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283)
6.
싹둑.
머리손질 가위가 허공에서 교차했다.
“……정말로 나한테 맡겨도 괜찮겠니?”
“예.”
큰 유리창에 비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 너머에선 원장 선생님이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장님이 깎아주셨으면 해요. 이거 상당히 강한 소망입니다.”
“소망이 강하다는 표현은 언제 들어도 묘하구나. 강하지 않으면 소망이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니 말이다. 흥미롭게도, 지금 너는 흰 천에 목이 메여 있고 내 손에는 꽤 날카로운 가위가 들려 있단다.”
“오. 제가 A급 헌터고 원장님이 F급이란 걸 생각하면 더 흥미로워지네요.”
“하아….”
원장 선생님이 무표정하게 한숨을 쉬었다. 싹둑. 가위가 괜히 허공을 한 번 더 휘저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렴. 흑룡주 씨가 전문 헤어 디자이너를 준비해놨다는데 이러면 그 분한테도 실례야. 회견장에 나가는데 나 같은 아마추어한테 일을 맡겨서 되겠니?”
“원장님. 잘 생각해보세요.”
“아아, 또 시작이구나…….”
“제가 원장님한테 머리를 맡기면 일단 헤어 디자이너가 행복해져요. 왜냐면 일을 뛰지 않고도 수당을 챙겨먹거든요. 일단 불려나와 지금 문밖에서 대기 타고 있으니까. 흑룡주한테 실례를 저지른다고 하셨지만, 사실 흑룡주가 저랑 절친이거든요? 이 정도 실례는 괜찮다 이거죠. 애당초….”
“됐어. 됐다. 그만해.”
원장 선생님이 질려 했다.
“정말, 너희 가르칠 때 토론 수업을 벌이는 게 아니었다. 다들 속은 허당인 주제에 혓바닥 하나는 빙판위의 스케이트 선수가 되어선.”
-과연. 댁이 이 자식 혓바닥 스킬의 원흉이었구만….
배후령이 말했다. 꼭 10년 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드디어 알아낸 듯한 얼굴. 다만 배후령의 목소리가 남에게 닿을 리는 없어, 원장 선생님은 계속 중얼거렸다.
“김한비자 걔도 방송에서 날아다니더라. 가끔 보면 입술을 꿰매주고 싶단다.”
김한비자, 개명 후 이름 김한비. 그는 대체 누구인가…?
스핀 오프에 주인공으로 출연해서 정치물을 찍을 거 같은 놈이로군.
틀림없이 협박과 폭력,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악질 정치인이겠지….
“그럼…… 공자야. 정말로 깎는다?”
“네.”
“못 생기게 나와도 날 탓하지 마려므나.”
“예.”
“내가 너를 못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너의 못남이 드러날 뿐이란다.”
그건 좀 너무한 말 아닙니까?
“그래. 그렇게 긴장 풀고 있으렴.”
싹둑-.
가윗날이 내 머리카락을 갈랐다.
“…….”
나는 무심하게 거울을 바라보았다. 원장 선생님 역시 무표정하게 가위질에 집중하고 계셨다. 그 열심이신 모습을 보자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가고 말았다.
“저희 머리 기르면 원장님이 잘라주셨죠.”
“응. 그랬지.”
“근처 이발소에서 봉사 왔었잖아요. 왜 굳이 직접?”
“봉사라고 다 공짜가 아니야. 서류 요구할 때도 있고, 괜히 미안하니까 오시면 대접해드려야 하고. 수고비도 드려야지. 먼 곳에서 오셨다면 택시비도 드리고.”
“헤에….”
“차라리 내가 배워서 자르는 편이 낫겠구나 싶었다.”
싹둑.
“…….”
“…….”
싹둑.
“부끄러웠니?”
“아마도….”
나는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거 같아요 조금요.”
“학교 아이들한테?”
“예. 우리 원장 선생님이 깎아줬어, 라고 말하지도 못하니까….”
“그러겠지. 아빠나 엄마가 깎아줬대도 부끄러워할 나이인데 아무렴. 의외로, 어린아이들이 머리를 훨씬 더 신경 쓰더구나.”
“아마 아는 누나나 형이 깎아줬다고 얘기했던 거 같아요.”
“그래.”
“잔인하죠? 아이들이.”
“뭘. 커서는 더 독해진단다.”
싹둑.
