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60
SSS급 재벌 헌터 060화
위이이잉!
무역선에서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엔진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디젤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증기선도 아니었고 마력으로 추진하는 신개념의 선박이다.
무역선이었지만, 함포가 20개나 달려 있었다. 엄청나게 선적되어 있는 컨테이너만 아니었다면 그냥 전투함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럼 성공하고 돌아와 주십시오!”
대통령도 상당한 기대를 드러냈다.
나와 선원들은 손을 흔들었다.
지휘함교로 돌아가는데, 나예린이 물었다.
“대통령과는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밀담을 나눈 것은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긴밀하게 사장님을 찾더라고요.”
“그렇군요. 별일 아닙니다. 세계제패를 하려 하던데요.”
“……!”
“아, 물론 전쟁을 해서 제패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말입니다. 그 때문에 항공모함 건조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력추진 항공모함을 만들 수 있냐고요. 기존 것을 개조해서라도요. 그리되면 원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팔아 달라고 하던가요?”
“제 예하에 두고 의뢰 형식으로 임무를 수행해 달랍니다. 발행된 기축통화의 15%를 준다고요.”
“정말이요!?”
나예린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대통령과의 밀담이었다. 게다가 이루어질지 아닐지도 알 수 없는 그런 계획에 불과했다.
“가능은 한가요?”
“하자면 못할 것도 없죠.”
“그럼 해야죠!”
“그 많은 코어들은 어떻게 하고요? 명색이 항공모함인데.”
“그건 그러네요.”
“사냥을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
“그럼 해야죠!”
“봐서요.”
“아아!”
나예린은 탄성을 내뱉었다.
항공모함을 한국에서 만들어 내면 단숨에 전 세계를 제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기축통화도 발행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기축통화 발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무역을 원화로만 하겠다고 못을 박으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 항공모함까지 생긴다면 더욱 힘이 실릴 것은 자명했다.
펑펑펑펑!
한창 나예린이 놀라고 있을 때, 전방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해양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는데, 그 숫자가 상당했다.
나예린이 말했다.
“괘, 괜찮겠죠.”
“아마도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 정도라면 배가 침몰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약 침몰을 한다면 어마어마한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무역이라는 희망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꾸에에에엑!
-끼에에에엑!
괴성을 내지르며 몬스터들이 죽어 나간다.
웅성웅성!
기자들은 그 모습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차 있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항해였지만 배에 구멍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촤아아악!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는다.
“장관이네요.”
“지금 구경이나 할 때인가요?”
“아마 앞으로는 명물이 될 겁니다. 추후에는 관광객을 태울 수도 있겠죠. 크루즈선을 개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건 좀 아니네요.”
나예린은 목숨까지 걸고 바다를 여행할 여행객은 없을 것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1년 만이라도 사고 없이 항해를 한다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것이다.
무역선 선미에 나왔다.
전방에서는 계속해서 물기둥이 치솟고 있었고 물 위로 튀어 오르던 몬스터들이 족족 터져 나갔다.
처음에는 두려워하던 기자들도 밖으로 나와 그 광경을 구경했다.
더욱이 몬스터 따위는 이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그런 신뢰감과 자부심이 표정에 드러나기도 했다.
내 뒤로 수많은 기자들이 물기둥을 찍어 대고 있었다.
“으하하함!”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개조된 무역선으로 한국에서 일본까지 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이는 비행기보다 2~3배 정도 느린 속도였지만, 무역선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이나 발전한 것이었다.
“와아! 정말 대단하구나.”
“이런 함포를 개발하다니.”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더 가야 할 거다.
나는 실내로 들어가려 했다.
“저기요!”
맑은 목소리가 들렸기에 몸을 몰렸다. 만약 아름답지 않은 목소리였다면 결코 몸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안여정이라고 합니다. 국영방송 기자고요.”
“그랬군요. 그런데 저에게는 무슨 볼일이?”
“단독취재를 할 수 있을까 해서요.”
다른 기자들이 흉흉한 눈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더러운 성질을 알았기에 누구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안여정이라는 기자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녀의 용기가 가상하기도 했고 나는 세실리아와 같은 서구형 미인보다는 이런 동양적인 미인에 더 끌렸다.
“오시죠.”
“아아!”
다른 기자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말을 걸 것이라는 반응이랄까.
나는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른 기자가 말을 걸었으면 처맞았을 텐데요.”
“그, 그런데 저는 왜요?”
“그냥 마음에 들어서요.”
“감사합니다!”
그제야 기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때린다고 하면 그야말로 묵사발을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여정은 나와 독대를 하는 영광(?)을 얻었다.
나는 대통령이 준 시가를 입에 물었고 위스키까지 한 잔 곁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후우. 그래서 할 말이 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서요.”
“앞으로의 계획?”
“건설업도 잘나가고 있고 무역도 잘나가시잖아요. 아니,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잘나가고 있는 중이죠. 그렇다면 다음 계획도 있으실 것 같아서요.”
“계획이야 많죠.”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위스키를 한 잔 넘긴다.
