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178)
3.
빛이 인도한 곳은 그 빛만큼이나 순한 곳.
새하얀 속이불을 지평선까지 개켜낸 듯한 장소.
그곳에, 나 말고도 누군가가 벌써 와 있었다.
“오?”
“흐음.”
우리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상대방은 고양이를 닮은 입으로 작게 웃었다.
“어서 오시게, 사왕. 정확히 열흘째로군. 약속을 잘 지키는 젊은이만큼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또 없지.”
탑의 금화를 거머쥔 자. 상련주(商聯主), 백작이었다.
백작은 인도 전통 복장을 입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백작은 밋밋한 단색 사리를 둘렀다. 그 대신이라고 할까? 백작이 들고 있는 부채의 문양만은 화려했다.
“감사합니다. 어, 요정족 아이들은 잘 지내던가요?”
“어휴. 말도 말게나. 얼굴을 못 본 사이에 완전히 뻔뻔해졌어!”
백작이 부채를 부쳤다. 금박 무늬. 아라베스크가 반짝거리며 흔들렸다.
“요정족 아이들이 하도 금전 관념이 없어서 내 돈관리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네. 지들이 요정이든 뭐든 풀 잎데기만 먹고 살 순 없지 않은가? 허어, 그랬더니 이 녀석들, 돈푼 만지는 손맛에 홀딱 빠져선. 이젠 만사를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가지고 판단하더군. 참 말세야!”
“…….”
엘프들 운명도 참 기구하다.
회귀하기 전엔 염제의 지배 아래서 피에 미친 전투종족으로 군림하더니, 이젠 백작의 인도를 받아서 수전노로 진화하다니.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백작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 거 아니에요?”
“어허. 이 사람이 날 뭘로 보고. 나는 그저 돈을 물로 보는 사람이야. 큰 물이지. 빗물이 되어 내려야 하고, 강물이 되어 흘러야 하며, 바닷물이 되어 받아들여야 하네.”
“요컨대 돈을 물 쓰듯이 쓰신다는 말씀이죠.”
“어이쿠. 정답일세. 사왕 앞에선 잘난 척도 못하겠어.”
백작이 부채 너머로 키득거렸다.
“그나저나 다른 놈들은 언제 오려는 겐가? 요즘 사이가 좀 괜찮아졌다고 군기가 빠졌군.”
어라.
“원래 사이 좋으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냥 데면데면했네. 옛날엔 절친이니 의자매니 요란을 떨었지만. 대숙청이 있고 나서부터는 적잖이 삭막해졌지. 자네가오고 나서부터 다시 친해진걸세.”
“헤에.”
“물론 쭉 사이가 좋았던 사람도 있고.”
의자매라.
‘우여곡절이 많구나.’
동료 헌터들과 꽤 사이가 좋아졌다고 자부하긴 해도, 여전히 그들의 과거사에 대해선 어두컴컴했다. 이단심문관. 밤볼리나의 유년시절도 바로 얼마 전에나 들을 수 있었지.
“아. 참.”
이단심문관을 떠올리니 문득 생각났다.
“성기사님이 사귀는 분이 있다던데. 혹시 누군지 아세요?”
“음? 그건 왜 물어보는가?”
“조금 궁금해서요. 성기사님 거의 항상 투구 쓰고 다니잖아요. 사귀는 분이랑 데이트 할 때도 투구를 쓰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마.”
백작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자네는 모르겠지만 성기사 그 양반, 머리카락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쓴다네. 투구를 벗으면 굉장해.”
“어. 그래요?”
“그럼. 햇빛을 머금은 나락처럼 살랑거리지. 애당초 투구를 쓰고 다니는 이유부터가…….”
뿅!
그때였다. 한창 노가리를 까고 있는 와중에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백작과 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미안, 미안! 탑이랑 관련된 일 하다가 좀 늦었어.”
성좌 [신기루를 거니는 공녀]가 베개를 품에 안고 나타났다. 왠지 모르게 바빠 보였다. 공녀는 “후아…”, 하고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어디 보자. 아. 33층까지 클리어했구나. 서로 이야기는 다 나눴어?”
“이야기요? 저희 지금 동료들 기다리고 있는데요.”
“응?”
공녀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왜 기다려? 다른 아이들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 걸.”
“네?”
“아…. 아아. 미안. 이것도 내가 설명이 부족했네. 너무 오랜만에 스테이지 담당을 맡아서 계속 이거저거 까먹어 버린다니까. 정말. 성좌로 타천하면서 내 지능 너무 너프 먹었어. 거의 즈라쿠아에 있는 본체 수준이야….”
