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165)
고블린들이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 특성은 비단 [혈화]만이 아니다.
‘산와족 아래서 꽤 오랫동안 신음한 탓이겠지.’
나는 두 번째로 손봐야 할 특성을 떠올렸다.
+
[탐욕갑]랭크: B
효과: 지정족은 탐욕이 넘쳐 흐릅니다. 자신들이 못 생기고 추하다는 자괴심 때문일까요? 지정족은 자기 스스로 인정받기보단 자신이 가진 소유물로 인정받으려 합니다. ‘케륵! 나는 따뜻한 진흙을 발랐다!’ ‘케르륵! 나는 시냇물 위쪽의 명품 진흙으로 온몸을 도배했다!’
더욱 잘난 것에 대한 욕망.
더욱 멋진 것에 대한 열망.
지정족들의 심장에서는 열등감과 자괴심, 인정욕구가 뒤섞여 막강한 탐욕을 이룹니다. 어쩌면 지정족은 반짝거리는 보물을 탐하게 될 지 모릅니다. 어쩌면 노예들을 잡아다가 누구의 노예가 더 예쁜지 자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정족은 탐욕스러우며, 이 탐욕에 지정족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들의 ‘탐욕’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단, 역사의 전개에 따라 이 특성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위험! 오랜 억압에 따라 지정족은 욕망에 초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탐내봤자 어차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체념한 것입니다. ‘욕망의 달성’을 경험하는 데 계속해서 실패할 경우, 탐욕갑은 실전됩니다.
+
‘흐음.’
탐욕이란 곧 욕망. 뭔가에 욕심을 부리는 것. 탐욕, 욕망, 욕심, 이런 낱말들이 비록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긴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매사에 초연한 것보다야 낫죠.’
-뭐, 그건 내 생각도 그래.
배후령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욕망이란 건 흐름이야. 강물이지. 댐을 쌓아 억지로 틀어막으면 쌓여서 범람하고, 아예 넘치지 못하게 뚜껑을 덮어버리면 고여서 썩어. 썩은 물이 어디로 가겠냐? 땅밑으로 기어들어서 지반을 좀먹는다.
배후령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물길이란 풀어줘야 해. 어차피 풀어줄 거면 크게 풀어줘야지! 하나의 방향이 되어 흐르도록 말이다. 나는 그게 삶의 방향이라고 보는 사람이야.
‘이 제자의 의견도 대동소이합니다. 선생님.’
-야, 야, 누가 네 선생이냐? 난 네놈처럼 무식하게 가르치는 제자놈을 둔 적 없어.
‘올챙이가 헤엄치는 법을 뭐 보고 배우겠습니까. 개구리 보고 배우지. 검제 씨. 댁이 나의 개구리고 내가 그대의 올챙이입니다.’
-미친 새끼…..
우리는 사제지간의 우애를 과시하며 나란히 궁리했다.
‘자아. 어떡해야 [탐욕갑]을 되도록 멋진 방향으로 이끌까.’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대답을 찾기도 전에, 배후령이 해답을 알려주기도 전에, 다른 누군가가 정답을 물고 가져온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누군가들’이었다.
-케케륵케르!
귀향길에 나선 지 3주일째.
행렬의 뒤편에서 고블린들이 소란을 떨었다. 나를 느릿하게 따라오던 애들이 갑자기 다급해져서 앞쪽으로 도망쳐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머리를 돌렸더니, 마침 고르케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뒤쪽에서 병사들이 보인다! 케르!
‘병사?’
나는 눈에 오러를 집중하여 멀리 지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먼지 구름. 날씨도 청명한데 웬 먼지가 모락모락 났다. 자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짐승이 떼거리를 지어 몰려다닐 때 피어오르는 먼지였다.
조금 더 시력을 강화했다.
‘음.’
무려 수백 마리에 이르는 개.
사냥개들이 헥헥거리며 평야를 질주했다.
아무리 개가 무리 동물에 속한다지만 수백 마리는 저절로 모일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걸 증명하듯 사냥개들은 허리에 뭔가를 태우고 있었다.
-산와족이다!
달팽이들이 사냥개에 찰싹 들러붙어 있었다.
-산와족이 추격해왔다! 케륵! 전투대형! 전투대형!
-꼬맹이들은 중앙으로! 밟히지 않게 조심해라!
기마병.
아니, 기견병(驗犬兵)이 달려오고 있었다.
5.
산와족 기견병은 재빨랐다.
