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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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라난 보육원의 원장님은 좋은 말로도 나쁜 말로도 무심한 사람이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그것을 두고 투덜거렸다.
-너무 대충대충이야. 우리 생일 다 1월 1일이잖아?
-생일파티 여러번 하기 귀찮다는 거지.
-내 이름도 이게 뭐야, 대체. 김맹자라니.
-야, 너희는 김씨가 붙어도 자연스럽기라도 붙었지 나는 김한비자라고…. 그냥 한비자라고 하던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탑에 들어온 뒤로도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을 만나고, 검제를 만나고, 스승님을 만나고, 라비엘을 만나고, 여럿을 만난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원장님은 왜 그러시나요?
그분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지 몰라도, 당신께서 우리를 과하게 사랑하시는 걸 언제나 염려하고 경계하는 것 같았다.
-원장님은 저희를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나는 중학교 교복을 물려받던 날에 원장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원장님은 내게 질문을 받고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하루만 기다려주렴] 하고 말했다. 뭔가 진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원장님은 항상 [하루만 기다려주렴 ]이라고 유예를 두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어제 네가 물었지. 왜 조금 더 너희를 사랑해주지 않느냐고.
-네….
하루가 지나는 동안 나는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좀 죄송스러워졌다. 하지만 원장님은 내 죄송한 마음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하루 동안 정리하신 얘기를 또박또박 말씀했다.
-공자야. 사람은 있어 보이려는 척을 하기 쉬워.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그거야. 똑똑한 척, 강한 척, 다정한 척, 무언가를 정말로 아는 척…. 너도 친구들한테 그러잖니? 너희한테 성현들 이름을 붙여준 나도 그렇고. 어른들도 다 그래.
원장님이 마른 세수를 했다.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 이 가면을 굳이 없앨 필요는 없어. 하지만 너무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부턴가 네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 잊어버리게 돼. 그게 취한다는 거야.
원장님은 주의 깊게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내가 얘기를 쫓아오고 있는지 탐색하는 눈빛이었다.
-한 번 상상해보렴. 만약 내가 너희 앞에서 짜증을 내면, 너희는 뭐라고 생각할까?
-어, 오늘 원장님이 스트레스 쌓인 날이구나…?
-응. 바로 그거야.
원장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 내가 가끔 그러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그러셨다.
-아무튼 중요한건, 내가 가끔이나마 너희한테 짜증을 내는 사람이고, 너희가 그걸 아주 잘 안다는 거란다. 알겠니? 나는 그런 사람이고. 너희는 나를 알아.
하지만, 하고 원장님이 말했다.
-만일 내가 언제나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너희한테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고, [너희가 내 인생의 보람이다]라고 웃고, [너희보다 아끼는 건 없다]고 껴안아주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만약에 내가, 그런 사람인데, 1년에 1번 정도 너희한테 짜증을 내버리면 어떻게 될까.
원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너희는 이렇게 생각하게 돼. [왜 원장님이 우리한테 화낼까?] 이해를 못하게 된단다. 왜냐면 너희는, 내가 너희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원장님은 우리를 가장 사랑하신다면서 왜 화를 낼까?]-…….
-너희는 아직 어려. 그래서 결국에 제일 쉬운 대답밖에 못 떠올려. [아,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보구나]라고.
원장님은 아주 약간 몸서리를 쳤다.
-내가 1년에 1번만 짜증을 낸다고 해도, 공자야. 봐. 10년이 쌓이면 10번이야. 너희가 10번 중에서 절반만 기억해도 5번이지. 그리고 5번의 기억은, 한 사람의 인격을 결정 짓는 데 충분하고도 넘친단다.
그리고 원장님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지 마렴.
원장님이 중얼거렸다.
-나를 스트레스 잘 받고 짜증 잘 내는 인간으로 기억하렴. 생일 파티 열어주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사람으로 떠올리렴. 그게 진실이야. 너희 탓을 하지 마. 너희는 잘못하지 않았어. 나같은 녀석으로 인해 비틀어지지 마.
-…….
-너희는 강해질 수 있단다. 되도록 강한 사람이 되어주려므나.
원장실에는 프린터기로 복사한 A4 용지가 벽에 붙어 있었다. 원장님 책상 바로 맞은편에 걸려 있었는데, 그런 것은 곧잘 배경으로 여겨진다. 벽지의 무늬나 장판의 결과 같이 늘 거기에 있는 물건인 것이다.
그러나 그날 나는 유독 A4 용지를 힐끗 훔쳐보았다.
+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 · 가족 · 집단 · 조직 · 지역사회 · 전체사회와 함께한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나는 사회복지사의 윤리강령을 준수함으로써,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춘 사회복지사로서 헌신한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명예를 걸고 이를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
나는 원장님을 쳐다봤다.
-…….
원장님은 고민에 잠기신 듯 묵묵히 허공을 보았다.
검은색 눈.
그 눈동자가 내 기억에 남아 있다.
2.
“미안해요. 라비엘. 오늘은 같이 하교하지 못하겠어요.”
나는 교문으로 나와 말했다.
“음.”