“애들이 부끄러워할 줄 알고 열심히 배웠다. 2년 정도였나? 내 보기엔 솜씨가 그럴싸한데, 가게가 아니라 원에서 머리를 자른다는 거 자체가 아이들 마음엔 흠집이 되었던 거야.”
“…….”
“선(善)한 일이란 전부 그렇단다.”
싹둑.
검은색 뭉텅이가 떨어졌다.
“공자야.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받는 상대의 부끄러움 한 점을 이기지 못해.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노력한 과정이 상대방의 머리에 그려지진 않아. 봉사는, 언제나 서툴러 보여서 사람들이 쉽게 비웃는단다.”
“……감수해야 하는 단점인가요?”
“아니.”
싹둑.
“더 철저해져야지.”
머리가 잘리는 소리는 비단이 잘려지는 소리를 닮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원장실에서 자르면 안 되었어. 머리 깎는 와중에 창문으로 다른 애들이 자꾸 훔쳐보잖니. 그러니 부끄러움을 느끼는 거야. 쓰지 않는 창고를 청소해서, 그럴싸한 커튼으로 가린 다음, 머리 깎을 때만 거기에 가는 식으로 시스템을 짰어야지.”
“…….”
“어린아이의 머리를 한 번 자르는데도 그만큼 계산을 굴려야 한단다. 아이가 부끄러워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왜 부끄러워하는지 분석한 다음, 부끄러움의 원인을 아예 막아버릴 장치를 만들어야지.”
“아.”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 중학교 들어갈 쯤엔 원내에 미용방이 따로 생겼던 거군요?”
“응. 장담하건대 거기가 우리 원 통틀어서 제일 예쁘게 꾸민 방이었어.”
“네.”
후배들이 거길 다녀오면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신기하네요. 뭔가….”
“똑똑하지?”
“네, 그리고….”
“성실하지.”
“…….”
음.
슬슬 내 성격의 절반 이상이 누구한테서 비롯했는지 알 거 같다.
거울 너머에서 배후령도 뭔가 깨달은 얼굴이 되어 있다.
“명심하렴, 공자야. 착한 짓은, 선은, 의도가 선한 것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아. 차라리 네가 정말로 나쁜 짓을 계획하고 있다고 마음을 먹으렴.”
“나쁜 짓이요……?”
“어떤 사람을 도우려 할 때, 그 사람을 죽인다고 계획해보는 거야. 마음속으로.”
싹둑.
“살인은 그냥 이뤄지지 않아. 마음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지, 절대. 그런데도 꼭 살인을 해야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도구를 준비해야죠.”
“그리고?”
“살인 장소를 정하고… 시간을 정하고.”
“그리고?”
“상대방의 생활 패턴을 알아내야 해요. 그래야 상대방이 가장 방심했을 때, 내 범행이 들킬 염려가 제일 약할 때 살인을 하니까요.”
“그리고?”
“……살인한 다음에는 시체를 생각해야죠. 어디에 어떻게, 언제 버릴 것인지. 어떻게 하면 세상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지도 생각하고, 알리바이도 미리 만들어두고. 만약 경찰들이 탐방올 때를 대비해서 그때 지을 표정과 얼굴, 제스처, 말도 전부 생각해서….”
“그리고?”
“만일 들켰을 경우까지 생각해야죠. 도피처, 변호사, 변호 논리, 아니면 여론전, 정신병 진단서….”
“그래.”
싹둑.
“악인들조차 한 번의 악행에 그만큼 정성을 들인단다.”
“…….”
“공자야. 네가 선을 행하려거든 반드시 악인보다 더 철저해져야 한다.”
끼이익.
“너의 선한 마음이 세상을 알아서 편하게 만들어줄 거라 기대하지 마렴.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건 마음이 아니란다. 너의 행동이야. 행동은 철저히 계산되고, 철저히 분석되고, 철저히 시행될수록 좋아.”
“…….”
“철저히 계산했니?”
뚜벅.
“네 태도가 솔직하고 네 마음이 선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이 느끼게 될 감정을 혹시 고려하지 않고 무의식 중에라도 넘겨버리지 않았니?”
뚜벅.
“너의 계획을 방해할 적을 상정해두었니? 적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가장 하찮은 일부터 가장 성가신 일까지 한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니? 적의 정체를 알고 있니? 언론은? 여론은? 너의 이미지는?”
뚜벅.
“자신이 있어야 한단다. 공자야.”
뚜벅.
