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6
SSS급 재벌 헌터 006화
손끝에서부터 마나가 밀려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저항할 수 있었지만 별로 그럴 생각이 없었다.
편하게 몸을 맡기자 강소라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템발로 조금 강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1층에서 최하급 몬스터나 학살하는 신세죠.”
“음…….”
“계속 귀찮게 하실 건가요?”
“실례 많았습니다.”
강소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잿빛 탑을 빠져나갔다.
곁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예린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도련님이 각성했다고 해도 발록이라니요? 도대체 어떻게 조사를 했기에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걸까요?”
‘그야 내가 발록을 죽였기 때문이지.’
나는 씩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저쪽에서 무슨 착각을 하던 상관없었다. 조사를 해서 발록을 죽인 헌터로 나를 지목했다고 해도 객관적인 스캔 결과를 들이밀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이 확실하였기 때문이다.
“그럼 배도 찼겠다, 다시 시작해 볼까요?”
“집에 안 가시나요?”
“밤을 새울 건데요.”
“으으으!”
나예린은 괴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내일 저녁까지는 여기서 죽칠 예정이다. 여기서 반드시 1업을 하고 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빠지지지직!
“꾸에에에엑!”
띠링!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만세!
드디어 레벨이 올랐다.
어제와 오늘, 한숨도 안 자고 경험치를 얻은 결과,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잡은 몬스터만 족히 수천은 될 것 같다.
무한의 공간이라고도 불리는 아공간 주머니가 열 개나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 아이템이 수도 없이 많이 들어 있었다. 이걸 가져다 팔아도 돈은 받지 못하겠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나예린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이제 가죠.”
“드디어 집에 가나요!?”
“저도 자야 하니까요.”
“와, 정말 끈질기시네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냥을 하실 수 있죠? 보통은 2시간 정도만 사냥을 해도 지치던데요.”
“나 비서님. 인간의 의지는 누구도 막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럼 빨리 가도록 해요.”
“그러시죠.”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고 어머니는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렇게 위험한 짓을 왜 하냐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나는 아픈 손가락이니 그리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가 된다.
형제들은 그저 혀를 끌끌 찰 뿐이었다. 그깟 최하급 몬스터를 잡아 보았자 뭐가 남느냐는 것이다.
그들을 무시하고 샤워를 마친 후에 전리품을 점검하였다.
아무리 최하급 몬스터라고는 해도 수천 마리나 잡았으니 유니크 하나 없을 리가 없었다. 나는지금 입고 있는 아이템들에 모조리 흡수시켰다. 다만 템의 랭크가 낮아 모조리 무옵션이었다.
스아아아아!
띠링!
[아이템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템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템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템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폭업이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아이템 랭크가 애초에 낮으면 5대 신기에 흡수를 시켜도 그리 큰 효과는 보지 못할 공산이 컸다.
앞으로도 꾸준히 사냥은 하겠지만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 명백하다. 거기에 1층에서만 사냥을 하게 되면 레벨 5쯤 되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테고.
결국에는 잿빛 탑 8층 어딘가에 있는 드래곤 본 블레이드를 얻어야 한다. 영혼각인이 되어 있으므로 몬스터가 습득했다고 해도 다른 유저들이 사냥할 때에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올라가 한 마리만 잡아도 분명히 얻을 수 있을 텐데, 도무지 어떻게 거기까지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도착한다고 해도 8층의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결국에는 템발이라는 건데.”
한숨이 나온다.
일단 레벨 업을 했으니 상태 창을 열어 본다.
상태 창
이현빈 LV.3
HP.50/MP.30
[스탯: 힘 4, 체력 5, 민첩 4, 지혜 1, 정신 3.] [남은 스탯 포인트: 20]다행히 시스템은 예전에 알던 그대로다.
레벨 업을 하기가 극히 어려웠지만, 1업을 할 때마다 보너스로 주는 포인트는 두 배로 증가한다.
아마 레벨 4가 되면 보너스 포인트는 40이 될 것이다.
나는 포인트를 지혜와 정신에 몰빵을 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상태 창
이현빈 LV.3
HP.50/MP.150
[스탯: 힘 4, 체력 5, 민첩 4, 지혜 9, 정신 15.]이 정도면 베이스 스탯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그나저나 내일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사냥과 돈이다. 랭크와 레벨이 높은 아이템은 비싸다. 결국에는 사냥과 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걸까.
앞으로 5일 후에는 천상의 목걸이가 완충될 것이고 뭔가 대단한 놈을 사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걸 이용하여 사업을 펼치면 어떨까?
“돈 벌기가 어렵지 않겠어.”
나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이 세상에는 잿빛 탑이 아니더라도 금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구역들이 있었다. 워낙에 강력한 몬스터가 땅에 갇혀 있어 근처에 방벽을 쌓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그런 땅들을 구입하여 몬스터를 치워 버린 후에 개발하면 어떨까.
“아버지에게 사업을 떼어 달라고 부탁해 봐야겠네.”
