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438
SSS급 재벌 헌터 438화
그 피조물들에게 죽었으니 진정한 악마는 누구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비비안이 말했다.
“얀 님의 본심은 자신에게서 분리된 카이너스를 죽여 달라고 했어요. 그 때문에 많은 안배를 해 두었죠. 그러니 현빈 님이 잘못한 건 없어요.”
“동의합니다.”
“당연하죠!”
렌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다고 해도 씁쓸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결국 얀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들에게 살해당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어쨌거나 모든 일은 끝났다.
바헬은 오랫동안 숙성한 영혼주를 아낌없이 풀었다.
“마시고 취하도록 하죠!”
“그럽시다!”
“지금까지 고생 많았습니다.”
“현빈 님이 가장 고생하셨죠.”
그야말로 긴 여정이었다.
앞으로 이런 여정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창조 신화로,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전설로 남을 것이다.
꽤 취기가 돈다.
그렇다고 정신을 잃을 만큼 마시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정신이 남아 있었고 그건 비비안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야말로 거대한 짐 덩어리가 내려간 느낌이다.
최소한 우리들이 죽을 일은 없었다. 인류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다. 카이너스의 사념체가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건 충분히 청소를 할 수 있었다.
“믿기지가 않네요.”
비비안은 지금까지의 일이 꿈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도대체 무슨 폭풍이 몰아쳤던 걸까.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카이너스가 저를 훈련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장난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카이너스의 무의식에서 자신이 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요?”
“그럴 리가요.”
“어찌 됐건 카이너스 역시 얀 님의 분리된 인격이니까요. 얀 님이 무의식 깊은 곳에서 자살하기를 원하였다면 카이너스가 저를 키운 것도 이해가 되죠.”
“그분이라면 그럴지도…….”
비비안은 아련한 듯이 말했다.
이제 얀은 없다. 그 분리된 인격인 카이너스도 없으니 전 차원은 평화를 맞게 될 것이다. 모든 일이 끝났기에 아련하게 말을 하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그렇지만 카이너스가 다시 나타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이야기 그만하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합시다.”
“우리들의 이야기요?”
“아이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먼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을 했던 건 비비안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를 만들어요. 가능하면 많은 아이들을 만들도록 해요.”
“그건 아니고 둘 정도만…….”
“영원히 살아갈 텐데요?”
“그럼 열 명 정도로 하죠.”
“그건 찬성이에요.”
나는 비비안을 끌어안았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삶.
카이너스를 죽이고 나서 행복을 찾은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
맛있는 냄새에 눈을 떴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카이너스가 설치던 어제까지만 해도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니, 잠을 자는 것은 사치라고 여겼다.
잠을 자서 뭘 한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리들의 생활패턴도 그에 맞춰 변화하게 될 것이다.
비비안은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먹는 식사는 본인이 차리겠다고 한 것이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최대한 나에게 헌신하고자 노력하였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도 말이다.
“식사는 천사들에게 준비하게 하죠?”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하고 싶어서요.”
“그런가요?”
“여자의 행복이라고 할까요?”
본인이 원해서 한다는데 할 말이 없다.
한정식이 차려져 있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는 편이었지만, 정해진 것은 없었다. 얼마를 먹든 내 자유였으니까.
사실 음식은 먹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냥 즐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음식의 양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맛있는데요?”
“헤헤, 맛있어 하니 좋아요. 오늘은 무엇을 할 건가요?”
“오늘부터는 복구 작업을 해야겠죠.”
“하기야.”
비비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너스는 지구에 황폐함을 남기고 갔다. 물론 기간산업들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고 사상자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복제 지구에서 수백만의 인구가 죽었지만, 불가피한 희생이었다. 본인들이 선택한 일이니 후회도 없을 것이다.
“복구공사에 천사들도 동원을 해야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다.
앞으로 수백 년에 걸쳐서 카이너스의 사념체를 척살하는 작업을 해야 할 테지만 그 이후에는 각국에게 주권을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그 후에는 비비안과 편하게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비비안은 그 시기를 300년으로 잡고 있었다.
“한 300년 고생하면 카이너스 걱정 없이 살겠네요.”
“짧은 시간이죠.”
우리들은 창조신이다.
인간과는 아예 시간 개념이 달랐는데 억겁의 시간 동안 수련을 쌓아 왔기에 사실 300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이 세상에 나선 이후로 절대적인 시간은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회가 새롭다.
“식사 후에 출발하도록 하죠.”
“저도 데려가시는 건가요?”
“부부인데 함께 다녀야죠.”