-라임!
-강변으로 몰아넣어! 거리를 유지해!
고블린들이 전투대형을 이룬 것을 보자마자, 산와족들은 돌격을 포기했다. 대신 사냥감을 몰아세우듯 천천히 조였다. 아군의 허술한 대열을 살짝 건드리면서, 고블린들이 저절로 뒷걸음질치게 만든 것이다.
-케르륵…!
-대열을 무너트리면 안 된다! 양옆이랑 발을 맞춰라!
고블린들은 숫자에서 앞섰지만 그 중엔 노인과 어린아이가 많았다. 노약자를 감싸는 진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들은 방어로 일관했으며, 산와족은 기동력을 바탕으로 공격권을 가져갔다. 산와족 기견병들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우리를 강변으로 몰아넣었다.
‘제법인데요.’
나는 선두에서 고블린들을 지키면서 생각했다.
‘슬라임폴리스에서 맥없이 무너져서 군사력은 별볼일없나 싶었는데.’
-군사를 부릴 줄 몰랐으면 여섯 종족을 지배하는 게 불가능했겠지. 거기 동굴에서 당한 건 노예들이 죄다 동시에 들고 일어서서 그런거 아냐?
‘하긴 그렇겠죠. 각이 잡혀 있네요.’
나는 11층, [아이김 제국]의 항구 전투를 겪으면서 몇 번 병사들의 선두에 서봤다. 아주 문외한은 아닌 셈이다.
그런 내 눈에도 산와족의 지휘는 능수능란했다.
-부우우우.
산와족들은 달팽이 나팔을 불어 진군의 속도를 조절했다. 때로는 당장 달려들 것처럼 빠르게 진격했고, 때로는 서서히 에둘러서 압박했다.
-라임!
포위망이 완성되자 지휘관으로 보이는 산와족이 다가왔다.
장군은 다른 견기병들보다 훨씬 거대한 사냥개를 능숙하게 탔다. 산와족의 점액질이 점착제 역할을 해주는 걸까? 기마병이랑 다르게 안장이나 등자는 없었다.
-땅거지 곰팡이 자식들한테 고하마!
장군 달팽이가 목청을 높였다.
-이미 너희의 ‘노예 반란’은 토벌당했다! 슬라임폴리스는 패배를 딛고 일어섰다. 우리 위대한 제국의 열두 도시가 대군을 결성하여 잔당을 추격하고 있다. 이것이 그 증거다!
장군이 달팽이 껍질에 촉수를 집어넣었다. 둥그런 무언가. 산와족은 그것을 높이 치켜든 다음에 우리를 향해 내던졌다.
귀인족의 머리였다.
장군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수급을 꺼냈다. 새기족, 순인종, 흡혈종, 요정족. 종족별로 하나씩 머리통이 땅에 나뒹굴었다.
-잘 보아라! 라임! 감히 위대한 슬라임 제국에 반기를 든 노예의 말로다! 우리의 분노는 크고도 질기다. 이것들은 우리가 내린 최초의 처벌이 아니며, 최후의 처벌조차 아니다. 곰팡이들아. 너희의 더러운 머리통이 피의 징검다리를 이루길 원치 않는다면 지금 즉시 항복해라!
-케, 케르르.
고블린들이 움츠러들었다.
-벌써 다른 종족들이 토벌당했다고?
-거짓말이다. 그럴 리 없다. 산와족의 세상은 이미 끝났다.
-다시 지옥에 돌아가긴 싫다, 케르….
음.
‘이쪽의 사기士氣를 흔드는군요.’
-어쩔 거냐?
‘저쪽의 사기詐歎를 폭로해야죠.’
나는 앞발을 내디뎠다.
고블린들이 수군거리는 걸 멈추고 내 뒷모습을 쳐다봤다. 산와족과 지정족이 대치한 사이로 평야가 놓였다. 평야 한복판에서 , 나는 묵묵히 산와족의 장군을 노려보았다.
[‘신탁 메세지’를 구입합니다.] [20 종족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현재 당신이 가진 종족 포인트는 50입니다.]미안하구나. 이 세계의 달팽아.
사기치는 데에서는 내가 한수 앞선단다.
나는 신탁을 써서 산와족 장군의 머릿속에 직접 말을 꽂았다.
[백사자가 당신의 거짓을 간파합니다!]움찔!
사냥개의 허리에 당당하게 타 있던 장군이 찌르릇, 촉수를 경련시켰다. 내가 산와족의 생리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놈이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이야기다.
