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83
SSS급 재벌 헌터 083화
일행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양슬하와 이한별 남매, 세실리아와 강소라, 이예나, 마르엔까지 모였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최강의 전력이라 할 만했다.
나 역시도 SS급에서 SS+급 사이 정도에 랭크할 수 있었으니 웬만한 보스 몬스터는 씹어 먹는다고 보아야 했다.
다들 배낭 하나씩을 메고 있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걸릴 거야.”
“넉넉하게 싸 왔어요.”
배낭에는 일주일 동안 입을 옷과 생필품들이 가득했다.
탑에 올라가면 배낭은 무한의 공간 주머니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한결에게 짐을 들게 하고 싶었지만 놈 역시 최근 들어 S급으로 올라섰다. 그런 고급 전력을 겨우 짐이나 들게 할 수는 없었다.
“준비 끝났으면 가 보도록 할까?”
“와아! 신난다!”
보스 레이드를 가는 것이었지만, 양슬하는 신이 났다.
하기야, 내가 SSS+급 이상의 전력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니 양슬하가 그렇게 신이 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양슬하는 이번 레이드를 여행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 다녀오세요!”
나예린이 배웅을 했다.
“일주일 동안 고생 좀 해 주세요.”
“후우. 그래도 빨리 오셔야 합니다.”
“노력하죠.”
한국에 워낙에 벌여 놓은 일이 많았다.
항공모함이 본격적으로 운용이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다. 그 말은 할 일이 그만큼이나 쌓여 있다는 뜻이다.
우리들은 함선에 올라탔다.
위이이잉!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촤아! 촤아!
함선은 엄청난 속도로 황해를 가로질렀다.
중국 상해 아미르의 탑 앞.
검은색으로 15층까지 쭉 뻗어 있는 거대한 건물이 바로 아미르의 탑이다.
보통의 탑과는 다르게 아미르의 탑은 건물이 더 컸다. 내부에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미로가 복잡하고 넓은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우리들은 상해 제2 부두에서 내려 대신무역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아미르의 탑 앞에 도착하였다.
예상대로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전 세계에서 내 행보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미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레이드가 된 적이 없었다. 정복을 하러 들어갔었던 헌터들이 혀를 내두르고 나올 정도였다.
몬스터가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는 길이 복잡했기에 다들 도중에 포기를 하기 일쑤였다.
언론사에서는 나를 취재함은 물론이고 성녀에 대해서도 열띤 관심을 표하였다.
“성녀님! 레이드 팀에 왜 합류를 한 것인가요?”
“저는 그저 신의 사자를 위해 일할 뿐입니다.”
“신의 사자라면 이현빈 중장을 말하는 건가요?”
“그밖에 더 있나요?”
“그가 신의 사자임이 확실한가요?”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끄응.”
분명히 비밀로 해 달라고 말을 하였지만, 그녀는 이 정도는 해야 명분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성녀가 지속적으로 함께 다니는 것에는 당연히 명분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그녀는 나를 신의 사자라고 못을 박아 버렸다.
이에 나에게도 질문이 쏟아진다.
“이 중장님! 신의 사자라는 말이 사실인가요!?”
“일전에 양슬하 양이 대천사를 소환했었습니다. 그녀는 그걸 제가 소환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럼 착각이라는 뜻인가요?”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SSS+급 헌터라는 소문이 돌던데요.”
“사실무근입니다.”
나는 그렇게 답했다.
이미 전 세계에서는 내가 SSS+급 헌터라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우겨 대니 찬반이 갈리는 것이다.
“자자,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혹시 천마그룹의 왕만석 부회장을 구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아아, 그 사람이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나예린에게 들었다.
중국 최대의 재벌가인 천마그룹의 후계자인 왕만석 부회장이 아미르의 탑에 들어간 지 보름이 흘렀다고 한다.
일주일치 식량을 가지고 갔으니 지금쯤이면 죽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혹시 살아 있으면 구해 줄 의향이 있냐는 것이었다.
천마그룹이 나에게 빚을 지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살아 있다면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살아 있는 사람을 모른 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마르엔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만 들어갑니다.”
우리들은 아미르의 탑으로 들어섰다.
아미르의 탑은 꽤나 어두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변이 식별되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헌터들은 신체능력이 향상되어 컴컴한 밤에도 무리 없이 물체를 식별할 수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빛이 쏟아지고 있었으니 움직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분위기가 상당히 을씨년스럽다.
금이 쫙쫙 가 있는 벽들이 좌우로 쭉 뻗어 있었다. 천장까지 닿아 있는 벽은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금이 가 있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길은 꽤나 좁았고 식물 넝쿨들이 얽혀 있었으며 피가 낭자된 곳도 있었다. 곳곳에 해골들도 배치가 되어 있어 망자의 미로를 방불케 한다.
나는 정령왕부터 소환했다.
“정령왕 소환!”
스아아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미네르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나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다.”
-주인님께서 부르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예.
그녀는 내 눈동자도 쳐다보지 못하였다.
이 정도면 교육(?)은 확실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했다.
“길을 찾아라!”
-명을 받듭니다!
스아아아!
미네르바는 그대로 사라졌다.
마르엔은 미네르바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령왕조차 현빈 님에게 고개를 숙이는군요. 하기야, 이 세상을 창조한 분이시라면야…….”
“가자.”
나는 애써 그녀의 말을 무시하였다.
