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48
SSS급 재벌 헌터 348화
우리들은 연어를 쪼개서 꽉 차 있는 살을 음미하였다.
그렇게 먹고 나자 졸음이 쏟아졌다.
바깥에는 어둠이 내렸고 어차피 이동하기에는 늦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에 내일 출발할 생각이었고 말이다.
내가 눕자 아리아가 품으로 파고들었다.
“함께 자요.”
“그건 말이다.”
“딸들은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원래 그러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겉모습은 아리아와 나 사이에서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가 창조한 여자였다. 그러니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나도 참, 별 쓸데없는 생각을.’
매우 피로하다.
원래 잠 따위는 자지 않아도 되었지만 지금은 피로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워낙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기 때문일까.
아리아는 금세 잠이 들어 버렸다.
나도 곧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몬스터가 지나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크르르르.”
“…….”
일단 일어나서 아리아의 입을 틀어막는다.
아리아는 깜짝 놀라서 일어났지만,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롤 무리였다.
저기에 걸리면 골로 갈 수밖에 없었다. 오크보다 몇 배는 위험한 놈들이었다.
만약 이런 은신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무데서나 자다가 머리통이 박살났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새삼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놈들은 우리 주변을 배회하다가 사라졌다.
“위험하네요.”
나는 아리아의 입에서 손을 떼었다.
그녀의 말대로 여긴 꽤나 위험한 곳이다. 위험한 수준을 넘어서 까딱하면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크와 트롤은 격이 다른 존재였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이후에야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만, 처음 밀림에 떨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았다.
“아침은 육포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그 정도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요.”
그녀는 맑게 웃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니.
우리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바깥으로 나가기로 하였다.
나오자마자 강가에 들러 연어를 수확했다.
어제는 운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밤새 한 마리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어를 손질하여 허리춤에 찬 후에 아리아를 바라봤다.
“준비됐어?”
“준비됐어요.”
“이동하도록 하자.”
우리는 빠르게 이동을 시작하였다.
30분 정도 흘렀을까.
지금까지 꽤 많은 몬스터들과 마주칠 뻔했지만, 운이 좋았던 탓인지 전투는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몬스터가 확 줄어들었다.
숲 너머에서 마기가 느껴진다.
“이건…….”
“그래. 환경이 바뀌는 것이지.”
숲의 경계선에 섰다.
이곳에는 몬스터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눈앞에 눈살을 찌푸릴 만한 놈들이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197장 죽은 자들의 대지
검은 대지 위에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배회하고 있는 중이다.
숲 너머에는 바로 도시의 전경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역시나 카이너스가 즐겨 창조하는 게임의 일부를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로 좀비와 스켈레톤들이 돌아다녔다.
몸에 마비를 일으키는 구울도 상당수 보였는데 눈앞에 보이는 언데드의 숫자만 수백에 달하였다.
이 때문에 숲에 있는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넘어오지 않는 것이다.
“크르르르.”
달그닥달그닥!
놈들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공허한 눈빛으로 배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도 하였다.
저 멀리 보이고 있는 도시는 한국의 지방 도시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빌딩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주택들도 간간히 보였다. 다가구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좁은 골목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였다.
“어쩌죠?”
“빠르게 건물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가능할까요?”
직선으로 200미터 거리에 첫 번째 건물이 있었다.
일단 건물 안까지만 들어가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패가 없어. 그러니 이동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도 내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시간을 끌어 봤자 좋을 것도 없었다. 가능하면 컨디션이 좋을 때 빠르게 이동하여 안전을 확보해야만 한다.
“가자.”
“네!”
팟팟!
우리들은 엄청난 속도로 주파하였다.
내 신체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100미터를 6초 안에 뛸 수 있었고 200미터를 12초 만에 주파한다.
다만 그동안에 언데드들이 우리들을 보며 반응하였다.
“크르륵?”
“쿠에에엑!”
언데드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좀 다르다. 느릿느릿하게 걷던 놈들이 대략 운동선수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정도로 달렸다.
게다가 놈들은 지치지도 않는다.
탓!
다가구 건물 앞에도 언데드들이 몰려 있었는데, 그들은 방치되어 있는 차량을 밟고 올라섰다. 그러고는 좀비들의 머리통을 밟고 나아갔다.
몸이 흔들린다.
아무리 마나를 잃었어도 뛰어난 신체 능력을 믿었다. 거의 곡예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균형을 잃고 쓰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아리아 역시 나를 따라왔다.
여기서 쓰러지면 아마 좀비들에게 뜯겨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좀비와 다르게 스켈레톤들은 칼까지 가지고 있었으므로 꽤나 위협적으로 보인다.
“현빈 님! 앞에!”
스켈레톤이 언월도를 들고 휘둘렀다.
나는 급하게 바닥을 굴렀다.
다행히 다가구 건물 앞에 떨어졌고 우리들은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망가진 CCTV가 눈에 들어온다.
계단의 폭은 좁았는데 대략 1미터 정도밖에는 되어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들은 언데드들이 계단으로 뛰어 올라왔다. 4층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옥상까지 뛰어 올라올 수 있었다.
