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413
SSS급 재벌 헌터 413화
제234장 망자들의 도시
우리들은 가볍게 공간을 도약하였다.
아레나의 인도에 따라 어느 행성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마기가 풍겨 오고 있었다.
“이 힘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마기다.”
나와 그란시아는 단번에 그 정체를 파악했다.
행성 전체가 마기에 휩싸여 있었다. 아무리 태초의 차원이라고 해도 이만한 힘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가 몇이나 될까.
아레나가 말했다.
“얀 님이 만드신 힘이 분명해요.”
“그런가.”
“문제는 왜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렸냐는 것이죠.”
“그건 그렇군.”
창조신의 피조물은 자식과 같았다.
어떤 부모도 자식이 망가지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아예 회생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높은 언덕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기로 하였다.
그야말로 엄청난 광경이 드러났다.
굉장히 발전이 되어 있던 도시였다.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였고 이동수단들도 발전해 있었다.
허공에 얽혀 있는 레일만 보아도 이 도시가 얼마나 대단한 문명을 이루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문명이 몰락했고 폐허가 되었다.
“어마어마한 광경이로군.”
“얀 님의 힘으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고?”
“일단 저는 그렇게 추측해요.”
아레나 역시 정확하게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 추상적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추적하여 여기까지 우리들을 이끌고 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되었다.
“고생했군.”
“저는 창조신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에요.”
“잘했다.”
나는 아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란시아는 그런 내 모습을 묘한 눈으로 바라본다.
“왜? 너도 쓰다듬어 줘?”
“내가 미쳤냐!?”
그란시아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뭔 미친 소리를 하냐는 듯이 소리까지 친다.
“아니면 됐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내, 내가 언제?”
그란시아는 얼굴까지 붉힌다.
이상한 일이다. 그란시아가 나에게 질투를 느낄 리는 없고 무엇 때문에 저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그녀의 목숨을 구한 후에 묘하게 뭔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관심이라도 있나?’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가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가정 중에서 가장 최악이다.
“도시로 가 보도록 하자.”
우리들은 도시로 내려와 거리를 걸었다.
언덕 위에서도 상당한 마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막상 폐허가 된 이곳을 걸으니 그런 마기들이 더욱 짙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쐐애애액!
-흐아아아!
-산 자에게 죽음을!
“저건 뭐야?”
“고스트 계열 몬스터네.”
그란시아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방출되었다. 방금 전까지 미쳐 있었던 여자였지만 창조신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신성력을 방출하였다.
고스트들은 그야말로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들은 우리 주변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우리들이 대단한 실력을 가진 자들임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마치 가젤이 사자를 피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
그 때문에 수색은 좀 더 손쉬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저렇게 허접한 고스트들이라고 해도 그들을 처리하는 건 분명 귀찮은 일일 것이다.
-크르르르!
이번에는 무슨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다.
한 무리의 인간들이었는데, 눈동자부터가 맛이 가 있었다.
아레나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악령에 빙의된 자들이네요.”
“빙의라.”
“이 정도 규모라면 빙의가 되고도 남죠.”
고스트들이 날아다녔다.
그야말로 도시를 꽉 채울 정도로 많았는데 악령들에게 빙의가 된 것이 틀림없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어딘가에 인간들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쿠에에엑!
빙의된 인간들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증오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놈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하필이면 창조신이 둘이나 모여 있는 곳을 공격하려 하였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창조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정도는 대천사로 진급한 아레나의 손에서 해결이 가능했다.
“감히 이분들이 누구신 줄 알고!”
쿠아아아앙!
-끼야아아악!
신성력 폭발에 의하여 빙의된 자들이 그대로 쓰러지고 있었다.
수십 명에 달하는 놈들이 쓰러져서 힘을 잃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모두 정신을 차렸다.
“으으으으.”
“대체 여긴 어디지?”
“오호.”
우리들은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한 일투성이였다. 이 행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좋은 기회라고나 할까.
나는 천천히 그들에게 접근해 보았다.
“누구십니까?”
“당신들을 구한 사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필이면 고스트들에게 당해서…….”
“이곳은 고스트 천지인 것 같은데?”
“저희들은 특공대입니다. 지하 세계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하는 도중에 변을 당했습니다.”
“지하 세계라?”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이미 이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도시뿐만이 아니라 행성 전체가 그런 꼴이었는데,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지하로 숨어든 것이었다.
지하에서 삶을 유지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원이었다.
빛조차 들지 않는 곳에서 작물을 키우려면 전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들이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는지는 몰라도 그 에너지원을 구하기 위하여 위험을 무릅썼다면 이해는 되었다.
“지하 세계로 갑시다.”
“하지만 이대로는 못 돌아갑니다.”
“어째서요?”
