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41
SSS급 재벌 헌터 041화
아무래도 학교를 벗어나야 할 것 같다.
“노예 1호!”
“응?”
“나는 회사에 간다. 저녁에 잿빛 탑 앞에서 보자.”
“응!”
이예나는 활기차게 말한다.
이제 이예나가 나서서 잿빛 탑에 가자고 할 지경이었다. 잿빛 탑에는 미스릴 원석이 있고 그걸 내가 가공하면 오리하르콘이 나온다는 사실을 그녀도 알게 되었다. 오리하르콘으로 아이템을 제조할 수 있었으니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 잠깐 들렀다가 잿빛 탑에 들어가기로 약속을 하고는 교실을 나온다.
그런데 세실리아가 졸졸 쫓아왔다.
“개새끼도 아니고 왜 그렇게 쫓아오는데?”
“본녀에게 일부러 그리 사납게 대할 것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대하면 되는 것이니라. 남자는 관심 있는 여자를 괴롭힌다지?”
“공주병 말기 환자네, 아주. 변태 끼도 좀 있는 것 같고.”
과연 양슬하가 세실리아를 보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다.
십중팔구는 미친년이라고 할 것 같다. 되도록 양슬하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야지.
“어디 가느냐?”
“회사에 간다.”
“마침 나도 그대의 회사에 볼일이 있다.”
“네가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런 일이 있느니라.”
도대체 세실리아가 나에게 꽂힌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녀 딴에는 내가 신선해 보여서 쫓아올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귀찮은 일이다. 그냥 꺼져 주었으면 하지만, 나름대로 협력자인 세실리아를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학교에서 나오자 강소라 소령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셨어요? 이분이 바로 세실리아 왕녀님이로군요.”
“알고 있었습니까?”
“아, 예. 국빈으로 오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거기에 TV를 보니 이 소령님과 계약을 하셨더라고요?”
“후우. 맞습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세실리아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강소라 소령입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이현빈 소령님의 비서 격이죠.”
“오늘 하루만 동행하도록 하겠다.”
“얼마든지요.”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가는 하루 종일 쫓아온다고 할 것이 뻔해 보인다.
도대체 영국 왕녀가 대신건설에는 무슨 볼일이 있어서 온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볼일이라는 것은 그저 핑계가 아닐까 싶다.
우리들은 대신건설 앞에 도착했다.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고 임원들은 내가 출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임원들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왜 이렇게 나와 계세요?”
“각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건 어제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고요.”
“강판을 수출해 달라는 제의들이 들어왔습니다. 무역선이 가동된다고 하니 주문을 넣는 모양입니다.”
“강판 수출이라. 아직 예정에 없는 일인데…….”
“그러니 회의를 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판은 대신무역 휘하에서 생산을 한다. 그리고 대신건설에서는 강판을 사용하여 건설을 추진했다.
물론 코어를 마정석으로 변환하는 작업은 대신건설에서 했으니 두 회사는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전부 내 휘하에서 가동이 되었으며 거의 회사의 구분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보니 대신무역의 임원들도 몇몇 보인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예 한꺼번에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임원들은 세실리아 왕녀를 바라본다.
“혹시, 세실리아 왕녀 전하 아니신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왜……?”
“그냥 견학을 온 모양입니다.”
“내가 회의에 참석해도 되겠느냐?”
세실리아가 끼어들었다.
나는 인상을 확 썼다.
아무리 세실리아라고 해도 회사의 기밀이 오갈 수도 있는 회의에 참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안 돼.”
“나는 영국을 대표해서 강판 수입을 의뢰하기 위해 찾아왔느니라. 그런데도 안 되느냐?”
“주요 클라이언트이신 것 같군요. 기밀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사장님, 참석하게 해 주시죠?”
대신무역 오상근 상무가 그리 말했다.
전 세계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었지만, 아직 정식 계약으로까지 연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실리아가 전권을 받아 찾아왔다면 그녀와는 실제로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찔러보기 식이 아니라 말이다.
오상근은 그 점을 간파한 것이다.
“아아!”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그럴 거면 진즉에 말을 할 것이지. 세실리아가 나에게 이상할 만큼의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기는 했다.
“강판 수입 때문이라면 빨리 말했으면 좋았잖아?”
“후후. 그래도 그대에게 관심이 있음은 변하지 않는다.”
“말이나 못하면.”
나는 세실리아가 이성적인 관심보다는 내가 만들어 낸 강판에 관심이 있으리라고 여겼다.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협상하기 위하여 그리 행동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협상은 없다.
수출까지 한다면 더 비싸게 팔아먹어야지, 깎아 주거나 조금 더 얹어 달라는 식의 협상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입 다물고 있으면 참석하게 해 주지.”
“그거 고맙구나.”
세실리아는 환하게 웃었다.
회의장은 시끌시끌했다.
