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7
SSS급 재벌 헌터 007화
그건 어림없는 소리다.
건설사를 물려받기만 하면 곧바로 몬스터 방어 설계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보다 수천 배는 회사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돈을 버는 것은 땅 짚고 헤엄을 치는 것보다 쉽다는 소리다.
아버지는 심히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TV는 꺼졌고 거실은 졸지에 가족회의 비슷하게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렇게 하시죠?”
큰형이 다시 아버지를 채근한다.
“그리 쉽게 결정을 내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영 자금이라도 주십시오.”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로 다 말아먹으려 하느냐?”
“깨끗하게 다 말아먹으면 깔끔하게 경영 승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버지, 저는 사업을 해 보고 싶습니다. 만약 회사가 도산하면 졸업 후에 아버지나 형들 밑으로 들어가 허드렛일이라도 하겠습니다.”
“허어. 그것 참. 네놈이 정상인처럼 말을 하니 정말 적응이 되지 않는구나.”
순간 뜨끔했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머리를 다치고 나서 제정신을 차린 겁니다.”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후우.”
아버지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대로 돈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
드래곤 레어에는 널린 것이 돈이었지만, 여기서는 자력으로 토지 구매 자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가난하면 모르겠지만 재벌 2세의 몸으로 들어왔으니 그 덕 좀 보자는 것이다.
끄응, 한 번 신음을 내뱉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경영 자금은 주겠다.”
만세!
경영 자금이라면 도대체 얼마를 말하는 걸까.
“내일 통장으로 20억을 쏴 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일은 한번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사진에도 네가 성인이 되면 회사를 분리하겠다고 해 두었으니 회의를 열어 심도 있게 토론을 해 보도록 하겠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제들도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는데, 아마 오늘의 사건을 계기로 여러 가지 수 싸움에 들어갈 것 같다.
내 목적은 돈을 긁어모아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것이었지만, 형제들은 그저 내가 경영 일선에 빨리 뛰어들고 싶은 목적이라 여길 것이다.
뭐, 회장 자리에 앉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렇게 되면 회사의 돈을 왕창 뜯어 무조건 아이템 강화에 사용할 테니까. 회사가 망하던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드레곤이 지구에 내려오면 이 세상은 망해 버릴 테니까.
이세식은 막내아들의 말을 듣고 다소 충격에 빠져 있었다.
놀란 것은 유금자도 마찬가지다.
“현빈이가 좀 변했네요.”
“정상인처럼 말을 하던걸?”
“원래 정상이었어요.”
“아니. 머리가 좀 모자란 놈 같았지. 뒷배만 믿고 설치는 꼴이 그냥 한량 같았거든. 그런데 하루아침에 인성이 바뀌었다는 말이지.”
“아까 현빈이가 말했잖아요. 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을 차렸다고요.”
“그것 참, 좋은 후유증이네. 머리 한 번 박으면 제정신으로 돌아오나? 그냥 그러는 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한번 믿어 보시는 게 어때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현빈이를 믿어 주신 적이 없잖아요.”
아내는 간곡하게 부탁했다.
아내 역시 이현빈이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기회를 나누어 갖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
‘건설사는 그룹에서 가장 부실한 회사란 말이오.’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세요.”
“알겠어. 내일 회사에서 정식 주제로 채택하여 상의를 해 보도록 하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마워요.”
아내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세식은 금세 그녀에게서 돌아누웠다.
‘아내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란 말이야.’
다음 날 아침.
나는 조금 느긋하게 일어나 천천히 준비를 했다.
오늘 오전에는 바로 학교에 갈 생각이 없었다. 아이템을 폭렙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강력한 마족이 점거하고 있는 땅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경영 자금을 늘리고 적당 선에서 아이템을 구입해서 레벨 업을 한다. 언제까지 대신그룹 창고를 털 수는 없을 테니까.
구입하는 땅에 마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왕이 강림하지 않는 이상은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그 땅을 구입하여 마족을 포함해서 휘하 마물들까지 싹 쓸어버린 후에 땅을 정리해서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족이 활보하던 땅은 사방이 방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건 토지 상승 요건이 될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걸고 쌓은 방벽이었으니 튼튼하기는 말로 형용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야말로 공짜로 방벽도 얻게 되는 셈이었다.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이런 사업에 손을 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이템이 폭렙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다.
9시가 다 되어서야 나는 집을 나섰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로 부동산이다.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강남의 끝부분에 비너스 부동산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나름대로 어젯밤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여 가장 매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부동산을 찾아냈다.
지이잉!
자동문이 열리자 직원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그런데 학생이 여기 무슨 일로……?”
“사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약속은 하셨나요?”
“이현빈이라는 이름으로 했습니다.”
“대신그룹 막내 도련님이요!?”
“그렇습니다만.”
여직원은 나를 정중하게 안내했다.
TV에서 본 대로라면 조금만 수틀려도 싸대기가 날아온다고 하였기에 알아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알아서 잘해 주면 나야 좋은 일이지, 뭐.
곧 백상기 사장이 굽실거리며 달려왔다.
“아이고, 도련님! 이런 누추한 곳에 행차를 다 해 주시고 영광입니다.”
“적당히 합시다. 저는 아부 떠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헤헤, 그러믄요.”