라비엘은 나를 바라봤다. 라비엘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내 손이 있었다. 내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도 잡혀 있었다.
“…….”
살천성의 손이었다.
살천성은, 내게 손이 잡힌 채 여기까지 끌려왔다. 왜 손을 잡냐느니 어디로 끌고 가느냐느니 묻지 않았다.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내 남친은 가끔 기이한 행동력을 보여주지. 가히 불가사의에 가까울 정도의 행동력 말이다. 나는 남친의 그런 면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라비엘이 중얼거렸다.
“마음대로 해라. 마음에 따라 해라. 혹여 내가 도울 일은 없는가?”
“아직은요. 하지만, 생기면 바로 말할게요.”
“믿고 있겠다. 언제나.”
라비엘은 내 이마에 키스했다. 그리고 주저 없이 등을 돌려 리무진을 탔다. 리무진은 제국의 시종장을 닮은 집사가 운전하여, 길 저편으로 사라졌다.
“자아, 그럼.”
나는 살천성을 돌아보았다.
“갑시다.”
“……어디로요?”
“당신 집으로요.”
“…….”
살천성이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진저리를 치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확고했다. 먼저 살천성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사과부터 드릴 작정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실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물론 사과한다고 해서 이 [트라우마]가 끝날 리 없다. 해소될 리 없다.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아마도 트라우마 자체가 해결되어야 할 스테이지처럼 변한 것 같았다.
‘일단은 할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트라우마를 해결하려는 내 시도는 처음부터 좌절되었다.
“……여기예요.”
살천성이 안내한 [집]을 보고 나는 말을 잃었다.
그곳은 쓰레기장이었다.
산자락 아래.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우거진 곳에 빈 공터가 있었다. 그 공터가 이 도시의 작은 쓰레기통이었다. 도시민들이 버린 페트병, 더러운 스티로폼, 종이뭉치 따위가 너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판자집이 있었다.
[■■은 쓰레기장에서 산다. 실내화도 교복도 전부 재활용해서 쓴다. 유일하게 재활용 안 되는 쓰레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다.]머리가 지끈거렸다.
단순히 악의로 뒤범벅이 된 문자라고 생각했는데.
개자식들.
“부모님은요? 일을 하십니까?”
그 판자집은 안식처가 아니라 도피처였다. 벽이 지붕까지 닿지 못해서 빈틈이 숭숭 뚫렸다. 지붕에는 회색 비닐이 덮여 있었다.
“아버지는 폐품을 모아서 팔아요.”
판자집 근처를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자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판자집을 에워싼 플라스틱은, 주변의 다른 쓰레기들과 달리 라벨이 뜯어져 있었다.
깨끗했다.
그 탓인지 판자집은 하얀 플라스틱 모래사장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없어요.”
“…….”
그래.
“■■이 친구니?”
두 시간을 기다리자 살천성의 아버지가 귀가했다. 가난한 남자였다. 하지만 가난보다도 삶에 짓눌린 사람이었다. 나는 보자마자 그것을 알았다.
자그마한 단칸방.
가끔 거울을 보았을 때 내가 그러했다.
“아니요. 친구가 아닙니다.”
“음…?”
노인이 미간을 좁혔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사람치고 너무도 늙어 보였다.
그는, [천마실록]에서 내가 트라우마로 엿본 뱃사공 노인의 얼굴을 닮았다.
“저는 이 아이를 때리고 괴롭힌 사람입니다.”
“으음…?”
노인이 멍하게 눈을 껌뻑거렸다.
“…….”
나는 노인과 대화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깨달았다.
‘늦었다.’
이미 늦은 것이다.
눈앞의 노인은 이미 닳아 마음을 태울 심지가 없었다. 단칸방에 살던 시절의 나와는 달리. 그것이 그 시절의 나와 이 남자의 차이였다.
그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 증거가 있습니다. 휴대폰을 보시면 문자들이 와 있어요. 이걸 보시면…….”
확실한 건 단 한 가지.
이 남자에겐 살천성을 책임져줄 힘이 없다.
“으음.”
나는 당장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줬다. 자식이 견디고 있는 지옥의 광경을 보고, 껌뻑, 껌뻑, 노인은 눈을 감았다.
“그랬구나….”
노인은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뿐.
내 말이 끝나자 노인의 맞장구도 멈췄다. 마치 얘깃거리가 다 끝나버린 것 같은 분위기였다. 노인은 단지 내가 더 할 말이 없는지 기다렸고, 없으면 없는 대로 기다렸다.
그는 내게 할 말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음.’
나는 살천성의 기색을 살폈다. 살천성은 아비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방금 오간 대화에 어떤 충격이나 모욕을 느낀 얼굴도 아니었다. 무표정. 살천성은 조용히 바닥에 앉아 있었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흘러간다는 듯.
‘그래.’
그런 것이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나는 일어서서 노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아버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당분간 제가 자녀 분과 같이 있고 싶습니다. 저희 집에 초대하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러렴….”
노인은 내 말을 이해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무력(無刀)했다. 하지만 나는 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천성을 위해서라도 몇 번이고 설명했다.