“지금 자외선의 양이 위험 수치입니다. 이대로라면 식물들은 씨가 마를 겁니다. 거기에 더하여 공기정화 시스템도 간당간당한지라.”
대머리의 사내가 설명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와주어야 하나?’
이들을 돕는 것은 간단한 문제였다.
설마 지하 세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는데 그냥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우. 좋습니다. 저희들이 도와 드리죠.”
“정말인가요!?”
“다만 이후에는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주셔야 합니다.”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갑시다.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그란스 발전소입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가 보도록 하죠.”
“저깁니다.”
대머리 남자는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대한 발전소가 세워져 있었는데 원자력 발전소의 일종인 것 같았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핵분열에 필요한 촉매제였다.
그란스 발전소로 이동하는 길이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고스트들을 피하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우리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고스트들이 우리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들은 몇 번 정도 아레나에게 호되게 당하더니 아예 우리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스아아아아!
사방으로 신성력이 퍼진다.
아레나는 우리들이 이동하는 경로에 신성력을 뿌렸고 고스트들은 비명을 지르며 타 죽었다.
-꺄아아아악!
-살아 있는 모든 자들에게 저주를!
놈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 덕분에 좀 더 이동이 편해졌다.
대머리 남자는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천사들이다.”
“천사들이라고요!?”
“그래. 이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왔다.”
“……!”
“그래도 일단 기반산업이 지하에 있을 테니 천천히 올라오도록 해라.”
그란시아가 그럴싸하게 말했다.
‘천사들이라.’
그렇게 설명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천사들이 아니라면 이런 힘을 쏟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머리 남자는 물론이고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천사들을 배알하옵니다!”
“우리가 원망스럽지 않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인류를 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무엇인가?”
“컬크라고 합니다.”
“참……. 외모와 어울리는 이름이로군.”
“감사합니다!”
컬크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들의 경의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가능하면 빨리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머뭇거려 봤자 귀찮은 일만 생길 뿐이었다.
이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은 행성을 떠날 때 할 것이다. 신성력으로 일시에 고스트들을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발전소 안에 도착했다.
오래된 해골들이 굴러다녔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아마 상당히 오랫동안 방치가 된 것 같았다.
발전소 안에도 고스트들이 돌아다니자 아레나가 발전소 자체를 정화시켰다.
스아아아아!
새하얀 빛과 함께 모든 고스트들이 일시에 죽어 버렸다.
컬크는 몸을 떨 뿐이었다.
“이것이 천사의 힘…….”
“정확하게는 대천사지.”
“창조신께서 저희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성서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악행으로 말미암아 세상이 몰락하고 언젠가 대천사들이 내려와 세상을 정화한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새로운 정보로군.’
성서의 예언이 실행되었다면 얀이 우리들이 이곳에 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서의 예언이 실행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혹시 우리들이 자신의 행방을 찾기를 바란 것이 아닐까.
태초의 신은 우리보다 한 수 위다.
발전소 설비실에 들어왔다.
핵을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달려 있었는데 작은 보석이었다.
이 세상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석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게 뭔가?”
“테라니움입니다. 핵발전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것이죠.”
“그런가.”
“이것만 있다면 핵분열을 1만 년 동안이나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슬슬 촉매제가 힘을 잃고 있던 차였습니다.”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는 것 같았는데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필요한 것을 구했으니 내려가는 건가?”
“지하 세계로 안내하겠습니다.”
***
지하 세계로 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지상으로 통하는 입구는 수십 개나 존재하였고 특별히 인가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드나들 수 있었다.
“이쪽입니다.”
컬크는 맨홀 뚜껑을 열었다.
빠지지직!
이곳에서는 심상치 않은 전류가 흘러나왔는데 마나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건……?”
“고스트를 막아 주는 전류입니다. 세상의 멸망이 다가왔을 때 수많은 학자들이 목숨을 걸고 실험을 하여 알아낸 사실입니다.”
“고스트를 막아 주는 전류라. 하지만 전력이 많이 소모되겠군.”
“그 때문에 더욱 촉매제가 필요하죠. 이게 없으면 사실 우리들은 죽은 목숨입니다.”
“후후. 그런가.”
나름대로 인류는 살아갈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바퀴벌레보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생명체가 인류라고 하였던가. 그걸 이곳 사람들은 보란 듯이 증명하고 있었다.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삶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이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컬크가 지나가자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삐빅!
-컬크 님,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내려오시죠.”
우리들은 지하 세계로 내려왔다.
맨홀 아래에 나 있는 계단을 타고 내려왔는데, 이곳에 내려오자마자 본 것은 청명한 하늘이었다.
“아아!”
다만 조금 어두운 감이 있었는데 이건 전력량을 조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