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8
SSS급 재벌 헌터 008화
2-3반
드르륵!
“…….”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오자 한 순간, 분위기가 싸해진다.
대신고교는 대신재단에 속해 있었고 최소한 이곳에서 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선생들은 물론이고 학생들까지 전부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저 새끼가 웬일로 학교에 나왔지?’
‘한바탕 또 뒤집어지겠네.’
대충 눈빛만 보아도 그런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창가에 햇볕이 잘 드는 자리로 이동했다.
“으하하하함!”
교실로 들어오자 눈이 절로 감겼다.
다행히 깽판을 치지 않아 과학 선생 문상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수업에 들어갔다.
“에, 그러므로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의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고, 지금은 어렵겠지만,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절로 잠이 온다.
나는 도저히 눈꺼풀이 주는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꿈나라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내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교실은 싸했는데, 전부 내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오늘 학교를 마친 후에는 부동산에 가 보아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잿빛 탑에 틀어박혀 몰이사냥을 할 예정이었다.
밤새 사냥을 할지도 몰랐기에 체력을 비축하는 중이었는데, 어딘가에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우리 길드에서 잿빛 탑 8층 레이드를 하기로 했어. 내일 학교 끝나면 바로 올라갈 거야.”
“와아! 쩐다. 8층이면 혹한의 대지라고 불리는 곳 아니야?”
“그렇지. 에틴이나 샤벨타이거, 아이스 골렘이 나온다니까 대박을 노려 볼 수도 있지 않겠어? 호호호!”
“8층이라고!?”
드르륵!
나는 8층이라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일반인들은 내 기세에 찔끔했지만, 이예나는 나를 도전적인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너는 왜 또 발작인데?”
이 몸은 재벌 2세였지만, 싸움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저 성질만 더러워서 성깔을 부렸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이예나는 2학년 3반에서 나에게 맞서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녀는 사제계열의 검사였다. 대충 성기사 정도로 생각을 하면 되었는데, 막강한 버프로 인하여 파티 사냥에서 탱커를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제계열의 여자들은 신성력 효과 때문인지 머리칼이 은발인 것이 특징이었고 더불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것은 ‘사제 보정 효과’라고 불렸고 낮은 랭크의 사제계열 여자들이 연예계로 대거 진출하는 바람에 엔터테인먼트의 판도가 바뀌기도 했다.
그녀 역시 사제계열의 여자다.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눈부신 은발에 후광이 절로 비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예나는 B급 헌터로서 개인연합체인 길드에 들어가 있었다. 내일 하교 후에는 잿빛 탑을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잿빛 탑의 몇 층을 가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8층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8층은 꽤나 고위급 헌터들이 가는 곳이었다. 현재의 나로서는 그곳에 입성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헌터를 고용해도 갈 수 있었지만, 워낙에 돈이 많이 들어서 차라리 실력을 배양한 후에 입성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이예나의 길드에서 8층으로 사냥을 간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던 날 오전에도 이예나와 한바탕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때문에 이예나가 매우 사납게 구는 것이었고.
“이예나! 나랑 얘기 좀 하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중요한 이야기니까 옥상으로 좀 올라와.”
“싫다면?”
“음…….”
원래 이런 식이었다.
이예나는 이 몸과 1년 내내 투닥거렸으니 할 말이 없다.
그냥 반 친구였다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었을 텐데, 이예나는 나를 좋지 않게 생각했고, 별로 대화를 섞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내가 예전의 이현빈이 아니라고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으로 갑갑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드래곤 본 블레이드는 굳이 레벨 업을 하지 않고서도 기물이었다. 괜히 5대 신기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스탯 보정 효과나 용언각인이 된 스킬은 당장 쓰지는 못하겠지만 검 자체가 단단하기 그지없었고 아이템 레벨이 1이라고 해도 꽤나 대단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성큼성큼 이예나에게 다가갔다.
B급의 사제였지만,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템은 꽤나 빈약하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제사장의 검에 관심이 있지 않아?”
“……!”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제사장의 검은 일종의 레어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같은 랭크의 아이템이라고 해도 네임드가 있는 검은 상당한 스탯 보정과 스킬들이 달려 있었다.
다른 아이템들에 비해 검증이 잘 되어 있기도 했고 B랭크의 사제계열 무기 중에서는 수위를 다툰다.
설득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가 해 줄 수 있을 때 최상의 힘을 발휘하는 법이었다.
역시나 그녀는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제사장의 검이라고?”
“그래. 이제 나와 이야기를 할 생각이 들었어?”
“마, 만약에 들어보고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면 맞아 죽을 줄 알아.”
“때려죽이든 밟아 죽이든 일단 얘기나 듣고 결정해.”
“쳇. 이,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거야! 네가 절대 좋아서 쫓아가는 건 아니니까!”
“알겠다니까.”
나는 이예나의 팔을 휙 낚아챘다.
가녀린 손목이 한 손에 잡혔는데, 맥없이 질질 끌려서 딸려 왔다.
어쩐지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휘이이잉!
2월 중순이었지만, 따듯한 바람이 불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이면 차가운 바람이 불어야 정상이지만,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이후에는 기후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여름에 눈이 내리기도 했고 한겨울에 비가 내리기도 한다. 예전과 같은 기후라고 보면 곤란했다.
이예나는 옥상에 도착하고 나서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이거 놓고 말해! 도대체 할 말이 뭔데?”
“아, 별건 아니고.”
저벅저벅.
내가 걸어가자 이예나는 뒤로 슬슬 물러났다.
결국에 그녀는 벽에 등을 댈 수밖에 없었다.
