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5
SSS급 재벌 헌터 005화
탑 색깔이 회색이라 잿빛 탑으로 이름이 붙여진 목적지는 10층에 불과했고 어느 정도 안전성도 확보되어 있었다. 고위급 헌터가 주기적으로 10층을 청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름이나 한 달에 한 번 랜덤으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는 전 세계의 초고위급 헌터로 구성된 레이드팀이 나와서 없애 준다.
나머지 층들은 헌터들이 돈을 벌기 위한 장소로 애용되었다. 특히나 1층은 초보 헌터들이 애용하는 곳으로, 슬라임과 코볼트, 크랩린 같은 최하급 몬스터로 우글거렸다. 물론 요즘에는 초급 헌터들도 1층에는 얼쩡거리지 않는 것 같지만.
몬스터가 죽여도, 죽여도 나오는 이유는 바로 리스폰 시스템 때문이었다.
리스폰 시스템은 카이너스가 밀림에 고안하였던 것으로, 몬스터는 죽으면 코어와 아이템을 뱉어 놓고 죽는다. 그곳에서 코어는 필요가 없었고 아이템만을 가져와 레벨 업을 하는 데 사용했었다.
이곳에도 똑같은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었으니 카이너스가 지구를 자신의 장난감으로 변화시키던 중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다가 힘이 떨어져 동면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너무 신빙성이 있는 말이라 소름이 돋네.’
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장비를 살폈다.
다른 헌터들은 좋은 장비를 착용하면 그저 좀 더 강해진다고 알고 있었지만 나는 정확한 감정을 통해 장비를 착용할 수 있었다.
좋은 장비는 고 랭크 헌터들이 착용할 수 있다. 랭크에 맞게 장비에도 랭크가 새겨져 있었고 그 분류는 헌터 회사에서 한다.
나는 장비에 렙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입을 수 있는 장비에는 렙제가 없다.
아마도 이건 드래곤이 나를 플레이어로 지켜보면서 그 제한을 풀어 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높은 장비를 착용하면 의심을 할지도 모르니 적당히 좋은 장비를 구해서 입어야 할 것 같다.
나는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레벨 업을 하려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과격한 방법이란, 바로 몰이사냥을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레벨 업을 하기가 힘들다. 탑은 한꺼번에 몬스터가 리스폰 되었고 한 번에 수십 마리씩 몰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몬스터를 몰아서 3단계 범위 마법으로 쓸어버리면 좀 더 수월하게 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나 새로운 육신을 입으면서 카이너스에게 받았던 특전이 사라졌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영혼각인된 마법과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것도 4단계까지만 쓸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만 해도 대단한 메리트였다. 아직 마나가 부족해서 3단계 마법이 한계다.
3단계 마법을 사용하려면 최소한 마나가 300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3단계 1레벨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체인 라이트닝 정도라면 슬라임과 코볼트 정도는 한 방에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정신력을 최대한 올려 주는 아이템을 착용하기로 했다.
[초급 마법사의 모자(LV.2) E랭크]추가 스탯: 지혜 3, 정신 5 증가.
스킬 시전 시 일정 확률로 마나 15 회복.
초급 마법사가 사용하는 허름한 모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수선이 필요할 것 같다.
[초급 마법사의 지팡이(LV.2) E랭크]추가 스탯: 지혜 4, 정신 10 증가.
스킬 시전 시 일정 확률로 마나 20 회복.
초급 마법사가 사용하는 허름한 지팡이.
박달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워낙에 오래되어 금방 부서질 것 같다.
…….
나는 최대한 정신 스탯과 마나 회복 기능이 있는 아이템만을 추렸다.
그러다 보니 초급 마법사 세트가 가장 효율적으로 보였는데, 5세트를 착용하자 추가 옵션도 붙었다.
[세트 아이템 추가 옵션: 비전투 시 초당 마나 10 회복]초반에 이 정도면 엄청난 효과라 말할 수 있었다.
아마 아이템 효과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아이템 감정사라는 직업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이템을 모두 착용하고 나서 상태 창을 열었다.
상태 창
이현빈 LV.2
HP.50/MP.30(+320)
[스탯: 힘 4, 체력 5, 민첩 4, 지혜 1(+21), 정신 3(+32).]비전투 시 초당 마나 10 회복.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초당 마나가 10씩 회복된다면 30초 정도면 풀로 마나가 회복된다는 뜻이다. 이 정도 옵션이라면 가히 유니크라고 해도 무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템이 창고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나에게는 행운이라 말할 수 있었다.
‘역시 재벌 아들이 좋기는 한가.’
이런 아이템을 주워서 맞추려 했다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걸렸을 것이다.
“다 골랐습니다.”
“……그렇게 입고 가시게요?”
“뭐 문제 있나요?”
나예린은 상당히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눈에 보아도 내 행색이 꾀죄죄하기는 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초급 마법사 세트였고 지팡이도 곧 부서질 것 같았다.
보기에는 이래도 지혜 보너스까지 있어 3단계 1레벨 마법 한 방이면 수십 마리 몬스터도 정리할 수 있다.
지혜는 스펠에 영향이 있고 힘은 물리 공격력에 영향이 있다.
“후우.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이 고생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잿빛 탑 앞에 이르자 꽤 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국가나 기업에 소속된 헌터들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헌터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헌터들은 탑 앞에서 파티를 구하고는 했다.
“3층에 가실 사제분 구합니다!”
“5층에 가실 기사분 구해요!”
