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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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나는 스승님, 이라는 세 음절을 다 맺지 못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감정이 뒤섞였다. 꼭 심장이 걸레짝이 되어버린 것 같아, 꾹 쥐어짜면 시꺼먼 감정들이 흘러나올 듯했다.
스승 님. 나의 기연(奇緣). 내 스승이 되어주신 모란.
“어머니.”
“…….”
스승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단정하신 당신의 눈매가 흔들렸다. 나는 처음으로 스승님을 어머님이라 불렀고, 스승님은 처음으로 내게 어머님이라 불린 것이다.
“……기이하구나.”
스승님은 몽당연필을 내려놓았다. 원고를 쓰시던 도중이었을까. 거실의 탁자에는 스승님의 손글씨가 적힌 원고지가 널렸다.
“너에게 그리 불린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글이 되지 못한 문장들. 문장이 되지 못한 단어들. 한 편이 되지 못한 엽편 쪼가리, 붉은 원고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아득히 오랜만에 어머니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아니. 오랜만이라는 말도 삿되어… 꼭….”
“사랑합니다, 어머님.”
스승님의 손끝이 멈추었다.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저에게 평생 사랑할 사람이 생겼어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 받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라비엘의 손을 잡고… 누구보다 어머님에게 먼저 소개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
“어머님이라면 분명히 라비엘과 좋은 친구가 되어주셨을 거예요. 저는… 저는 잘 살아 있습니다. 잘 살고 있습니다.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해준 말씀들을 생각하는 날이 많아요.”
스승님.
“다시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스승님은 천천히 일어섰다. 내게 다가왔다. 스승님의 마르고 긴 손가락이 내 눈가를 훔쳤다.
“악몽을 꾸었느냐.”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삶이란 꿈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하여 바뀌는 것은 없노라. 악의를 냉정함이라 바꿔 말한들 악의가 선해지겠느냐. 잘못을 무지라 변명한다 하여 상처가 낫겠느냐? 나의 아들아. 낱말에 속지 마라. 언제나 네 마음을 살펴야 한다. 허황된 단어와 허술한 문장에 네 마음을 맡기지 말거라.”
스승님은 내 어깨를 안아주었다.
“네가 나를 어머님이라 불러도 부르지 아니해도, 나는 너의 마음에 나로 남아 있다. 너 또한 그러하다. 사람이란, 몇 푼의 단어를 외고 몇 줄의 문장을 흘릴 줄 안다 하여 사람인 게 아니다. 사람은 오직 심장에 다른 사람을 담아내는 무게만큼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자그마해서 스승님의 품안에 다 안겼다.
내 입은 몇 번이나 열렸다가 닫혔다.
“어머님이 자식을… 유수하를 저리 키웠을 리 없어요.”
“그래.”
“화가 난다고 해서 주먹질을 부리고, 그런 인간인데… 그런 사람을 저녁 식탁에 부르실 리 없습니다. 집에서 내치셨을 거예요. 내치시기 전에, 교정하셨을 겁니다. 교정하시기 전에, 이미 선한 아이로 기르셨을 거예요.”
“그러하구나.”
“그러니까.”
나는 입을 열었다.
“어머님은… 소백향이 아니에요.”
스승님이 미소를 지었다.
“살아남거라. 공자야. 강하게 살아야 한다.”
미소를 지으신 채로, 허물어졌다.
“…….”
스승님의 얼굴이 흘러내렸다.
미소가 녹아내렸다.
내 어깨를 안아준 손이 지워졌다.
사라지고 난 그곳엔 단지 그림자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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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에겐 얼굴이 없었다. 윤곽이 흐릿했다. 꾸물렁. 거대한 지렁이가 움직이듯 그림자는 거실로 떠났다.
세계가 한 꺼풀 더 벗겨졌다.
저것이 [내 어머니]가 지닌 민낯이었다.
“—욱.”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통에 엎드려 머리를 숙였다. 상실감. 죄책감. 새카만 감정들이 역류하였다.
심장이 구토했다.
“어?”
등 뒤.
화장실 문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 뭐 잘못 먹었냐? 왜 집에 오자마자 토하고 그래? 새끼. 바깥에서 또 허접한 거 주워먹었나 보네. 형님이 딴 건 몰라도 먹을 건 똑바로 챙기라고 했냐 안 했냐?”
유수하였다.
“형님이 등 좀 두들겨주랴?”
“..유수하.”
“얼씨구. 먹은 거 토하면서 뇌수까지 토하셨나. 동생. 말이 짧다?”