“조금 저희 집에서 길게 머무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주일, 한 달. 어쩌면 그거보다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주말, 토요일 저녁마다 제가 찾아뵈어서 자녀 분이 어떻게 지내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님. 괜찮겠습니까?”
“그래. 그러렴.”
좋아.
나는 살천성을 돌아봤다.
“갑시다.”
“…….”
“챙길 거 챙기세요. 아버님께 말씀드린 것처럼 한동안은 저희 집에서 머물지도 모릅니다.”
살천성이 물끄러미 나를 올려보았다.
“지금 뭐 하자는 건데?”
살천성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존댓말이 아니었다.
“부잣집 아가씨랑 결혼하려니까 이제 과거 세탁하려고? 나중에 문제 생길까 봐? 똑똑하다.”
심장이 욱씬거렸다.
“아니면 이것도 새로 만든 놀이야? 놀고 싶으면 그냥 놀고 싶다고 말해. 무슨 놀이인지 말하라고. 귀찮게 이러지 말고. 또 놀아줄 테니까. 밤에 학교 운동장으로 갈까?”
살천성의 목소리는 무뚝뚝했다. 굴곡이 일절 없었다. 그것이 스스로 추락사를 선택한 인간이 하루 전날에 가진 목소리였다.
“미안합니다.”
“미쳤어? 미쳤구나. 김공자.”
“저한테 하루만 시간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제발 하루만 더 견뎌주세요.”
“…….”
나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하루 중 하나였지만, 눈앞의 사람에겐 마지막 하루였다.
나는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소망하고 기원하는 것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알아서 해……. 네 마음대로.”
살천성이 지친 듯 중얼거렸다.
나는 살천성의 손목을 잡아 [집]으로 향했다. 모르는 길을 더듬기 위해, 학교를 거쳐서 가야만 했다. 노을이 다 지고 하늘이 어둑해져서야 우리는 주택가에 도착했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20분 안에요. 그동안 기다려주시겠어요?”
“마음대로 하라니까….”
나는 살천성을 길가에 두고, 먼저 집으로 향했다.
“오.”
마당에 배후령이 나와 있었다. 홀로 밤하늘을 구경하고 있었는지 배후령은 위스키잔을 들었다.
“왔냐, 아들? 오늘은 좀 늦었구만. 크흐. 설마 여친 생겼다고 노느라 늦은 건 아니겠지? 미리 말해두지만 고등학교부터 졸업하고 나서 진지하게 사귀어라. 사람 사이란 게 과속 페달을 밟아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검제. 나의 파트너.
내게 앞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
이 세계에서 나의,
“아버지.”
“……엉?”
배후령이 눈을 깜빡거렸다.
“어라, 이상하다? 뭐지? 네놈한테 아버지라고 불리니까 좀 이상한데. 좀 이상한 게 아니라 많이 어색한데…. 막 닭살이 올라서 까무라칠 거 같은 어색함이야. 이거. 어허, 알딸딸하게 취해서 그런가?”
“아버지.”
나는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당신이 저를 이렇게 키웠을 리 없어요.”
“뭐?”
“제가 아는 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무서운 사람이고요. 자기밖에 모르는 싸이코패스처럼 보이지만, 좀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최소한 자기가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선 확실하게 끝장을 봅니다.”
배후령이 눈썹을 짱그렸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아들?”
“당신이 아버지라면, 내가 불량배로 자라날 리 없습니다. 길을 엇나갈 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아예 엇나가기 전에, 당신은 쥐어패서라도. 반쯤 죽여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저를 되돌려놓을 겁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하물며, 제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데… 자살까지 몰아넣었는데. 그걸.”
『그거 갖고 뭐라고 난리치는 놈들 많다던데 신경쓰지 마라.』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것들이 손가락만 살아 갖고 난리질이야.』
『에잉. 그런 놈들은 손가락을 다 잘라버려야 하는데.』
“그걸, 그렇게 말할 리가 없어요. 당신은 단순히 그럴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에요. 당신은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맹세하는 사람입니다.”
“…….”
“나는 당신이 제일 경멸하는 부류의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을, 당신이 [아들]이라며 다정하게 부를 리 없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에요. 이건, 불가능한 세계입니다.”
밤하늘에 정적이 가라앉았다.
벌레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는 마당에서, 나는 배후령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검제가 아닙니다.”
“…….”
“꺼져버려. 내 눈앞에서, 당장.”
그 순간.
-■■■■■.
배후령의 몸이 허물어졌다.
피부가 흘러내렸다. 뼈가 녹아내렸다. 피륙을 이루는 것들이 모두 증발했다. 눈을 감았다 뜨면, 그곳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그저 흐물흐물거리는 그림자만이 유령처럼 있었다.
-■■■■, ■■….
나는 그것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것의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다만, 그것이 [내 아버지]가 가진 민낯임을 알았다.
이 세계의 민낯이었다.
“…….”
나는 배후령을 지나쳐서 집에 들어갔다.
“어서 오거라. 공자야.”
거실 소파에, 스승님이 앉아 있었다.
다시는 뵙지 못하리라 생각한 얼굴과 모습으로.
“오늘 학교는 괜찮았는고, 우리 아들?”
스승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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