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96
SSS급 재벌 헌터 096화
이번 일은 정말로 급했다. 어쩌면 몇 년 후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결코 할 수 없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쳐들어올 수 있었으니까.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이번 웨이브를 못 막으면 큰일 납니다. 정말로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신식 무기에 대해…….”
내가 막 회의를 주관해 나가려 할 때였다.
쾅!
“내 사랑, 있느냐!”
세실리아가 회의실로 쳐들어왔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세실리아에게 향했다.
그녀는 내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였고 그 사실을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를 통틀어서 이렇게까지 곤란한 표정을 지은 것은 처음이었다.
“왜 그래?”
“러, 런던에 균열이 생겼다!”
“뭐라고!?”
장내는 충격에 빠져들었다.
조짐이 정말 좋지 않았다.
나는 공간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실리아와 나, 둘만이라면 충분히 공간도약을 할 수 있었다. 며칠에 한 번 정도밖에는 쓸 수 없었고 기껏해야 나를 포함해서 한 명 더 이동할 수 있을 뿐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큰 힘이 된다.
우리들은 곧바로 런던으로 도약했다.
쿨렁!
엄청난 충격과 함께 공간이 비틀렸다.
우리들은 순식간에 런던에 도착했다.
“우욱!”
세실리아는 멀미를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이 다 울렁거린다.
여긴 런던 어딘가다.
우리들은 곧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균열이 생긴 곳으로 갑시다.”
“예? 거긴…….”
“저는 한국의 이현빈입니다. 이쪽은 세실리아 왕녀입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택시는 빠른 속도로 런던 시내를 가로질렀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후에 택시의 숫자도 확연하게 줄었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택시가 아니라면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이렇게 택시를 빨리 잡은 것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런던 남부.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인구밀도가 있는 편이다. 주거지 한복판에 공간의 균열이 생겨 있었다.
군인들이 그곳을 막고 있었다.
“이곳은 통제…… 허억! 왕녀 전하!”
세실리아는 대충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누구도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며 경탄을 마지않았다.
이제 내가 SSS+급 헌터라는 소문이 사실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경영권 싸움 때문에 양슬하를 앞으로 내세웠다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몬스터와 관련해서는 내 권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었다.
“어찌 보느냐?”
분명히 남아공보다는 균열이 작았다. 그래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균열 안쪽에서는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카이너스 이 새끼…… 한곳으로 넘어오는 것이 아니었나?”
식은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지금쯤 즐거워하고 있을 카이너스의 얼굴이 훤했다.
그 새끼에게 있어 몇 년 정도의 시간은 시간이라고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몇 년이나 시간이 남았다는 보장은 전혀 없었다.
“주민들은 당장 대피시키고 이곳을 폐쇄, 성벽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위험하느냐?”
“당연하지.”
세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나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신뢰하기도 했다.
“네 뜻에 따르겠다.”
세실리아는 빠르게 군인들을 지시하였다. 그녀는 이 나라의 왕녀이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군권도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고위 헌터는 대접을 받는 법이다. 거기에 세실리아는 SS+급 헌터였다. 더욱이 최근에는 SSS급에 올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니 국가에서 더욱 그녀를 대우하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지시를 하다 보니 점심조차 먹지 못했다.
우리들은 런던의 한 레스토랑에 이르렀다.
이곳의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했다. 아니, 런던 전체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균열이 생겼고 거기서 2차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다는데 어수선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2차 웨이브라니.”
“균열 지역을 폐쇄했다지?”
“런던은 어찌 되는 거지? 이사를 가야 하나?”
웅성웅성!
그야말로 균열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우리들은 풀코스 요리를 시켜 빠르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세실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영국이 끝장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내가 있잖아. 그리되게 두지는 않아.”
“그대는 정말…….”
세실리아는 감동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러다가는 또 일어나서 내게 안길 것 같았다. 그리되게 둘 수는 없다.
“그보다 영국에서 자금을 대야겠는데?”
“당연하지. 무조건 대겠다.”
“중요한 것은 마정석이야. 마정석이 없다면 코어를 캐서 무조건 한국으로 보내도록 해. 지금부터 무제한 생산에 들어가야 하니까.”
“알겠다.”
나는 몇 가지 사안들을 그녀에게 지시했다.
식사를 마치고 러시아로 슬슬 돌아가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강소라였는데, 벌써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이나 와 있었다. 정신이 없는 사이에도 계속 전화를 했던 것 같다.
“접니다.”
-중장님! SSS급 탱커가 지원을 했습니다!
“오호! 정말인가요?”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요? 웬만한 문제라면 커버를 할 수 있죠.”
-신분이 문제인데…… 현 교황이십니다.
