들만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카이너스는 몬스터와 마물들을 대량으로 생산했을 것이고 그들을 끌어모아 지구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우우우우!
늑대의 하울링 소리가 들렸다.
물론 이건 단순한 늑대가 아니다. 웨어울프의 하울링이었고 덩치도 거대할 것이다. 가능하면 그런 놈들과는 마주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여명이 떠오르자 사방이 밝아졌고 몬스터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아침이 되었다고 해서 몬스터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몬스터의 눈을 피해 이동하겠지만 피치 못할 경우에는 처치를 하며 나아갈 것이다.
목표는 오늘 저녁에 엘프 왕국에 도달하는 것, 그리고 방어선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철수하는 것이다.
엘프들을 가능하면 모두 지구로 데려갈 작정이었다.
쿠구구구구!
땅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나는 숨을 죽였다.
이렇게까지 큰 존재감은 지구에서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놈은 카이너스라는 말이었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죽을 자리를 찾아오다니!
“……!”
이 부근에 강렬한 파장이 일어났다.
스스스슷!
“나, 차원의 문을 여노라!”
치치치직!
“헉!”
헛신음이 새어 나왔다.
분명히 비비안과 약속을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몸 하나는 빠져나오겠다고 말이다. 분명히 그건 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차원이동 마법서 자체를 카이너스가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카이너스에게 간파가 된 이상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길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득 ‘소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듯이 달렸다. 이곳에서는 도주를 할 수 없었지만, 어디 한적한 곳이라도 이동을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곳까지 카이너스의 본체가 따라왔다.
거대한 카이너스의 본체가 보였다. 내가 보았던 때보다도 놈의 몸은 성장해 있었다. 드래곤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거대한 건물 하나가 떠다니는 꼴이었다.
쾅! 콰과과과광!
“크윽!”
사방으로 실드를 둘렀다.
마나를 소환하여 실드를 쳤지만 폭발은 실드를 찢고 나에게 피해를 주었다.
나는 폭발에 휘말려 어디론가 처박혔다.
끄아아아악!
주변이 소멸된다.
나무가 사라졌으며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내 몸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카이너스의 눈앞에 결박되었다. 도저히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이구나.
“나는…….”
-네가 도망갈 때에 직감했다. 하지만 왜 그냥 놔 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장난감으로 활용을 하기 위해?”
-크하하하하!
놈은 미친 듯이 웃었다.
고막이 찢겨 나갔고 재생되기를 반복하였다.
얼마나 웃음소리가 큰지 피부까지 찢겨 나간다. 놈이 나에게 주는 피해는 심각한 것이었다.
영혼까지 타격을 받을 지경이었다.
카이너스가 마음만 먹으면 내 몸은 갈가리 찢겨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놈에게 나는 그런 존재였다.
신의 경지에 올랐지만 변변한 전투 한 번 해 보지 못하였다. 역시 카이너스라고 할까. 놈의 노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영혼이 결박되었다.
-여기까지 온 용기는 가상하게 여긴다. 허나 동시에 실망을 금할 길이 없구나. 네놈을 강화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지만, 이 모양이라니.
“…….”
얼굴이 떨렸다.
전신에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놈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맹수를 마주한 먹이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으으으!”
-그래, 바로 그 눈빛이다. 네놈의 본성이지. 패배자,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팟!
카이너스는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의 강림에 방비하라. 얼마나 네놈이 나를 재밌게 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털썩!
“허억! 허억!”
몸의 결박이 풀렸다.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자유를 찾은 것이다.
“아아!”
나무에 등을 기댔다.
아직도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이 주변의 모든 몬스터들이 말소되었다. 감히 어떤 종류의 몬스터도 침범하지 못하였고 모두 달아나 버렸다.
카이너스는 그런 존재였다. 모든 이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것이다.
놈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창조의 힘은 손에 넣었는데…….”
무기력함이 온몸으로 번졌다.
분명히 카이너스와 대결을 벌이면 약간은 버틸 수 있다고 여겼다. 발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직 창조의 힘이 덜 여물어서일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같은 창조신이라고 해도 등급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놈은 전 차원 최강의 생명체였다. 그런 놈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하아.”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기울인 모든 노력들이 허사였다는 걸까.
“아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카이너스의 힘을 약간은 뿌리칠 수 있었다.
갑자기 당황을 하여 힘을 발현하지 못하였는데, 온 힘을 다한다면 발가락 정도는 쑤셔 볼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내 목표가 그렇지 않았던가.
“하하하하!”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래, 당황한 것이다. 카이너스의 앞에 선 순간 과거의 일이 떠올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혔던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런 생각이 모순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언제라도 카이너스와 대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이건 내 실책이다.
물론 카이너스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살아남지 못하였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으드득!
나는 이를 악물었다.
비록 카이너스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못하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는 감이 잡혔다.
정신을 항상 깨워 놓아야 한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카이너스와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병신이지.”
신의 경지에 올랐지만, 이 무기력함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하여 걸었다.
정말 카이너스는 무지막지하였다. 숲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지경이었으니까.
황폐해진 사막을 걷다가 숲으로 들어섰다.
여기까지도 몬스터가 없었다.
놈이 나를 놓아준 것은 엘프들을 거두어 가라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은 마법으로 단숨에 이동해도 된다.
카렌 대륙은 내 손바닥 안에 있었으니까.
“단숨에 간다.”
쿨렁!
나는 공간을 찢었다.
카이너스는 나를 당장 죽일 생각이 없었고 그렇다면 공간을 찢고 가도 만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카렌 대륙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찜찜했다.
가능하면 빠르게 원하는 것을 얻어 탈출할 것이다.
쾅! 콰과과과광!
엘프 왕국 최전방.
이곳에서는 연일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몇 달 전에 엘프 왕국으로 그들의 영웅이었던 이현빈이 방문하였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했다.
그 이후로 엘프들은 죽자 살자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이현빈이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건 카이샤도 마찬가지였다.
엘프들의 여왕인 그녀였지만 최전방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왕국 내에서 그녀의 실력을 따라올 엘프가 없었다.
“후욱! 후욱!”
“폐하! 적들이 다시 몰려옵니다!”
“끈질기구나!”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런 악순환이 끊이지를 않았다.
모두 적들을 쓸어버렸나 싶으면 두 배의 병력이 휘몰아쳤다. 전투에 참전을 할 때마다 그녀는 지쳐 갔다.
그녀는 성벽 위로 올라갔다.
“아아!”
거대한 군단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도저히 이번에는 희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 저건…….”
그녀의 최측근 람파스 공작이 말끝을 흐렸다.
데스 나이트를 비롯하여 언데드 군단이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지금까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투를 계속해서 벌였지만 이번에는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병력을 더 모아야…….”
“지금이 끝입니다.”
싸울 수 있는 병력은 모조리 끌고 왔다.
이현빈이 올 것이라고 연설한 엘프가 바로 그녀였고 그가 반드시 구원을 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믿음은 무너지고 있었다.
“저희를 버리시나요!”
카이샤는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들렸다.
쿠아아앙!
전투가 벌어졌다.
성벽은 단숨에 파괴되었다.
데스 나이트도 보통 놈이 아니었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콰과과과과!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번쩍!
그때, 허공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카이샤는 그 순간, 수천 개의 검이 떨어져 내리는 광경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