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67
SSS급 재벌 헌터 067화
제36장 저주를 걸다
세실리아의 말은 정답이었다.
지금까지 꽃뱀처럼 쫓아다니기만 하던 그녀였는데 이렇게 가끔은 옳은 소리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예나는 약간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 같다.
“그런데 정령왕도 똥구멍이 있나?”
“으음?”
세실리아 역시 그건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듯이 침음을 흘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먹고 싸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어떤 생명체도 그건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라 말할 수 있었다.
정령왕도 일단 움직이는 생명체였기에 세실리아는 저주에 대해 거론을 한 것이었지만, 과연 정령왕에게도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당연히 정령왕은 먹고 싸지 않을 거다.
“그래도 마나를 배출할걸?”
“마나를 배출한다고?”
“정령왕도 싸긴 할 거다. 마나를 호흡하고 어디론가 배출을 하겠지. 물론 심하게 냄새가 나지는 않겠지만.”
“심각한 문제인데?”
우리들은 정령왕이 쌀지, 싸지 않을지에 대한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을 한다고 해도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해 보면 되겠지.”
“어디서?”
“지금.”
“오호.”
어차피 옥상은 학생들이 찾지 않을 것이다. 내 성격을 아는 학생들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세실리아의 성격도 결코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내가 옥상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북적거렸는데 이제는 개미새끼 하나 얼씬거리지 않았다.
나는 마나를 모았다.
정령 친화도를 충족하였기에 소환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미네르바 소환!”
스아아아아!
마나가 빠져나가고 그것이 뭉치면서 정령왕이 소환되고 있었다. 정령왕이 소환되고 나면 잠시 동안은 붙잡아 둘 수 있다.
나는 연속으로 마법과 저주를 걸었다.
“홀드! 커스!”
스스스슷!
정령왕은 소환이 되자마자 잠시 멈칫거렸고 저주가 정확하게 먹혀 들어갔다.
미네르바는 코웃음을 쳤다.
-흥! 겨우 이런 속박으로 나를 묶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빠지지직!
그녀는 간단하게 속박을 풀어 버렸다.
무형의 밧줄이 간단하게 끊어졌는데, 이미 저주가 미네르바의 몸속에 잠식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내 소환체였기에 마법이 먹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까칠한 모습의 미네르바다. 하지만 한 시간만 지나도 그런 까칠함은 사라질 것이 확실했다.
정령왕이 똥을 지리면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나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도저히 못 참겠으면 오라고. 충성을 맹세한다면 고쳐 줄 수도 있으니까.”
-웃기지 마라!
팟!
미네르바는 저 멀리 사라졌다.
아마 그녀의 모습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괜히 바람의 정령왕이 아니었다.
이예나가 말했다.
“카메라에 잡힐까?”
“아마 볼만할걸?”
“전 세계에서 이슈가 되겠구나.”
세실리아 역시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도 정령왕 미네르바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 기대가 된다. 그대로 백기를 들면 좋을 텐데 말이다.
기지개를 쭉 켠 후에 옥상을 내려가기로 했다.
“이제 출근해야겠다.”
“나도 함께하겠다.”
세실리아는 역시나 딱 달라붙었다.
이제는 그녀가 쫓아오든 말든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하는 일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된다.
스아아아아!
미네르바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령계는 너무 답답하고 할 일도 없었다. 지금까지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존재는 몇 되지 않았다. 무려 중간계로 나온 것이 3만 년 만이었다.
그녀는 지구 곳곳을 누비면서 인간의 문명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학의 문명이 고도로 발달을 한 세계.
정령들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았고 그것은 미네르바도 마찬가지였다.
인간들이 사는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뭔가를 들고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핸드폰으로, 카메라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지만, 그걸 미네르바가 알 리가 없었다.
꾸르르르륵!
-으윽!
갑자기 미네르바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정령이 왜 저러는 거지?”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정령도 병에 걸리나? 척 봐도 이현빈이 소환한 정령왕으로 보이는데…….”
“쯧쯧. B급 헌터가 흉내만 낸 거지.”
뿌지지지직!
-꺄아아아악!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마나가 항문을 통해서 똥처럼 줄줄 새어 나왔다.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피했다.
“정령왕이 똥을 싼다!”
“진귀한 광경이다!”
웅성웅성!
-안 돼!!
미네르바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날아가면서도 엄청난 양의 마나가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하필이면 마나가 항문을 통하여 배출되면서 실로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똥쟁이 정령왕이다!”
“와하하하! 이현빈도 괴짜야. 저런 이상한 정령을 소환하다니.”
-으아아아아!
미네르바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정령계에서 미네르바는 지고한 존재였다.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 중간계에서 개망신을 당했다.
무려 똥쟁이 정령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꾸르르르륵!
하지만 고통은 계속되었다.
전 세계를 누비며 미네르바는 발광을 하였고 그녀의 모습은 속속 카메라에 잡혔다.
나와 세실리아, 나예린은 대신무역에 도착했다.
회의장에는 대신무역과 건설의 임원들이 모여 있었다. 여러 가지 안건을 처리하기 위하여 모여 든 것이다.
