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56
SSS급 재벌 헌터 056화
어쨌든 놈들의 행태는 괘씸하기 그지없다.
시간이 흐르고 몬스터 때문에 전쟁조차 금지되자 지금까지 돈을 갚지 않고 있었다.
“하는 짓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네요.”
“후우. 섬나라 특성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의뢰를 받아 주실 수 있나요? 성공하신다면 차관의 10%를 드리겠습니다.”
“이자도 주십시오.”
“이자요?”
“지금까지 갚지 않았으니 이자도 꽤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원금만 회수를 해도…….”
“그럼 이자는 제가 알아서 받겠습니다. 원금의 10%도요. 여기에 준장으로 승진을 시켜 주시는 겁니다.”
“협상 타결하죠.”
대통령은 비공식적으로 각서까지 써 주었다.
이태석은 커피를 탈탈 털어 마셨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이태석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방법은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하실 건지?”
“깽판을 좀 치겠습니다.”
“깽판이라…….”
“제가 직접 치는 것은 아니니 걱정 마시고요. 몬스터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허.”
대통령은 내 해결책에 혀를 내둘렀다.
과연 내가 생각을 해도 엄청난 짓이기는 했다.
“몬스터를 이용한다니? 어떻게 말입니까?”
“그건 기밀입니다.”
“하기야, 아국의 입장에서는 그저 차관이나 받으면 되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뭘로 회수할까요?”
“엔화도 되고 금도 됩니다. 어차피 엔화로 받으면 일본에서 수입품을 사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 대규모 무역은 시간이 좀 지나야 할 텐데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은 혹시 추후에 무역이 풀리면 원화를 기축통화로 쓰려 하는 듯했다. 한국의 기업에서만 무역을 할 수 있었으므로 원화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 미국이 그렇게 돈을 물 쓰듯이 썼어도 망하지 않았던 것은 달러가 기축통화였기 때문이다. 군사력도 강했기에 돈을 그냥 찍어 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것이 가능하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전 세계의 질서를 잡는 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심산이야 짐작이 되었지만,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원화를 기축통화로 만들 때에 도움을 주어 세계에 찍어 뿌리는 자금의 3%만 수수료로 받아도 어마어마한 부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번 주 안에 처리를 하도록 하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아미르의 탑에 들어가는 것은 다음 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일본 놈들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 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나예린은 상당히 흥분을 하고 있었다. 오늘 자리에 대통령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나 독대를 하였기에 그 내용을 궁금해했다.
“사장님!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요?”
“그거요? 별거 아닙니다.”
“뭔데요? 알려 주세요!”
강소라와 이예나, 세실리아까지 궁금해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말이다.
“일본에서 빌린 차관을 받아 달라고 합니다. 그 대가로 10%를 주겠다고요.”
“헉! 10%면 10조 원…….”
강소라가 놀람을 넘어 경악했다
나예린도 입을 쩍 벌렸다.
“이자는 따로 제가 받아 내면 됩니다.”
“어, 엄청난 일이네요.”
엄청난 일이기는 하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받아 내야 하는 돈이기도 하고 말이다.
세실리아가 물었다.
“방법은 있는 것이냐?”
“있지. 그냥 가서 깽판 좀 치면 돼.”
“받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제까짓 놈들이 보스 몬스터를 잡아다 수도에 풀어놓으면 주지 않고 버티겠어?”
“……!”
***
내가 생각을 해도 참으로 어마어마한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도쿄의 인구가 아무리 줄었다지만 그곳엔 아직도 천만 명 가까이 살아가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가 뜨면 도쿄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다.
강소라가 경악하며 말했다.
“그럼 엄청난 민간인들이 학살돼요!”
“실제로 학살되는 일은 없습니다. 겁만 주는 것이죠.”
“수도에 풀어놓는다면서요?”
“수도 외곽에 폐허가 된 지역이 있습니다. 그곳에 풀어놓지요. 그럼 연락이 올 겁니다.”
“날아갈 때 시간이 걸릴 텐데요?”
“우리가 일본에 가 있으면 되죠.”
“그럼 우리가 일을 꾸민 것이 걸리지 않나요?”
“그렇겠죠.”
“하아! 욕을 엄청 먹을 텐데요?”
“우리는 어디까지나 무역 때문에 가는 겁니다. 가서 하역하고 대충 관광이나 하고 있을 때 몬스터가 뜨겠죠. 일본 정부에서 도움을 청할 것이고 그때 거래를 하면 됩니다. 일반인들이 우리를 영웅으로 칭송을 하지나 않을지.”
“진짜 악당이네요!”
강소라는 소름이 끼친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봐 주면 나야 고맙지. 어디까지나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발상이라는 반증이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집 앞에 도착했다.
그들과 헤어진 후에 현관 앞에 이르렀다.
“형제들이 경계를 하지 않으려나.”
그것이 제일 걱정이다. 아무래도 대신그룹이라는 먹잇감을 놓치면 배가 아파서 며칠은 잠을 못 잘 것 같다. 그러니 조심을 하는 수밖에.
거실에 가족들이 없었으면 했는데, 안타깝게도 모두 모여서 몬스터 채널을 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내가 정령왕을 소환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식목일에 대신건설에서 제공하는 나무를 뒷산에 심어 주면 믹스커피 한 통을 준다는 말에 방송을 내보내는 기자까지 흥분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가족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이거 부담스러운데?’