마치 게임의 한 장면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파티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목숨이 갈리기도 하니 게임보다 훨씬 신중한 것이 표정에서 느껴진다.
“우리도 들어가도록 하죠.”
“파티는 더 구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몰이사냥을 할 겁니다.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방해라니…….”
나는 드디어 잿빛 탑에 입장했다.
***
잿빛 탑의 1층은 무진장 넓었다.
탑은 상위 층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졌고 몬스터도 강해진다.
1층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그 이유는 워낙에 몬스터가 허접하고 약했기 때문이다.
E랭크만 되어도 슬라임 따위는 별로 성장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곳에서 떨어지는 아이템과 코어라고 해 봤자 가치가 거의 없었기에 다들 3층 이상에서 사냥한다.
몬스터도 그만큼이나 득실거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쓸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탑을 지키는 경비들만으로도 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열심히 몬스터들을 몰았다.
겨우 2마나씩 빠지는 최하급 마법인 에너지볼트를 사용하여 한 대씩 몬스터를 치고 몰았다.
수십 마리 몬스터들이 우글거렸지만, 놈들은 별로 빠르지도 않았다.
끼륵! 끼륵!
끼익! 끼익!
코볼트와 슬라임들이 꾸역꾸역 몰려오고 있다.
“도련님! 위험하지 않을까요?”
“물러나 계세요.”
몇 번이나 나예린이 끼어들려 하였지만, 나는 제지했다.
이게 다 경험치 덩어리들이다. 탑이라는 형태에 갇혀 있어서인지 밀림에서 몬스터를 사냥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층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모으자 과연 장관이 따로 없었다.
아무리 하급 몬스터들이라도 백 마리 정도 모으면 그만한 위압을 주기 마련이었다.
나는 지팡이를 들었다.
그동안에 몬스터들이 밀려들고 있었는데, 나예린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럴 거다.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도 그들에게 둘러싸이면 답이 없으니까.
“체인 라이트닝!”
빠지지지지직!
스아아아아!
하늘에서 번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파공성을 만들어 냈다.
체인 라이트닝은 3단계 마법 중에서도 가장 범위가 넓었다. 그만큼이나 위력이 약하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템발로 지혜가 32나 보정이 되어 강력한 파괴력을 갖게 되었다.
번개가 휘몰아치며 몬스터를 쓸어버리자 사방에서 괴성이 메아리치며 아이템과 코어들이 후두두둑 쏟아져 내렸다.
띠링!
[경험치가 21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21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21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21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엄청난 속도로 올랐다.
“하…….”
나예린은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 코어와 아이템들을 쓸어 담았다. 워낙에 많아서 아예 삽으로 쓸어 담아야 했다.
“뭐 해요? 빨리 주워 담도록 해요.”
“예, 예!”
그제야 나예린은 정신을 퍼뜩 차렸다.
전부 쓸어 담고 나서는 몰이사냥의 반복이다!
보는 사람이야 지루하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어쩌면 오늘 하루 종일 사냥을 하면 1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강소라 소령은 잿빛 탑에 대신그룹 막내 도련님이 사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방문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CCTV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화면을 분석했지만, 역시나 발록을 죽인 소년은 대신그룹 막내일 수밖에 없었다.
어제 분명히 마나 스캔을 통해서 이현빈이 일반인을 조금 상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도 의심이 거두어지지 않았다.
“여긴가?”
“그렇습니다.”
유문식 하사가 부동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잿빛 탑에 입장하자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뭐야 저건?”
“몰이사냥을 하고 있답니다.”
“대체 어떻게?”
“템발이겠죠. 저랭크 아이템 중에서도 유니크가 있으니까요.”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저건…….”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몰고 다니는 소년이 보였다.
이현빈은 하루 종일 몰이사냥을 한다고 한다. 2층이나 3층에는 몰이사냥에 경쟁이 있겠지만, 1층은 아니었다.
거의 백 마리에 달할 정도로 몬스터가 모였을 때, 이현빈은 체인 라이트닝을 발사했다.
빠지지지직!
“꾸에에에엑!”
챙그랑! 챙그랑!
바닥에 수많은 아이템들이 쏟아진다.
그렇게 아이템들을 빗자루나 삽으로 퍼서 아공간 주머니에 채우고는 잠시 명상을 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몬스터를 몰고 있었던 것이다.
“저 짓을 하루 종일 했다고?”
“밥도 먹지 않고 사냥만 한다고 합니다.”
“완전 미친놈이네.”
“만나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아무래도 수상하다.
분명히 허접한 능력치였는데, 체인 라이트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초급 마법사는 벗었다고 봐야 했는데, 템발로 스킬을 사용하는 걸까.
한번 만나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한 타임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녁이 다 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사냥만 했더니 허기가 밀려들었다. 대충 편의점에서 산 김밥을 먹고 있는데, 강소라 소령이 찾아왔다.
‘귀찮게 되었군.’
아무래도 내가 발록을 죽였다고 지금까지 믿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
천상의 목걸이를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리하지 않는 이상은 원래의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또 뵙는군요.”
“여기는 왜 찾아오셨나요?”
“어제 밤새도록 조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도련님이 발록을 죽였다는 것이죠.”
“어떤 근거로요?”
“CCTV자료를 근거해서요.”
“어쩌지? 나는 발록을 잡은 기억이 없는데.”
“한 번 더 스캔을 해 보겠습니다.”
“얼마든지.”
나는 팔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