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9
SSS급 재벌 헌터 039화
나는 양슬하가 어디로 갔는지 찾아 헤맸다. 경비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그녀가 옥상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옥상에서는 양슬하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린년이 벌써부터 담배를 피우면 뼈가 삭는다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담배를 꺼내서 그녀의 옆에 선다.
“불 좀.”
찰칵!
“후우.”
우리는 나란히 맞담배를 했다.
고딩과 중딩, 스승과 제자가 맞담배를 하니 이런 막장이 또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과였다.
양슬하가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며 분개했다.
“아오, 진짜! 아까 생각하니 열 받네요.”
“그만 열 내도록 해.”
“스승님은 열 안 받으세요?”
“당연히 열 받지.”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셨어요?”
“지금 열 내면 파멸의 탑 정복에 차질이 생기잖아.”
“그럼 어쩌시게요?”
“정복이 끝나면 그 새끼를 잡아다가 혼쭐을 내 주어야지.”
“어떤 식으로요?”
“다 벗긴 다음에 매달아 버려야겠어. 내가 저주 몇 개를 알고 있는데, 그걸 사용하면 고생 좀 할 거야.”
“저주요!?”
양슬하가 눈을 빛냈다.
이 저주라는 것이 워낙에 극악해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걸 수가 없었다.
나는 착한 사람이었고 이런 저주를 걸 만큼 재수 없는 사람을 별로 만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나를 건드린다면 당연히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
“별건 아니고 설사가 한 시간 동안 멈추지 않게 하는 저주가 있어. 벗겨서 매달린 채로 저주를 걸면 볼 만하겠지. 동영상을 찍어서 협박용으로 쓰도록 하자.”
“……!”
양슬하는 경악했다.
그녀는 단순히 이한결을 두들겨 패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던 모양이다. 그런 난폭한 성질로는 제대로 된 복수를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나도 기분은 나빴다. 반말을 지껄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감히 나대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으니까.
장관도 편하게 말을 막 하지는 않았는데 이한결이 뭐라고 그리 말을 편하게 한다는 말인가.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문제였다.
그래도 참은 것은 역시 레이드 때문이다.
“일단 처벌 수위를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정해 놓고 있어. 1단계는 설사를 멈추지 않게 하는 거고 나머지는 보면서 추가를 하든지 해야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뭐, 이 정도로 그래.”
양슬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2단계와 3단계가 뭔지 궁금해?”
***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그녀로서는 상상을 초월한 형벌이었을 거다. 이 이상이 있다고 하니 아는 것조차 두려울 것이다.
“아니요!”
“그럼 됐어. 이제 만족하지?”
“갑자기 이한결이 불쌍해지려 하네요.”
“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역시 스승님은 좀 짱이에요.”
“내가 원래 그래.”
“헤헤헤.”
그녀는 갑자기 아부성 웃음을 나에게 날렸다.
혹시 양슬하는 내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을 해 버린 것이 아닐까.
퇴근 무렵이 되었다.
역시나 회사 일이라는 것은 만만치가 않다.
특히나 지금까지 대신건설과 대신무역은 10년 동안 방치를 하다시피 운영했기 때문에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갑자기 활력을 불어넣었으니 일이 넘치는 것은 당연했다.
태양이 붉은빛을 내며 슬슬 질 준비를 하자 나도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우두두둑!
뼈 마디마디가 비명을 지른다.
오늘 하루 종일 강소라와 오문식은 가만히 앉아서 휴대폰 게임이나 하고 있었다. 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퇴근 안 하세요?”
“으으으! 벌써 이렇게 됐네요.”
“대체 댁들은 제 무엇을 수행하러 온 겁니까?”
“평소에는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수행을 하죠.”
“제가 명령을 받는 것도 아닌데요?”
“뭐, 어쨌든요.”
이 양반들의 속이 빤히 보였다. 어떻게 해서든 증거를 잡아내고 싶겠지.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그리 허술하지 않다.
“오늘은 퇴근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내일 모시러 갈게요.”
“내일은 학교에 가는데요? 개학이라서요.”
“그럼 학교에 데려다 드릴게요.”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중령(진)이나 되는 사람이 겨우 그런 일이나 한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국가적인 입장에서 볼 때에는 아마 상당히 큰일로 치부될 거다. 비록 만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핸드폰 게임밖에 없지만.
“예, 예. 그냥 지금 하던 게임 만렙 찍으세요.”
“후후. 아마 그럴 것 같군요.”
그들은 나를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오늘은 회사 차를 타고 퇴근할 예정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나예린의 얼굴을 보니 상당히 초췌해져 있었다.
“얼굴이 왜 그래요?”
“하루 종일 시달렸더니 그래요.”
“누가 뭐라고 해요?”
“그게 아니라 전화를 하도 받으면서 신경을 썼더니 힘드네요.”
“무슨 전화를 그렇게 받으셨기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요. 대충 짐작은 하시죠? 10년 동안이나 세계무역이 중지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무역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에요. 물류가 정체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터진다고 하니 어찌 되겠어요?”
“글쎄요?”
“댐을 생각해 보세요. 견고한 댐에 구멍이 나면 홍수가 나듯 무너지는 거예요. 물류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막혀 있던 물류가 얼마나 되겠어요? 엄청난 문의가 쇄도하는 것이 당연하죠.”
“그럼 고생 좀 하세요.”
“으윽! 비서를 좀 늘리든지 해요!”
“생각해 보고요.”
그건 나예린의 사정이었지 내 사정은 아니다.
정 힘들면 자기가 나서서 비서를 구하든지 하겠지.