그렇게 계획을 짠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제3장 토지 구입
거실로 내려와 보니 가족들이 둘러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역시나 가족들이 즐겨 보는 채널은 몬스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후 몇 년 동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 속이었기에 감히 몬스터를 취재하여 프로그램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난 후에는 각 방송사에서 앞 다투어 취재를 나갈 정도였다.
몬스터 관련 프로그램은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했고 이제는 하나의 채널을 몬스터 관련 프로그램으로 채울 정도였다.
대신그룹은 몬스터 코어 신재생 에너지와 헌터 사업을 주력으로 펼치고 있었으므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에는 TV 앞에 모여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다만 이 몸의 주인은 몬스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능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형제들 중 유일하게 일반인이었고 그 반항 심리로 매일같이 사고만 주구장창 쳐 왔었다. 그러니 가족들이 모이는 유일한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지금도 방 안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던 것이다.
내가 내려와 소파에 앉자 가족들은 의아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큰형 이현진이 나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네가 어쩐 일이냐? 몬스터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나는 큰형을 한 번 슥 쳐다보고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평소에도 형제들이 말을 걸면 쌩까기를 일쑤였기에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별일 아니다. 그냥 받을 것 달라는 것뿐이니까.’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 뭐냐?”
너무 패기가 넘쳤던 건지 한창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아버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가족들까지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약을 처먹었냐는 듯한 표정이랄까.
“대신건설과 경영 자금을 받고 싶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말 그대로입니다.”
아버지는 놀란 얼굴을 하셨다.
그럴 만도 할 것이, 평소에 사고를 치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었던 내가 기세등등한 눈으로 회사를 달라고 하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갑자기 그리 말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셨고 형제들은 뜨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매일 사고만 치고 다니던 내가 이럴게 말할 줄은 몰랐을 거다.
조금 상황이 진정되자 아버지는 크게 호통을 쳤다.
“이놈이 사고를 당하더니 정신이 나간 게로구나! 회사가 애들 장난인 줄 아느냐!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녀석이 무슨 회사를 경영한다는 게야!”
“저도 내년이면 성인입니다.”
“아직 애다.”
“무리입니까?”
“절대 불가하다.”
“으음.”
역시 통하지 않는다.
도저히 적절한 구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회사 자금을 삥땅 쳐서 아이템 구입에 사용한다고 당당하게 까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얻어 내야 한다. 하다못해 경영 자금이라도 받아야 계획을 실행시킬 수 있다.
카이너스가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판국에 한가하게 레벨 업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무엇을 하든 빡세게 해야 한다!
레벨 업도, 돈 벌기도 빡세게 해야 카이너스의 발가락이라도 한번 찔러 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럴싸한 변명을 시도했다.
“아버지. 지금까지 제가 못난 아들이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경영에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형제들은 전부 각성을 하여 회사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이놈이 뭘 잘못 처먹었나, 왜 이래?”
“부디 회사와 경영 자금을 내려 주세요. 이렇게 간청 드립니다.”
나는 무릎까지 꿇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제길. 이래도 무리라면 최후의 방책을 쓰는 수밖에.’
“어차피 머지않은 미래에 아버지는 부실한 회사들을 친족 경영 분리하여 형제들을 경쟁시킬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네놈이 성인이 되면.”
“조금 먼저 시작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은 건설사뿐입니다.”
“건설사를 달라고?”
“네.”
대신건설은 원래 대신그룹의 모태가 되었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이후에는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룹의 투자가 너무 에너지사와 헌터사에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웬만한 건설사들은 몬스터 방어 설계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몬스터가 집 안으로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몬스터 방어 설계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집에 마법진을 그려 넣어 방어력을 높이거나 공격마법을 사용하게끔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손쉽게 마법진을 제작할 수 있었다.
마나의 시대가 열리면서 마정석이 등장했고 그것만 있으면 건축 자재에 마법진을 새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마정석만 충분하다면 메테오가 떨어진다고 해도 막을 수 있다.
사업이 잘되면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쉬워지고 좋은 아이템을 구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능력이 갑인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래도 뭐든지 돈이 있고 볼 일이었다.
‘이래도 안 되나?’
아버지에 비하여 형제들은 이게 웬 떡인가 싶은 얼굴이다.
이능력과는 별개로 경영 능력으로 차기 회장을 정한다는 방침을 아버지는 공고히 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부실기업인 건설사를 경영하게 되면 애초부터 경영 승계에서 밀려날 것이라 이미 계산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형제들의 눈알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나를 쳐낼 천우신조의 기회라고 여겼는지, 큰형이 지원 사격을 했다.
“아버지. 막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닙니다.”
“뭐라?”
“빌게이츠 회장도 18세부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한때는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기도 했지요. 막내의 나이는 올해 19살입니다. 경영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형님의 말이 맞습니다, 아버지.”
‘얼씨구?’
작은형까지 나를 지원 사격했다.
이것들이 나를 호구로 보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내가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면 곧바로 무너지리라 생각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