무슨 얘기인가?
우리의 멀뚱멀뚱한 눈길을 받으면서 공녀는 얍,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신기루를 거니는 공녀가 33층 스테이지의 탈락자를 공지합니다.]나는 백작을 돌아봤다. 마침 백작도 나를 쳐다본 참이었다. 탈락자라니? 이번 스테이지엔 탈락자 없이 다들 좋게 넘어간 거 아니었나?
공녀가 말했다.
“패권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다시는 패권을 노릴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해버리면 탈락하게 돼. 간단하지? 32층에선 산와족이 그랬고. 이번 33층에선…….”
탑의 목소리가 울렸다.
[33층 스테이지의 탈락자는 백작입니다.]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백작은 입을 떡 벌렸다.
이미 박은 못을 더 세게 내리찍는 것처럼 탑이 공지했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알립니다.] [33층 스테이지의 탈락자는 백작입니다.]“자, 잠깐만! 말도 안 되네!”
백작이 말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머리에서 고양이 귀까지 튀어나왔다.
“왜 내가 탈락한다는 말인가!?”
“으응, 요정족이 패권을 포기했어. 네가 요정족을 맡았으니 자동으로 탈락이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나도 규칙에 따라야 하는 신세라서…. 미안.”
“말이 안 된다는 걸세! 이번 스테이지가 진행되는 내내 요정족은 조용히 있었어! 전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전력을 크게 소모하지도 않았네. 어떻게 탈락할 수 있겠는가!”
“그게 어찌 된 거냐면…. 음. 귀찮아! 직접 봐.”
뾰롱.
역시 웃기는 소리가 울리면서 허공에 영상이 떠올랐다. 설마 이 효과음들도 전부 성좌가 알아서 정하는 건가? 그러면 진짜 골 때린다.
-흐음.
영상 속엔 요정족이 여럿 모여 있었다. 엘프답게 다들 귀가 길쭉했다.
-지정족이 괴물이 되어버렸다.
-전설로 듣긴 했지만 설마 진짜 괴물일 줄이야. 상상 그 이상이로군.
요정족 장로들이 큰 귀를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수군거렸다.
-장군이 책임을 지기 싫어서 거짓말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세상에. 너 혹시 원정군에 간자 심어뒀냐? 매국노 같으니.
-안 심어둔 놈이 바보다. 원정 나간 장군이 갑자기 쳐돌아서 우리한테 검을 들이대면 어쩌냐? 너희들도 다 간자 심어둔 거 안다. 내숭 좀 떨지 마라.
-그건 그렇지.
-맞는 말일세.
-동족이라고 무조건 믿어줄 순 없지. 그러기엔 우리의 믿음이 너무 비싸고, 우리의 존재가 너무 소중하거든.
-이런 깜찍이들. 우리 막사에선 지휘관들이 하라는 전쟁질은 안 하고 간첩질만 신나게 했군. 이래서야 성스러운 원정이든 뭐든 실패하는 것도 당연하다.
음.
뭐랄까.
내가 상상한 엘프들의 고상한 대화와는 거리가 있는데….
-어쩔까? 연합군을 조직하는 데 지금까지 들인 자금이 아깝다.
-산와족들을 노예로 삼아서 본전이라도 찾으려 했건만.
-본전을 따질 때가 아니야. 지정족이 패자로 등극했다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네. 기껏 수백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새기족을 장악했건만, 웬 엉뚱한 놈들이 난장판을 친 거 아닌가. 우리의 대전략에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
나는 당황해서 백작을 봤다.
“상련주…. 설마….”
다종족 연합군 같은 게 저절로 생길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백작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조, 조금 아이들에게 돈질을 가르쳤을 뿐일세.”
“돈질이 아니라 돈지랄이겠죠. 어떻게 가르쳤길래 애들이 흑막으로 자랐습니까…?”
“의도하진 않았어! 내가 말하지 않았나! 애들이 이상하게 커버렸다고. 아니, 그보다 이건 종족 기밀일세. 비밀이란 말이네. 왜 함부로 사왕한테 보여주는 건가!”
백작이 공녀한테 화를 냈다.
이럴 수가.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지정족을 키우는 동안 상련주는 뒤에서 경제 승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 영상을 보지 못했다면 40층을 클리어할 때까지 몰랐을 거다.
‘와. 그러고 보니까 나도 상련주 조언을 듣고 움직였잖아?’
지정족이 다종족 연합군과 충돌하던 시점에, 백작이 나한테 권고했다. [모든 종족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협상해보라]고. 나는 그 조언에 따라 우부르카의 꿈에 들어갔던 거다.