‘정말로 반란군을 다 진압했을 리 없지.’
만일 산와족이 승리를 거두었다면 탑이 메세지로 알려줬을 거다. 반란이 실패했다든지. 다시 노예로 돌아갔다든지.
‘여태껏 아무 알림말도 안 들렸어.’
결론은 자명하다.
산와족 장군은 거짓말로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뭐. 나도 탑 시스템의 수혜를 받아서 간파한 거지만…. 쓸 수 있는 것들은 다써야지.’
나는 짐승의 아가리를 쩍 벌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오러와 함께 사자후를 터트렸다.
“고오오오오-!”
평원에 내 울음소리가 울렸다. 께겡! 사냥개들이 깜짝 놀라서 몸을 비틀었다. 산와족은 접착력이 뛰어나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진 않았으나, 그들도 술렁거렸다.
-고, 곰팡이들의 신….
-거짓 신들이 한꺼번에 강림해서 도시에 재앙을 내렸다더니.
-슬라임폴리스 놈들이 라임께 불경한 짓을 저지른 거다. 머저리들! 라임을 모시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축복을 누리는 것인데.
산와족 입장에서 볼 때 나는 악신(惡神). 그러나 악신도 신이다. 고블린들에게 신이 함께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해버리자, 산와족들은 기세를 잃고 주춤거렸다.
‘좋아.’
나는 여기서 기회를 엿보았다.
지정족의 [탐욕갑]을 되살릴 기회를.
[‘신탁 메세지’를 구입합니다.] [20 종족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현재 당신이 가진 종족 포인트는 30입니다.]31층 클리어, 32층에서의 대탈출, 노예 해방, 혈화 명맥 잇기 등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종족 포인트를 정산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차후를 대비한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설명할 타이밍이 아니다.
‘이걸로 충분해.’
나는 남은 포인트를 탈탈 털어서 신탁을 하나 더 장만했다.
나는 산와족 장군한테 메세지를 보냈다.
[백사자가 명예로운 결투를 제안합니다.]산와족 장군이 흠칫거렸다. 사악한 신이 말을 걸어오는 셈이니 두려울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장군은 반문을 포기하진 않았다.
-라임. 명예로운 결투라면…?
“크르르.”
백문이불여일견.
나는 몸을 돌려서 고블린들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고블린들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면서, 나는 한 명의 고블린 앞에 당도해서 멈추었다.
‘야.’
고르케였다.
‘타.’
-…….
고르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케, 케케륵케르이시여. 나같이 미천한 종자의 앞에 서니 굉장한 영광이다. 아무쪼록 케케륵케르께서 원하시는 대로 행차하시길 빈다.
‘됐고.’
나는 앞발을 굽혀서 타기 좋게 미끄럼틀 자세를 취했다.
‘타라고.’
-케룹!
고르케가 딸꾹질을 했다.
그는 도움을 호소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배, 백사자께서 나한테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정말 이상하다. 너희는 백사자의 뜻이 짐작되냐, 케르?
고블린들이 서로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타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너한테 등을 허락하신 거 같은데.
고르케가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케루룹! 어떻게 우리 같은 신도가 무례하게 백사자의 등에 타겠냐. 신성모독이다! 분명히 다른 뜻, 우리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룩한 뜻이 있을 거다!
나는 뒷발까지 굽혔다.
그리고 꼬리를 들어서 내 허리를 착, 착, 두들겼다.
고블린들은 깊이 심사숙고했다.
-역시 타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타지 않으면 굉장히 화내실 거 같은데….
-백사자의 명령을 어기는 게 오히려 신성모독 아니냐? 고륵?
고르케가 울상을 지었다.
‘짜식.’
나는 마지막 포인트까지 소모해서 고르케한테 친히 신탁을 내려주기로 했다.
[백사자는 얼른 타지 않으면 당신을 조질 것이라고 말합니다.]결국 고르케는 눈물을 흘리며 내 등에 올라탔다.
고르케의 눈물을 보고 주변에선 고르고르, 탄성을 흘렸다.
-봐라! 키루게룹의 손자 고르케가 백사자께 은총을 허락받았다!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물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고르!
-울고 있다! 울 만하다! 자손 대대로 이어질 영광이다!
-부럽다!
고르케는 울음을 더 터트렸다.
-케르르…. 아니다, 오해다…. 케케륵케르는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신님이 아니다…. 신님이라기보단 형님이고, 그것도 아주 나쁜 형님이다….