최근 들어 대신무역과 건설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회사의 규모가 폭발하기 직전인 것이다.
그건 역시나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무역을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몬스터 방어 설계 사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했다.
대신건설의 안수정 이사가 말했다.
“사장님, 공장을 당장 증축해야 합니다.”
“물량이 그렇게 달리나요?”
“달립니다. 아주 모자라서 죽을 지경입니다.”
“알겠습니다. 공장을 증축하도록 하죠.”
서두를 필요는 없다.
사업이라는 것도 순서가 있었다.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될 일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물량이 모자라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오른다.
이미 대신건설에서 생산하는 강판은 프리미엄이 300%까지 붙어서 팔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무역선이 순조롭게 태평양을 건너고 있습니다. 내일쯤이면 중앙아메리카에 도착합니다.”
“커피의 물량은요?”
“일단 멕시코 측에서 대량으로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커피의 주 생산지는 중앙아메리카다.
멕시코를 거쳐서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을 항해하면서 커피들을 수입할 예정이었다.
이미 커피의 최대 생산지인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수출할 길이 막혀서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런 커피가 한국에 들어와 수출을 하게 된다면 수백 배에서 심하면 천 배 이상의 이문을 남기고 판매가 될 것이었다.
멕시코에서는 대량의 물량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그대로 한국에 가져오면 되겠습니다. 커피 회사는 어찌 되었나요?”
“DM커피를 인수하였습니다.”
“좋습니다.”
자금이 돌자 일사천리였다.
내게는 20조 원이 있었다. 그중에서 3조 원은 정유회사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였고 2조 원은 무역과 건설에 투자했고 1조 원은 각종 회사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으며 1조 원은 인수한 회사들에 투자했다. 항공모함을 인수할 비용도 좀 남겨 두었다.
여기서 3조 원을 더 투자하여 이런저런 회사를 M&A하기 위한 자금으로 놔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이템을 매입하는 데 모조리 들어갈 것이다.
사실, 20조 원이면 엄청난 액수로 보였지만 아이템을 흡수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 볼 때에는 그리 큰돈도 아니었다.
전 세계의 아이템을 박박 긁어모아야 한다. 하지만 그리하기에는 아직도 돈이 모자라다. 돈은 끊임없이 들어갈 것이었다.
나는 조금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에 항공모함 구입을 의뢰하도록 하세요.”
“……!”
“제 직속으로 놓을 테니 제 돈으로 사겠습니다.”
항공모함을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것이었다.
임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항공모함을 개인적으로 운용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운영비를 국가에서 받아서 운용할 겁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함대이니 구입비는 제가 내야겠지만요.”
“허어.”
“항공모함 운영이라니.”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마법으로 운항이 되는 것이니 돈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연료 값도 필요 없지요. 군인들도 제 휘하 직속으로 채워질 겁니다.”
“곧바로 의사를 타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안건들을 처리하였다.
마지막으로 나예린이 말했다.
“오늘 대신정유 M&A가 있습니다. 곧바로 취임식을 준비하겠습니다.”
***
“오늘이 취임식인가요?”
“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기는 하지만 손도 많이 갔고 머리도 많이 사용해야 했다. 회사 일을 누군가에게 떠넘길 방법은 없을까.
‘어쩔 수 없나. 아직은 초반이니까.’
짝짝!
나는 손뼉을 쳤다.
“그럼 움직입시다.”
회사가 그룹으로 발전해 나가는 초반부였다. 그 때문에 할 일이 많았고 그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아직 본사가 세워지기도 전이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지만 ‘대신’의 간판을 달고 있기도 했다.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대기업집단으로 묶어서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구조본부장은 나예린을 낙점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업무에 치여서 힘들어 하는 그녀가 내 생각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사장실로 돌아오는 나는 나예린을 불렀다.
그녀는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나 비서님, 아이템을 알아봐 주세요.”
“아이템이라니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내 명령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회사 일과 헌터 일은 아예 동떨어져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템 구입은 엄연히 따져서 헌터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내 옆을 졸졸 쫓아다니는 세실리아도 의아함을 드러냈다.
“아이템으로 무엇을 하려고 그러느냐?”
“흡수를 하려고.”
“……!”
나예린과 세실리아는 동시에 놀람을 드러냈다.
물론 그녀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나였다. 그런데 아이템의 능력을 흡수한다고 하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예린도 나름대로 헌터였으니 이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흡수를 한다고요?”
“신화급 아이템에 흡수를 시키려 합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되죠.”
“그런 개사기…….”
나예린은 혀를 내둘렀다.
지금도 SSS+급이라고 불리는 나였다. 그런데 아이템까지 흡수를 할 수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히는 것이겠지.
그래도 그녀에게 일을 시키려면 사실을 밝혀야 했다. 세실리아는 뭐, 입이 무거우니 상관없겠지.
“기밀인 건 아시죠?”
“정말로 아이템을 흡수해서 그걸 고스란히 쓸 수 있나요?”
“확률이기는 하죠. 그냥 전부 흡수하면 그게 사기죠.”
“지금도 사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