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22
SSS급 재벌 헌터 322화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바로 차원이동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하루 정도는 쉬었다가 가기로 하였다. 하루에 두 번이나 차원이동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거의 모든 마나가 바닥난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위기 상황이 닥칠 것에 대비해 하루 쉬는 것이다.
모닥불 위에는 토끼고기가 잘 익어 가고 있었다.
양슬하는 말없이 꼬치를 빼서 입으로 고기를 들이밀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맛이 없었다.
요한 6세가 참담한 심정을 토해 냈다.
“창조신이라는 자가 저리도 비겁하다니…….”
“달리 생각하면 자신의 차원과 본인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죠.”
비비안은 최대한 그의 편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구멍이 있었다.
“언젠가는 카이너스가 침공할 겁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니까요.”
“갑갑하네요.”
“저도 의문이에요.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는지.”
비비안은 고개를 저었다.
창조신이 되려면 엄청난 수련을 거듭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인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렇게 수련을 쌓으면서 인격도 수양이 된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신들도 다 다르다는 말이로군요.”
“맞아요.”
요한 6세는 다소 실망한 표정이었다.
신격이라면 모두 고귀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만약 카이너스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비비안과 둘만의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다면 어떨까.
나 역시도 갈등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이곳에서 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직접 카이너스의 침공을 받는 세계로 넘어가는 수밖에.”
“그게 어딘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죠.”
“차원은 많으니까요.”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제 한 번 차원이동을 하였을 뿐이다.
수도 없이 많은 차원이동을 하게 될 것인데 벌써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래 봤자 기운만 빠질 뿐이었다.
나는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짝짝!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가도록 하죠.”
“그래요.”
“다소 실망하기는 했지만 이제 시작이니까요.”
우리들은 새벽까지 수다를 떨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
사람들이 자는 동안 나는 정좌를 한 채로 관조를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마나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눈을 떴다.
“일어나셨어요?”
“좀 잤나요?”
“심란해서 잠이 오지 않았어요.”
비비안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한 모양이다.
하기야, 우리들 같은 신격들이야 잠을 자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나는 비비안의 손을 잡았다.
“걱정 마세요. 아직 시작이잖아요?”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수많은 신들이 카이너스를 두려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괘씸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고.”
“저도 그렇습니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막사 밖으로 나오자 일행들이 하나둘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나는 밤새도록 회복을 하여 거의 풀로 채워졌다.
“그럼 다음 차원으로 가도록 합시다.”
“네!”
양슬하는 어제의 기억을 삭제한 모양이다.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다는 소리에 더없이 기뻐하고 있었다.
모두 모인 후에 짐을 정리하였다.
나는 곧바로 차원의 문을 열었다.
“나, 차원의 문을 여노라!”
스스스슷!
얼마 지나지 않아 차원의 포털이 나타났다.
콰릉! 콰르르르릉!
다소 기후가 좋지 않아 보이는 행성이다.
분명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 법한 환경의 행성을 골라 둔 것인데 포털 너머로 보이는 곳은 도저히 인간이 살아갈 수 없어 보인다.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넘어가 보기로 하였다.
쿠르르르릉!
꽈지지직!
번개가 내리꽂힌다.
눈앞에서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제182장 파괴된 행성
우중충한 하늘에서는 연신 뇌전이 일었으며 산성비가 떨어진다. 산성비에 맞는다고 바로 죽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 시간 이상 노출되면 사망할 것이 분명하였다.
드림 팀원들이야 이깟 산성비에 맞아 죽지는 않겠지만 맞아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우선 보호막부터 둘렀고 그제야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멸망했네요.”
비비안이 한마디로 감상평을 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곳은 원래 찬란한 문명이 존재하였던 곳이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고층빌딩이 즐비하였으며 수많은 기반산업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문명의 흔적들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완전히 방치된 지 최소한 몇 년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
끼기기긱!
쿠구구구궁!
게다가 아직까지 문명의 파괴는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시계가 흐려서 멀리 보이지는 않았지만, 행성 전체가 망가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슬하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카이너스에게 망한 걸까요?”
“그건 모르지. 자연적으로 망한 것일 수도 있고.”
“이를 테면 핵전쟁이요?”
“그래.”
문명이 망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었다.
자연적으로 망했다면 운석의 충돌, 혹은 핵전쟁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기후가 이렇게 변해 있으니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로 발전된 문명이라면 운석 정도는 파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구만 해도 운석을 파괴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했다.
이 정도로 고도로 발전하였다면 우주선 정도는 구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 다른 행성으로 간 것이 아닐까요?”
“영화에서처럼?”
“네.”
“그럴지도 모르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우리들은 흩어져서 이렇게 행성이 멸망한 이유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운이 좋다면 생존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두 명씩 짝을 이루어서 흩어지도록 합시다.”