가능하면 앞으로는 비비안과 모든 일을 함께 처리하기로 하였다.
부부가 되었으니 그 정도 특권은 누려야 하지 않을까.
위이이잉!
카쿤인들이 계량한 기계와 골렘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나 그들은 탁월한 과학자들이다.
기중기를 개조하여 인력 없이도 움직일 수 있었고 그건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골렘은 그저 마나로 움직였다.
여기저기에서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책임자로 임명된 한스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한스 님, 고생하시네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지구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카쿤인들은 살아남을 수 없었겠죠.”
“맞는 말씀입니다.”
이제 필수적인 건설 인력을 제외하면 다들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물론 어제 그 난리를 겪어 놓고 일상으로 복귀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인간은 일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이다.
“그보다……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들어 드려야지요.”
카쿤인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구는 심하게 훼손되었을 것이다. 그 기술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지구가 멀쩡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개발한 신무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신무기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우 큰 공을 세운 셈이었다. 그러니 어떤 어려운 부탁이라도 들어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저희들의 행성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돌아가고 싶다고요?”
“물론 지구도 좋은 곳입니다. 인류에게 인류애라는 것을 느꼈고 정이 넘친다는 사실도 깨달았지요.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들과는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몇 세대가 지나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섞이기가 어렵군요. 앞으로 수십 년 정도 지나면 이 세상에서 떠나게 될 텐데 고향에서 살고 싶습니다.”
“고향이 황폐화되었다는 사실은 아십니까?”
“그 부분을 부탁드리려 합니다.”
“음…….”
“보내도 되지 않나요?”
비비안의 말이었다.
이미 카쿤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그들의 함대를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어차피 그들이 원할 때에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가시죠.”
“감사합니다!”
“카쿤은 정화를 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지구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게이트를 만들어 교류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저희들도 지금 당장 자원의 수급이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로 지구인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지요.”
“하하하!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이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비비안은 그들의 공로가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많은 지원과 함께 훈장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저들에게 징표를 주는 건 어떤가요?”
“징표요?”
“앞으로 카쿤인들은 나름대로 발전을 하겠지만 수만 년이 지나면 어찌 될지 모르죠. 저들의 후손을 위해 현빈 님의 징표를 주시고 우리가 언젠가 한 번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요.”
“오오! 그래 주시겠습니까?”
후손을 위한 징표.
창조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 한 번은 종족 멸망의 위기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에게 있어 그보다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들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의 기술로 인하여 지구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고향을 등한시할 수는 없었다.
“그럼 훈장 수여식을 하겠습니다. 그 후에 고향으로 가시죠.”
“준비하는 데 3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편할 대로 하세요.”
시원섭섭한 감정이 든다.
창조신이 되어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나도 아직 통달을 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
3일이 지났다.
지구는 빠른 속도로 복원이 되어 가고 있었다.
특히나 방어시설의 복원은 빨랐다.
대한제국 정부에서 가장 빠르게 복원을 지시한 것이 바로 방어시설이다.
카이너스가 죽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몬스터들이 남아 있었고 언제 카이너스의 사념체가 쳐들어올지 몰랐다.
카이너스의 인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청와대에 카쿤인들의 대표가 모였다.
이한진을 비롯한 우리 측 관료들도 모였다.
기술 교류를 위한 서안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카쿤인들의 모든 기술을 우리에게 전수한다고 봐도 되었다.
그 대신 지구에서는 물자를 제공하고 노동력도 제공을 한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공평한 거래가 아닐까.
이한진과 한스는 서류에 사인을 마쳤다.
짝짝짝짝!
박수가 쏟아졌다.
이것으로 사실상 지구와 카쿤은 묶이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한스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건 이한진도 마찬가지였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모든 일이 끝났군요. 이렇게까지 우리 종족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모두 지구인들 덕분입니다.”
“허허허허!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지구는 망했을 겁니다. 여기 현빈 님도 인정하시는 부분이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하였다.
짝짝!
나는 손뼉을 쳐서 주변을 환기시켰다.
“그럼 게이트로 이동합시다. 그곳에서 훈장을 수여하도록 하죠.”
“네!”
우리들은 대전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대전에는 거대한 게이트가 건설되었고 그곳은 카쿤인들의 행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앞으로 교류는 그곳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웅성웅성!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쿤인들을 아쉬운 마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그들은 융화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구역은 달랐어도 말이다.
그들로 인하여 지구의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앞으로는 미래에서나 볼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실현될 것이다. 지구인들의 노력이라면 카쿤인들의 기술을 모두 흡수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