부동산에 재벌 2세가 행차하였다. 그것도 한국 재계 서열 1위,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재벌의 아들이었으니 돈이야 마빡에 튄다고 생각할 거다.
나는 혀를 쯧, 한 번 차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 수도권에서 가장 골치가 아픈 땅이 어딥니까?”
“예?”
“발록 이상 급의 마족이 들어와 절대 팔리지 않을 것 같은 땅이 어디냐고 물은 겁니다.”
***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거 참, 말귀를 못 알아듣네. 방벽이 쳐져 있는 땅 안쪽을 제가 구입하겠다는 거죠. 뭐, 방벽도 포함하면 좋긴 합니다.”
“진심입니까?”
“진심입니다.”
“그런 땅은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가 않습니다. 절대 팔리지 않을 땅인데…….”
“잔말 말고 추천해 주세요.”
이렇게 되었다면 부동산 주인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단 나에게 한 번 주의를 주었으니 차후에 문제가 발생해도 상관없으리라 여기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상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세하게 불었다.
“고양시 남부가 상당한 문제입니다. 고양시는 거의 폐허가 되었어요.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고 가장 피해가 극심한 지역이기도 하고 방벽 안에는 리치 킹이 살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각종 언데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것이, 그야말로 죽은 자의 땅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럼 땅값이 무진장 싸겠네요?”
“뭐, 시세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래도 가격은 책정되어 있겠죠.”
“평당 한 천 원 정도 하려나.”
“천 원이라.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나는 흡족하게 웃을 수 있었다.
2018년 현재, 땅값이 천 원인 곳은 없었다. 오직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고 그곳에 리치 킹이 자리를 잡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수도권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기특한 녀석.
특별히 별로 아프지 않게 한 방에 소멸을 시켜 주어야겠다.
“보자. 만 평이면 천만 원이고, 10만 평에 1억밖에 안 하는군요? 아예 200만 평을 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요!?”
“땅 주인들에게 연락을 해서 평당 500원에 산다고 말을 해 주십시오.”
“천 원도 싼 편인데, 여기서 가격을 후려치십니까?”
“어차피 쓸모없는 땅을 구입하겠다는 건데 뭘요? 그리고 방벽 안쪽 땅이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 주시고요. 위임장을 받아서 사장님이 저와 거래를 하는 것으로 하죠.”
나는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세가 거의 없다시피 한 땅이 금역이다.
원래 매물이 없는 물건은 파는 사람이 값을 정하고 매물이 넘쳐나서 팔 수 없는 물건은 사는 쪽에서 값을 정한다.
평당 500원 정도라면 땅 주인들도 팔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주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말은 해 보겠습니다.”
“될 겁니다.”
나는 그렇게 한마디를 남기고는 부동산을 나섰다.
지이잉!
대신그룹 막내아들이 부동산을 나섰다.
백상기는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다.
“미스 김, 봤지?”
“대단한 수완가 같이 보이던데요.”
“그냥 짠돌이지. 땅 주인들을 벗겨 먹으려는 게 보이던걸? 어린 녀석이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서는.”
“재벌가의 아들이잖아요? 게다가 어차피 그 땅은 투자하면 패가망신을 한다면서요?”
“흠. 그래도 팔지 않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그 땅은 리치 킹이 자리를 잡은 지 8년이 넘은 구역이었다. 그동안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어 땅 주인들도 거의 포기를 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리치 킹을 잡을 수 있는 헌터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금역에 머물고 나오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이 청소되리라는 희망은 없었다.
땅 주인들이 헐값에라도 팔지 않았던 것은 매입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은 손해를 보려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토지와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 매입가로 팔아야 거래가 성사된다.
백상기는 금역에서 가장 큰 땅을 가지고 있는 오정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오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뭐, 죽지 못해 살고 있소.
“땅을 산다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게 사실이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어떤 문제?
“땅을 시세의 반값에 구입하고 싶어 합니다. 평당 500원에요.”
-크으으윽.
오 사장은 신음을 흘렸다.
아마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왕년에는 만석꾼이라고도 불렸던 오 사장이었는데,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고 아예 패가망신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평당 천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 시세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물론 그 시세라는 것은 있으나마나였다. 그 가격으로는 거래가 되지 않았고 그저 매매 희망가라고 보아야 했다.
-와장창! 니미럴! 내가 이 가격에 팔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나!!
뭔가 집어 던지는 소리도 났고 한참 욕도 들려온다.
좀 진정이 되자 오 사장이 입을 열었다.
-허억! 허억! ……팔겠소.
“하기야, 그 가격에는……. 뭐라고요!?”
-팔겠다고 말하지 않소.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지.
“아, 알겠습니다. 제가 위임을 받아 처리하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러든지 말든지.
“곧 가겠습니다.”
백상기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거? 생각보다 쉽겠는데?”
백상기는 차례대로 땅 주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학교에 도착했다.
11시였으니 한창 수업을 하고 있는 중일 거다.
지금은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에 끼어 있는 2학년의 마지막 기간을 지나고 있었다. 여기서 며칠만 버티면 탑에 틀어박혀 주구장창 렙업만 할 생각이다. 최소한 봄방학 기간 내에 레벨 8까지는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