양슬하는 대놓고 웃었다.
“푸흐흐. 스승님이 좀 대단하기는 했죠.”
“험험.”
이한결은 좋지 않은 추억이 생각났는지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저벅저벅!
우리들은 1층을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같은 자리만 빙빙 돌고 있는 느낌이다.
가끔 스켈레톤이 나타났다. 물론 이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퍼어억!
나는 달려드는 스켈레톤을 깔끔하게 날려 버렸다.
“스승님, 차라리 미네르바가 길을 찾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낫겠어요.”
“그러게 말이다.”
우리들은 편하게 앉아서 쉬기로 한다.
양슬하는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으하하하함!”
“졸리냐?”
“지겨워서요.”
“그럴 만도 하지.”
뭔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막상 들어오니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몬스터도 약해 빠져서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었다. 그러니 양슬하가 지루해할 만도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령왕이 돌아왔다.
-길을 찾았습니다.
“그래? 그럼 가자.”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미네르바는 지극히 낮은 자세로 나를 대했다.
그녀로 인하여 2층으로 한 시간 만에 올라왔다.
양슬하가 말했다.
“완전 미로 찾기나 다름이 없네요.”
***
“뭐, 그렇지.”
“정령왕이 아니었다면 하루가 걸려도 올라가지 못했을 거예요. 정복을 하려면 대략 한 달은 잡아야겠네요. 정령왕이 없었다면.”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몬스터의 등급을 떠나서 이 정도로 미로가 복잡하면 그냥 다니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담이 약한 사람이라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언데드 몬스터 때문에 놀라 자빠지고 말 것이다.
우리들은 아예 2층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그럼 정령왕이 길을 찾으면 출발하도록 하자.”
“네!”
양슬하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와이파이는 터지지 않았지만,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이다.
“뭐 이렇게 긴장감이 없지?”
이한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모습에 이예나가 혀를 차며 답했다.
“이 정도 인원인데 저층에서 긴장감이 있으면 어떻게 하냐?”
“너는 왜 반말인데?”
“현빈아.”
이예나가 쪼르르 일러 바쳤다.
“똥꼬…….”
“크윽! 죄송합니다!”
이 파티에서 이한결은 철저하게 약자였다. 이한별도 구제를 할 수가 없을 만큼 말이다.
우리들은 하루 종일 걸어서 5층에 도착하였다.
탑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느끼는 것은 상위 층으로 올라갈수록 미로가 복잡하게 꼬인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더 길어지기도 했다.
일주일을 잡기를 잘한 것 같다. 내려오는 시간도 생각을 해야 하니까.
시계를 보니 밤 11시였다.
이곳에서 숙영을 해야 한다.
마르엔이 미로 한쪽 구석에 홀리실드를 쳤다.
쾅! 쾅쾅쾅!
5층에 서식하는 강화좀비들이 실드를 가격하고 있었다. 물론 B급 정도로 분류되는 강화좀비가 실드를 부술 수는 없었다.
양슬하가 말했다.
“좀 시끄럽지 않나요?”
“사일런스.”
나는 간단하게 사일런스를 걸어 버렸다.
마나의 양만 충분하다면 어떤 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었다.
양슬하는 엄지를 척 올렸다.
“스승님 대단해요!”
“역시 괴물이네요. 사일런스는 6단계 마법인데 시동어 하나로 구현하다니.”
“험험. 그럼 침낭 깔고 자자.”
“으하하하함!”
양슬하부터 잠이 들려 했다.
나 역시 배낭을 펼쳤다.
별로 춥지도 않았기에 그냥 바닥에 뭔가를 깔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내 옆으로 세실리아가 찰싹 달라붙었다.
“너는 뭐야?”
“애인과 함께 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르엔도 곁으로 다가왔다.
“…….”
“저를 축복해 주세요.”
“축복은 개뿔!”
“그만 포기해라.”
세실리아는 더욱 엉겨 붙으려 했다.
“웃기지 마라!”
나는 벌떡 일어나 세실리아와 마르엔을 떼어 냈다.
“각자 위치로!”
“정말 무심하구나.”
세실리아는 입을 삐쭉 내밀었고 마르엔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났다.
“이 여자들이 정말.”
양슬하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말했다.
“흐흐. 우리 스승님은 정말 인기가 많네요. 이제는 하다하다 수녀까지…….”
“죽고 싶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역시나 바람 잘 날이 없는 하루다.
우리들은 그렇게 투닥거리다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삐비빅! 삐비빅!
아침 7시를 알리는 알람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11시에 자리를 잡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여자들과 씨름을 하느라 1시는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소 피로한 느낌도 든다.
“음?”
그런데 몸이 제대로 일으켜지지 않았다.
좌우를 살펴보니 세실리아와 마르엔이 마치 거미줄처럼 나에게 얽혀 있었다.
“뭐야, 이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실리아와 마르엔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일어났느냐?”
“좋은 아침입니다, 현빈 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년이 네게 엉겨 붙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저는 그저 성자의 성력을 느끼고 싶어서…….”
“후우…….”
양슬하가 피식 웃는다.
“탑에서 내려가자마자 다 같이 모텔을 가세요, 그냥.”
“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그 고충을 이해해요.”
마르엔은 광신도에 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조금 위험한 거 아닌가 싶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저층이라고는 해도 여긴 적진 한복판이다.
“식사 후에 출발하도록 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