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40
SSS급 재벌 헌터 040화
제21장 세실리아
“오호.”
나는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런 담백한 반응에 세실리아 왕녀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딴에는 자신의 대단한 신분과 세계 최고위급 랭커라는 것을 무기 삼아 내가 놀라 주기를 바란 모양이었지만, 사실 별로 관심도 없었다.
영국의 왕족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카이너스가 등장하면 지구 자체가 망할 텐데 왕족이 무슨 대수라고.
그보다는 SS+급 헌터가 직접 방문하였다는 것이 반가웠다.
“그대는 나의 방문이 놀랍지 않느냐?”
“놀라야 합니까?”
“하하하! 재미있는 소년이로구나.”
“그러는 당신은 소녀 아닙니까? 그리고 말 좀 똑바로 하지? 같은 나이인 것으로 아는데.”
“이런 말투라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습관이 되어서 어쩔 수가 없느니라. 너는 반말을 해도 좋다.”
나는 세실리아라는 여자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화려한 은발은 허리까지 닿아 있었고 검은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검은 세미정장에 검은 구두, 검은 스타킹까지 신고 있어 무슨 장례식장에 온 사람 같았다.
여기에 더하여 수행하는 경호원이 둘이나 되어 능히 그녀의 신분을 짐작케 한다.
그녀는 신성계열 마법사다.
신성력 버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으니 어디를 가든 시선을 끌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협조를 하겠다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구나.”
“말투 참 거슬리는데.”
“나를 영입하겠느냐?”
세실리아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슬리는 말투야 무시를 하면 되는 일이고 SS+급 헌터가 함께 가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녀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랭커다. 그러니 더더욱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럼 매점으로 가자.”
“그러지.”
우리들은 학교 매점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학교 매점은 수도 없이 많은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다행히도 학교 안까지는 기자들이 들어오지 못하였지만 그들 대신에 아름다운 은발의 왕녀 세실리아가 나타나자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들까지 구경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우리들은 2면이 막혀 있는 구석에 이르렀고 경호원들이 학생들의 난입을 막아 어느 정도 한산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세실리아는 바나나우유를 빨대에 꽂아 마시고 있는 중이다. 보기보다는 소탈한 모양이다.
내가 먼저 말문을 텄다.
“지원을 하겠다고?”
“그렇다. 그대가 SSS급 헌터 양슬하를 수하로 부리는 자라지? 관심이 생겼느니라.”
“소문이 그렇게 났나?”
“세계 최초의 SSS급 헌터의 등장에 말들이 많다. 그대와 양슬하 양은 연인이라는 소문부터 주종관계라느니, 약점을 잡고 휘두른다느니 하는 말들이 비공식적으로 많이 퍼져 있느니라.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그대들만 알겠지만.”
“그래서, 단순한 관심 때문에 지원을 했다?”
“그건 아니니라. 아르무스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지, 실제로 레이드를 한 팀은 없었느니라. 나는 SSS급 몬스터의 코어를 원한다.”
“아르무스는 SS+급 몬스터인데?”
“정확히는 그 이상이지. SS+라는 수치는 추측일 뿐이고.”
“코어를 달라니. 너무한데?”
“정확하게 그에 대한 시세를 쳐주겠다. 지금 우리 영국에서는 너무나도 SS+급의 코어가 필요한지라.”
“그래도 돈은 받지 않고 코어를 매수하는 조건으로 쫓아가겠다고?”
“그대의 말이 정확하다.”
“으음.”
생각해 보자.
SS+급 헌터가 어디 길거리에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세계 3위에 랭크되어 있었지만 사실 1, 2위와도 별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공짜로 무료 봉사를 해 준다는 거다.
나로서는 코어를 팔아 치우면 그만이었다.
그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SS+급 코어가 얼마인데?”
“가치를 따질 수는 없지. 하지만 5000만 달러 이상이라고 알고 있다.”
“5000만 달러라!”
함대가 바다로 진출할 수 없게 되면서 미국이 지배하던 세상은 사라졌다. 그 때문에 달러가 유명무실해졌고 무역도 사라졌으니 사실 원화로 환산해서 가격을 쳐주는 것이 나에게는 좋았다.
물론 비행기는 날아다녔으니 세계의 교류가 없다고 볼 수는 없었기에 달러로 받는다고 해도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인데?”
“그리 생각할 줄 알았느니라.”
“좋아. 전리품 없는 조건으로, 코어를 파는 것으로 하지. 하지만 만약 SSS급 코어가 떨어진다면…….”
“그때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해야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세실리아를 레이드 팀에 넣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받아들이도록 하지.”
“계약서를 쓰겠느냐?”
“써야지.”
언제 어떤 헌터가 찾아올지 몰라서 가방에 계약서를 상비해 두고 다녔다.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계약서는 표준이었고 그 아래에 추가 사항만 넣었다.
스스슥!
나와 세실리아는 번갈아 가며 사인을 했다.
지장까지 찍자 최종적으로 계약이 완료되었다.
“그렇다면 며칠 동안 잘 부탁한다.”
“왜 며칠이지?”
“나는 영국에서 막중한 임무를 받아 이 땅을 찾아왔다. 그동안에는 이 학교에서 유학을 하며 지내기로 하였느니라.”
“뭐……. 그건 알아서 하고. 나는 관심 없는 일이니까.”
“꽤나 섭섭하구나. 그대는 내가 한국을 찾아 처음 만난 사람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레이드 날에 보자고.”