매우 오래된 위스키였기에 맛이 진하다.
쪼르르륵!
한 잔 더 부어 놓고는 생각해 본다.
안여정에게 이야기를 하면 대서특필이 되어 전국에 방송될 것이다. 한국에서의 방송은 전 세계를 타고 나갈 것이었으므로 어떻게 보면 상당한 광고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광고를 할 만한 사업이 있었던가?
아, 물론 한 가지 광고를 할 만한 사업이 있기는 하다.
제32장 해일의 탑
“에너지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에너지 사업이요!?”
“네. 석유를 수입할 겁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는 정제를 해서 수출을 하기도 하겠죠.”
“아아!”
안여정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지금 세상이 이 지경이 되면서 내팽개쳐 두었던 기간산업들을 복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역도 그랬고 공항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에너지 사업도 마찬가지다. 석유가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자동차가 돌아다닐 것이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뛰어난 마법사가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죠.”
“그 뛰어난 마법사를 손에 넣으셨잖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지금 양슬하를 말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는 모두 내 머릿속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양슬하를 내세워야 한다.
위스키가 반병이나 비워져 가고 있다.
“그럼 이만하겠습니다. 졸리네요.”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
나는 손을 내저었다.
이제 그녀가 홍보를 해 줄 것이다. 충분히 홍보가 되면 원유 수입도 본격적으로 가동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도쿄 제1 항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무역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헐값에 구입해 둔 곳이다.
인천의 항구들도 헐값이었지만 그건 다른 나라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항구는 헐값이다.
비록 똥값에 사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한때는 동아시아 최고의 도시라는 도쿄의 항구를 손에 넣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위이잉!
무역선은 부드럽게 정박했다.
배라고 해도 소음이 크지도 않았고 화물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 설계가 되어 있었다.
아마 승객들은 배가 움직이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항구에 도착하자 거대한 플래카드가 보인다.
[역사적인 첫 무역 항해를 마친 대신무역 직원들을 환영합니다!]이것도 나름대로 아부인 걸까.
기자들이 몰려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의외인 것은 내각의 관방장관이 마중을 나왔다는 것이다.
내심 놀랐다.
관방장관이라면 일본 정부의 내각에서 국가 기밀사항이나 인사, 관인, 회계 등의 총괄적인 사무를 담당하는 내각관방의 장을 말한다.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의 관방장관은 거의 일본의 2인자라고 볼 수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이후에는 더욱 권한이 강해졌다.
관방장관 토사 타다시가 인사를 했다.
“환영합니다!”
“아, 예.”
“이렇게 무역의 첫 발을 일본으로 떼어 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그럴 것까지야.”
“저희가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타다시는 우리들을 안내하였는데, 그 장면을 기자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찍고 있었다.
‘꽤 거슬리는데.’
일본의 정치권과 엮인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환영을 해 준다고 해도 좋게좋게 수금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달칵!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휘발유로 가는 차량까지 준비를 하였으니 일본 정부에서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는 소용이 없는 일이겠지만.
차에 올라타자 인사말들이 오갔다. 대충대충 말을 넘겨받으면서 앉아 있는데, 타다시가 나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일본 정부의 성의입니다.
“성의라……. 일단 주시니까 받겠습니다만, 제가 일본 정부에 해 드릴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없다니요? 무역을 함에 있어서 저희 일본을 제외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나는 봉투를 열어 액수를 확인했다.
‘천만 엔이라.’
천만 엔이면 백 억 정도는 된다. 성의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한국에서 엔화가 통용되지는 않지만, 이곳 일본에서는 엔화가 통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져갈 물건들을 구입한 후에 선적을 하면 될 것 같았다.
나는 관방장관의 배가 아프라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굳이 뇌물을 주지 않아도 일본과 무역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가까운 나라이고 폭리를 취하기도 쉬우니까요.”
“……그렇군요.”
나는 당당하게 폭리를 취한다고 말했다.
이건 갑질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럴 때 갑질을 하지 언제 하겠나.
“그래도 주시니까 잘 쓰겠습니다.”
“아, 예.”
우리들은 호텔 앞에 도착했다.
관방장관은 다시 한 번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헤어지기 전에 나는 가볍게 물어보았다.
“아, 그리고요.”
“말씀하시죠.”
“돈 안 갚습니까?”
“무슨 돈을 말씀하시는 건지?”
“한국에서 빌려간 차관이요.”
“아아! 그건 여유가 있을 때 갚으려 합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해 봤자 그 많은 돈을 갚겠다고 선뜻 약속할 리가 없었다.
다만 어떤 식으로 상환해야 할지는 이야기를 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돈 갚으실 때, 원화나 금, 자원으로 부탁드립니다. 물론 식량으로 주셔도 됩니다. 하지만 워낙에 금액이 커서……. 엔화로 일단 주신 후에 자원을 준비해 주셔도 됩니다.”
“예, 그러죠.”
관방장관과는 또 볼 일이 있을 것이다.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는 대상이 아마 타다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