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420
SSS급 재벌 헌터 420화
아리아가 렌을 쫓는다.
그녀들은 술래잡기를 하고 놀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게 뭔 초딩 같은 짓인지 모르겠군요.”
“왜요? 귀엽잖아요?”
비비안이 웃으며 말했다.
렌과 아리아의 행태가 귀엽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나 자애로운 여신이다.
“다 끝났으니 슬슬 들어가도록 하죠.”
“그럽시다.”
아무래도 렌과 아리아의 술래잡기는 밤새도록 이어질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정말 오랜만에 푹 잔 것 같았다.
굳이 잘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잠을 자는 것보다 좋은 건 없었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비비안 님인가?’
지금까지 비비안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항상 음식을 준비해 두었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아침 식사를 즐겼다.
오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렌과 아리아가 열심히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 뭐 하고 있냐?”
“아이들이 식사를 준비한다고 해서요.”
비비안은 오랜만에 쉬고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이 두 개다.
“테이블은 왜……?”
“각자 요리를 평가받고 싶어 해요.”
“요리를 평가 받고 싶어 한다고?”
그야말로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내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할까.
렌과 아리아는 정말 진지해 보였다.
“준비가 끝났어요!”
“이건.”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호텔에서 나오는 일류 요리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냄새뿐만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매우 뛰어났다.
렌은 프랑스풍의 요리를, 아리아는 한식을 준비했다. 유명한 한정식당에서 나오는 요리보다 더 극진하다.
이 정도라면 몇 시간은 걸렸을 거라고 보았다.
“몇 시간이나 요리를 한 거야?”
“어제부터요.”
우리들은 식탁에 앉았다.
렌의 요리를 먹어 봤다.
퐁듀 요리였는데 가볍게 바삭한 튀김 요리를 찍어 먹어 보았다.
“맛있구나.”
“그렇죠!?”
렌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훌륭한 맛이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느끼한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식이 입맛에 맞는다고 해야 할까.
렌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아리아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이길걸?”
“어째서? 5천 년 동안 내가 수련만 했겠어? 당연히 취미로 요리도 했지. 이걸 쫓아올 수는 없을걸?”
“그야 네가 아버지의 취향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거고.”
“취, 취향?”
“하기야, 네가 아버지의 과거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리아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녀의 말에는 공감한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고 해도 누구에게나 취향이라는 것이 있었다. 취향에서 벗어나는 요리라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입맛에 맞지 않을 테니까.
튀김에 치즈 퐁듀를 소스로 만들다니.
맛이야 있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아리아는 담백한 도미면을 준비하였다.
도미를 한 젓가락 떠서 먹어 보았다.
“음!”
“어떤가요?”
“아주 훌륭하다. 전통 한식의 맛을 제대로 살렸어!”
“그렇죠?”
“그럴 리가?”
렌 역시 도미면을 한 젓가락 먹어 보았다.
눈이 크게 떠졌다. 여기에 갈비찜이나 신선로에 들어 있는 탕국을 한 수저 떠먹어 보기도 했다.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변명을 늘어놓았다.
“맛 자체는 내가 더 훌륭해.”
“그건 아버지가 판단할 몫이지.”
그녀들은 내게 판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걸로 렌은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려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나는 아리아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맛 자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아리아는 정확하게 내 취향을 저격했다.
“아리아의 승리다.”
“말도 안 돼!”
“그렇다고 내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잖아?”
“으아아아앙!”
렌은 울음을 터뜨리며 뛰쳐나갔다.
어제 가위바위보에서도 졌는데 실력으로 밀렸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초딩이 따로 없네.”
“헤헤헤.”
아리아는 웃고 있을 뿐이었다.
‘얘가 이렇게 푼수였나?’
언제나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는 그녀였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그럼 식사하도록 하자.”
한가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직 카이너스가 넘어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제 놈과 나는 서로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번 전투를 시작하면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카이너스가 준비를 완벽하게 끝나고 지구로 쳐들어올 때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신들이 합류하면서 지구 정화가 본격화되고 있었다.
나는 카이너스가 지구에 깔아 놓은 시스템 자체를 없애 버렸다. 몬스터가 죽으면 리젠이 되는 기능을 사라지게 한 것이다.
예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가능해졌다. 카이너스와 비슷한 경지에 오르면서 놈이 깔아 놓은 시스템을 없애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몬스터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 갔다.
탑은 사라졌고 금역의 제한도 풀리고 있었다. 그렇게 지구는 예전의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 시민들은 마치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기 전처럼 한가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는지.”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그것이다.
