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73
SSS급 재벌 헌터 373화
대단한 실력을 가진 것은 브란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잠을 자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란 인간을 뛰어넘은 초인이 아니던가.
브란카가 용병들에게 외쳤다.
“오늘은 해산! 놀든지 점검을 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용병들이 흩어졌다.
나 역시도 돌아서려 했다.
석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였기에 정보를 좀 더 수집하려 하였다.
하지만 손님이 오는 바람에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왕궁에서 온 손님이었다.
“시종장 그람이라고 합니다.”
“시종장이 어쩐 일이오?”
“폐하께서 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어제 그렇게 먹지 않았습니까?”
“아침에 해장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람은 해장을 핑계 삼았다.
어차피 국왕의 의도는 뻔한 일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들을 붙잡아 보겠다는 뜻이다.
왕궁에서 제공하는 식사라면 여기서 대충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싶었다.
왕궁에 도착하였다.
국왕은 이미 왕궁 앞에 나와 있었다.
베너스 국왕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예우를 하는 것이었다. 무려 왕국을 위기에서 구했으니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서 오시오!”
“부지런하시군요.”
내가 국왕에게 말했다.
단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제 연회에서도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늙으면 잠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나저나 단장께서는?”
“전쟁 준비로 바쁘십니다.”
“그렇군요.”
국왕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쟁 통에는 누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지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왕국 대부분의 몬스터들을 내가 처리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상관은 없었다.
식당에 도착하였다.
어제 그렇게 먹고서도 오늘 만찬을 준비하였다. 그나마 오늘은 음식의 종류가 적은 것 같았다.
나는 음식들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썼다.
“이렇게까지 대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대들이 아니었다면 왕국은 무너졌겠지요. 모두 죽었을 겁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인간이라 할 수 없지요.”
국왕은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참으로 위기에 걸맞은 왕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왕이 사치스럽다거나 지혜롭지 못하였다면 지금까지 버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라이컨 공작이 악마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산맥에는 악마왕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악마왕이라고요?”
“악마왕 바트라고, 성서에 나오는 존재입니다.”
“설마요.”
나는 웃고 말았다.
내가 도착할 때에 맞춰 성서에 예언이라도 쓰여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허나 사실입니다. 성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만.”
“그럴 겁니다.”
‘상관없는 일이지.’
산맥에서 무엇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내 상대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악마왕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해도 엄청 대단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퇴각을 했다가 악마왕을 꾀어내면 된다. 그리하여 내가 창조주의 직위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 될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에 불과한 일이었다.
아침은 잘 얻어먹었으니 이제 돌아가려 했다.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정보수집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라이컨 공작이 우리들을 붙잡았다.
“혹시 현빈 님이 누구십니까?”
“접니다만.”
“이름이 정말 현빈 님 되십니까?”
“그렇습니다.”
“굉장히 특이한 이름이로군요. 혹시 개명을 하셨다거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일부 사특한 자들이 그렇게 개명을 하고 있습니다.”
“사특한 자들이라니요?”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나는 주변을 바라봤다.
용병들은 상관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잘 얻어먹었으니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술이라도 한잔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라이컨 공작은 어떻게 해서든 나와 대화를 나누려 하였기에 나는 용병들에게 손짓을 했다.
“알아서 볼일 보세요.”
“그럼 저녁에 뵙지요.”
부단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돌아갔다.
라이컨 공작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들은 왕성을 벗어났다.
왕성 앞에는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려고요?”
“제 저택입니다. 실례를 무릅쓰겠습니다.”
“이것 참.”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마차에 올라탔다.
혹시 석판에 대해 공작이 알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위급 인사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다그닥다그닥!
마차의 품질은 꽤 좋은 편이었다.
왕국 전체가 그랬다.
한때는 거대한 제국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차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편하게 몸을 의자에 파묻었다.
“승마감이 꽤 좋군요.”
“오래전에 개발되었습니다. 도로의 상태도 좋기에 쾌적하지요.”
“그렇군요.”
창밖을 바라본다.
병사들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일이나 모레 정도가 되면 병력의 편성이 완료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군이 시작될 것이다.
몬스터들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쳐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 충분히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감상을 하다가 공작을 바라봤다.
“혹시 창조신의 석판에 대해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요!?”
그냥 찔러 본 말이었다.
고위 관료라면 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기에 혹시나 하고 물어본 것이었는데 석판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딸아이가 알려 주었습니다. 지금의 사태는 그 석판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신마대전에서 파생된 것이지요.”
“허어.”
놀라운 일이었다.
인간이 창조신에 대해 그렇게 자세하게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인간이 아닌 것일까.