“스승님은 비비안 님과 함께하실 거죠?”
“당연하지.”
나는 비비안의 손을 잡았다.
부부가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드림 팀은 흩어졌다.
그래도 30분에 한 번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저벅저벅!
우리는 비교적 멀쩡한 빌딩 안을 걸었다.
사방에 라이트 마법을 띄워 놓았기에 이곳은 대낮처럼 밝았다.
이곳 빌딩은 고도로 발달된 문명의 흔적들이 많았다. 지구보다도 더 발달된 것처럼 보인다.
100층이 넘는 빌딩이었는데, 1층부터 100층까지 일부가 오픈되어 있었다. 지구에서는 건축법이나 구조 때문이라도 이렇게 뻥 뚫어 놓지는 않는다. 100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매우 인상적이다.
물론 운행은 중지되어 있다.
“여긴 어디였을까요.”
“도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대기업이 세운 빌딩 같은 것이겠죠. 회사거나.”
“이렇게 발달된 곳이 한순간에 사라지다니.”
“저쪽으로 가 보도록 합시다.”
우리들은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혹시나 뭔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알아보아야 할 것이 바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남긴 기록이다. 어딘가에는 분명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 들어왔다.
곳곳에 컴퓨터와 같은 것들이 널려 있었다.
서류들도 사방에 깔려 있었는데 역시나 내가 알고 있던 언어가 아니다.
“해석할 수 있나요?”
나는 서류 조각을 주워 비비안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번역마법이 있었기에 어떤 언어라도 단숨에 번역할 수 있다.
“여긴 패션회사였군요.”
“패션회사요?”
“3분기 보고서네요.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부채는 얼마나 되는지 등.”
“지구와 닮았군요.”
“문명이 발달하다 보면 결국에는 지구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발달된 형태를 띠겠죠.”
맞는 말이었다.
마법이 아닌 과학으로 발달했다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이곳의 기온은 영하 30도 정도.
매우 추웠고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태양이 사라졌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태양의 역할을 하는 항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조금 더 찾아보도록 하죠.”
“어딘가에는 증거가 남아 있을 거예요.”
우리들은 좀 더 내부를 수색해 보기로 하였다.
상층부는 아무래도 건질 것이 없어 보인다.
지하로 내려왔는데, 지하는 그나마 멀쩡한 곳이 많았다.
상점들이 즐비하였고 식당도 보였다. 지하에 들어오자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시신이에요.”
“뭔가에 잘려 죽었군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시신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상층부에 있던 사람들이 지하로 대피를 한 것으로 보였는데, 그 때문에 이곳에서 몰살을 당한 것 같다.
부패의 상태로 보아서는 대략 3년 내외로 짐작되었다.
“3년 전에는 번성한 문명이었다는 말인데.”
“이렇게 잘려 죽은 것을 보니 마물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찾아보도록 하죠.”
마물에 의하여 잘려 죽었다면 분명히 어딘가에는 마물의 시신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총이 통하지 않는 마물이지만 그래도 사체 한 구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여기 있군요.”
비비안이 마물의 사체를 찾아냈다.
어딘가에서 많이 보던 사체였다.
“이건 키립톤?”
“맞아요. 최하급 마물이죠. 이런 최하급 마물에게도 죽임을 당할 만큼 이 세상에는 적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나 보군요.”
“결국 카이너스인가.”
그렇게 생각되었다.
물론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었다.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로 더 내려가 보기로 하였다.
관리실로 보이는 곳에 도착하였다. 이곳 역시 시신들이 널려 있었는데 버튼들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비비안이 버튼에 적힌 문자를 해석했다.
“여기 비상용 보조 발전기가 있네요.”
달칵!
위이이이잉!
보조 발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들어왔다. 사실, 전기가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지구처럼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홀로그램에는 그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언어는 제가 해석하도록 하죠.”
나는 통역마법을 시전했다.
이곳의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CCTV를 돌려가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마왕……. 마왕이 왔습니다! 순식간에 도시를 점령하였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현대화기가 통하지 않고 연합정부에서는 탈출프로토콜을 발효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치이이익!
“탈출 프로토콜이라.”
“행성을 탈출한 것 같군요.”
“마왕이 쳐들어왔다니. 마계에서 힘을 썼다는 건지, 카이너스가 들어왔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군요.”
“아무래도 이 세계의 창조신을 불러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재단이 있을까요?”
“교회나 성당 같은 곳이 있겠죠.”
“이동하도록 하죠.”
우리들은 빌딩을 빠져나가기로 하였다.
창조신을 부르기 위해서는 종교 시설이 있어야 한다. 그런 시설이야 도시에 하나쯤 있을 것이니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