즉.
“백작님 혼자서 교역으로 꿀 빨려고 했군요…. 새기족은 또 언제 어떻게 장악했대요? 귀신 같네.”
“제길. 장악한 게 아니라 상부상조한 것일세. 새기족은 물에서 살아 교역에 쓰는 선박을 만들기 어렵지 않나. 반면에 요정족은 숲에서 살고, 나무를 다루는 데 도사이니….”
“맙소사. 엘프들이 만들어준 배 타고 소금 날라 무역한 거였어요?”
“정확히는 빌려줬지.”
백작이 끄응 신음했다.
“새기족이 모는 교역선은 모두 요정족 소유일세. 한 번 왔다갔다 할 때마다 선박세를 내는 식이지. 그리고 요정족한테 빌려서 쓰는 선박은 전부 요정족이 운영하는 항구에만 정박하도록 되어 있다네….”
“엑. 어떻게 그래요?”
“요정족 산하의 항구에 정박하면 선박세를 30% 할인해주었네. 덤으로 수리 서비스까지 공짜로 곁들였고….”
“와아.”
“그리고 새기족은 물길을 헤엄칠 수 있지만 정작 물의 마을이나 도시까지 소금을 공급할 순 없지. 이걸 요정족이 담당했네.”
“엘프 배를 타고, 엘프 항구를 이용하면, 당연히 엘프 짐마차를 쓰게 되겠죠. 새기족이 열심히 소금을 만들어서 항구까지 운반하면… 중간에서 엘프들이 유통 마진으로 장난치겠네요? 새기족이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엘프들은 공짜로 돈 벌고요?”
“그런 걸세.”
나는 입이 벌어졌다.
그게 뭐야.
겁나 악랄한 상술이잖아.
“상련주, 정말… 진짜…… 진짜네요.”
“원래 돈을 크게 벌려면 플랫폼을 장악해야 한다네!”
백작이 발끈했다.
“난 당연한 진실을 아이들한테 가르쳤을 뿐이야. 뭣보다 지정족을 무식한 근육돼지로 키운 자네한테 그런 눈빛을 받기 싫구먼!”
“아니. 전 애들이 어디 가서 얻어터지지 말라고 강하게 키웠을 뿐입니다. 순수한 마음이란 말입니다.”
“순수가 얼어죽어서 미라로 비틀어졌군. 그럼 본인도 아이들이 어디 가서 뼈빠지게 일하지 말라고 세상의 진리를 살짝 알려줬을 뿐이네!”
“아이가 고생 좀 하고 자라야 바르게 크죠!”
“허. 고생하면 인생이 고생스러울 뿐이지 뭔 개소리인가!”
“상련주 같은 부모 때문에 요즘 애들 심성이 좁은 거예요!”
“사왕 같은 부모 때문에 요새 애들이 마음이 병든 것이야!”
“아 이분 진짜 짠돌이네.”
“그러는 자네야말로 이름값 하는구만.”
“김공자가 뭐 어때서요?”
“이름부터 선비 기질이 충만하지 않은가!”
“이런 미친.”
우리가 투닥거리는 것을 공녀가 평가했다.
“너희 좀 재밌네…. 나도 엄마 생각 나고 막 그런다….”
그렇게 자식 교육의 철학을 두고 논쟁이 오가는 속에서, 홀로그램 영상은 고고히 흘러갔다.
-연합군의 칼날을 이번엔 지정족으로 향하게 할까.
-안 돼. 가성비가 너무 안 좋아. 산와족이야 성지라도 갖고 있었지, 지정족은 가진 게 뭔가? 진흙만 잔뜩 있는 정착지를 먹어서 뭐하게.
-진흙이 피부에 그렇게 좋다던데….
-많이 좋아지시게, 이쁜이. 난 관심없네.
-항복하지.
요정족 장로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백작과 나도 입을 다물었다.
-음?
-항복하자. 싸워서 이길 수 없고, 이겨서 받을 게 없다. 돈을 부어서 얻을 것도 없고, 얻어서 좋을 것도 없어. 뭘 어떻게 해도 밑지는 장사다. 나가리야. 싸게 판 접어야지.
-돌았나? 장사 접자고?
-돗자리를 새로 깔자는 말이다.
엘프 장로가 말했다.
-지정족한테 나라를 바쳐 속국이 된다. 대신 보호를 요청하지.
-속국?
-보호?