나는 화장실 타일에 주저앉아 유수하를 올려봤다. 유수하는 오징어 다리를 질겅거리며 서 있었다.
“개같은 놈아…….”
“뇌수를 토한 게 아니라 아주 쏟아부었군. 야,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 때릴 수도 있지! 어제 뉴스 터져서 형님도 쫄렸어. 엄마랑 아빠한테도 존나 혼났다고. 그래도 한 가족이면 응원해야지. 응? 안 그래?”
“이 미친 새끼야…….”
나는 변기통을 잡은 채 중얼거렸다.
“넌, 씨발, 아주 개같은 놈이야.”
“하?”
“스토커를 때리기만 하면 천사지. 스토커 뒤통수를 후려까서 야산에 파묻은 다음 아예 산불을 질러버릴 새끼가 너란 새끼다.”
“뭐야…. 그건 싸이코잖아. 형님을 그딴 식으로 보고 있었냐?”
“네가 바로 그 싸이코패스라고! 개자식아!”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이돌? 가수? 네가 그런 직업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팬 서비스라곤 쥐뿔도 모르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쌍욕은 기본인데다 디저트로 부모 안부까지 묻는 놈이, 뭔 아이돌을 하고 가수를 해. 웃기지 마.”
“어….”
“게다가 어머니 아버지한테 혼났다고? 막말로 네가 혼난다고 혼나는 놈이냐? 부모님 뺨에 싸다귀 안 날리면 다행이지. 젠장! 빌어먹을…. 유수하는, 너는, 절대로 동생이 토한다고 등짝 두들겨주는 놈이 아니다. 네가 하다못해서. 하다못해 그런 놈이기라도 했으면.”
나는 유수하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안 죽였어.”
“…….”
“안 죽였다고, 개자식아. 안 죽였어. 네가 하다못해서 그 정도라도 되었으면…. 너를 죽이려고 내가….”
너를 안 죽이려고 내가.
“어떤, 정말 어떤 개짓거리를 벌였는데, 정말, 네가.”
가끔씩, 꿈을 꾼다.
『거, 거기 헌터님! 살려주십쇼!』
내가 소리지른다.
『어?』
유수하가 나를 뒤돌아본다.
『늑대들한테 습격받았습니다.』
『아이고 진짜. 아저씨가 이쪽 몬스터들 건드렸어? 오늘 사냥 텄네, 텄어.』
유수하가 쯧 소리를 낸다.
『포, 포션을 좀.』
이라고 내가 말해서,
『아, 다음부턴 조심 좀 해. 씨발. 하루일당도 못 채우게 생겼네.』
유수하가 내게 포션을 준다.
가끔씩, 꿈을 꾼다.
『포션은 주겠는데 목숨값 계산은 하셔야지.』
유수하가 그리 말하고.
『사, 사십 골드로,』
라고 내가 말하는데.
『됐고, 지금 가진 거 다 내놔.』
라고 유수하가 말해서, 가진 걸 다 내놓으니까,
『좋아. 다음부터 조심해, 아저씨.』
유수하가 내게 포션을 준다.
11년 전의 유수하는 아직 그런 녀석이어서, 욕심이 불어터진 새끼지만 그래도 부상당한 약자를 죽이진 않는 녀석이어서, 한 때의 내 영웅을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꿈을 가끔이지만 나는,
나는….
“개같은 새끼야….”
유수하의 흑발이 하늘거렸다.
“꺼져. 네가 있을 곳은 내 그림자다. 이딴 지옥에 주소지 새로 차리고 인성 세탁할 생각이라면 집어치워라.”
그리고 흑발이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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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형]은 망령이 되어 음울한 음색을 흘렸다.그래. 망령(亡證)이다.
유령조차 되지 못하여, 이 트라우마의 세계에서 존재를 망실해버린 혼령들. 나의 기억에서 추출해낸 외양을 잃어버린 그것들은 이제 단순한 그림자에 불과했다.
“…….”
나는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었다.
수돗물이 눈썹에서 뚝뚝 흘렀다.
“오케이.”
망령의 집에 내 중얼거림이 나직이 가라앉았다.
“괜찮아. 할 수 있다. 김공자. 할 수 있어.”
이곳은 내 집이 아니다. 이곳은 내 세계가 아니다.
다만 내가 거두고자 한 목숨이 이 지옥에 갇혀 있을 뿐.
나는 집을 나와서 살천성을 데리고 돌아왔다.
“아…..”