무려 영국의 왕녀인 세실리아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는데, 오상근의 말을 들어 보니 영국 왕족은 예전과 같이 명예직은 아니라고 한다.
영국 헌법에 보면 국왕은 의회를 소집하거나 해산할 수 있고 수상까지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여기에 위급 시에는 권한이 강화되고 국가 원수로서 군대를 지휘할 수 있었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힘을 쓰지 못하였지만 사태가 악화되자 국왕에게 힘이 모였고 영연방 국가들도 영국을 중심으로 뭉쳤다.
그러니 과거와 같은 맥락에서 영국 왕족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그녀는 세계 랭커였다.
개인적으로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 괜히 반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오상근의 설명이다.
세실리아 하나로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다니.
물론 이해는 된다.
영국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영연방 국가 전체를 거론했다.
영연방 국가가 한두 개도 아니고 그들과 거래를 한다면 물량이 엄청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여기서 강판을 실어다가 팔고 해당 국가들에게서 물건들을 사서 들여온다면 엄청난 이익이 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다.
“오늘 슬하는 왔나요?”
“학교에서 좀 늦는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안도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양슬하는 그야말로 사고 제조기다. 세실리아가 반말도 아니고 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일관하면 빡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아마 큰 싸움이 나고도 남겠지.
웬만하면 슬하가 오기 전에 회의를 끝내고 세실리아를 호텔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다.
오상근이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무역 건에 대해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회의에는 세실리아 왕녀께서 참석을 해 주셨습니다. 사장님. 이 건을 먼저 처리해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세실리아 왕녀님?”
“말하라.”
“영국은 물론이고 영연방의 모든 국가들에게서 전권을 위임받아 오신 것이 맞으시죠?”
“그렇다고 볼 수 있느니라.”
***
“영연방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의 강판을 원하십니까?”
“최대한 많이.”
“최대한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능하다면 대신건설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량을 우리 영연방에서 매입을 하였으면 한다.”
“그건 불가합니다.”
“왜지?”
“다른 국가들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1.5배인 것으로 아는데?”
“타국의 제품은 B-등급이 한계인 것으로 압니다. 저희 회사 제품은 마정석만 있으면 SS+이상까지도 강판을 만들 수 있고 보통 A등급이나 A+등급의 공격까지 막아 낼 수 있습니다. 가격이 비싼 이유가 있죠.”
“으음. 수입을 위해서는 타국과 경쟁을 해야 하는 구나. 그렇다면 영연방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는 있겠는가?”
“수량 제한 없이요?”
“그렇다.”
오상근이 나를 쳐다봤다.
회의는 오상근이 주도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눈치를 보아야 함은 당연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진을 기계로 찍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법진을 찍어 도금해 버리고 마정석을 박는 것까지 모두 기계가 끝낼 수도 있다. 다만 타국에서의 복사를 막기 위해서는 좀 더 보안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 기술만 완성된다면 무제한으로 강판을 찍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상근이 답을 해 주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상의했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어떤 상의입니까?”
“마법포를 수입할 수는 없겠는가?”
세실리아는 정확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당연히 안 된다.
마법포를 한 곳에만 수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랬다가는 국가 간의 균형이 단숨에 깨질 우려가 있었다.
그밖에도 안 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다.
“불가하다.”
“안타까운 일이로군.”
“수출이 불가능한 품목이라는 사실 정도는 너도 예상을 했잖아?”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 본 거지.”
“그 이야기는 앞으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구경은 시켜 줄 수 있느냐?”
“구경을 시켜 달라고?”
“그렇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구경을 시켜 달라는데 힘들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영국과 영연방은 큰 손님이었으니 이 정도 서비스는 당연히 해 드려야겠지.
“좋아. 가 보도록 하자.”
짝! 짝!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손뼉까지 쳤다.
“정말 재밌겠구나! 그럼 지금 갈 수 있겠느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직원들은 가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왕녀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싶은 거다. 내가 영국 왕실과 친분을 다져 놓는다면 사업을 펼치는 데 두고두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실리아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서 나는 회의 도중에 그녀를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인천으로 향했다.
가능하면 양슬하와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다.
레이드 당일에는 어쩔 수가 없다고 쳐도 그 전에 미리 만나서 세실리아와 악연을 맺어 버리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인천으로 가는 길에 세실리아가 감사를 표한다.
“나를 위해 함포를 구경시켜 주어서 고맙구나.”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
“착각이라고?”
“나는 영연방 국가의 전권을 위임받고 찾아온 왕녀를 위해 보여 주는 것이지 너 개인에게 보여 주는 것은 아니야.”
“후후. 그게 그 말이지.”
“쯧. 말을 말아야지.”
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인천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세실리아는 자신에게 전혀 휘둘리지 않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흥미와 좋아하는 감정과는 다른 거지.
만난 지 하루 만에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녀에게 관심을 끄고 창밖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