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402
SSS급 재벌 헌터 402화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저도 그래요.”
“저 안에 들어가면 광인이 되어 나오거나 깨달음을 얻어 나온다는 뜻이군요.”
“그건 아니에요.”
아레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였다. 나름대로 각오를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가장 많은 경우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나오는 자들이 많았다는 거예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맞아요.”
그렇다면 수련을 도중에 그만두어도 된다는 뜻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들어가서 직접 부딪쳐 보아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먼저 바헬이 앞으로 나섰다.
“문제가 생긴다면…… 부탁드립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헬이 말하는 문제라는 것은 저 안에서 광인이 되어 나오는 경우였다. 카이너스와 같은 광인이 되어서 나와 버린다면 내가 직접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먼저 들어갔다가 나오실 건가요?”
“아무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처리’를 해야 할 존재는 있어야 하니까요.”
그는 굳은 얼굴을 하였다.
언제나 싱글거리는 표정의 바헬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진지하였다.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하루 쉬었더니 신력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 그러니 바헬이 광인이 되어 나온다면 내가 직접 처리할 것이다.
쿨렁!
그는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들은 밖에서 바헬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나요?”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방이 있다고 하던데 자세한 것은 모르겠어요.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요.”
“그렇군요.”
그녀의 씁쓸함에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천사들이라고 해서 창조신의 반열에 오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도로 혹사를 당하다 보면 끊임없이 저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에 휩싸인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내가 아레나의 입장이라면 바로 저곳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 자제력은 필요할 때에는 강하게 발휘되지만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죽더라도 한번 들어가 보고 나서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도 아레나는 자제력이 굉장한 편이었다.
“이제 나올 때가 되었군요.”
“벌써요?”
“경험에 의하면 그래요.”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저 안에서는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을까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헬이 모습을 드러냈다.
치이이이익!
“바헬 님!”
“쿨럭!”
그는 검은 피를 토해 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둠에 휩싸이기 직전에 빠져나온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떨었다.
“어마어마하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저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어떤 순간을 넘기가 두려웠다고 할까요.”
“어떤 순간을 넘기가 두려웠다……? 안에서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까?”
“알 수 없습니다. 영원의 시간을 수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끝내는 깨달음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헬은 그대로 기절을 해 버렸다.
나는 아레나를 바라본다.
“이게 일반적인 모습이죠.”
“그렇습니까.”
바헬의 모습을 보았더니 더욱 긴장이 되었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지경이 되어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그럼 저도 가 보겠습니다.”
“무운을 빌어요.”
나는 서둘러 신전 안으로 이동하였다.
스아아아!
“크윽!”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아레나의 말이 맞았다. 육체에 가해지는 힘보다는 영혼 자체가 찌그러지는 느낌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방심을 하면 영혼 자체가 터져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주변은 어두웠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어둠이 주변을 둘러싼다. 바닥에 닿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어떤 공간에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능성이 있는 자로구나.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얀이다. 태초의 어둠이며 태초의 빛이고 모든 것을 종결시킬 수 있는 자이다.
“당신이 바로 태초의 창조신이로군요.”
-그렇다.
“여기는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너와 같은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지. 이곳에서의 시간은 무한하다. 너에게 기회를 주겠노라.
“어떤 기회입니까?”
-…….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얀과의 대화는 끝이었다.
정말로 이 공간 안에 얀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념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런 짧은 대화밖에는 하지 못하는 것이다.
태초의 어둠과 빛.
그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나는 정좌를 하고 앉았다.
눈을 감고 주변의 기운을 느껴 보았다.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할 어둠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이것이 무엇일까.
‘태초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없었던 걸까. 이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할지 지표가 필요하다.’
나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검을 수련했기에 관조를 하는 것은 쉬웠다.
일단 이 어둠의 기운을 추적해 보기로 하였다. 그것을 캐다 보면 태초의 힘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수만 년은 지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둠의 기운을 추적한 결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태초에 어둠이 있었고 이런 기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無)의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태초의 어둠이라는 강렬한 힘이 있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창조하였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내 추측이었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어둠이 나를 잠식하는 것이 느껴졌다. 끊임없이 대항을 하였고 신력으로 밀어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어둠의 기운에 대항을 하는 것이 힘겨웠다. 오랜 시간 싸웠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깨달음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일종의 시험이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바깥세상과는 단절되어 있었고 이곳에서의 시간은 무한이었으니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버텨 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어둠과 싸우면서 그 힘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으드득!