“왔느냐!”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기특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만큼이나 내가 잘해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다녀왔습니다.”
“어째 그런 생각을 다했느냐?”
“무역을 못하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오랫동안 커피를 못 마셨겠죠. 그래서 나무를 심어 주는 대가로 주기로 한 겁니다. 사실, 믹스커피가 한창 나오던 시절에는 10개 들이 한 통에 2천원밖에 안 했잖아요?”
“그래도 어마무시할 것이다. 전 국민에게 커피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어.”
“그래 봤자 천만 명 정도 참여할 테고 원가로 치면 100억도 되지 않습니다.”
“100억이면 엄청난 돈이다!”
“험험.”
작은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허접한 정령왕을 소환하는 데 그런 엄청난 돈을 들인다고?”
“뽀대 나잖아.”
“미친놈이네.”
작은형은 혀를 찼다.
큰형도 크게 의심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데스 나이트의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정령왕과 같은 경우에는 데스 나이트보다 더 세밀하게 의식을 공유하기에 허접스러움을 표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단 정령왕은 소환하기만 해도 이득이다.
나는 형제들을 무시하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독대를 하고 싶습니다.”
“독대를? 그냥 여기서 이야기하지 그러냐?”
“형제들이 알면 안 돼서요.”
“허허허! 그래, 안 될 이유도 없지.”
아버지는 나에게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형제들은 또 내가 무슨 사고를 쳤을까 싶어서 불안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상 사업 규모가 커지면 형제들로서도 상당한 부담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나는 옥상으로 올라왔다.
옥상에서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래, 할 말이 무엇이냐?”
아버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최근 나의 행보를 바라보면 실로 대단하기 짝이 없었다. 그 누구라도 그렇게 평가를 할 것이다.
단순히 여자를 후려서 사업이 이렇게 커지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아버지는 간파하고 계셨다.
“돈은 마련되었습니다.”
“뭣이!?”
아버지는 눈을 부릅떴다.
그럴 줄 알았다. 몇 조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마련했다고 하니 놀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준비를 해 주십시오.”
“허어. 돈을 그 사이에 다 마련했다고? 도대체 어떻게?”
“그건 기밀입니다.”
“허허허. 허허허허!”
아버지는 몇 번이나 웃으셨다.
나를 볼 때마다 아버지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남들은 평생 동안 사업에 전력투구해도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렇게 뚝딱 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아버지에게는 더 이상 능력을 숨기는 것이 어려워졌다.
“돈이 마련되었다면 팔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럼 부탁드립니다.”
“잔금을 언제 줄 예정이냐?”
“다음 주 월요일까지 드리겠습니다.”
“그래. 준비를 해 놓으마.”
“그리고 형제들에게는…….”
“그때까지는 비밀로 해 주겠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나도 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때는 어쩔 수 없지요.”
“슬슬 큰 놈과 작은 놈에게도 사업체를 떼 주어야 할 것 같구나. 그래야 제대로 경쟁이 되겠지.”
‘좋지 않은 소식이로군.’
가능하면 형제들의 담합이 늦어졌으면 했다.
하지만 내가 대신정유까지 인수를 하게 되면 그들로서는 날을 바짝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그때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진검승부를 하는 수밖에.
이세식은 거실로 돌아왔다.
이현진과 이현석은 역시나 이현빈과 이세식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세식은 막내아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가 없었다.
‘약속은 약속이지.’
일단은 아내와 함께 안방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갑시다. 이제 자야지. 너희들도 이만 올라가거라.”
“알겠습니다.”
이현진과 이현석은 그렇게 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안방에서 이세식과 유금자가 나누는 대화의 내용을 엿들으려 할 것이었다.
안방으로 돌아오자 역시나 유금자가 물어왔다.
“현빈이와 무슨 이야기를 하셨나요?”
“아, 별것 아니오.”
“뭔가 사고를 쳤나요?”
“그게 아니라 돈을 좀 꿔 달라고 하더이다.”
“빌려주지 그래요?”
“그럴 수는 없지. 자식 놈들은 공평하게 경쟁을 해야 해. 누구에게도 예외는 아니지. 담보대출이라면 모를까, 신용대출을 해 줄 수는 없어.”
“가혹한 것 아닌가요?”
“전혀.”
이세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몸을 돌렸다.
막내 녀석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현빈이 녀석을 상대하려면 두 놈이 담합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거다.’
예상대로 이현진과 이현석은 안방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막내 놈이 또 사고를 치면 어마어마한 여파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분명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할 것이다.
“돈을 좀 꿔 달라고 하더이다.”
“음.”
그들은 곧장 물러난다.
아무래도 부모님의 대화를 더 엿듣는다는 것이 께름칙하다.
거실로 나오자마자 동시에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 녀석, 그렇게 돈을 벌고 있으면서 또 꿔 달라고 하다니.”
이현진의 말이었다.
“형, 놈이 헤까닥한 것이 아닐까? 아주 막 나가는 것 같아.”
“원래 그런 놈이잖아. 여자 둘을 쥐고 있을 때 최대한 쥐어짜 보겠다는 뜻이겠지.”
“제기랄. 그렇게 쓰레기 같은 경영을 하다니.”
“여자들이 질리면 곧 무너질 거다.”
“그렇겠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여자를 등에 업고 경영을 하고 있었으니 그녀들이 떨어져 나가면 사업도 무너지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