“제사장의 검, 가지고 싶지 않아?”
“어, 어떻게?”
“내 소원 하나만 들어주면 오늘이라도 당장 줄 수 있는데.”
“히이익!”
그녀는 기겁을 했다.
양손을 교차하여 가슴을 가리기까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이러는 거냐!
나는 머리를 짚었다.
이예나는 극렬하게 부정하지만, 또한 강렬하게 긍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었다. 거기에 횡설수설,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를 지껄였다.
“되도 않는 소원은 안 돼! 아무리 제사장의 검이 중요하다지만……. 그게 있으면 좋기는 하지. 제사장의 검. 제사장의 검…….”
“내 소원 하나 들어주겠어? 그럼 제사장의 검은 네 것이 된다니까.”
나는 악마가 속삭이듯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제4장 노예 계약
결국 이예나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래! 조건이 뭔데? 들어나 보도록 하자. 너무 무리한 조건은 들어주지 않겠어!”
“제사장의 검인데도?”
“으으윽! 빨리 말하기나 해!”
그녀는 윽박을 질렀다.
아마 원래 이 몸의 주인이라면 이예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싸웠겠지. 하지만 천 년이나 살아온 내 입장에서 보자면 이 정도는 귀여운 앙탈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예나도 나를 경멸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단순히 미워하는 정도라고 할까.
“별건 아니야. 이번에 잿빛 탑 8층에 간다면서? 혹한의 대지에 말이야.”
“그런데?”
“거기 나도 끼워 줘. 그럼 제사장의 검을 주도록 할게.”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 너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잖아. 차라리 지나가는 똥개의 말을 믿고 말지.”
그녀는 팔짱을 끼고는 반박했다.
하기야, 나라도 믿지 못할 거다. 원판의 녀석은 이예나의 말대로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었으니까.
“계약서를 쓰면 되지.”
“계약서?”
“회사에서 쓰는 양식을 가져올게. 계약서에 서로 사인을 하면 뒤탈도 없고 좋잖아? 이런 흉흉한 시대에 계약서만큼이나 확실한 보증수표가 어디 있겠어? 안 그래?”
“음……. 그냥 8층에 데려다주기만 하면 돼?”
“몬스터 한 마리만 잡자. 아무 몬스터나 좋으니까 네가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팬 후에 내가 치는 형식으로 말이야.”
“으으으.”
이예나는 상당히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계약서에 뭔가 특약을 추가하기는 하겠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고 이예나가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내 장난질이 통하지 않으면 조항을 고치면 되는 일인 거고.
딩동댕동!
수업을 알리는 종이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예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제사장의 검은 네 거야?”
“그럼. 내 검이지.”
그럴 리가 있나.
제사장의 검은 회사의 아이템 보관 창고에 있다. 누구도 출입을 할 수 없지만 나라면 가서 슬쩍해 올 수 있다.
재벌 좋다는 것이 뭔가. 이런 때에 덕을 보는 거지.
이예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좋아! 계약서를 확실히 쓰도록 하자. 뒤탈이 없게 말이야.”
“흐흐흐. 고맙다.”
“선불인 거지?”
“아, 그럼. 계약서까지 쓰는데 선불이든 후불이든 상관없지.”
“헤헤헤.”
이예나는 제사장의 검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실실거렸다.
뭐야, 이 녀석. 이렇게 보니 꽤 귀엽잖아.
“정신 차려.”
“험험. 약속 꼭 지켜.”
“내가 할 말이다. 나는 선불로 줄 거니까, 너만 약속을 잘 지키면 돼. 설마 계약서의 조항을 어기는 그런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겠지?”
“흥! 그럴 일은 없어! 내가 넌 줄 아니?”
“그럼 학교 끝나고 나와 함께 가는 거야. 너는 회사 앞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돼.”
“쳇……. 너와 함께 간다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제사장의 검이잖아.”
“갈게! 간다고!”
이걸로 협상 타결이다.
방과 후에 나는 이예나를 데리고 대신그룹 본사로 향했다.
대신그룹 본사는 여의도에 있었는데, 원래 강남에 있던 건물은 망가져서 부득이하게 이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지금의 여의도는 그야말로 철벽 요새를 방불케 한다. 수중몬스터도 쉽사리 벽을 기어 올라오지 못했고 10년 전 몬스터 웨이브가 터졌을 때에도 서울에서 여의도만 멀쩡했다고 한다.
여의도 한복판에 80층으로 우뚝 솟아 있는 이곳이 바로 대신그룹 본사다. 수많은 직원들이 본사를 들락거리는만큼이나 이 주변은 상당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본사 맞은편 커피숍에서 커피 두 잔을 시켜 놓고 백상기를 기다렸다.
이예나는 상당히 흥분된 얼굴이다. 하기야, 이예나와 같은 초보 헌터에게 네임드가 붙어 있는 검을 마련하는 것은 과거 일반인들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과 같은 설렘일 거다.
그녀에게는 이곳에서 사람 한 명을 만나고 곧바로 회사로 들어가 검을 가져온다고 말을 해 두었다.
딸랑딸랑!
문이 열리고 백상기가 들어온다.
그는 내가 앉아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인사를 했다.
“아이고, 도련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금방 왔으니까.”
“이 아리따운 아가씨는 누굽니까? 설마 여자 친구?”
“이익! 이 아저씨가 누구 인생 망치는 꼴 보고 싶어요!?”
“험험. 아니었군요. 죄송합니다.”
“그냥 친구입니다.”
“친구? 우리는 거래 관계일 뿐이지.”
“그래. 거래 관계.”
머쓱하게 웃은 백상기는 계약서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