카이너스가 쳐들어오는 순간, 지구 전체가 몬스터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만약 내가 패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카이너스에 의해 전 차원이 휘둘리게 될 것이다.
똑똑!
“들어와.”
이한진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아리아였다.
“아버지, 급보가 도착했어요.”
“급보라고?”
“한번 가서 들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전언이 도착했다는 뜻이군.”
“맞아요.”
나에게 급보를 보낼 수 있을 만한 존재는 몇 되지 않는다. 지금 같은 시기에 급보가 도착을 했다면 아레나가 아닐까 싶었다.
아레나에게는 휴대용 통신구를 제작해 두었다. 차원을 넘어 다른 존재에게도 통신을 보낼 수 있는 마도구였다.
예전의 나라면 제작할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가능했다.
태초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차원을 넘어 특정 존재에게 연락을 하는 것 정도는 이제 손쉬워졌다.
우리들은 통신실에 도착했다.
아레나가 수정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레나, 무슨 일이냐?”
-현빈 님! 흔적을 찾았어요!
***
“흔적을 찾았다고?”
기쁜 소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레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는 예측할 수 없었다. 그 넓은 우주를 뒤지고 다녀야 할 테니까. 어쩌면 카이너스와의 대결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얀의 정수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태초의 차원은 상상보다 훨씬 큰 넓이를 자랑했으니까.
그런데 아레나가 그 흔적을 찾아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곧 가도록 하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좌표를 전송할게요.
세상 끝이라고 할 만한 좌표가 전송되었다.
나는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대로 지구를 비워도 될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 통신구가 있으니 자리를 비워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카이너스가 오기 전에는 전조증상이 있을 거예요. 그런 기미가 보이면 바로 연락을 드리도록 할게요.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직 카이너스가 넘어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까요.”
창밖을 바라본다.
화창한 날씨에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만약 카이너스가 넘어올 예정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조짐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지의 세계에 도전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다.”
“아버지라면 긴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믿어요.”
“신들을 소집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 보도록 하자.”
“알겠어요.”
곧바로 어비스에 신들이 소집되기로 하였다.
청와대에서 나와 어비스에 도착하였다.
어비스에는 신들이 모두 모였는데, 그들 역시 얀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에 꽤나 고무되어 있었다.
“얀 님의 정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고?”
“그건 아니고 흔적만 찾았다.”
그란시아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발전이라 말할 수 있었다.
흔적을 찾은 것만으로도 정수를 발견할 수 있는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은 기약을 할 수 없었다.
그란시아가 그 점을 지적했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네.”
“그건 그렇지.”
“그래도 가 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바헬의 말이었다.
“어째서요?”
“카이너스가 아직 쳐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힘을 증강시키기 위하여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현빈 님도 그에 맞춰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후우.”
평시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수련을 하고 싶다면 느긋하게 수만 년 정도 보내다가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카이너스와 대결을 벌여야 한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가능하면 좀 더 강해진 후에 카이너스와 대면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신들은 생각하였던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가 없군요. 그럼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저도 가고 싶어요!”
렌이 손을 들었다.
“너는 이곳을 지켜야지.”
“태초의 차원이라는 곳에 가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데려가 주세요.”
렌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능하면 그녀를 놓고 가고 싶다. 이런 어린애를 데려갔다가는 불시의 상황에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렌은 가슴을 쭉 폈다.
“저도 나름대로 창조를 한 신이에요. 신력은 조금 부족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쓸모가 있지 않을까요?”
“위험할 수도 있다.”
“그건 오빠가 계시잖아요.”
“오빠라…….”
참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하기야 딸로 거둬들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비비안이 말했다.
“그냥 데려가 보는 것이 어떨까요?”
“어째서요?”
“창조신이라면 태초의 차원에 가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지금 우리들 중에서는 렌만 가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역시 부인의 말은 잘 듣게 되는 것이 남자들의 속성일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 잘 들어야 한다.”
“네!”
나는 태초의 차원으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렌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면 상당히 흥분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창조신을 데려가는 건데 왜 어린애를 데려가는 것 같지?’
약간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쿨렁!
아레나가 지정해 준 좌표에 도착했다.
상쾌한 공기가 폐부를 갈랐다.
이 정도 공기라면 전혀 오염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이 행성이 청정지역이라는 뜻이었다.
“현빈 님을 뵙습니다!”
아레나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인사를 한 후에 일어나 내 옆에 있는 렌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아이는 누구인가요?”
“에헴! 나도 창조신이야!”
“차, 창조신이요?”
“이번에 내가 동생으로 거두어들인 창조신이다.”
“그, 그렇군요. 창조신을 뵙습니다.”
아레나는 그녀에게도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