“선은 물과 같아. 그렇지만 가만히 내버려둬도 산정에서 흘러내리는 강이 아니다. 흐르면서 모든 걸 깨부수는 폭포는 더욱더 아니야. 선이 물이라면 그저 우물이란다. 계절이 가물고 땅이 메마를 때, 흙을 부수고 암반을 깨야만 비로소 한 바구니 길어올릴 수 있는 우물이야.”
뚜벅.
“죽여버리렴.”
뚜벅.
“누군가를 죽인다는 필사의 각오로, 선한 일을 하고 오려므나.”
뚜벅.
“그러면. 비로소.”
뚜벅.
“너와 함께할 사람들이 긍지를 느낄 거란다.”
예.
원장 선생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디.
좋은 일을 하러 가볼까.
“아! 주인님!”
이단심문관.
“회장 준비를 끝냈습니다! 아핫. 하루 만에 준비하는 건 역시 무리였죠. 이 일주일 동안, 만신전의 인력을 총동원해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만신전 안에 배신자가 있어요.
고려했지요?
“넵! 이번 기회에 폭탄이라도 설치하지 않을까 싶어 일부러 낚시도 걸어보았습니다만, 으으음. 안 걸리는군요. 아마 제 생각보다 철저한 인물인 듯합니다.”
그래요.
하지만 저희보다 철저하진 않을 겁니다.
“아하핫. 예!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밤볼리나.
가지요.
“보안은 완벽해.”
흑룡주.
“당신한테만 말해주는 비밀이지만. 흑룡은 아예 보고 체계가 분리된 4개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서로 경쟁하고 암투하지. 4개의 조직끼리 번갈아서 보안을 검사하게 했고, 만일 하나라도 헛점이 발견되면 다른 조직들의 재정을 절반으로 깎아버리겠다고 약속했어. 응.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녔는데, 먼지 한 톨도 안 나왔대.”
일하는 방식이 여전히 지독하네요….
“뭐 어때. 그게 나인걸. 싫어?”
듬직한 친구를 둬서 일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 진실을 말해줘서 고마워.”
저야말로.
아나스타샤.
갑시다.
“……옷차림이 평소랑 똑같군. 지저분한 느낌은 없다만.”
성기사.
“머리도 약간 막 다듬은 느낌이 있다. 정말로 괜찮겠는가? 탑의 주민들 절대다수가 이번에 너를 보기 위해, 어쩌면 말을 하기 위해, 그리고 아마도 욕을 하기 위해서도 올 것이다.”
이 머리는 원장 선생님께서 직접 깎아주셨어요.
“음?”
어릴 때 자주 그랬거든요.
“…….”
그 얘기를 기회 봐서 꺼낼 거예요.
“……?”
이게 저한테 제일 마음이 편해요.
이게 저한테 제일 자신을 줘요.
머리카락 끝에 원장님의 온기가 남은 것 같아서, 제가 어디서 왔는지, 제가 어디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 같아 편합니다.
제일 저다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해보려고요.
“과연……. 일부러인가.”
예.
“좋은 작전이다. 거짓말이 아니라서 더 좋은 작전이군. 네가 고아원 출신이란 걸 사람들한테 우회적이지만 강하게 각인시킬 거다. 그건…….”
“음. 모두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 처지이기에 꽤 먹힐걸세.”
백작.
“이렇게 말하면 기분 상할지 모르겠네만, 자네의 출신은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라 굉장한 플러스 요소라네. 탑 안엔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지. 나라를 잃은 거야 모든 주민한테 해당되는 얘기고. 고아, 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상징으로 다가갈 것이야. 하지만….”
너무 티를 내면 역효과죠.
“호오?”
제 출신은 그저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아주 약간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뿐입니다.
고아 얘기를 길게 끌고 나가면 도리어 청중들이 지칠 거예요. 짜증낼 수도 있고요. 우리는, 탑의 사람들은, 많은 걸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자들이니까요.
“맞네. 아주 올바른 지적이야. ……흐음. 기자회견을 연다길래 대책없이 착한 얼굴을 보여주려는 건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자네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지. 약간 더 신뢰가 가는구먼.”
개척자.
“흠?”
실향민이 아니에요. 피난민도 아닙니다.
‘탑의 주민’이라는 용어도 너무 밋밋해요.
사람들에겐, 이분들에겐, 이름이 필요합니다.
“…….”
저는 이제부터 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개척자]라 부를 거예요.
“하.”
사람은 무엇으로 불려지는가에 따라 삶이 결정됩니다.
하루를 맞이하는 정신이 달라져요.