살천성은 망령을 망령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망령들이 내 아비로 보이고 어미로 보이며 친형으로 비추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정반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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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살천성에겐 내 아비와 어미와 친형이 망령처럼 보였을 수 있다. 그에게 이 세계의 인간들이란 망령과 하등 다를 바 없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들이 내는 소리가 살천성에겐 전부 소음에 불과했을 것이다.
“안녕하세….”
“인사하지 마세요.”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예의 차릴 필요 없습니다.”
살천성의 손목을 잡아 방으로 들어갔다. 살천성은 인사를 끝맺지 못하고 내 손에 이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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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까지 유수하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친형이 우리를 뒤따라 왔다. 같이 방에 들어오려 했다. 하지만 나는 친형을 밀쳐서 절대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들어오지 마. 경고한다.”
-■■■?
“한동안 이 아이는 내가 돌볼 거다. 전부 알아서 할 거니까 다른 사람은 간섭하지 않아도 돼. 이 아이가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오지도 말고, 얘기를 걸지도 마. 분명히 말했어.”
문을 닫아서 잠궜다.
-■■. ■■■?
방문 밖으로 망령들이 웅얼거렸다. 나는 무시하고 살천성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살천성은 하교할 때 짊어진 가방을 그대로 맨 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
“가족한테 그렇게 말해도 돼?”
“가족도 가족 나름이지요. 당신에겐 가해자의 가족일 테니.”
“……존댓말 쓰지 마. 이상해. 기분 나쁘고. 진짜, 나중에 얼마나 크게 한 건 벌이려고 이렇게까지 밑밥을 깔아두는 건지 모르겠네.”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어. 일단 눈 좀 붙여라.”
“넌 어디서 자게?”
“아무데서나. 쉬어. 쉬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
“…….”
그 날부터.
나는 한 명 한 명씩, 이 세계의 존재를 지워갔다.
-누구세요? 네? 수하의 동생 분이요…? 동생 분이 왜 저에게…?
친형의 핸드폰을 몰래 써서 아귀와 통화했다.
-응? 아아. 수하한테 얘기는 들었어. 예전에 한 번 보지 않았나? 그런데 웬 일이야? 설마 수하 걔가 남동생 시켜서 대신 사과하려는 건 아니지?
똑같은 수법으로 금사매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나는 한 번의 통화로 아귀와 금사매를 허물어트렸다.
이따금 텔레비전 화면에서 아귀와 금사매였던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비추지 않았다. 시꺼멓게 낙서칠 된 것처럼 그림자가 일렁거릴 뿐이었다.
[트라우마의 구현도가 떨어집니다.]그 때가 되어서야 반응이 왔다.
[트라우마를 구현하기 위한 자료가 손상되었습니다.] [손상된 자료를 당신의 기억에서 추출합니다… 실패.] [자료를 복구할 수 없습니다.]내가 만들어낸 빈틈이 세계에 구멍을 뚫기 시작한 것이다.
[손상된 자료를 원주인의 기억에서 추출합니다… 실패.] [자료를 복구할 수 없습니다.]나는 가속도를 붙여 행동했다.
사마군(四魔君)이 허물어졌다. 불지옥 저택에서 뛰돌던 아이들이 허물어졌다. 내 눈에 밟히는 대로 트라우마의 인물들을 망령으로 만들었다.
그 때마다 트라우마의 세계는 조금씩 무너졌다.
“음? 별일일세. 공자 네가 교무실에 다 오고.”
담임 선생인 독사도.
“고, 공자 학생? 왜 빈 교실에 저를 혼자 불렀나요? 힉. 선생과 학생은 원칙적으로 연애 불가인데, 교, 교칙을 어길 수는…!”
수학 선생인 약제사도.
“면담을 신청했다고 들었다만. 자네는 여러모로 특이한 학생이니, 학생회장의 부탁을 들어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교장 선생인 검성도.
한 명씩 .
[트라우마의 구현도가 떨어집니다.] [자료를 복구할 수 없습니다.]보름이 지났을 무렵.
학교에는 이미 대부분의 학생과 선생이 망령으로 변했다.
학교만 이상해진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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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어느 채널을 틀어도 아나운서 자리에 망령이 자리했다. 방송에 나온 출연자도 그림자의 얼굴로 그림자의 묵음을 중얼거릴 뿐이라,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시험 삼아서 전철을 타고 시외로 가려 한 적도 있다.
한동안 시내 풍경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창밖으로 새까만 어둠이 펼쳐졌다. 어두운 영역에 이르자 전철은 사라져버렸다.