나는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서로의 목적이 확실하였으니 쓸데없이 이런저런 잡설을 나눌 필요는 없어 보인다. 괜히 영국의 왕녀와 엮인다는 것이 찝찝하기도 했고.
쪼르르륵!
바나나우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사라져 가는 이현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꽤 재미있는 소년이로구나.”
“전하. 놈을 패서 데려올까요?”
“그럴 필요 있겠느냐?”
“그래도 전하께 영 싸가지 없이 말을 하는 것이…….”
“후후. 아서라. 저 소년은 SSS급 헌터를 부리고 있다지 않느냐.”
“날조된 사실일 공산이 크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구나. 오히려 나에게 목을 매는 남자는 재미없지 않느냐?”
“저 소년에게 관심 있으십니까?”
“없던 관심이 생겼다.”
세실리아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이 나타났다는 눈빛이다.
“정말로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 그런 척을 하는 것인지 확인을 해 보아야 할 것 같구나.”
아마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았다.
“으하하함!”
나는 연신 하품을 쏟아 냈다.
이예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애는 표정이 왜 이래?
“너는 왜 그러는데?”
“놀랍지 않아?”
“뭐가?”
“세실리아 왕녀가 너를 찾아왔잖아! 그것도 아주 깊은 관심을 표하면서 말이야. 그녀는 왕족이라고. 알겠어?”
“그래서 뭐. 내가 세실리아를 패면 영국과 전쟁이 나겠냐?”
“그, 그건 아니지만.”
지구에 인간들 간의 전쟁이 사라진 지 10년이 지났다. 지구연맹에서 전쟁을 하는 국가는 전 세계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살벌한 협상이 있었다.
해상로가 몬스터로 인해 봉쇄되었다고 해도 각국에서는 미사일 기술이 있었고 조약을 어기면 집중 포화를 받게 될 것이다.
인류가 전쟁을 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규정된다. 인간들끼리 치고받는다면 몬스터에 의해 인류가 전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됐지 뭐.”
“세실리아 왕녀에게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하지 그랬어?”
“귀찮게 무슨.”
나는 그대로 엎드렸다.
어제는 꽤나 피곤한 하루였다. 몸을 많이 써서 피곤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꽤나 피로한 상태다.
하품이 자꾸 나오는 것이 몸이 축 늘어진다. 잠을 좀 자고 나면 괜찮아질까.
이예나는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점점 눈이 감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말 꿀잠을 잤다.
매일 이렇게 잠이나 퍼질러 자면 얼마나 좋을까.
카이너스 새끼가 지구로 쳐들어오지만 않는다면 그냥 아무런 긴장감도 없이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그리 되면 회사의 운영 따위는 할 필요도 없겠지. 돈이 필요 없는데 왜 회사를 운영한단 말인가?
나는 이예나가 깨우는 소리에 슬쩍 눈을 떴다.
“또 왜 이러는데?”
“저, 저, 저기를 봐!”
이예나가 놀라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벌어지기는 한 모양이다.
눈을 떠 보니 교실로 상당히 뇌쇄적인 미녀가 들어오고 있었다.
학생들도 꽤나 놀란 표정이었다.
웅성웅성!
“세실리아 왕녀 아니야!?”
“도대체 여긴 왜 왔데?”
나는 도로 잠이 들려 했다.
세실리아가 잠시 유학을 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실리아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와아!”
학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세실리아는 성큼성큼 걸어 내 옆자리에 앉았다. 사실, 내 더러운 성격 때문에 옆자리는 항상 비어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앉은 것이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더럽게 귀찮게 구네.”
***
학생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정말로 귀찮아서 귀찮다고 말을 하는 것뿐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세실리아는 더욱 큰 호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다. 이건 뭐, 변태인가? 왜 욕을 처먹으면서도 좋아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호. 튕기는 것이냐?”
“귀찮게 하지 마라. 우리는 계약 관계일 뿐이잖아? 게다가 이번 레이드만 끝나면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그대에게 관심이 생겼느니라.”
“나는 관심 없는데?”
“재밌구나. 본녀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대가 처음이다.”
“아아.”
한숨이 나온다.
도대체 세실리아는 내게 왜 이러는 걸까.
미인이 다가오니까 실실거리며 웃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다. 나는 천 년 동안이나 살아오면서 숱한 미인을 보았다.
밀림에서도 인간이 있었고 엘프도 존재했었다. 실제 엘프를 보고 살았더니 세실리아를 보아도 눈이 뒤집히지는 않았다.
그녀가 뭐라고 하든지 나는 신경을 끄기로 하였다.
계약을 했으니 그녀는 이행을 해야 한다. 그러니 쓸데없이 그녀에게 잘해 줄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왕녀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노예 4호가 되어 준다면 이야기는 좀 다르겠지만.
정말 간만에 퍼질러 잔 것 같다.
정신적으로 피로하다는 것이 이런 뜻이었구나.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나는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세실리아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깜짝이야.”
“잘 잤느냐?”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데?”
“인간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잠을 깨지도 않고 잘 수 있는지 신기해서 그러니라. 본녀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던데 말이다. 비결이라도 있는 것이냐?”
“비결은 무슨. 그냥 자면 되지.”
“그러지 말고 알려 주는 것이 어떠냐? 선물을 주겠다.”
“됐다니까.”
나는 귀찮아서 손을 휘휘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