물론 고르케의 목소리는 소음에 파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진실되지 못한 외침은 언제나 사라지는 법이다.
자신이 흘린 눈물을 누구한테도 이해받지 못한 채, 고르케는 내 등에 실려서 산와족 장군 앞까지 배달당했다.
-……과연.
산와족 장군은 나와 내 허리에 탄 고르케를 노려봤다.
-명예로운 결투란 그런 뜻이냐. 이해했다.
장군이 더듬이를 흔들었다.
-너희 곰팡이들은 슬라임폴리스의 동포를 학살하는 데 끼어들지 않았다고 들었다. 라임. 소금 광산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것이 너희의 운명이지만, 학살에 동참하지 않은 것에는 참작의 여지가 있다.
이 또한 라임의 뜻일지 모른다, 하고 장군이 중얼거렸다.
그는 고개를 휙 돌려서 자신의 군대를 향해 외쳤다.
-더러운 곰팡이와 그 신이 우리에게 결투를 제안했다! 구덩이에서 돌망치나 두들기던 노예 주제에 참으로 우습다! 제군! 곰팡이의 콧대를 꺾어줄 용사가 우리 군에는 없느냐!
-…….
-결투에서 승리를 거둔 용사에겐 나의 더듬이를 걸고 영광스러운 삶을 선물하겠다! 재물! 노예! 명예! 뭐든지 상관없다. 곰팡이의 코를 부러트려라!
산와족 병사들이 술렁거렸다.
잠시 뒤 , 달팽이 한 명이 사냥개를 몰고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라이무! 내가 영광을 차지하겠다!
실로 거대한 사냥개였다.
솔직히 저걸 개라고 부른다는 것이 합법적인지 의문스러웠다. 아무튼 사자만한 크기에 다리가 세 쌍 달린 짐승을 개라고 부르기엔 좀 많이 개같았다.
심지어 많은 것은 그 개의 다리만이 아니었다.
-이 나선 사도류의 전승자가 여기에 섰노라!
다리 많은 개를 탄 산와족 역시 다른 병사보다 촉수가 더 많았다. 네 개나 되는 촉수가 검을 한 자루씩 휘어잡았는데, 촉수들을 흔들 때마다 네 자루의 검이 허공을 할퀴었다. 쉭! 쉭! 현란한 칼질에 산와족들은 모두 감탄사를 흘렸다.
-오오. 귀족 나리다!
-와… 저게 그 무시무시한 나선 사도류….
-라임의 성스러운 축복을 받은 분답다!
얘네도 웃긴 종족일세.
‘혹시 귀족이냐 아니냐를 촉수가 몇 개 달렸는지로 판단하는 걸까요?’
-그런가 봐.
‘되게 이상하네요.’
-그러게. 되게 야하다.
‘네?’
-응?
배후령과 내가 달팽이 문명의 요사스러움에 탄식하고 있자니 어느덧, 나선 사도류의 전승자라는 산와족 병사가 바싹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협곡도시(缺谷都市)를 다스리는 일곱 가문 중 하나, 레카무라임의 일원, 나선 사도류의 전승자! 세임슬람이다! 악신의 하수인! 이름을 대라!
휘황찬란한 자기소개에 고르케는 잔뜩 쫄았다.
-키, 키루게룹의 손자 고르케다….
-사제의 족속이냐!
-케르르. 제사장께선 돌아가셨다.
-귀족이냐!
-우리에겐 귀족이 없다, 케륵….
-천한 노예로군.
산와족 병사가 머리 더듬이를 빙글 꼬았다.
아마도 상대방을 비웃을 때 취하는 제스처 같았다.
-오늘 네놈에게 라임께 사랑받는 자의 위엄을 보여주마! 이랴!
산와족이 사냥개를 이끌고 달려들었다.
네 자루의 칼이 교차하며 차앙, 차앙, 시끄러이 쇳소리를 울렸다. 싸우기 전에 소리에서 기세를 점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런 우스운 장난에 누가 당할까 싶었지만, 내 등에 올라탄 겁쟁이는 잘만 당했다.
-케르! 케르르르!
고르케가 내 갈기를 쥐어잡으며 울부짖었다.
-왜 나냐!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 케륵! 악마다! 역시 난 악마한테 꾀임을 당한 거다!
“크르릉.”
야. 걱정하지 마라.
이 형님을 믿어!
내가 널 영웅으로 만들어주마!
16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