[트라우마의 구현도가 떨어집니다.] [즈라쿠아에 자료를 요청… 실패. 거부됩니다.] [자료를 복구할 수 없습니다.]망가진 세계.
실패해버린 흉물.
“……공자여. 상담할 게 있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성기사가 다가왔다.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긴장한 낯빛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교실에서 말할 수는 없다. 아니, 말하기 싫다에 가깝군.”
성기사가 고개를 돌려 뒤쪽을 힐끗거렸다.
-■■■! ■■ ■■■■.
그곳엔 이미 망령으로 변해버린 누군가가 책상에 앉아 있었다. 백작이었다. 백작은 이틀 전에 나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림자로 허물어졌다. 친구의 그런 모습을 힐끗거린 다음에 성기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복도로 나가지.”
우리는 교실 밖 복도로 나왔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이상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아니, 이상한 소리다. 그렇지만 왠지 몰라도 너에게 상담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망령들이 오가는 복도 한가운데.
성기사는 몹시 긴장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
“뭐가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하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저번 주말에, 가족들과 시외로 나들이를 간 적이 있다. 가려고 했다. 아침부터 도시락을 준비했지. 그런데 눈을 깜빡이고 나니 저녁이 되었다.”
성기사가 어깨를 작게 떨었다.
“처음엔 기억상실증을 의심했다. 그런데, 가족들은 오늘 나들이가 정말 괜찮았다며 식탁에서 떠든 것이다. 나는 아무런 기억이 없고 나들이에서 뭘 했는지 기억도 할 수 없는데….”
성기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정말로 한 줌의 학생을 제외하면, 교실에도, 복도에도, 운동장에도, 검은색으로 흐물거리는 망령밖에 없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잘못되었다. 어쩌면 이상해진 건 나일지도 모르겠군. 미안하다, 김공자. 얌전히 정신과에 예약을 걸겠다. 상담을 받고 나면 나을지도 몰라.”
“교실 맨 뒷자리.”
나는 입을 열었다.
“창가에 앉은 학생. 기억하세요?”
“으음…?”
성기사가 눈썹을 찡그렸다.
“알다마다. 같은 반 친구 아닌가. 아마도 이름이 ■■이었지.”
“그 친구가 이런 문자들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나는 살천성의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
“미리 말해두지만 조작한 거 아닙니다.”
문자들을 읽어나갈수록 성기사의 얼굴이 하얘졌다.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충격도 잠시여서, 성기사는 곧 분노한 목소리를 터트렸다.
“무슨. 이런 짓거리를… 아니, 그 아이가 이런 문자를 보낼 리가. 말도 안 된다! 이건 절대로 장난이라고 넘어가줄 수준이 아니야!”
“화나세요?”
“당연하다! 아이들이라 해서 봐줄 게 있고 봐주지 못할 게 있다. 상처는, 어른이 입든 아이가 입든 똑같이 상처다. 심지어 아이가 입은 상처는 더 지독하다!”
“이제 어쩌실 생각이에요?”
“물증을 확보한 것 아닌가.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내가 잘 알아. 학교에 고발해봤자 증거품을 빼앗기고 친구들끼리 잘 해결하라고 어르기 일쑤다. 단순히 우리 두 사람이 경찰서에 가봤자 문제도 안 될 테니, 되도록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단체로……!”
“그래요.”
성기사.
“당신은 그런 사람이지요.”
조금이라도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자.
“당신 같은 사람이 교실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뭐?”
“당신이 이런 짓거리를 방관할 리 없으니까. 가만히 놔둘 리 없고, 눈치 채지 못할 리도 없으니까. 저 넓은 교실에 당신 같은 사람이 단 한 명조차 없었으니까.”
나는 핸드폰을 덮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
“괜찮아요. 사라져주세요. 나머지 뒷일은, 전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
-■■, ■■ ■ ■■■.
얼굴 없는 망령이 너울거리고 있다.
“…….”
천천히.
나는 복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 ■■■?
-■■ ■. ■■ ■■■.
학생들은 오가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잡담을 떠들었다. 재밌다는 듯 웃었고, 재미가 없어도 웃었다. 청춘의 한 계절을 서로 나누어 가졌다. 선생이 지나가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것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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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목소리는 소음에 불과했다.
낱말은 문장을 이루지 못했으며, 문장은 글이 되려다 실패했다.
층계에는 해맑은 표어가 붙어 있었다.
[■■■ ■■■♪] [■■■ ■■■♪] [■■■ ■■■■♪]그것이.
살천성의 세계였다.
13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