나는 백수다, 하고 오후에 깨어나는 사람과 나는 직장인이다, 라고 새벽에 깨어나는 사람은, 하루가 달라집니다. 달라진 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서로 다른 사람이 되지요.
백작.
저희는 개척자가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
“……그건. 뭐라고 해야 할꼬.”
“음.”
“정말로 자네의 본명다운 생각이구먼.”
“김공자스러운 발언이다.”
갑시다.
파트리시아.
니샤.
“회담장 경호는 내가 서기로 했네.”
검성.
“부단장은 자네와 같이 단상에 올라서 질문을 받아야 하니. 임시로나마 자경단장이 되어서 회장 내 경비를 보는 거로군. 뭐, 본인이 있는 만큼 혹시라도 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염려하지 말게나.”
감사합니다.
칼렌베리 님.
“회담장에 들어오는 애들 몸 수색도 다~ 끝마쳤다.”
독사.
“역시 스킬이 편해. 무기 감지, 폭발물 감지, 독약 감지, 스킬들 가진 애들만 딱 세워두면 저절로 스캔이 되잖냐. 어? 십만 명이 우글 우글 줄 서서 기다리는데도 우리 애들 풀어놓으니까 싹 다 정리되더라 이 말이야. 하하!”
세상이 좋아지긴 했죠.
“한동안 이 근방엔 인터넷이 먹통이야. 서열 9위의 [광역통신사]한테 부탁했다. 설령 몰래 촬영한다 해도 그걸 송출할 수 없어. 즉…….”
“회담장은 작은 무인도 같은 환경이 될 거란다. 탑이 바깥세상과 외따로 떨어진 섬이라면, 그 섬 안에 다시 외딴 섬이 세워지는 셈일까?”
“어이어이. 내 말 방해하지 말라구. 아무튼, 그래. 스마트폰이든 촬영기구든 뭐든 입장시에 죄다 수거해놨다. 어휴. 사람들이 얼마나 짜증을 내던지! 우리 문도 애들만 죽어 나갔다, 야.”
“너희 천무문주는 힘 쓰는 거밖에 용도가 없잖니. 이렇게라도 써먹어야지.”
“아아앙? 지금 길드전 떠보자는 거야 뭐야?”
“얘가 김공자랑 비무 한 판 했다고 콧대 높아진 거 봐….”
아하하.
“응?”
음. 아니요.
그냥, 좋아서요.
“……?”
갑시다.
라오판.
“오우! 맡겨달라구!”
좋아.
“근데 회담장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리긴 했더라. 야아. 바빌론 광장으로 부족해서 골목까지 드륵드륵 들이찼던데?”
“호오. 정말로 사람이 그렇게 많습니까? 저희는 사전 설비에 집중해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릅니다!”
“어. 그냥 탑에 사는 사람들은 대충 다 왔다고 보면 될걸? 쟤가 옛날 처음으로 기자회견 벌일 때랑은 차원이 달라, 차원이.”
뚜벅.
“으흐음…. 하긴 일반인에게도 질문이 허락되니까요.”
“우리 모두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도 프리미엄이 붙었을 것이다. 언론에선 벌써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뿌리고 있더군. 바야흐로 5대 길드가 유일의 1대 길드로 통합하려 한다, 만다…….”
뚜벅.
“아하핫. 미리 불판을 달구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혹시나 회담이 길어질까봐 광장 주변의 건물과 숙소, 호텔은 전부 비워놨네. 무얼. 어차피 태반은 본인 소유의 건물이라네. 반나절이든 한나절이든, 하루든, 이틀이든, 사흘이든 나흘이든—.”
뚜벅.
“원하는 대로 떠들게나. 김공자.”
오케이.
“우리는 언제나 자네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네.”
준비는 만전.
자아.
모두 미소 짓는 거 잊지 마세요.
아무리 촬영되지 않고 기록에 남지 않는다지만.
저희는 이제부터 탑에서 살아가는 [개척자]들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
예의를 갖추어서.
정중하게.
설령 저쪽이 우리를 인간이 아니라 악마, 몬스터, 협박꾼, 선동자 따위로 본다 하더라도, 우리는 어디까지나 저들을 한 명 한 명의 인간으로 보면서.
“……어려운 얘기를.”
“태연하게 하는구나. 정말.”
할 수 있지요?
“노력해볼게.”
“최선을 다해보마.”
오케이.
좋아요.
그럼, 밤볼리나.
“예! 주인님!”
문을 열어주세요.
“알겠습니다!”
끼이이이익-.
285화.