“혹시 인간이 아니십니까?”
“저는 인간입니다.”
“으음.”
“다만 딸아이가 종교에 귀의를 하고 있습니다. 딸이 경고를 하더군요. 곧 있으면 왕국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조금만 버티면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구원이라.”
어떻게 보면 그것이 구원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 구원이 맞았다.
그들은 어제만 해도 멸망을 맞이할 뻔했다. 하루가 아니라 몇 시간만 늦었어도 대량의 시민들이 학살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 전에 검은 매 용병단이 도착했던 것이다.
“구원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군요. 그저 용병단이 때에 맞춰 왔을 뿐입니다.”
“창조신께서 내려오신 것이지요.”
“……!”
정말 놀라고 말았다.
그러니까 라이컨 공작은 내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꿰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라이컨 가문은 어떤 곳일까.
거대한 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이 넓은 정원을 지나 저택 앞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집사와 시종들, 그리고 한눈에 보아도 사제로 보이는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끼이익!
마차에서 내린다.
사제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오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창조주를 뵙습니다!”
***
우선을 시치미를 떼 보기로 하였다.
괜히 여기서 정체가 알려져 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그러니 우선은 모른 척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무슨 말씀이신지.”
“성서의 예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왕국의 구원자 중에 현빈 님이 계시다는 것은 창조신께서 강림하셨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제 이름이 미리 예언되어 있었습니까.”
“창조주의 이름이 ‘현빈’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성서에 기록이 되어 있어요. 그 때문에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렇게 개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허어.”
놀라울 따름이었다.
성서에 나와 있을 정도라면 엘핀도르가 예언을 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역시나 엘핀도르는 단순한 창조신의 경지를 뛰어넘고 있었다.
“석판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으고 계시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일단 들어갑시다.”
나는 발길을 재촉하였다.
바깥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공작의 집무실에 도착하였다.
공작과 마르엔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꽤나 곤란했지만, 이렇게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쓸모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나는 창조신의 권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내 정체를 간파하다니. 보통의 인간은 아니로구나.”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녀가 독실한 신자인 것 같았다.
“결론만 말하면 내가 이 세상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인계를 받았지. 그 사실도 알고 있었나?”
“……!”
그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하기야 이건 거의 천지창조의 비밀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천사들이 아니고서야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창조신의 이름은 엘핀도르다. 카이너스라는 악신이 전 차원을 파괴하고 다니는 통에 제대로 당해 잠들었었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이 알고 있는 신마대전이다.”
나는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석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째서 반드시 필요한지 그들에게 인지를 시켜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창조주는 아니며 그 직위를 계승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도 따르겠느냐.”
“힘을 계승한 창조주가 아니십니까.”
“다른 차원의 창조주이기는 하지. 그리고 엘핀도르 님의 힘을 계승한 것도 맞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석판이다. 석판만 회수하면 신력을 투사할 수 있다. 왜 신력을 사용하지 못하는지 알겠지?”
“예, 주신이시여!”
“신력만 투사한다면 그깟 몬스터들이야 수백 번이라도 쓸어버릴 수 있다. 그러니 석판을 찾을 때까지 전력을 기울이도록 하라.”
“그리하겠사옵니다!”
든든한 아군들을 얻었다.
이들은 내일 함께 종군하기로 하였다.
석판을 찾는 데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오늘 정도에는 출발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왕궁에서 기별이 왔다.
다들 연무장에 모여 있었다. 출병 준비를 완료했기에 전령이 도착한 것이다.
“충!”
전령은 군례를 붙이고는 명령서를 내밀었다.
“오늘 출발입니다.”
“알겠다.”
전령이 왕성으로 돌아가자 브란카는 용병들을 바라봤다.
“오늘 산맥으로 갈 것이다. 다들 각오는 되었겠지?”
“뭐 별것 있겠습니까? 있다고 해도 단장님이 막아 주실 것 아닙니까.”
“자기 목숨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위험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브란카 역시 그리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기감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저곳에 대단한 것이 존재하리라는 사실을 충분이 인지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용병들은 토벌이 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후후. 그래. 별일이야 있겠나. 출발하자.”
성벽으로 이동하였다.
시민들이 나와서 마중을 해 주었다. 하지만 환호는 하지 않았다. 오늘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벽 앞에 5천의 병력이 도열하고 있었다.
용병단은 그들의 선두에 섰다.
성벽 앞으로 국왕이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비장감이 서려 있었다.
“어제 우리는 왕국을 잃을 뻔했다. 왕국을 잃는다는 것은 곧 모든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 산맥을 토벌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