나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를 하는 순간 카이너스와 대적할 수 있는 힘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이곳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실을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다시 관조에 빠져들었다.
긴긴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자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있다는 외로움은 무엇으로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자 빛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에 동화되고 그것이 전부인 줄만 알았지만, 빛을 만들게 된다면 조금은 외로움이 가시지 않을까 싶었다.
“빛이 있으라.”
팟!
빛이 생성되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만들어졌다.
“아아!”
나는 외로움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그것은 바로 태초의 차원은 미칠 듯한 외로움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어둠만 존재하는 공간이었는데 그곳에서 빛을 만들어 낸 것이 창조의 시작이었다. 태초의 창조신은 어둠이 잉태한 의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가설을 세우자 한결 깨달음이 빨라졌다.
어둠의 힘으로 빛을 창조하는 것.
흔히 어둠은 악으로, 빛은 선으로 표현이 되지만 빛은 어둠에서 탄생을 한 것이었다.
깨달음이 물밀듯이 흘러 들어왔다.
스아아아!
어둠의 기운이 흡수되기 시작하였다.
엄청난 어둠을 빨아들였고 그 힘에 잠식이 되어 갔다.
‘의식이 흐려진다.’
여기서 포기를 해야 할까.
아마 카이너스는 이 단계에서 포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둠에 의식을 맡겼기에 광인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정신을 차리기로 하였다.
인간의 의지는 약하지 않다.
카이너스는 드래곤이었기에, 원래부터 강한 놈이었으므로 어둠에 쉽게 몸을 맡겼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괴물과는 근본이 달랐다.
나약한 인간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즉, 진정한 창조신은 인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둠에 맞서 싸운다.
그 힘을 빨아들이면서도 잠식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으니 그 노력은 빛을 발할 것이 틀림없었다.
‘한번 해 보자.’
나는 그렇게 세월을 흘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스아아아아!
“끄으으윽!”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또다시 영원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어둠을 흡수하였다. 온몸이 어둠에 동화되었지만 정신만은 잃지 않기로 했다.
정신을 잃어버리는 순간 끝이다.
그건 오랜 사투였다.
어둠은 정신을 흐리게 하였고 사람을 미치게 하였다. 하지만 그것에 맞서 싸우면서 나는 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둠에 맞서서 싸우기만 하였던 것은 아니다.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어둠 속의 빛이 창조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둠에 잠식되어 간다. 하지만 마음속에 한 줄기 빛이 있다면 그것을 등불 삼아 나아갈 수 있다.’
번쩍!
주변이 더욱 밝아졌다.
어둠 속에서 외로움이 창조를 만들어 냈다.
결국 외로움을 이겨 내기 위한 수단이 창조였던 셈이다. 태초의 의지는 곧 태초의 창조신이라는 뜻과도 일치하였다.
스아아아아!
얀으로 불리는 태초의 창조신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짐작이 되었다.
그는 창조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많은 것을 창조하였으나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과도한 창조로 인하여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태초의 창조신 얀은 어둠 속으로 다시 동화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둠의 의지, 그것이 바로 얀이다. 나 역시 어둠에 의지를 싣는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다.
나는 태초의 어둠과 마주하였다.
-나를 이해하였는가?
“이해했습니다.”
-무엇이 나를 그리 만들었는지도?
“그렇습니다.”
-나를 찾아라. 새로운 것을 보여 주겠노라.
“당신은 어떻게 찾아야 합니까?”
-나를 이해한 자라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화는 단절되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태초의 어둠은 이곳에서 의지를 잃었다.
어쩌면 신전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태초의 어둠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한 존재를 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하는 동반자가 아니라 그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은 것이다.
외로움이 천지창조의 시작이었다.
팟!
나는 이제야 눈을 떴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태초의 존재가 나를 부르고 있었고 나는 그에 응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신전도 그런 의미에서 지어진 것이었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때로군.”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카이너스 따위는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틀림없이 그리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