제53장 교황의 방문
“뭐라고요!?”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누구라도 헌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SSS급 탱커가 교황이라니.
단순히 교황이라는 말에 놀란 것이 아니라 요한 6세의 나이에 놀란 것이었다. 요한 6세는 올해 82세다. 100세 시대에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라고 하지만 방패를 잡고 전장을 종횡무진하기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허어, 이것 참.”
-어떻게 할까요?
고민이다.
SSS급 탱커가 나타났다는 것은 좋은 일임이 분명하였지만, 그 신분이 노출되었을 때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그냥 거절하는 편이 나았다.
“거절하세요.”
-정말인가요? SSS급 탱커입니다. 전 세계에서 SSS급 탱커는 정말 드물어요.
“알아요. 그래도 교황을 쓸 수는 없습니다. 무슨 노인 학대도 아니고요.”
-후우. 알겠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
강소라는 아쉽다는 말투였다.
그러기도 할 것이다.
SSS급 탱커가 있으면 보스 레이드는 훨씬 수월해진다.
그건 아군의 희생 확률이 줄어든다는 말이나 진배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교황을 고용할 수는 없었다.
전화를 끊자 세실리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괜찮겠느냐?”
“뭐가?”
“무려 SSS급 탱커다. 앞으로 다시없을 기회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안 돼. 80세가 넘은 노인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지.”
“80세 이상의 고령이라……. 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쉽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
“사실은 나도 그래. 아쉽기는 하거든.”
나는 씁쓸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교황의 나이가 20년만 젊었어도 그대로 고용을 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워낙에 많아 급사할 확률이 높았다.
미지의 탑에 교황을 데려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영국에서 한국까지는 하루 정도 걸렸다. 모터를 하나 더 달자 무역선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 덕분에 하루면 족했다.
오는 길에는 세실리아도 함께였다.
인천부두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영국까지 균열이 일어났다면 전 세계 곳곳에 균열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이나 진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이한진 대통령과 군인들, 시민들까지 모여 있었다. 모두 내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내가 육지를 밟자 이한진 대통령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영국에서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말입니다.”
“후우.”
나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확실히 영국에서 벌어진 일은 심각한 일이었다.
내 표정이 밝지 않자 사람들의 표정도 덩달아서 어두워졌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각하께서 이야기를 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걸로는 좀 모자랄 것 같습니다.”
“방벽을 세울 겁니다. 2차 웨이브에 대비를 해야지요.”
“2차 웨이브는 막을 수 있습니까?”
“아마도요?”
나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카이너스가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지금의 상황을 마치 게임처럼 이용하려 든다면 막을 수도 있었다.
카이너스는 유저처럼 몬스터를 지구로 밀어 넣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끼리 치고받는 것을 보며 기뻐할 것이 뻔했다.
이건 천 년 동안 카이너스의 노예로 살아왔던 나이기에 짐작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3차, 4차 웨이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2차 웨이브에 카이너스가 올 수도 있다. 이건 순전히 카이너스의 마음이었다.
“그럼 막을 수 있다고 발표를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못 막으면요?”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못 막으면 끝장이잖습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이한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못 막으면 세계는 끝장이 난다. 그럴 바에는 나를 구심점으로 뭉치게 하여 웨이브를 막고 보는 것이 나았다.
애초에 못 막는다고 이야기를 해 버리면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 이번에는 대규모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인데 인류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나는 발표를 대통령에게 맡겼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곤욕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은 뒤편으로 이동했다.
시민들이 모두 물러갈 때까지 회사에서 차라도 마시려고 했던 것이다.
그때, 내게 마르엔과 성기사들이 다가왔다. 그 가운데 한 노인이 갑주와 방패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좋지 않은 느낌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나 다를까, 내 느낌은 적중했다.
“신의 아들을 배알하옵니다!”
마르엔을 필두로 성기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거기에 요한 6세도 함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교황이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이거 곤란한데…….”
이 상황은 가히 난장판이라 할 수 있었다.
바깥에서는 대통령이 균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대통령은 식은땀을 빼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성기사들과 마르엔, 교황까지 나서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었다.
나는 교황을 바라보았다.
“먼저 확실하게 해 둘 일이 있습니다.”
“하명하십시오.”
교황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매우 정정한 모습이다. 정정하다 못해서 노익장과 같은 풍모가 흐른다.
“저는 신의 아들이 아닙니다.”
“신분을 감추시고 싶다면 이해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니까요?”
“이해합니다.”
“앵무새인가요? 왜 그렇게 했던 말을 또 해요.”
“저는 그저 명에 따를 뿐입니다.”
이 정도면 착각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필이면 교황이라니.
게다가 이런 노인이라면 함께 레이드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