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66
SSS급 재벌 헌터 366화
제207장 토벌대
그날 저녁.
우리들은 용병단장의 집무실에 초대되었다.
원래 새로운 단원이 들어오면 이렇게 초대가 되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어서들 오지.”
“우리들을 보고 나서도 반말을 할 만큼 강심장의 소유자로군.”
“용병단장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거든.”
초대라고 해서 뭘 엄청나게 차려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장과 함께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는 것이다.
쪼르르륵!
그녀는 위스키를 잔에 채워 주었다.
우리들은 단숨에 털어 넣었는데 싸구려 술이었다.
“거 참, 좋은 것 좀 줄 것이지.”
“음? 꽤나 좋은 위스키인데…….”
그녀는 머리를 긁적였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털털한 느낌이다. 하기야 대륙 최고라고 칭해지는 용병단의 단장이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술맛이 좋지 않아 그란시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병을 던져 버렸다.
쨍그랑!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이런 저급 술보다는 이게 낫지.”
그녀는 아공간에서 1만 년 정도 된 위스키를 꺼냈다.
말이 1만 년이지 위스키를 숙성시키면 1년에 3% 정도씩 양이 감소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엑기스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위스키의 맛은 어떨까.
그란시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만 년 정도 된 위스키지.”
“후후. 말도 안 되는 소리.”
병을 집어 던졌으면 기분이 나쁠 법도 하지만 브란카는 쿨하게 웃어넘겼다.
그보다는 그란시아가 꺼낸 위스키가 진짜 1만 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번 맛이나 보고 말을 하지?”
그란시아는 자부심이 가득하였다.
절대신으로서 매일 고독하게 보냈던 그녀에게 위스키는 취미생활이었다. 신이 만든 위스키. 그걸 만 년이나 숙성시켰으니 맛은 보장할 수 있었다.
그란시아는 술잔을 넘겼다.
“커억!”
“맛이 어때?”
“이런 맛이 있을 수가!”
그녀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나 역시 위스키 맛을 보았다.
“상당한데.”
바헬이나 비비안에게는 이보다 좋은 술들이 더 많았다. 특히나 영혼주의 맛은 한번 마셔 보면 잊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보다는 못했지만, 위스키도 훌륭했다.
그란시아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바헬의 술이 더 좋은 것 같지만.”
“어찌 이런 맛이 날 수 있지?”
“말했잖아. 1만 년을 숙성시켰다고.”
“거짓말.”
“믿든 말든. 10만 년이 된 것도 있거든.”
“그것도 지금?”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브란카는 맛을 보고 싶어 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1만 년이나 위스키를 숙성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것보다 좋다고 하니 궁금할 것이다.
그란시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은 없어.”
“아아!”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자고.”
“도대체 값어치로 따지면 이게 얼마일지.”
“술 한 잔이 네가 평생을 벌어도 못살 정도지.”
“그렇겠군.”
어쩐지 그녀는 간단하게 납득하였다.
하기야 이런 술이 존재한다면 천문학적인 가격이 될 것이다. 특히나 위스키 애호가들에게는 말이다.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브란카는 눈살을 좁히며 말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군.”
“무엇이지?”
“그대들은 인간이 맞나?”
“인간이라.”
우리들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브란카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누구나 사정은 있지. 당신도 인간은 아니니까.”
“……!”
그란시아는 역시 그녀의 정체를 꿰뚫어 보았다.
브란카는 헛웃음을 내뱉는다.
“그래.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는 법이지.”
브란카는 우리들의 정체에 대해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어떤 사정이 있어 인간세계를 떠돌고 있는 것이 확실하였기 때문이다.
“자자, 그만하고 마시지.”
우리들은 술을 마시는 데 집중하였다.
정체에 대해 서로 숨겼지만 할 이야기는 많았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술자리는 거의 새벽 4시 정도가 되어서야 끝났다. 그야말로 밤을 꼴딱 새운 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술을 마셨다고 해도 다음 날 활동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여관의 방은 각자 하나씩 잡았고 내일부터는 용병단이 사용하는 숙소에서 지낼 예정이었다.
물론 이후에 일정이 있었기에 이곳 숙소에서 잘 일은 없어 보인다. 산맥에서 석판을 찾고 난 이후에는 용병단과 함께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 있었고 곧 있으면 동이 틀 것이다.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는데 아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빈 님.”
“무슨 일인가?”
“우리들을 감사하고 있는 눈동자들이 있어요.”
“후후. 길드장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로군.”
“손가락으로는 무리였나 봐요.”
“그런 것 같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을 잘라서 보냈어야 했나 싶다.
손가락 하나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팔을 잘라 버리면 어쌔신을 그만두어야 할 만큼 타격을 받을 테니까.
분명히 또다시 이런 짓을 벌인다면 목을 잘라 버린다고 했었는데 그들은 경고를 듣지 않은 것 같았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
“제가 처리할까요?”
“목을 잘라 버리려고?”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 감히 현빈 님의 경고를 무시했으니까요.”