“으하하하함!”
“지금 하품이 나와요?”
“피곤해서요.”
“사장님이 피곤하면 저는…….”
“아이고, 다 왔네.”
나는 얄밉게도 그냥 차에서 내려 버렸다.
나예린은 분명히 오늘 일도 다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 엄청난 양의 일을 처리하려니 등골이 휘겠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녀가 할 고생을 내가 대신해 줄 수가 없으니까.
개학 아침이다.
오늘부터는 일정을 좀 조정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학교에 나갔다가 오후에는 회사에 나가 잠깐 일처리를 한 후에 곧바로 잿빛 탑에 들어간다.
이제 이틀 후면 파멸의 탑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절실하게 레벨 업이 요구된다. 지금도 파멸의 탑 20층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지만, 레벨이라는 것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그러니 그 전까지 최대한 레벨 업을 해야 한다.
내 목표는 광룡이 지구에 도래했을 때, 끝까지 살아남거나 카이너스와 양패구상을 하는 것이었다. 회사는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다니는 것이었고 학교는 그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다니는 것뿐이다.
카이너스가 언제 지구로 쳐들어올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가 되더라도 최대한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거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주방으로 내려오자 아버지가 핀잔을 하셨다.
“늦었구나.”
“죄송합니다.”
“좀 잘 나간다고 뵈는 게 없어서 그렇지.”
작은형이 빈정거렸다.
나는 이런 빈정거림에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 성격이 거지같았으니까 대충 맞춰는 주어야겠지.
이건 일종의 연기다.
“댁이나 잘 하시지?”
“뒈지고 싶냐?”
“이제는 내가 이길걸?”
“어허! 그만. 밥상머리에서 뭐하는 짓들이냐?”
“쳇.”
나와 작은형은 서로 고개를 돌리고 밥 먹는 데 집중하였다.
이 정도 철없게 행동을 하니 아버지와 큰형은 한숨을 내쉬며 ‘너희들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연막작전이다.
이미 회사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지만 그래도 최대한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는 편이 성장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강소라가 도착해서 학교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이현아는 나와 함께 가기로 하였는데, 어차피 누나의 대학을 거쳐서 가는 것이었기에 상관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나는 나와 작은형에 대해 걱정했다.
“너희는 어떻게 틈만 나면 싸우니?”
“작은형이 시비를 거니까 그렇지.”
“네가 동생인데 참아야지.”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나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해서 누나는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걸 깨달았으면 한국 최악의 문제아라는 타이틀은 달리지 않았겠지.
원래 내 성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 이현빈을 연기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원.”
“…….”
우리 남매 사이도 어색해졌다.
누나는 아직까지 나를 막 나가는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 3형제의 틈에 끼어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누나였지만, 나는 완전 개차반이었고 작은형의 성질 역시 만만치가 않아 어렸을 때부터 틈만 나면 싸우고는 했다.
이제 작은형과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물론 관계가 좋다고 해도 경쟁 관계였기에 좋은 사이가 되기는 글렀겠지만. 분명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형제들에게도 소식이 들어갈 거다.
누나가 나를 도저히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해 준다면 형제들의 경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말없이 20분을 달려서 이화여대 앞에 도착했다.
“앞으로는 성질 좀 죽여라.”
“생각해 볼게.”
탕!
누나는 그렇게 사라졌다.
강소라가 우리들의 모습을 바로 보며 웃었다.
“처세술이 대단하시네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시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면 그러시든지요.”
“이햐, 아무래도 대신그룹의 2대 회장은 이현빈 소령님이 되시겠네요.”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말았다.
물론 강소라가 나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에 무시한 것이지만.
학교 앞에 도착했다.
학교에서는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니 편하게 낮잠이나 자면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다.
바야흐로 꽃이 피는 계절.
개나리가 교정을 따라 쭉 피어 있었고 벚꽃도 슬슬 봉오리가 맺히려 하고 있었다. 만개를 하려면 4월 초는 되어야겠지.
내가 차에서 내려서 교정을 거닐자 학생들은 슬슬 피해서 빙 돌아갔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다. 나를 미친 개차반이라고 생각해 준다면 오히려 그게 더 편하다. 쓸데없는 일에 엮이지 않아도 되니까.
“일찍 왔네?”
이예나가 걸어온다.
그녀는 요즘 나에게 호의적이다. 특히나 귀걸이를 받은 후에는 자신이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바람직한 자세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이 노예인지 모르고 노예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예나가 꼭 그 짝이라고 할까.
교문 앞에 이르렀는데, 웬 기자들이 벌 떼같이 몰려 있었다.
이예나가 말했다.
“웬 기자들이지?”
“후후. 이 몸의 인기란.”
“설마 너 때문에 왔겠어?”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
어제는 그야말로 폭풍과 같은 하루였다.
명예소령이 되었고 세계무역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방부에서 수천억 규모의 수주를 받은 것은 물론, 한국 대부호들의 몬스터 방어 설계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저들은 당연히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다.
오늘은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기자들의 카메라는 내가 아닌 화려한 금발의 미녀를 향해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혹시 세실리아 왕녀 아니야?”
“영국 왕족?”
“그래. 도대체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래? 우리랑 비슷한 나이라고 하던데 설마 유학이라도 왔나?”
우리들은 교문을 막 지나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세실리아 왕녀가 나를 보더니 아는 척을 했다.
“이제 왔느냐? 오랫동안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저를 아십니까?”
“잘 알지. 그대가 나를 초청하였지 않느냐.”
“제가 언제요?”
“정식으로 소개하지. 영국의 SS+급 헌터인 세실리아라고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