-우리가 보유한 선박과 항구들은 모두 지정족의 산하에 들어가는 걸세. 온 대륙이 지정족한테 쫄아 있다. 지정족의 깃발을 내걸고 항해하고 무역하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해질 거다. 제일 먼저 속국을 자청해서 이뻐할 테고, 이뻐하는 만큼 우리를 신뢰하겠지. 거의 공짜로 지정족의 이름과 무력을 쓸 수 있어. 호가호위라네.
장로들이 고민에 잠겼다.
-알아서 대가리를 박자는 소리인가….
-어차피 박을 대가리라면 싸게 박을수록 비싸지는 법이야.
-자존심이 좀 상하는군.
-상한 만큼 돌려 받으면 그만일세. 어차피 돈만 벌면 되지 않은가?
-그건 맞는 말이지.
-매년 지정족한테 조공을 바친다. 수익에서 10%를 떼어준다고 하면 흐뭇해할 거다.
-10%나? 너무 쎄지 않나?
-사실은 1%만 바치면서 10%라고 구라를 치면 된다. 괜찮다. 우리 종족 중에 이중장부도 못 다루는 얼간이는 없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
살면서 엘프가 이중장부를 쓴다는 얘긴 들어본 적도 없지만, 쟤네한테는 당연한 상식인 거 같았다.
장로들이 간단히 말했다.
-그래. 항복하지.
-까짓거 속국이 되는 것뿐이네.
-지정족들은 뭘 좋아하지? 흙? 사금 먹은 흙을 갖다 바치면 좋아하려나.
-무슨 명분으로 항복하면 그럴싸할까.
-간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얘들이 아주 무식하다. 대충 당신의 멋진 근육에 반하였고, 당신들의 근육이 울끈불끈거리는 땅에서 저희도 빌붙어 살고 싶습니다, 보십쇼 저희가 돈이나 좀 있지 어디 근육이 있습니까, 하고 애처롭게 씨불이면 먹힐 걸세.
-정말인가? 아무렴 그렇게 무식할까?
-그런 무식한 종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네만, 그들이 무식할수록 우리가 빨대 꽂기 쉬워질 테니 그냥 하늘에 감사를 드립세.
-감사합니다. 위대한 고양이여.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호신의 보살핌 아래 호구들을 뜯어먹습니다.
-오늘처럼 내일도 공짜로 돈을 벌게 하시읍고 노동자들한테 빨대를 길이 꼽게 하소서. 선박세, 토지세, 물류세, 유통세, 창고세, 온갖 이름으로 모든 꿀을 빨게 하소서. 감사합니다.
장로들이 허공에 뭔가 문양을 그렸다. 요정족만의 성호인 모양이다. 한날한시에 머리를 조아리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성스럽기까지 했다.
“…….”
나는 침묵했다.
“…….”
과연 백작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응. 그래서 얘네들, 항복했어.”
공녀는 방긋 웃었다.
“얘네는 진짜 패권에 아무런 관심이 없더라. 돈만 벌면 행복하대. 진심으로. 지정족한테 영원히 기생해서 꿀 빨겠다는데… 음. 자발적으로 패권을 포기한 경우라서 탈락 처리했어. 질문 있니?”
“불만이 있네!”
“미안. 불만은 안 받아.”
[백작이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합니다.] [백작이 스테이지에서 탈락합니다!]“이건 불합리하네!!”
백작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아마 저대로 1층으로 전이되겠지.
“말이 안돼! 본인은 단지 인생 꿀 빠는 방법을 알려줬을 뿐인데, 왜 그거로 패권을 포기한단 말인가! 권력! 권력이야말로 재력의 최종 종착지거늘, 어째서!”
“요정족은 원래 욕심이 적어. 돈 버는 즐거움을 알아버려서, 나머지 것들은 다 필요없어진 거 아닐까? 너 말대로 꿀만 빨고 싶어졌나봐.”
“사, 사왕!”
백작이 나한테 손을 뻗었다.
“도와주게! 나와 함께 항의해주게! 이런 식으로 탈락하는 건 납득할 수 없어!”
음.
으으음.
“미안해요, 상련주. 근데 솔직히 자업자득인 거 같습니다. 결코 저를 선비라 불러서 꽁한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요….”
“안 돼!”
백작이 비명을 질렀고, 빛에 감싸여 사라졌다.
처절한 비명 소리만이 흔적으로 남아 한동안 메아리쳤다.
파아아앗-.
다음 순간, 검성, 흑룡주, 독사, 성기사가 소환되었다.
흑룡주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번에도 조금 대기 탔는데. 사왕, 무슨 일 있었어?”
나는 머리를 저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 자.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죠.”
당신의 어이없는 탈락은 잊지 않겠습니다. 백작.
돈 많이 버세요.
18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