아리아에게는 창조주인 내가 삶의 전부였다.
그러니까 나에게 대항하는 인간들은 모두 적이라고 간주를 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나는 경고를 하였지만, 그들이 무시를 했다. 그러니까 죽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놈들을 어떻게 요리를 해 주어야 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움직였다.
“그럴 필요 없겠다.”
“그란시아 님이 움직이시는 건가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스러운 일이고요.”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란시아라면 깔끔하게 처리를 해 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경고의 메시지까지 보내지 않을까.
귀찮은 일을 처리해 주어서 다행이다.
“가서 자라.”
“안녕히 주무세요.”
아리아는 방에서 사라졌다.
이제는 명상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휘이이잉!
밤에는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어쌔신 가리드는 크라운 길드의 최정예 대원이었다.
요즘과 같이 일이 없을 때에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술집을 운영하였지만, 길드장에 호출을 한다면 당연히 응해야 한다.
목표는 바로 현빈이라는 남자였다.
여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그들은 면밀하게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가리드와 함께 나온 가온은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을까?”
“무엇이?”
“분명히 그들은 손가락을 잘라서 경고를 했지. 그런데도 이렇게 감시를 하고 있으니.”
가리드는 코웃음을 쳤다.
물론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을 했다.
하지만 신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떨어진 거리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완벽하게 은신을 하였고 어디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쓸데없는 소리. 저 거리에서 우리들의 대화가 들릴 리도 없고 기척을 들킬 이유도 없지.”
그는 그렇게 확신하였다.
들킬 것이라면 진즉 그랬어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보다 길드장은 저들이 돈이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돈이 되는 일이니 살펴야지.”
“돈이라.”
정보산업은 무너지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세상을 점령하고 난 이후에는 권력 암투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어쌔신들은 직업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권력 암투가 일어나기는 한다.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외부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들이 나설 필요는 없어졌다.
무엇보다 영지라는 개념이 없어진 탓이 컸다.
“옛날이 좋았다고 하던데.”
“전쟁이 파다했던 시절 말이지.”
“그래. 그래야 우리가 먹고 사니까.”
그들 세대는 전쟁이 있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었다. 겪어 보지를 않았으니 그저 말로만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영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휘이잉!
바람이 불었다.
어딘가 스쳐가는 바람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피가 얼굴에 튀었다.
촤아악!
데구르르!
“헉!”
가리드의 앞으로 동료의 목이 떨어져 내렸다.
가만히 농담이나 하고 있던 가온의 목이 그의 앞에 굴러 떨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혼비백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그들이 완벽하게 은신을 하면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선물이다.”
“……!”
가리드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인기척이라고는 느낄 수도 없었는데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환상인가 싶어서 한참 동안이나 가온의 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환상 따위가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꿈인가 싶어서 뺨을 때려 보았다.
짜악!
“크윽.”
꽤나 아팠다.
그러니까 이건 꿈이 아니라는 뜻이다.
“도대체 어찌하여 이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직도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동료의 목을 쳐 버린 것이다. 최소한 마스터 이상의 실력이라 보아야 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을 가져가라. 그리고 답을 얻어 와라. 10분 주겠다. 그 안에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길드 자체를 없애 버릴 것이다.
가리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서 누가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메시지는 확실하였다. 여기서 잘못하면 아예 길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스스슷!
가리드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무엇보다 가슴이 미칠 듯이 뛰었다.
과연 그 여자는 귀신인가.
가리드는 길드장을 설득하여 그들을 조사하는 일을 접으라고 권유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였다.
***
크라운 정보길드 길드장 칼트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예전에는 워낙에 경쟁 세력들이 많아 이렇게 대놓고 잠을 자지는 못했다. 특히나 마누라까지 옆구리에 끼고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자다가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경쟁자들이 사라졌기에 살기는 편해졌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때문에 그는 돈이 될 만한 자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현빈도 그중 하나였다.
아니, 현빈은 돈이 된다. 그가 어디로 움직이더라도 분명히 상당한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벌컥!
“길드장님!”
“으음…….”
칼트는 잠에서 깨어난다.
마누라와 함께 자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급작스럽게 길드원이 찾아왔다는 것은 뭔가 큰일이 터졌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무슨 일이냐?”
칼트는 옷을 걸쳤다.
그의 아내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어쌔신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것은 칼트나 아내나 마찬가지였다.
“가온이 죽었습니다.”
“뭐라고!?”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가온이라면 최정예 길드원이었다.
어쌔신으로서는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런 가온이 비명횡사해 버린 것이다.
“어떻게?”
가리드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의 이야기는 기가 막혔다.
분명히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절대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거리에서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칼트는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결코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자들이었기에 멀리 떨어져 감시를 하게 하였던 것이다. 만약 실력이 떨어지는 자들이었다면 지근거리에서 정보를 캤을 것이다.
왕실의 정보도 캐고 다니는 그들이었다.
잠입과 은신이라면 어쌔신들이 전문이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떨어졌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하고 나서도 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