“열어!”
쾅!
문을 박차고 옥상으로 올라온다.
“닫아!”
옥상의 문을 닫았다.
쿵쿵쿵!
문을 잠그자 놈들은 발악을 할 뿐, 들어오지는 못했다.
“허억! 허억!”
숨이 차오른다.
200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하였고 다가구 건물 4층까지 단숨에 달려 올라왔다. 그렇기에 숨이 가쁠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현빈 님, 우리 살아 있는 것 맞아요?”
“살아 있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차라리 카이너스의 분신체와 대결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능력이 사라지고 난 후에 이런 세상에 던져지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았다.
조금씩 심박수가 떨어지고 있었다. 숨을 고르고 나서야 우리들은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옥상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을 모아서 입구를 막았다. 그리고 건물 아래를 바라보았다.
“꾸에에엑!”
“꾸워어어어!”
놈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몰려들고 있었다.
빽빽하게 건물을 채우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건물을 타고 올라오지는 못했다. 그렇게까지 똑똑했다면 결코 클리어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말이지.”
아래로 내려가는 건 자살 행위였다.
저 많은 언데드를 뚫고 도시를 빠져나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 더 높은 빌딩에 올라간다면 도시 전체의 구조를 알 수 있을 것이고, 탈출 경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첩과 펜을 구해서 도시의 지도도 제작을 해야 한다.
물론 그리하려면 우선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였다. 지금은 언데드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어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여길 나가는 것이 우선이겠지.”
“어떻게 나가야 할까요?”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
“그때도 저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여기 로프가 있네. 카이너스는 미친놈이기는 해도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임은 시키지 않거든. 지금까지 그랬지.”
탑을 클리어할 때에도 그랬다.
무지막지하게 어렵기는 했어도 아예 불가능한 미션은 주지 않았다. 게다가 미션을 클리어하면 보상은 두둑한 편이었다.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 놓은 것을 보면 분명 이곳을 클리어해야만 카이너스의 분신체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해가 떨어지면 반대편 건물로 넘어가야지. 밧줄을 이용해서 말이야.”
“그럼 그때까지는 기다려야겠네요.”
“그렇지.”
털썩!
우리들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단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때까지 훈제를 해 온 연어를 먹으면서 쉬기로 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여전히 언데드들이 배회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들이 이곳 옥상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이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기도 했다.
“꾸어어어!”
“꾸에에엑!”
해가 완전히 떨어졌다.
놈들은 낮보다 빠르게 배회하였다. 역시나 언데드였기에 밤에 강해지는 특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밤에 움직이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밤에 더 잘 보기도 할까요?”
“그건 시험을 해 봐야겠지.”
움직임이야 빨랐지만, 낮보다 시야가 좁아질 것이다.
놈들은 언데드였고 보통 언데드들은 시야가 좁은 특성이 있었다. 그러니 그걸 잘 이용하면 도시를 빠져나가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됐지?”
“네!”
배도 든든하게 채웠다.
격렬하게 움직여야 했으므로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식량은 빠르게 줄었다. 집들을 뒤지면서 음식들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나는 로프를 둥글게 말아 묶고 반대편으로 던졌다.
목표는 쇠가 박혀 있는 기둥이었다. 반대편에도 쇠가 박힌 기둥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줄을 연결하여 빨랫줄로 썼던 것 같다.
그 정도라면 충분할 것이다.
휘익!
한 번에 기둥에 줄이 걸렸다.
팽팽하게 당겨서 이쪽 건물의 기둥에 연결하여 묶었다.
“그럼 이동하자. 잘 보고 따라와.”
다리를 X자로 교차하여 걸고 손으로 로프를 잡고 이동한다.
이렇게 이동하자 금방 반대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리아 역시 어렵지 않게 건너왔다. 내 신체 능력이 뛰어난 만큼이나 아리아의 신체 능력도 뛰어났다.
우리들은 반대로 와서 다시 로프를 타고 다른 건물로 이동하였다.
좀비와 스켈레톤이 움직이는 소리가 멎었다.
역시나 놈들의 눈은 퇴화된 것이 틀림없었다. 아직도 우리들이 처음 도착한 곳에서 배회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지붕과 지붕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적당히 거리를 벌린 후에 내려가 보기로 했다.
“오늘 목적지는 아까 보았던 빌딩이다.”
“시야 확보를 위해서요?”
“지도를 제작하고 대충 어떻게 빠져나갈지 봐야지.”
“네.”
빌딩에 도착하여 잠을 청할 것이다.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대로 지도를 제작하고 출발하면 된다.
건물에서 내려와 주변을 살핀다.
다행히 언데드들은 없었다. 이 부근에 있는 언데드들이 처음 우리들이 도착한 건물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하자.”
탓탓!
우리들은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였다.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거리다.
세기말을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해 놓았는지 모르겠다.
차량들은 전복되어 있었고 시체들이 거리에 널려 있었다. 건물들은 파괴되어 있기도 하였고 도시 전체가 피칠갑이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달빛이 구름에 잠겨 있었는데, 곧 주변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구름이 걷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